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69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2 13:25
조회
1,479
추천
30
글자
17쪽

카알론의 마법사

DUMMY

호화로운 분위기가 감도는 집무실.

그곳에 있는 고급스러운 재질로 만들어진 책상에는 한 남성이 앉아있었다.


흑정원 카알론의 군주. 대마법사 크로우 인비져블.

그는 지금 수 시간째 그녀가 처리해야만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중이었다.


‘하아..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에선 답이 안 나올 것 같은데..’


이 문제를 고심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그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한요셉 시절이라면 진작에 밥을 먹든 휴식을 취하든 했을 것이라는 점.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은 채 그저 눈 앞에 정리해 둔 내용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단순히 정신력 같은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이 세계로 온지 이틀째가 흐른 지금, 크로우는 자신의 육체가 평범한 인간의 그것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인간이었다면 당연히 느끼게 되는 피로와 휴식에 대한 욕구.

그러나,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에 전념하고, 그의 부족한 역량으로 어렵사리 파악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크로우가 알게 된 사실은 지금의 그에겐 딱히 휴식 같은 것이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최적의 컨디션 속에서 일을 수행할 수 있다.

마치 플레이어의 의지만 있다면. 끝없이 달리며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는 게임 케릭터와 같이.


물론. 그래도 지겹다 라던가 귀찮다 라는 느낌은 정상적으로 존재하였기에 도중에 간혹 휴식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취하긴 했지만. 적어도 피로감을 느껴서 쉰 적은 없었다.


이는 수면도 마찬가지.

LDG 내에서 수면을 취하면 마나와 피로도가 빨리 회복되는 이점이 있지만 필수적인 행동은 아니었다.

이런 시스템적 이치를 그대로 가지고 왔는지. 지금 크로우의 몸도 잘 수는 있지만 굳이 빠른회복 목적이 아니고선 크게 필요는 없는 상태였다.


그런 점에서 편하긴 하지만, 어쩐지 게임 캐릭터에 맞춰서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조금 벗어나게 된 것 같다는 점은 크로우에게 있어서 상당히 묘한 기분과 더불어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게 만들어주었다.


만약 캐릭터 성장 과정에서 조금 더 ‘마’를 추구했다면 어쩌면 성격이나 감각 같은 부분에서 이것 이상으로 변화된 부분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대번에 피와 죽음을 추구하는 마왕이 되거나.

이성을 잃고 날뛰는 괴물이 되었거나.


그나마 자아에 큰 영향 없이 이 정도 선에서 그친 것은, 그의 직업이 검은 마법의 길에 통달해 있는 대마법사이긴 해도 종족 면에선 일단 아슬아슬하게 ‘인간’ 이라 부를 수 있는 범주에 속해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 소소하긴 하지만 단점도 존재하였다.


이런 인간으로서의 특성은 지금 크로우에게 매우 중요하면서도 골치 아픈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식사.’와 관련된 부분.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인 수면과 휴식과는 달리, 인간 이라는 종족을 유지하고 있는 그와 카알론의 몇몇 존재들에게 있어서 식사는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로 남아있었다.


이 역시 게임 시스템의 영향 덕분인지 굶는다 해서 죽지는 않지만, 평범하게 느껴지는 허기를 채워주지 않으면 전투력이 감소한다는 게임에서 존재했던 패널티 역시 이 세계에 온 뒤로도 그대로 적용되었다.


그리고 이는 곧 뭐가 있을지 모르는 이 미지의 세계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온전한 전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일단 무언가를 주기적으로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이전까지 간단한 몬스터 사냥이나 상점을 통해서 손쉽게 식량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세계로 넘어오면서 과거의 수법이 완전히 막힌 지금, 식량 문제는 아주 중대한 부분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당장 카알론 내에서 식사가 필요한 이들은 200명 이상.. 다행이 악마들은 종족 특성상 식사가 필요 없다지만 나머지 인원들을 먹여 살리려면 그 양이 보통은 아닐 거야.’


