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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67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14 08:58
조회
749
추천
11
글자
11쪽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DUMMY

불꽃.


그 이름과 같이 가벼운 입김에도 불어 사라져 버릴 수 있는 연약한 꽃

그러나. 그 작은 불꽃이 무언가를 집어 삼키기 시작하면 그것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한다.


불의 재앙.

화재 라는 이름으로.


“불! 불을 꺼라!”


갈리진 목소리로 쏟아져 나오는 비명.

그러나 그 소리를 들은 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이미 재앙은 시작되었다.


“뭐.. 뭐야!”


복도를 가득 매운 검은 연기.

돌로 지어졌지만. 오래된 양탄자와 화려한 장식들 그리고 노인들의 고름에서 흘러 나오는 끔찍한 고름이 잔뜩 칠해져 있는 저택은 너무나도 달콤한 먹이가 되어 순식간에 화마에 집어삼켜졌다


“당장 물을 가져와! 어떻게든 불을 꺼야 한다!”


“틀렸어.. 이미..”


우물에서 퍼온 물로 불을 끄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상황.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불꽃의 손에 닿지 않은 귀중품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안에 있는 이 저택의 주들을 구출하는 것뿐이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이미 검은 연기로 인해서 방향을 잡고 이동하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여기에 지금도 발 밑을 갉아먹고 있는 불꽃은 사람들로 하여금 섣불리 앞으로 나가는 것 조차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다.


“쨍그랑!”


그 순간, 안쪽에서 무언가가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가 들렸으나 사람들은 이것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미 지독한 화염으로 인해 사방에서 유리와 금속으로 된 물건들이 녹거나 터져나가고 있었기에 그 정도일에 신경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


“제길.. 할 수 없다. 이 앞은 포기하고, 일단은 어떻게든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하는데 집중하자!”


“하.. 하지만 안에는 주인님들이..”


“방법이 없지 않은가! 일단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젠장!”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말에 사람들은 결국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포기한 채 불을 끄기 시작했다.


*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운 바람.

이에 프레이야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며 힘겹게 눈을 떴다.


여전히 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오늘 그녀는 ‘일’을 하러 가야만 하는 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는 사실에 프레이야는 불안한 감정을 느끼며 무겁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 몸이 납덩이와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떻게든 정신을 바로잡으려 하였다.


“···어?...”


그때.. 흐릿했던 시야가 가까스로 돌아온 그녀의 눈에, 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헉···헉···헉···”


그녀의 눈 앞에서 거칠게 숨을 몰아 쉬고 있는 사람.


그녀의 동생 프리그.


하지만, 동생의 모습을 본 순간 프레이야는 온 몸을 갉아 먹고 있는 병마의 고통을 잊을 정도로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

곳곳이 검게 그을려 있으며 그녀에게는 익숙한 찐득한 고름이 묻어있는 그것을 본 순간, 프레이아는 그녀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프..프리그.. 너..”


그때, 차가운 얼굴로 이쪽을 향해서 다가오는 프리그.


“자.. 잠깐만.. 프.. 프리그..”


그녀는 당혹감에 사로잡혀 있는 프레이야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그대로 거칠게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옷자락을 들추었다.


그리고..


“큭···”


눈 앞의 장면을 본 순간,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무는 프리그.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면서 프레이야는 잠시 망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고름이 흘러나오고 썩어가기 시작하고 있는 자신의 몸.

이를 본 동생이 무슨 감정을 느낄지는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었다.


실망. 혐오. 증오.

좋은 감정은 분명 하나도 없을 것이며, 안 그래도 관계가 냉랭해져 있었던 만큼 이제는 자신과 완전히 관계를 끊을 할 것이 분명했다.


“해···해해···”


허탈하게 웃음 소리를 내는 프레이야.

지금껏 자신이 해왔던 짓을 동생이 알게 되어 버렸다는 사실에, 그녀는 가슴이 시릴 정도로 괴로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작은 단순히 동생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부터였다.

덜 떨어진 맹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프레이야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들의 삶에는 희망 따위는 없다는 것을.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면, 하나뿐인 동생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선 스스로가 망가질 정도로 일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잡았다.

주인 이라는 인간이 권유한 악마의 손길을.

영혼이 능욕당하고, 서서히 몸이 부숴져 가는 끔찍한 길을.


하지만 그 결과, 난폭한 주인의 행동은 조금 잠잠해 졌으며, 동생도 일을 하지 못해도 굶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동생의 미래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돈을 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동생이 알아 버렸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그 악마의 손길이 마침내 소중한 동생에게 까지 뻗쳐 버리고 말았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어떻게든 지키려고 했던 동생마저 그 악마들의 손에 더럽혀 지고 말았다.


“미안.. 미안해.. 프리그.. 난..난..”


그렇게 자조가 석인 목소리로 프레이야가 힘없이 이야기하던 그때였다.


“!....”


이어진 순간, 프리그는 말 없이 프레이야를 끌어 안았다.

고름이 흐르고 썩은 냄새까지 나고 있는 자신의 몸을 끌어 안은 채, 프리그는 그대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프리그..”


