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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게임에서 수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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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9.01.13 22:48
최근연재일 :
2019.04.17 19:19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27,572
추천수 :
570
글자수 :
190,738

작성
19.03.03 19:28
조회
300
추천
9
글자
7쪽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DUMMY

광고 하나 때린다는 게···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를 심어준 격이 됐어. ···하, 그래. 속죄하자. 안 그래도 페리는 광고를 엄청 싫어했었는데. 진실을 알게 되면··· 호감도가 팍팍 떨어지겠지. 어쩔 수 없군. 싹싹 비는 수밖에.


"꽉 붙잡고 있어야 한다."


안고 있던 판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식빵 칼을 꼬나쥐었다.

고양이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기회는 많지 않아. 한 번 실패할 때마다 몇 분씩 기다려야 돼. 그때까지 저 아이는 못 버틸 거야."


나도 알아. 같이 보고 있잖아.


"뭣하면 유인이라도 해주시지요."


날아다니는 고양이는 훌륭한 어그로꾼이다.

뭐든 움직이기만 하면 먹을 거라 생각하는 저 돼지들에겐 치킨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만큼 군침 도는 일이겠지. 아마 몇 마리는 꾀어낼 수 있을 거다.


"난 아이를 지키는 게 우선이야."


고양이가 판매 아이의 머리 위로 자리를 옮겼다.


"권능을 사용해 봐. 멈추는 것 말고도 뭔가 쓸 수 있는 게 있겠지."


그건··· 어려워. 그리고, 그런 게 됐으면 진작에 연습하고 세밀한 계획을 짰을 거야. 이렇게 무작정 쳐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래도··· 안 된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말고. 일단 멈출 수 있다는 건 확실하잖아."

"···정확히 5초였지요."


5초 안에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그 다음은 몸으로 부딪힌다. ···정말 조잡한 계획이군.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나는 살덩어리 다섯 마리가 포위한 거대한 저택을 바라보았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무슨 자작의 저택인데··· 벌써 절반이 불타고 부서져 있었다. 주인은··· 뭐···, 먹혔거나 도망갔거나 둘 중 하나겠지. 애꿎은 기사들과 병사들만 남아 항전을 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맨몸으로 파리지옥풀에 달려드는 벌레나 마찬가지였다. 모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들이 단순히 꿈의 일부라는 것. 나, 아니면 아이들의 기억이 베이스가 된 존재들이라 조금은 안심이 됐다.


"으아아아악!"


···비명은 좀 그렇지만.


"아이는 어딨습니까?"


판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제빵 아이는 자작에게 도움을 청하러 왔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몸까지 약한 아이가 길거리의 살덩이들을 피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아직 안에 있어."


고양이가 말했다.


"음, 그리고 누구랑 같이 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 이 아니라, 뭐야, 한 명 더 있잖아."


고양이가 날 보았다.


"너, 빵 또 누구 먹였어? 어린애가 또 있는데."

"어린애요?"


그거라면 난 모른다. 진짜로. ···근데.


"분명 빵 하나가 남긴 했었죠."


배부르다고 먹지 않은 빵이 하나 있긴 했다. 제빵 아이가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가지고 갔었는데··· 설마?

나는 판매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혹시 내가 만든 빵. 누구한테 먹였니?"


- 으응. 제니라고 있어.


판매 아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 걔도 우리처럼 어중간하게 씨앗이 심어진 거야?


"···아마도."


고양이를 보자 고양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마법사네? 아직 갓 태어난 수준이지만, 음, 마법 활용력이 뛰어난걸. 어쩌면 너보다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나보다 더 도움이 된다고?


"그럼 다행이군요."


난 나보다 쎈 녀석이 있으면 언제나 환영이다.


"아무튼, 슬슬 가자."


나는 아이를 받쳐안았다. 아이는 다시 얼굴을 파묻었고 고양이는 내 머리 위로 올라왔다.


"연습한 대로만 해."

"알고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판매 아이는 물론 제빵 아이까지 위험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새삼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어차피 해결책은 간단하다. 일사천리로 제빵 아이를 구하고 저택에서, 악몽에서 탈출하면 된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무너진 담을 넘어 저택으로 뛰어갔다.