카알론 내에 요리를 전담하는 NPC가 있긴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재료가 없이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


그나마 평소 꼬박꼬박 길드 유지를 위한 게임 아이템으로.-그리고 지금은 현실이 되면서 진짜 식료품이 되어 버린- 저장을 잘 해둔 덕분에 당장 NPC 들이나 자신이 굶게 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확실하게 식량을 구할 방법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그 뒤의 상황은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한달.. 그 안에 마을을 발견해서 식량을 대량으로 구입하던지, 그게 안되면 약탈이라도 해야만 해. 이 역시 게임 시스템의 영향을 받아서 굶어 죽지 않는다 해도 지금 우리들은 게임이 아닌 현실세계에 와 있는 만큼 다른 패널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여기에 단순히 전략적인 부분을 떠나서, 일단은 부모가 되어서 자식들을 굶게 만들 수는 없다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인해, 크로우는 정찰을 보낸 자미엘 뿐만 아니라 은신에 능한 하급 악마들까지 동원해서 이 일대를 수색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좋은 소식을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그나마 건진 것은.. 일단 이 일대는 우리가 있는 호수를 제외하면 산림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고, 몬스터 같은 것들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 이려나?’


살아있는 생물체가 있긴 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토끼나 늑대 정도였으며, 그마저도 LDG에서 몬스터로 분류되는 그것들 보다 한참 약한, 현실에서나 볼법한 진짜 야생동물들 수준이었다.


이는 곧, 당장 주변에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 볼 수도 있지만. 동시에 1차 목표로 하고 있는 식량 획득이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하..”


그렇게 답답한 마음에 크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런걸 고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게임에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실에서는 제 한 몸 잘 건사하지 못하는 소심하고 평범한 대학생인 그였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책임져야만 하는 이들이 잔뜩 생기고, 그들을 어떻게든 챙기기 위해 고민해 나가면서 이제는 그 부담감이 갈수록 무겁게 느껴지고 있는 중이었다.


‘이럴 때.. 우리 완전체 누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내가 생각지도 못할 방법으로 가볍게 이걸 해결해 버렸겠지?..’


지금까지 자신이 끙끙거리면서 고민하던 문제들을 가볍게 해치워 주었던 누나라면 분명 좋은 수를 생각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크로우의 옆에 그런 누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의 옆에는 수 시간 째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아샤트리아가 있을 뿐.


검은 갑옷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동상과 같이 꼿꼿이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솔직히 의지가 된다기 보단 약간의 답답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일단 아샤트리아도 나처럼 게임 속의 존재인 NPC 였던 만큼 피로도 면에서 자유롭겠지만..’


그래도 역시 휴식도 없는 이런 식의 초과근무는 정말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있어 자리에 앉아 머리가 터져라 고민하고 있는 자신과는 달리, 아샤트리아는 몇 시간째 그저 묵묵히 서있기만 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복도에 나가 서 있어’와 똑같은 상황을 몇 시간째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크로우가 그녀 입장이었다면 아마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었을 것이다.


“저.. 아샤트리아.”


“네, 크로우님.”


그의 말에 즉시 대답하는 아샤트리아.

이에 크로우는 그녀도 상당히 지루해하고 있었던 게 맞다 생각하며 말을 계속했다.


“힘들지 않아? 벌써 몇 시간 째 그러고 있는데 조금 쉬는 것은.”


“괜찮습니다. 크로우님을 곁에서 보호하는 것은 저의 사명. 배려는 감사하오나 마음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상당히 진심이 담겨있는 듯한 어조였지만, 크로우 입장에선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당장 자신이라도 교수에게 같은 소리를 듣는다면 일단은 예의상 이라도 저런 식으로 말했을 태니까.


“음··· 좋아. 그렇다면 지도자로서 명령. 앞으로 8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도록.”


상대방에게 그렇게 눈치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어필할 필요가 있었기에

크로우는 일부로 잔잔한 미소를 담아 이야기했다.


어찌되었든, 눈 앞에 있는 아이는 자신이 만든 딸 같은 존재.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부모로서 보여주었던 허물없는 모습을 자신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크로우는 생각했다.


