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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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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45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1 09:49
조회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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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글자
12쪽

카알론의 마법사

DUMMY

“그럼.. 우리들의 군주께. 최고의 경의를.”


그의 말에 가장 먼저 레비아탄이 정중하게 무릎을 꿇었다.


“울타리의 정원사. 레비아탄 골든라이트. 위대하신 주군께 예를 표합니다.”


그 직후, 휠체어에 앉아 있는 메닐라는 생각 보다 자연스러운 자세로 허리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수풀의 정원사. 메닐라 디아블로. 위대하신 주군께 예를 표합니다.”


이어서 자미엘이 멋들어진 자세로 무릎을 꿇으며, 아까와는 달리 진지함이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화원의 정원사. 자미엘 웨버. 위대하신 주군께 예를 표합니다.”


이어서, 라플라스는 똬리를 튼 채 한 손을 가슴에 올려놓으며 허리를 숙였다.


“별채의 정원사. 라플라스 페이퍼. 위대하신 주군께 예를 표합니다.”


그렇게 모든 이들이 허리를 숙인 뒤.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아테나가 무릎을 꿇었다.


“정원장. 아테나 실버라이트. 위대하신 주군께 예를 표합니다.”


진한 경의와 강철과 같은 충성심이 느껴지는 그들의 목소리.

이를 보면서 크로우는 지금까지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불안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저희 정원장 이하 4인의 정원사. 지금까지 그래왔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불멸의 충성을 주군께 바칠 것을 서약합니다.”


“서약합니다.”


아테나의 말.

그리고 이에 복명하는 정원사들.


익숙한 모습을 지닌 아름다운 여성들이 자신을 향해서 진심을 담아 경의를 표하였다.

그리고 그들의 이런 모습은 홀로 알 수 없는 세계에 떨어진 크로우의 마음을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배신에 대한 걱정이 자리잡았던 곳에는 이제는 신뢰와 믿음이 그곳을 차지하였으며. 동시에 그의 마음 속에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설렘과 자랑스러움 그리고 환희의 기분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게 나의 NPC.. 내가 만든 나의 딸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다시는 못 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크로우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나. 정원사들을 만나고. 이렇게 그들의 충성을 확인하면서 크로우는 조금이지만 마음의 평온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혼자가 아니야.. 이곳에서도..아직 나에게는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이 남아있어.’


물론 이들을 아직 진짜 가족에 비하기란 무리가 있으리라.

그러나, 적어도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마음 붙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크로우는 충분히 기뻤다.

그렇게 어쩐지 살짝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억누른 뒤. 크로우는 기쁨과 감격이 담긴 목소리로 그들에게 말했다.


“훌륭하다. 너희들의 충성. 너희들의 아버지이자 군주로서 기쁘게 받도록 하겠다.”


진심이 담긴 크로우의 말에 밝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정원사들.

그들을 보면서 크로우는 이 벅찬 감정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마음을 간신히 다잡은 뒤, 짐짓 지도자다운 목소리로 위엄을 담아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사극에서 많이 보아왔던 왕들을 흉내 낸 목소리와 어투.

사실상 처음 해보는 행동이었지만. 어쩐지 왕과 신하간의 공적인 느낌이 드는 것 같은 이 자리에선 평범하게 말하기가 오히려 더 어색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너희들을 이곳에 모은 이유를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아샤트리아 돌아오도록.”


-“네, 크로우님.”-


크로우의 귓속말에 즉시 반응을 보이면서 아샤트리아는 그대로 이동마법을 사용해 홀 옆쪽에서 모습을 보였다.


“내가 지시했던 정찰 임무, 그 결과를 모두에게 설명해 주거라.”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크로우의 명령에 따라서 아샤트리아는 즉시 그녀가 보았던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수깨끼의 장소로 이동해버린 흑정원 카알론.

그리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유저와 몬스터들의 기척까지.


예기치 못했던 이 갑작스럽고도 엄청난 상황 변화에 모두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걱정의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보며 크로우는 미리 머리 속에 생각해 두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여전히 영 어색한 느낌이 드는 말투이긴 하지만, 지금은 이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하여, 난 이번 사건에 대해서 카알론과 우리들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세계로 이동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없었던 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선 카알론의 경비를 한층 끌어올리고 정보 수집 활동을 시작할 것을 명하는 바이다. 아테나.”


“네! 크로우님.”


“넌 곧바로 정원사들을 통해 이 사실을 카알론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에게 알리도록. 그리고 이 정보 전달 체계를 차후에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정비할 것을 명한다.”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비록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된 대학생이긴 하지만, 학생회장을 꼬박꼬박 해온 유능하신 누님 옆에서 자라온 덕분에 사회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강이나마 알고 있는 크로우였다.

교사나 교장이 공지를 내리면 이를 학생회장이 각 반의 반장들에게 전달하고 반장들은 이를 반원들에게 알린다.


현실에선 이 과정에서 메신저 등을 이용할 수 있기에 지금의 카알론에서는 그 과정과 속도에서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방법은 같다 보고 있었다.

여기에, 현재 카알론의 관리체계에 대해선 본인이 직접 짜둔 만큼 익숙하기 까지 하였기에 이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될 것이라는 확신을 크로우는 지니고 있었다.


명령 하달과 정보 전달은 조직 운영의 기본.

그렇게 단순하지만 매우 중요한 작업을 크로우는 우선적으로 명령했고. 여기에 그는 추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자미엘.”


“네.”


