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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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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78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4.05 17:00
조회
102
추천
4
글자
11쪽

잠수.

DUMMY

···고양이라 그런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지금은 그냥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칼스는 똑똑한 아이니까··· 결정은 금방 내릴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네요."


제니가 말했다.


"어쨌든 쟤가 빨리 선택해야 아무것도 모르는 후보생들이 쓸데없이 죽거나 다치는 걸 피할 테니까요. 걔네들은 진짜··· 불쌍하잖아요. 그래도 제딴엔 현자가 되고 싶어서 집을 떠났을 텐데."


제니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처음부터 가망없는 여행길이잖아요. 0.001%의 희망도 없는 낭떠러지요. 거기다, 어찌저찌 도착한다 해도 그 이후가 문제예요. 어차피 전부 탈락이라 바로 돌아가야 하잖아요. 헛고생만 지랄맞게 한다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안 하지 않겠니?"


솔직히, 재능만 따져보면 칼스보다 더 현자스런 아이도 있을 텐데? 단순히 현자가 괴팍하다고 해서··· 칼스가 안 한다고 모든 후보생을 내치려고 할까?


"그건 무른 생각이에요."


제니가 말했다.


"현자님은 그렇게까지 할 거예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230년 동안 기다린 현자도 있다고."

"···현자들은, 재능 있는 아이한테 다음 현자를 물려준다는 생각은 안 하는 거니?"

"그러니까요."


제니가 말했다.


"거기까지는 생각이 안 가나 보죠. 왜 굳이 자신들의 괴팍함을 알리려고 할까요? 누가 칭찬이라도 해 주나?"


제니가 한숨을 내쉬고 고양이를 보았다.


"악몽님, 현자님들은 대체 왜 그러는 거죠?"

"응?"


세수를 하던 고양이가 제니를 보았다.

제니가 말했다.


"현자님이요. 왜 굳이 특이한 사람만 고르는 거예요?"

"아, 그거?"


고양이가 말했다.


"말했잖아. 현자라는 건 예전부터 쓸데없이 괴팍했다고."

"그럼··· 딱히 이유는 없다는 건가요?"

"응. 맞아."


고양이가 칼스를 힐끗거리고 속삭였다.


"···뭐, 실은 답답할 정도로 멍청하거나··· 싸구려 정의에 목숨을 걸 정도로 고지식하거나··· 같이, 조금 모자라야 현자의 지혜와 지식을 악용할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야."


모닥불이 타닥거렸다. 불꽃이 출렁였고 붉은 재가 흩날렸다. 그림자가 일렁였다. 칼스가 무릎을 접고 앉아 숯 하나를 이리저리 굴렸다.

제니가 어깨를 들썩이고 머리를 흔들었다.

고양이가 말했다.


"현자는 세상의 이치를 대부분 통달한 존재거든. 그걸 악용하면 세계의 균형이 깨질 수도 있어. 그래서 신이 그렇게 설정한 거야."

"···정말요? 그게 이유예요?"


제니가 물었다.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래."


고양이가 말했다.


"물론 정확한 건 신이 알겠지. 방금도 말했지만, 모든 건 신이 설정한 값으로 흘러가고 있으니까. 우리들도 예외는 아니야."


신이라··· 이 경우엔 아무래도 운영자겠지. 그중에서도 제작팀.

음··· 그나저나 세상 똑똑한 게 보통인 현자를 저렇게 설정했다는 건··· 이거, 아무래도 나중에 현자 갖고 장난 한 번 치겠다는 소리 같은데.

···설마, n번째 보스몹은 현자다 같은 짓거리는 안 하겠지?


"하지만 현자는 특별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멍청하··· 흠, 그··· 좀 모자라다면, 현자의 자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텐데요."


내가 물었다.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래도 현자의 지식은 그대로 되물림되니까 사실 성과를 못 올려서 쫓겨난 경우는 두 번밖에 없어."