"오, 갑자기 빨라졌네?"

"그럴 겁니다."


혹시 몰라 그동안 모아뒀던 포인트를 모두 민첩성에 꼴아박았다. 체감은 그저 그렇지만··· 확확 다가오는 주변 풍경들이 확실히 빨라지긴 했다. 내가 아니라 주변이 빨라진 느낌이었다.

난 살덩어리 하나를 빠르게 제쳤다. 저택과 가까워질수록 살덩어리들은 거의 하나처럼 밀집돼 있었고 기사와 병사들의 비명은 점점 커지고 점점 잦아들어 갔다. 몇몇 살덩어리가 떨어져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앞으로 손을 뻗었다.



《멈춰라.》



살덩이들의 출렁거리는 살과 막 얼굴이 뜯긴 병사, 허리가 잘린 채 공중으로 떠오른 기사와 살덩이들의 몸 이곳저곳에서 튀어 오른 피, 내 발에 채인 돌과 흙, 핏물 아래에서 솟구치며 넘어진 병사를 향해 달려드는 얼굴 없는 뱀. 그리고 그때까지 울려 퍼지던 비명과 마찰음이 급제동을 밟은 트럭처럼 느려지더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5초."


고양이가 말했다.

나는 서둘러 팔을 내리고 아이를 꽉 잡은 채 상체 앞으로 숙였다. 공중에 박혀 있던 돌멩이가 내 어깨에 부딪힌 채 따라왔다.


"4초."


살덩어리들을 지나쳐 기사와 병사들 사이를 헤집었다. 기다란 꼬리를 가지고 솟구친 핏방울이 얼굴과 몸통에 부딪혀 따라붙었다.


"3초."


핏물로 가득한 분수대에 처박혀 뱀에게 눈알을 파먹히는 병사 바로 위의 창을 붙았았다. 손이 훑는 궤적대로, 창과 팔의 모양새대로 한움큼 핏방울들이 따라붙었지만 궤적이 틀어지자 핏방울은 그대로 허공에서 멈춰섰다.


"2초."


정원을 통과하는 동안 도보 위에 낮게 걸려 있던 나뭇잎 몇 개가 정강이에 달라붙었다.


"1초."


저택의 문은 주저앉아 있었고, 계단은 부서져 있었다. 저택 내부는 핏물로 가득했지만 모든 곳이 넓고 고르게 펴져 있었다.


"끝."


어깨에 붙어 있던 돌멩이가 떨어졌다. 방울방울 뭉쳐 있던 핏물은 삽시간에 옷, 살, 아이의 머리와 몸통에 번졌고 나뭇잎들은 후두둑 떨어졌다.

뒤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온갖 비린내가 진동했으며 저택 곳곳이 낮은 소리로 울었다. 심장이 심하게 들썩거렸다. 정체모를 짭짤함이 입안을 감돌자 침을 뱉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오타나 기타 수정 사항, 혹은 거슬리거나 이상한 부분은 지적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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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잠수. 19.04.03 106 4 10쪽
46 잠수. 19.03.31 141 5 6쪽
45 잠수. 19.03.29 128 5 8쪽
44 잠수. 19.03.28 119 5 6쪽
43 잠수. 19.03.27 148 5 5쪽
42 잠수. 19.03.26 144 5 8쪽
41 잠수. 19.03.23 171 6 7쪽
40 잠수. 19.03.22 172 5 8쪽
39 잠수. 19.03.21 199 5 8쪽
38 잠수. 19.03.17 199 8 11쪽
37 잠수. 19.03.11 221 5 7쪽
36 잠수. 19.03.10 231 7 8쪽
35 잠수. +1 19.03.09 263 7 7쪽
34 잠수. 19.03.07 269 7 7쪽
33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6 272 8 7쪽
32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5 297 8 11쪽
31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4 300 6 8쪽
»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3.03 301 9 7쪽
29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4 19.03.02 344 11 7쪽
28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8 345 8 8쪽
27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2 19.02.26 386 11 9쪽
26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5 403 10 9쪽
25 꿈과 악몽은 한끝 차이다 19.02.24 439 14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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