“미안하지만, 여기에 더해서 너에게는 개별적으로 명령을 주도록 하마. 정보 전달이 끝나면 곧바로 네가 지니고 있는 뛰어난 정찰능력을 통해 이 인근에서 인간을 비롯한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내도록.”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카알론에서 가장 뛰어난 탐색능력을 지니고 있는 자미엘.

그녀가 나서준다면 사람의 흔적이든 뭐든, 뭐라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크로우는 그녀에게 가볍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에 슬쩍 시선을 피하면서 약간의 어색함을 내비치는 자미엘.

이렇게 아닌 척 하면서도 괜히 부끄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약간 귀엽다는 느낌을 받으며 크로우는 다시금 눈 앞에 있는 정원사들을 향해 말했다.


“그럼, 지금 즉시 일들을 진행해주기 바라며 특별한 일이 발생하면 그게 무엇이든 곧바로 보고를 올려줄 것을 명한다. 오늘의 회의는 여기까지. 이후의 명령은 아테나를 통해 전해주도록 하마.”


“명을 받들겠습니다 크로우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위대한 카알론의 군주는 이동마법을 사용해 홀을 떠났다.


*


약간의 텀이 지난 후 그가 도착한 곳은 별채 내부에 있는 그의 개인 실.

그 직후, 그는 화면 상으로만 보아왔던 킹사이즈 침대 위에 몸을 던졌다.


“하.. 끝났다. 분위기에 휩쓸려 하긴 했지만 그런 말투.. 역시 엄청나게 어색해.”


자신이 만든 NPC 들이지만. 이렇게 생명을 지닌 인격체가 된 상황에서 이들을 마주하는 느낌은 또 달랐다.

아울러, 그들이 보여준 충성은 기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한편으로는 자신이 과연 저들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진한 걱정과 부담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리더 라니. 이런 건 누나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조용한 성격 때문에 사회성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크로우인 만큼. 누나 덕에 배운 것은 조금 있을지언정 실제로 학교에서 반장 같은 지위는커녕 친구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한 두 명을 제외하고는 다른 이들에게 말도 잘 안 붙이던 조용한 성격.


그나마 NPC 들에게 말하는데 부담에 적었던 것은 그들 모두가 자신이 직접 만든 아이들이었기에 익숙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렇게 단순히 남들과 친하게 지내는 수준이 아닌, 군주로서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부터 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아무리 봐도 NPC 들은 날 평범한 대학생이 아닌 대마법사 크로우로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물론 크로우는 그가 플레이 했던 캐릭터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이는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전까지 그는 단순히 게임 속에서 NPC 라는 인형들과 함께 거점 하나를 점령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NPC 들과 그 휘하의 권속들을 비롯한, 생명을 지니고 있는 수많은 존재들을 다스려야 하는 위치에 있게 되어버린 것이다.

의식주를 비롯한 기본적인 생존부터. 미지의 세계에서 카알론을 지키기 위한 방책까지.

당장 고려해야만 하는 일도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여기다가 이게 한두 명도 아니고 권속들까지 합하면 적어도 수백은 족히 될 텐데.. 이러면 못해도 거의 회사 사장급이잖아.’


정말 뜻하지 않게 갑자기 앉게 되어버린 거대 조직의 수장자리.

심지어 그 영토는 평범한 마을도 아닌, 수많은 이들의 피를 머금어온 흑정원 카알론 이었으며 구성원들은 대부분 인간이 아닌 제법 다양한 종족의 악마와 몬스터들, 덤으로 지금 크로우는 카알론이 있는 이 세계가 어떤 곳인지 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그들의 리더가 자기는 능력이 안되니 알아서들 해라 라고 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짓을 하다가 나라가 어떤 꼴이 났는지는 뉴스에서 봐왔던 만큼 크로우는 그 결과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다.

최악의 경우 사태가 완전히 파국으로 도달할 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였다.

그가 좋든 싫든, 능력이 되든 안 되는 상관 없었다.


지금의 크로우에게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 없이 지도자의 자리를 맡아야 할 의무가 있었다.

지금까지 이 세계를 창조하고 관리해온 지도자로서 말이다.


그 사실은 인지하면서, 크로우는 우선은 당장 자신의 능력 내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해야겠다 결론을 내렸다.


‘방금 전에는 누나가 종종 해줬던 이야기들을 사용해서 어설프게나마 중요한 명령을 내렸지만..언제까지 주워담은 지식만으로 일을 해결할 수는 없을 거야. 이건 말 그대로 정치를 해나가야 한다는 뜻인데..’


당연히, 정당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 카알론의 유일한 군주로서 TV와 뉴스 에서 자주 나왔던 싸움박질과 남 탓으로 도배되어 있는 한국의 정치판은 1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언론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실무에 관한 것들.

이를 알기 위해서 지금의 크로우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으음.. 할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이쪽에 관해서 공부를 하면서 차근차근 알아 볼 수 밖에..’


잘은 모르겠지만. 도서관에 쌓아둔 각종 서적들 중에는 역사-그래 봤자 게임의 역사이지만-와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있었다.

LDG 제작진들의 쓸 대 없이 꼼꼼한 설정 덕분에 각 나라의 정치 문화 그리고 군주의 업적 등을 실제 역사 교과서마냥 시시콜콜하게 적어둔 내용들.

이를 참고하다 보면 어떻게든 당장은 쓸만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랑 자기개발서적을 섞어둔 것 같은 느낌의 역사책들이 설마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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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눈물의 여왕 +2 20.07.26 579 12 13쪽
32 눈물의 여왕 20.07.25 608 16 12쪽
31 눈물의 여왕 20.07.24 611 14 13쪽
30 눈물의 여왕 20.07.23 641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3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09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5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2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2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2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6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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