···응? 아니,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멍청하다고? 현자가?


"멍청한··· 큼, 사람을 현자로 앉힌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지식을 되물림 받아 세상의 이치를 통달한 사람이··· 멍청할 수가 있습니까?"

"응? 질문이 이상한데."


고양이가 고개를 가웃거리다 '아' 소리를 내었다.


"너 설마··· 멍청하다는 걸 단순히 아는 게 많냐 적냐로 따진 건 아니지?"

"···예? 그게 그거 아닙니까?"


아는 게 없으니 멍청하다. 맞는 말 아닌가?


"아뇨? 악몽님이 말씀하시는 멍청은 고기를 그냥 생으로 뜯어 먹는 사람과 그걸 지지고 볶고 끓여서 먹는 사람의 차이예요."


제니가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똑같은 고기를 누가 더 맛있게 먹느냐. 그러니까 활용도가 얼마나 뛰어나느냐의 차이죠."

"···아, 그래?"


그러니까··· 지혜가 없다는 소리로군.

이래서 주입식 교육이 무서워. 지식만 쌓으면 뭐해? 그걸 활용할 지혜가 딸리는데. 차라리 없는 것만도 못하잖아.


"책을 100권 정도 외워서 머릿속에 내버려두는 거랑 100권의 내용을 실생활에 녹여 100%, 아니 1000% 사용하는 건 다르잖아."


고양이가 말했다.


"전자는 노력만으로 어떻게 되는 부분이지만, 후자는 솔직히 선천적인 재능이거든."

"그래서··· 전자의 경우를 원하는 거군요."

"활용할 능력이 없으면 위험도가 거의 제로에 가까워지니까."

"그럼 대체 현자의 역할은 뭡니까?"


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그렇게 멍청하고 모자라다면 대체 현자가 존재하는 이유가 뭐지?


"세계 발전은 솔직히 널널하게 점심을 먹을 시간과 일상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알아서 해결될 문제 아닙니까."


그렇다고 지혜··· 는 빌리지도 못할 테고.

설마··· 허울뿐인 자리는 아니겠지?


"좋은 질문이긴 한데, 나도 몰라."


고양이가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 신이 모든 걸 설정했다고. 알려준 것도 왜 현자는 멍청한가가 전부야. 멍청한 현자가 왜 필요한지는··· 말해주지 않았어. 현자는 그냥 어느 순간 뿅하고 나타났거든."

"맞아요. 기록에서도 그랬어요."


제니가 말했다.


"1대 현자님도 왜 자신 같은 사람이 생긴 건지 모른다는 말을 남겼죠. 현자의 대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말도요."

"그러니까, 결국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나타났다는 소리가 되지.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양이가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신이 하는 일이니··· 뭔가 의미 있는 일일 거야."


···아, 현자 갖고 장난치려는 게 확실해졌군요. 미안합니다, 여러분. 이쪽은 사실 게임 속 세계라 그··· 뭐랄까··· 운영자의 의도라는 게 조금··· 뻔히 보이거든요. 의미 따위는 없습니다. 그냥 보스몹이나 뭐··· 그런저런 스토리의 주연이나 조연으로 나와서 특유의 멍청함으로 유저들 발목이나 잡을 역할 같네요.


"크흠, 그, 그렇군요."


···아, 아무튼, 이번엔 좀 조용히 있어야겠어. 아무리 봐도 이건··· 후반 콘텐트 같으니까. 굳이 들쑤실 필요는 없지. ···안 그래도 페리랑 고양이로 게임을 두 번이나 들었다 놨다 했으니까.

또 그러면 운영자한테 경고 편지가 날아올지도 몰라.


"근데··· 뭔가 이상한데요."


제니가 말했다.

이상하다니? 뭐가?


"64대 현자님이나 역대 현자님들이 실은 똑똑한 척하는 멍청이였다는 건 그렇다 쳐도···."


제니가 칼스를 가리켰다.