“네? 하지만..”


“괜찮아. 안 그래도 나도 그만 쉬려고 했으니. 오늘은 이쯤 하고 내일도 잘 부탁할게.”


“..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그렇게, 주인의 강압(?) 에 못 이겨 결국 자리를 뜨는 아샤트리아.

어쩐지 조금 쓸쓸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크로우는 단순한 기분 탓이라 여기며 이를 넘겼다.


‘아무리 피로를 안 느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과로는 좋지 않다고.’


그녀가 휴식을 취하도록 한 데엔 부모의 입장이라는 감성적인 부분도 있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있었다.

과거에는 단순한 데이터였지만 아샤트리아를 비롯한 존재들은 이제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 들이 되었다. 눈에 보이거나 몸으로 느껴지는 것뿐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는 만큼, 역시 휴식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고 크로우는 생각하였다.


“자 그럼.. 이쯤에서 나도 조금 쉬어 볼까?”


그런 생각을 하며 크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음 같아선 책임감 때문에라도 계속해서 이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싶었지만, 지금 같은 상태로는 역시 무리.


스스로를 조금 이완시키고 나면 좋은 해결책이 떠오를 지도 모른다 여기며, 크로우는 그대로 집무실을 나섰다.


*


카알론의 가장 깊은 곳.

별채의 모습은 마치 왕성의 내부를 연상시키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각종 조각상과 그림들. 그리고 호화로운 장식품들로 치장되어 있는 공간.


이 중 대부분은 본래 이곳에 있던 것이 아닌, 크로우가 LDG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모아둔 물건으로 나름 그의 취향이 잘 반영되어 있다 볼 수 있었다.


단순한 3D게임 에서의 장식품들 일 때와는 달리. 정말로 값비싼 예술품들과 같은 느낌이 드는 물건들.


머리도 식힐 겸, 그것들을 천천히 감상하던 중, 크로우는 문득 한 그림 앞에 멈추어 섰다.

대부분이 던전의 몬스터나 다른 유저들에게서 얻은 것과는 달리. 그 그림은 크로우가 직접 화면을 캡처해서 만든 것이었다.


날짜도 그렇게 오래 된 것이 아니었다.

불과 며칠이 채 지나지 않은 그림.

그러나. 그때 처음 이 그림을 걸어 놓았을 때 까지만 해도. 크로우는 자신이 지금과 같은 심정으로 이를 보게 될 것이라고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


그림 안에는 세 사람의 모습이 있었다.

우측에는 검은 수녀복을 입은 여성이 밝은 미소를 지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에 예쁘면서도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을 한 여성.

손에는 수녀 복과는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느낌의 창 한 자루를 들고 있는 그녀는 반대쪽 손을 중앙에 있는 소녀의 어깨에 올려놓고 있었다.


중앙에 서 있는 소녀.

적갈색 머리칼을 가진 10대 중반의 소녀의 모습.

그녀의 복장은 초보자 들의 평범한 기본 복장 위에 로브를 걸친 정도로 딱히 특별할 것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얼굴은 상당히 예쁘장하게 생겼지만. 게임 속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무언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만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녀의 좌측에 서 있는 것은 낫을 든 채 보라빛 로브를 입고 있는 크로우의 모습.


지금 이 순간 어머니와 더불어서 자신이 가장 만나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보며 크로우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단단하게 다잡았다.


‘찾아내고 말 거야.. 설령.. 정말 최악의 상황으로 원래 세계에 못 돌아 가더라도.. 이 두 사람만은 반드시..’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면서도 내심 정말로 다시 가족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는 크로우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아 있었다.

그때.


“크로우님?”


“!....”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곧바로 고개를 돌린 크로우.

그곳에 있는 것은 사서복장을 한 익숙한 얼굴의 라미아였다.


“라플라스?”


어쩐지 조금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라플라스.

이에 크로우는 어느새 자신의 얼굴에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약간 다급하게 얼굴을 식혔다.


