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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20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18 09:04
조회
823
추천
15
글자
12쪽

감정수업

DUMMY

아침 햇살이 따사롭게 비추는 시각. 그녀는 천천히 침대에서 눈을 떴다.

피로감이나 몸이 무겁다는 감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수면이란 행위는 단순히 주인의 배려에 답하기 위한 것일 뿐, 굳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그녀는 우선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향하였다.

딱히 땀을 흘리거나 한 적은 없었다. 격렬한 행동을 한다 해도 그녀의 몸은 그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기에.

언제나 그녀의 주인의 부름에 응할 수 있도록 그녀는 항상 최선의 몸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주인의 손길이 닿아있는 육체.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백옥 같은 피부.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칼.

그리고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마치 예술품과 같이 아름다운 몸.


그 위에 혹 있을지 모르는 먼지 하나까지도 완벽하게 제거한 후, 그녀는 물기를 닦은 뒤 의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녀를 위해 주인이 이번에 새로 선물해준 옷.

상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검은 드레스.


이를 조심스럽게 착용한 뒤, 그녀는 혹 있을 지 모르는 복장상의 이상을 살피기 위해 거울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리본 하나까지 완벽하게 갖추어진 복장.

그렇게 마지막 준비까지 끝마친 직후.


그녀.

아트리아 엘라이어스는 언제나 그녀의 곁에서 때어놓지 않고 있는 대검을 착용한 채 천천히 그녀의 방을 나섰다.


그 직후 그녀의 눈에 보이는 익숙한 복도.

그곳에선 단정한 메이드 복을 입고 있는 두 여성의 모습이 보였다.


“오오 아샤트리아~! 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활달해 보이는 트윈 테일 머리의 아가씨와, 약간 저기압으로 보이는 포니 테일 의 여성.

두 사람 다 아샤트리아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으며, 그들의 손에는 각각 빗자루와 걸레가 쥐어져 있었다.


“네, 잘 잤습니다. 이지스, 메두사. 혹 청소 중에 방해가 된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는 아샤트리아. 그러나 그녀의 이런 모습에서 두 사람은 나름 대로 반가움 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서로가 하루 이틀 봐왔던 사이가 아니었기에 알 수 있는 미묘한 감정의 변화였으며, 두 사람은 이를 익숙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하하 방해는 무슨. 오히려 간만에 아샤트리아 얼굴을 봐서 기분 좋은데?”


“아샤트리아 요즘 너무 바쁜 듯. 외부 활동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말씀대로, 근래 들어서 조금 바빠진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 인간들의 도시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그들과 교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재미있겠다. 나도 언제 한번 인간 마을에 가보고 싶은데.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네.”


약간의 부러움을 담아서 말하는 트윈테일의 여성. 이지스

이에 옆에 있던 포니테일 여성 메두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지스, 이불 밖은 위험해. 정원사 급인 아샤트리아랑 달리 우리 같이 허약한 조경사. 카알론 안에서 얌전히 지내는 게 좋아.”


“으음··· 그래도 얼마 전부터 유저들이 싹 없어 졌다고 들었는데..”


“···.”


메두사와 이지스의 말을 들으며 아샤트리아는 무표정한 얼굴에 실낱 같은 미소를 담았다.

약하다 뭐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이었지만, 조경사인 그들의 레벨은 300대 중 후반.


아샤트리아가 일전에 보았듯이, 평균 레벨이 10 이하인 이 세계 기준으로는 충분히 괴물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대해서 아샤트리아는 굳이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크로우의 허가가 떨어지기 전까진 카알론 내부에 머물러야 하는 두 사람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그녀가 관여할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직 아무것도 확인된 게 없는데 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부담스러워..’


자신이 좀 더 말주변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샤트리아는 조용히 두 조경사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


“이러면 어떨까? 어차피 식재료는 이제부터 외부에서 들여오는 걸로 되어 있잖아. 식사 쪽은 올리비에가 전담하고 있으니까 그쪽에 부탁해서..”


“하아.. 그만 하라니까. 크로우님 허가가 있기 전에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을 계속 하면 돼.”


“저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아샤트리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 왜 그래?”


“외람된 말씀이지만.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더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시간이 조금 늦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샤트리아랑 메닐라 차례. 즐거운 시간 가지도록 해.”


아샤트리아의 말에 두 사람은 이해 했다는 듯 길을 터 주었고, 이에 아샤트리아는 살짝 고개를 숙인 뒤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별로 말을 못했어..’


그나마 친밀도가 있는 두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 그들의 말을 듣기만 한다는 점에서 아샤트리아는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스스로에 대해서 알기에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언제까지 침묵이나 단편적인 대화로만 일관할 수는 없는 노릇.

무엇보다. 지금 그녀가 가르치고 있는 그 진이라는 인간을 상대하기 위해선 조금 더 말주변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아샤트리아는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될까.. 어설프게 시도를 했다간 오히려 폐가 될 뿐인데..’


그렇게 고민을 하면서, 아샤트리아는 조용히 복도를 따라 걸어 나갔다.

시간적인 여유가 조금은 남아 있었지만 주인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었기에, 그녀의 발걸음에는 약간의 서두름이 담겨 있었다.


*


별채 안쪽에 위치한 호화로운 식당.

그곳에선 카알론의 군주 크로우가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앉아 있었다.

동시에, 크로우의 곁에선 풍성한 금발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조경사, 올리비에가 입가에 미소를 담은 채 주인의 식사 시중을 들고 있었으며, 그런 크로우의 맞은 편에는 아샤트리아와 메닐라가 앉아 있었다.