"쟤는 멍청이가 아니에요, 악몽님. 제가 보기에 쟤는 천재예요. 물론 조금 고지식하긴 하지만··· 어쨌든 주변의 작은 정보만으로도 아까 같은 추리가 가능한 애라고요."


제니가 말했다.


"쟤가 현자의 지식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 악몽님 말처럼 더할나위 없는 위험인물이 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신의 설정값대로라면 절대 현자로 채택되어서는 안 될 아이라고요."

"음, 그렇긴 해. 안 그래도 그걸 좀 생각하고 있었거든."


고양이가 말했다.

그렇긴 하다고? 뭐야, 너··· 혹시 알고 있으면서도 여태 입 다물었던 거냐? 왜··· 에이, 이 놈의 게임은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네. 왜 이렇게 빙빙 꼬아놨어?


"그럼 어떡할까?"


고양이가 날 보며 물었다.


"솔직히, 후환은 미리 제거하는 게 좋아. 이치를 건드리는 건 방문자한테도 영향이 갈 테니까."

"···아직 확실한 건 아니잖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리고, 칼스가 똑똑하다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듯한데··· 왜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습니까? 현자가 되면 안 되는 아이를 그저 지켜만 본 이유가··· 단순히 저나 제니에게 상담을 하려고··· 는 아니겠지요."

"물론이지. 그리고, 처음에는 그럴 이유가 없었어."


고양이가 말했다.


"쟤가 다음 현자로 확정됐다는 사실은 나도 지금 알았으니까."

"···현자의 정령이 보이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러면 절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보이기는 해."


고양이가 하품을 하며 말했다.


"하지만 뭐··· 내가 계약 정령, 비계약 정령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야. 나름 시간이 필요하거든. 게다가 정령은 세상 어딜가도 엄청나게 많으니까··· 솔직히 그게 그거 같아. 아, 맞아. 너희는 안 보이지?"

"예?"

"말 그대로야. 네 어깨 위에는 실프, 머리 위에는 위스프가 있어. 다리에는 노움이 붙어 있고. 악몽 꼬맹이한테도 운디네가 붙어 있고··· 모닥불 위엔 또 새로운 샐러맨더가 드글드글해. 그밖에도 나무에는 드라이어드, 어둠 속에는 셰이드, 달에는 루나랑 상아···. 뭐, 다양하지."


고양이가 말했다.


"그러니까, 계약이든 비계약이든 나한텐 전부 똑같은 정령으로 보인다는 거야. 시간을 들여서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로 말이야. 일종의 숨은 그림 찾기라는 거지."


난 머리 위를 손으로 휘저었다. 걸리는 건 없었다.

···역시, 안 보이면 그냥 귀신이군.


"내가 꼬맹이를 감시하는 정령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도 솔직히 쟤가 가리켜줘서 알아챈 거야. 안 그랬으면 지금도 몰랐을걸. 너희도 도시나 마을에서 누군가를 찾는 게 아니라면 모든 인간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는 건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난 고개를 끄덕였다.

고양이가 말했다.


"그거랑 같아. 그래서 정령을 구분하는 건 나보다 너희가 더 정확해. 모든 정령이 제약 없이 다 보이는 나랑은 다르게··· 너희는 각자 관련된 정령만 보일 테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렇다면 몰랐다는 것도 말은 되지.


"그러면···."


···이게 또 문제네. 칼스가 현자가 되면··· 그 자체로도 신한테 대드는 꼴··· 응? 잠깐만. 여기서 신은 곧 운영자잖아. 그런데 운영자한테 대든다고?


"···이거 설마···."


나는 칼스를 보았다.

그림자 속에서 칼스가 날 보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그건가? 그··· 말로만 듣던···.


"버그?"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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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잠수. 19.04.10 89 3 9쪽
50 잠수. 19.04.08 91 4 6쪽
49 잠수. 19.04.07 84 3 7쪽
»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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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잠수. 19.03.28 119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1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7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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