“무..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미안. 흉한 꼴을 보이고 말았네.”


걱정이 담긴 얼굴을 하고 있는 라플라스에게 크로우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

라플라스 입장에선 오히려 그런 주인의 모습이 더욱 마음 아프게 느껴졌지만..


‘대체 무슨 그림이길래 크로우님이 이렇게..’


그렇게 걱정과 약간의 호기심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크로우가 보고 있던 그림을 살피는 라플라스.

들여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기에 라플스도 처음 보는 그림이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자신의 주인인 크로우와 다른 두 사람의 모습.

이를 보며 라플라스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크로우님. 이것은..”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 라플라스.

이에 크로우는 괜히 자기 때문에 분위기가 침울해져 버렸다는 것을 느끼며,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뭐.. 흔하게 있는 가족사진이야. 가운데 있는 사람이 내 동생이고. 우측이 누님.”


“아.. 가족 분들.. 이셨군요.”


“응,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세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그리고 만일 있다면.. 반드시..”


거기까지 말하자 크로우는 애써 눌러놓았던 감정이 다시금 치밀어 오르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크로우의 모습에 라플라스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정중하게 자신의 주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라플라스?”


그녀의 그런 행동에 의문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묻는 크로우.

그를 향해 라플라스는 충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만약 바라신다면.. 명령을 주십시오. 당신의 그 고민을 저희들이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족하나마 저와 카알론의 모든 이들은 크로우님을 위해 힘을 보탤 것입니다.”


“!...”


라플라스의 말에 크로우는 조금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한 행복감이 들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험해 본적은 없지만.. 아마도 자녀가 부모의 고민을 해결해 주겠다고 나서는 것은 이런 느낌일 것이다.


기특하기도 하고, 약간 신기하기도 하며,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되는 상황.

이에 크로우는 마음이 평온으로 감싸기 시작함과 동시에 살짝 기분 좋은 웃음이 나올 것 같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자신의 옆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는 라플라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 크.. 크로우님?..”


주인의 이런 행동에 당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포근한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라플라스.

그녀에게 크로우는 현실에서 부모님이 보여주곤 했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맙구나.. 라플라스. 너의 그런 마음 잘 받도록 할게.”


“아..”


그 말과 함께, 한층 마음이 가벼워진 것을 느끼며 크로우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 지금의 그는 아직 아무것도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곁에는 이렇게 자신을 걱정해주고 도움을 주려 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세계에 온 뒤로 생긴.. 또 다른 가족.


지금 당장은 그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생각하자 다짐하며, 크로우는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과정에서, 문득 지금 자신의 고민인 식량문제를 라플라스에게 물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선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이룰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꿈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 달라는 라플라스의 기특한 모습

이를 보면서 크로우는 아버지로서. 그리고 주인으로서. 어쩌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이 일을 스스로 해결해 보고 말겠다는 의욕이 강하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인식하면서 라플라스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라플라스는 그녀의 주인이자 창조주인 크로우의 따스했던 온기가 그녀의 머리 위에 남아있는 것 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여기다가. 자신의 보잘것없는 충성을 기쁘게 받아주는 그의 목소리는 아직도 라플라스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아테나 언니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데..’


그렇게, 지금껏 느껴 본적이 없는 환희 속에서 라플라스는 다시 한번 눈 앞에 있는 그림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주인과. 그가 사랑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그림.


“!”


그때, 방금 전까지 기쁨의 감정만이 감돌던 라플라스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저 여자는 분명..”


그녀의 머리 속에 남아있는 기억.

이 세계로 왔던 시점보다는 조금 전에 있었으나 어째서인지 약간 흐릿한 기억 속에 있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라플라스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눈물의 여왕 20.07.27 559 14 12쪽
33 눈물의 여왕 +2 20.07.26 580 12 13쪽
32 눈물의 여왕 20.07.25 608 16 12쪽
31 눈물의 여왕 20.07.24 612 14 13쪽
30 눈물의 여왕 20.07.23 642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4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50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10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6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3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8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3 27 12쪽
»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80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2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7 3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