오늘은, 이틀에 한번 꼴로 있는 크로우와 정원사들의 식사 시간.

그렇다고 하지만 카알론의 수비를 비롯한 업무 시간을 완전히 비우는 것은 무리가 있었기에 정원사들 중 2명만이 교대로 식사를 함께하도록 되어 있었다.


정원사들의 입장에선 주인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기다려지는 순간.

이미 메닐라는 눈에 띄게 신나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아샤트리아 역시 기뻤지만 이를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고 있었다.


“자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로우는 포크를 사용해 앞에 있는 샐러드를 입 안에 넣었다.

달콤한 소스가 묻어 있는 신선한 야채가 입 안을 씻어 주는 감각을 느끼며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크로우.


그와 동시에 메닐라 역시 기다렸다는 듯 마력으로 나이프를 조종해 고기를 썰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식사를 시작한 그 순간에도, 아샤트리아는 식기에 손을 대지 않은 상태로, 잠시 크로우의 모습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었다.


‘크로우님은.. 기쁠 때 저런 표정을 지으시는 구나..’


샐러드와 스프로 즐겁게 식사를 시작하는 주인을 보면서 아샤트리아는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눈에 담으려고 노력하였다.


본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던 주인이었다.

그러나, 이 세계에 온 이후에는 지금과 같이 보다 명확하게 감정을 나타내기 시작한 크로우.


라플라스의 설명에 따르면, 자신들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부하로 보겠다는 주인의 의사 표시였지만. 아샤트리아에게 주인의 이런 변화는 다른 의미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과거의 주인과 같이 아샤트리아 역시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존재였다.

기쁨이나 슬픔과 같은 것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았으며 이를 표출하려 들지도 않았다.

창조 전부터 정해져 있던 주인의 뜻에 따라 단순히 주인을 위해 검을 휘두르는 감정 없는 무기로서 태어났으며, 지금껏 그렇게 살아 왔다.


하지만 주인의 이런 극적인 변화는 아샤트리아에게 있어서 마치 무언의 숙제를 안겨주는 것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도.. 이제부터는 크로우님과 같이 감정을 나타내는 연습을 해보는 게 좋을까?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더 편해질 지도..’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아샤트리아.

그때 그녀의 귓가에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왜 그래? 입맛에 안 맞아?”


“!.. 아··· 아닙니다. 그저···”


한 순간 주인에게 걱정 끼쳤다는 생각이 들면서 아샤트리아는 짙은 당혹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긴장으로 인해서 뭐라 변명해야 할지도 잘 생각나지 않는 상황


그때, 그런 아샤트리아를 보면서 크로우는 차분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혹 무슨 고민이 있니? 아샤트리아.”


“응? 아샤트리아 무슨 일 있어?”


메닐라까지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아샤트리아는 자신에 대해서 조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개인적인 고민을 주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게 생각하면서 아샤트리아가 어찌할 줄 모르고 있던 그때였다.


“괜찮아. 고민이 있다면 뭐든 말해보렴. 지금 난 너의 주인이 아닌 아버지로서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아···”


정론이지만 동시에 신하 된 입장에서는 송구스럽기 짝이 없는 말.

위대한 주인이자 창조주가 자신에게 아버지 라는 자리를 허한 것에 대해서 아샤트리아는 동요와 더불어 알 수 없는 묘한 안정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주인의 말에 담겨 있는 허물 없는 애정은 아샤트리아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그.. 그렇다면.. 크로우님. 소녀 외람되지만 한가지 여쭈어 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그래. 뭔데? 무엇이든 말해보렴. 고민이 있으면 해결해 줄 태니까.”


한 순간 그의 눈이 의욕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생각하면서 아샤트리아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고민을 이야기 하였다.


*


“음.. 그러니까.. 말주변이 부족해서 고민이다 이거지?”


“네.. 그렇습니다. 크로우님.”


“으응? 말 하는 게 뭐가 어려워?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적당히 강약 조절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하.. 물론, 메닐라 넌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헤헤..”


크로우가 애정을 담아서 메닐라의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고, 이에 메닐라는 귀엽게 웃으며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확실히.. 쉬운 게 아니긴 하지. 특히 아샤트리아는 원래 과묵한 성격이었으니까..”


“네.. 하지만, 아시다시피 근래 들어서 크로우님의 명령에 따라 그 진이라는 인간을 가르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시정이 필요하다 여기게 되었습니다.”


화살과 마법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찻집에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어려운 그녀였다.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때문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 아샤트리아가 맡게 된 임무는 그녀가 못하는 쪽에 속하는 것이었다.

한 자루의 검인 그녀에게 누군가를 가르치는 교편이 되라는 요구가 내려진 것.


다행이 그 진이라는 인간 소년이 지금까지는 의욕적으로 따라와 줘서, 이런 그녀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긴 했지만, 이 이상을 바라보기 위해선 스스로의 성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면서, 크로우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하네 우리 딸. 이런 생각도 다 하고..”


“···”


주인의 칭찬에 그저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아샤트리아.

그리고, 그녀를 보면서 크로우는 약간의 진지함을 담아 말하였다.


“그런데 말이지 아샤트리아. 이 점에 대해서 넌 한가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


“..네? 그게.. 무슨..”


크로우의 의외의 말에 아샤트리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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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눈물의 여왕 +2 20.07.26 579 12 13쪽
32 눈물의 여왕 20.07.25 607 16 12쪽
31 눈물의 여왕 20.07.24 611 14 13쪽
30 눈물의 여왕 20.07.23 641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4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3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4 13 11쪽
»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6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7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09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5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2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0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7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2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4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0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2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8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1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6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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