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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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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89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07 20:42
조회
269
추천
7
글자
7쪽

잠수.

DUMMY

선발대에 의해 약에 대한 정보가 풀어지자 유저들의 반응이 반으로 갈렸다. 마약이라 칭하는 유저들과 단순히 각성제라 생각하는 유저들로 나뉘어 설전을 벌였다. 이들은 공식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를 잡아먹다시피 하며 치고받았고 우리도 모르는 증거 자료를 내세우기도 했다. 약의 효과를 비교한 동영상은 하루에도 수백 개가 쏟아졌다.

그중에는 호평이 많았다. 반응속도가 직접 체감될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날이 갈수록 유저들은 지갑을 열었고 불만자들의 목소리는 사그라들었다.

인터넷과 TV에선 약의 있는지도 모르는 부작용을 설파했지만 WHO 인증서는 헛것이 아니었다. 뉴스는 빠르게 사라졌다. 인터넷도 하루가 다르게 잠잠해졌다.

안전성이 검증된 약은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주문이 밀려들었다. 내 통장에도 돈이 밀려들었다. 보수 외에 '아이디어 값'이라는 명목으로 5년 동안, 매달 판매 수익의 0.5%가 약속됐다.

본 계약서엔 명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벤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란 의미가 담긴 일종의 '뒷돈'이었다. 난 기꺼이 받았다. 주고 싶어서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난 예의 '뒷돈'을 받을 때 생각했다.

야호, 연금이다!


"그럼··· 드디어 자유다."


계약기간은 광고가 끝날 때까지긴 하지만 어차피 이제 내가 할일은 없다. 이 광고는 두 번째가 불가능하니까.

나는 광장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가득했던 광고가 모조리 사라져 있었다. 몇몇 기업들의 광고가 조금 남았지만 모두 구석에 박힌 채였다.

나는 빵 가판대를 보았다. 판매 아이가 김이 피어오르는 빵을 진열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아이는 소리없는 한숨을 내쉬고 내게 손짓했다.

난 주춤주춤 아이에게 걸어갔다.

그러잖아도 화해를 시도할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먼저 불러준 건 좋은 징조였다.

난 앞으로 1년 정도 잠수를 탈 예정이다. 현실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많은 게임에 있을 확률이 높은 만큼, 아이들과의 관계는 나에겐 중요한 문제였다. 화해를 하거나··· 위장을 하거나. 어쨌든 서로 웃으면서 마주볼 수 있어야 마음놓고 빈둥댈 수 있었다.


- 미리 말해두는데, 지금은 화 안 났어.


그··· 러니? 그럼··· 나도 미리 말해두마.


"···미안하다. 그··· 친구에 대해서는···."


- 됐어. 어쩔 수 없었잖아. 잘못을 따진다면 당신이나 그 고양이 말고도··· 당신한테 억지로 빵을 만들게 한 우리한테도 있으니까.


판매 아이가 이마를 문지르고 날 보았다.


- 사과를 받아야 할 쪽은 오히려 제니라고. 우리끼리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판매 아이는 바로 뒤의 집을 가리켰다.


- 그보다, 쟤가 좀 심각해. 제니가 죽은 게 다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어떻게 좀 해 봐. 허공에다 혼자 말하고 있다니까.


"···혼자 말한다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정말이니?


- 직접 가서 확인해 봐. 자꾸 묻지만 말고.


아이가 팔짱을 꼈다. 아이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쉰 뒤 날 보았다.


- 아무튼···.


아이가 시선을 피하면서 입만 뻐끔거렸다.


- 그··· 고마워. 당신이 아니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어··· 그, 그래. 도움이 됐다니 기쁘구나."


이 아이는··· 안심해도 좋은··· 가?

나는 조심스레 손을 들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날 힐끗하더니 픽 웃고는 다시 빵을 진열했다.



[판매 NPC의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메시지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정말이지, 아주아주 좋은 내용이다.

나는 다시 한 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귀찮아 했지만 그대로 있었다.

귀여운 녀석.

난 집으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문만 살짝 열어 살펴봤다. 제빵 아이는 화덕 앞에 앉아 있었다. 판매 아이의 말처럼 허공과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화덕 안의 불꽃을 가만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뒷모습만 보이는지라 판단하기가 모호했지만··· 확실히, 제빵 아이의 태도는 조금 이상했다


"왔어?"


그때 내 머리 위로 무언가가 올라왔다. 눈앞으로 금빛 꼬리가 살랑거렸다.


"저주는··· 음, 심플하게 걸렸구나."

"아, 그러고 보니···."


근데··· 저주 메시지가 따로 뜨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걸려 있는 건가?

나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 상태이상 : 저주



심플하다는 게 이걸 말한 거였어?

설명이 한 글자도 없네? 그냥 '저주.' 하고 끝이야?


"···뭔가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내가 보기엔 꽤 심각한데."

"모르겠군요."


사지는 잘 움직였다. 머리도 잘 돌아갔고 눈도 잘 보였다. 내가 느끼기엔 모든 곳이 그대로였다.


"네가 느끼기에 멀쩡하다면··· 뭐, 상관없지."


고양이가 말했다.


"아무튼, 너에게 알려줄 게 있어."

"뭘 말입니까?"


나는 제빵 아이에게 눈을 고정시키고 물었다. 아이는 화덕을 쳐다보고 있었다.


"쟤들 저주 중 하나가 악몽 실체화라는 건 알고 있지?"

"아··· 예. 알고 있습니다."

"그게 좀··· 꼬여가지고 말이야."


고양이가 내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


"실은 널 보내고 말이야. 죽은 아이랑 이야기를 좀 나눴거든. 뭐··· 유언이라든가 말이야. 어쨌든 기억은 갖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고양이가 말했다.


"제가 처한 상황은 잘 이해하더라고. 자기가 죽었다는 것 말이야. 그래서 유언 비스무리한 것도 남겼고···."

"잠깐만요."


나는 아이의 그림자를 쳐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발꿈치 뒤로 늘어진 그림자가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나는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림자가 이상한데요."

"그래, 저게 보인다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겠네."


고양이가 말했다.


"걔야."

"예?"


개라고? 강아지?


"제니라고 했었나? 애들 친구 말이야. 금발 꼬맹이."

"···예?"

"예?는 좀 그만해. 이해 안 돼? 저 그림자가 걔라니까."


고양이가 내 이마를 툭툭 쳤다.


"내가 아까 말했지? 대화를 좀 나눴다고. 그 대화를 그대로 아이들에게 알려줬거든. 유언도 섞여 있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어떻게 됐는지 알아?"


고양이가 말했다.


"우와, 저 아이의 사념이 너무 강해서 충분한 악몽이 쌓이기도 전에 저주가 오작동, 뜬금없이 실체화가 됐네? 가 됐지. 이제 이해가 돼?"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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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잠수. 19.04.12 76 2 6쪽
51 잠수. 19.04.10 89 3 9쪽
50 잠수. 19.04.08 92 4 6쪽
49 잠수. 19.04.07 84 3 7쪽
48 잠수. 19.04.05 103 4 11쪽
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2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20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3 5 8쪽
39 잠수. 19.03.21 200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2 5 7쪽
36 잠수. 19.03.10 232 7 8쪽
35 잠수. +1 19.03.09 264 7 7쪽
» 잠수. 19.03.07 270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8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30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5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6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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