“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미..미안해.. 정말.. 미안해 언니.. 나.. 언니가 너무 질투가 나서··· 언니를 믿지 못해서 그만.. 정말.. 정말 미안해 언니..”


두서 없이 눈물과 함께 사과의 말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프리그.


그러나, 그녀를 보면서 프레이야는 그저 언니로서 이런 것 밖에 해주지 못했던,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자신과 같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멀리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에 대해 안타까운 기분을 느낄 뿐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프레이야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악마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도 병에 걸려 죽는 것도 아니었다.


하나뿐인 동생이 잘못되는 것.

나약하고 어리석은 자신 같은 건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다.

하지만 자신 때문에,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에 동생이 상처받고 망가지는 일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부모님을 잃은 그 순간부터, 그녀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직 동생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헤헤··· 괜찮아.. 이 정도.. 별로 아프지도 않은걸.. ”


괴로워하는 동생을 보며 억지로 바보 같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 프레이야.

그럼에도 그녀의 마음 속에는, 프리그가 그 지옥에서 어떤 고통을 겪었을 지에 대한 걱정들로 가득했다.

검게 그을린 옷차림과 곳곳에 나있는 자잘한 흉터들.


얼마나 혹독하게 괴롭힘을 당했으면 이런 모습이 되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몸만이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 역시 얼마나 고통 받았을 지.


그렇게, 동생의 상태에 대해 프레이야가 염려하고 있던 그때였다.


“괘···괜찮을 거야.. 이 정도 는.. 분명 그 마법사가.. 고쳐줄 수 있을 거야.”


“··· 헤헤.. 그게.. 무슨 소리야?”


프리그의 알 수 없는 말에, 경직된 미소를 지은 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내는 프레이야.

그때, 그녀를 보면서 프리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과 그을린 자국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는 마치 타오르는 듯한 무언가가 느껴지고 있었다.


“괜찮아 언니. 이제 내일이면.. 우리 이곳을 떠날 수 있어.”


“···.프리그?”


환한 미소까지 지으며 기쁜 듯이 말하는 프리그.

이어서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그녀는 밝은 목소리로 언니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만났어! 마법사 라는 사람.. 그 사람 나한테 신비한 능력을 보여주면서 재능이 있으니까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어! 그 사람 이라면 언니의 병을 고쳐줄 수 있을 거야.”


“그.. 그랬···어?”


신이 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프리그. 그녀는 계속해서 언니를 보며 말을 이었다.


“응! 그 팔다리가 없는 마법사가 그렇게 말했어.”


“팔다리가..없는..”


프리그가 정신 없이 쏟아내는 말에 프레이야는 넋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으나, 프리그는 그녀의 그런 상태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신이 나서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맞아. 그리고 그때는 언니를 많이 원망해서 말 안하고 있었지만. 아마 언니도 함께 데리고 가달라 부탁하면 분명 그렇게 해 줄 거야! 그러니까. 이제 아무 걱정도 하지마. 그런 끔직한 일도, 양초 파는 것 같이 구질구질한 일도 할 필요 없어! 앞으로 우리 둘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거야! 난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마법사 이니까!”


“···프리..그..”


앞으로의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하는 동생.

그리고 프레이야는 창백한 얼굴을 한 채 그런 동생을 바라보았다.


*


완전히 불타버린 저택.

그 한쪽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은 채 모여있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불타 죽은 노인들의 시체.

그러나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죽어버린 이들이 아니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큰 재력을 지니고 있는 노인.

그는 온 몸에 끔직한 화상을 입었으나 여전히 숨이 붙어있는 채로 몰려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끔직한 화상에 그의 생명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히 보였으나, 그 노인은 증오와 광기에 휩싸인 얼굴로 온 힘을 쥐어짜 주변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죽···여··· 그..계집..년··· 지..옥의 불..을.. 부르는.. 그 사악한.. 마법사.. 년··· 내.. 재산을.. 다.. 줄 태니.. 그년···을 지금.. 당장···”


타오르는 분노가 담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노인.

이를 마지막으로 그의 숨이 끊어졌고. 그곳에 있던 이들을 당혹감에 사로잡혔다.


“그 계집 이라니··· 대체 누구를 말하는 거지?”


“하지만 그 불꽃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리가..”


그때.. 그들 중에 서 있단 차가운 인상의 남성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불이 나기 얼마 전 주인님의 명으로 장난감으로 쓸 계집 하나를 잡아온 적이 있었다만...”


“그랬는가? 하지만 죽은 소녀의 모습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만.”


“그렇다는 것은 설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이들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 소녀가 살아남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그년의 시체가 완전히 불에 타서 사라진 것인지는 상관 없었다.


화재가 벌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주인의 재산은 많이 남아 있었다.

상대가 마법사이든 아니든. 그것을 처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막대한 재산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뜻.


그 사실을 인식하고 눈이 뒤집힌 그들은 서둘러 도구를 챙겨 그 ‘사악한 마법사’가 있다는 장소를 향해 몰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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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눈물의 여왕 20.07.23 642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4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50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10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6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3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3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2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7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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