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63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3 07:58
조회
1,352
추천
27
글자
12쪽

브레멘 학살대

DUMMY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신들과 다른 무언가가 눈에 보이면 그들은 가장 먼저 이를 배척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만족을 위한 잔인한 배제 작업이 끝난 후 그들은 말한다.

악을 쓰러뜨리고 정의가 승리했다.


이것이 바로 인간 세상의 이치였으며. 세상을 오랫동안 경험한 이들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이를 이용할 줄 알았으며. 동시에 이를 감출 줄도 알았다.


*


“하아..”


높은 첨탑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 남성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남성은, 지금 이순간 그의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다스려온 사람.


이 지역의 영주인 그 남성은 마음 속에 있는 고민으로 인해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이 지역을 다스리는 영주로서 그의 권한은 막강했다.

그의 밑에는 명령을 따르는 충성스러운 군대가 있었으며, 영주민들의 지지 역시 탄탄하였다. 심지어 그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이들 조차도 적어도 그의 앞에선 순순히 머리를 숙이고 있을 정도.


그러나, 그렇게 반석과 같은 단단한 지위에 앉아있음에도 영주에게는 당장 그의 능력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이 한가지 있었다.

호시탐탐 이곳을 노리고 있는 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구실


그것은..


“영주님..”


“설마 또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는 것이냐?”


“..송구합니다. 저희들이 계속 주의를 하고 있지만..”


“으음..”


“어떻게 할까요? 여차 하면 공식적으로 항의를 하는 것은..”


“..아니.. 일단은 놔 두거라. 그리고 그 아이는. 어떻게 하고 있지?”


“얌전히 학문에 힘쓰고 있으십니다. 자신에 대한 소문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으시는 듯 합니다만..”


“..알았다 그만 물러가도록.”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집사.

그 직후 영주는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의자에 앉았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단 말이더냐..”


무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영주는 남들에게 말 못할 고민을 속으로 삭히기 위해 애쓰기 시작했다.

동시에 숨겨둔 불안한 진실이 엉뚱한 방향으로 터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면서.


*


화원의 정원사. 쉐도우 엘프. 자미엘 웨버는 자신의 감각을 최대한 확장시킨 채 조심스럽게 숲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녀가 탐색 가능한 최대 범위는 반경 8km.

좁은 범위는 아니었지만 이 거대한 산림에 비하면 그렇게 넓다 볼 수도 없는 거리.

이 때문에 그녀는 지난 며칠 간 산림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수색을 진행해 왔다.


탐색 범위가 좁은 것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주인께 하루라도 빨리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었기에 그녀는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에 열중하였다.


이로 인해서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상당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아까 전부터 느껴지기 시작하는 이 기척은.. 인간들인가?’


수일 만에 처음으로 찾아낸 지성을 가진 존재들의 기척.

이에 자미엘은 주인이 바라던 목표를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자신의 고유 스킬들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쳇, 그렇게 멀리 덜어져 있지도 않았잖아. 하필 재수없게 방향을 반대로 잡았어..’


쉐도우 엘프 특유의 감각과 직업상 익히게 되는 탐지 계열 스킬들.

이를 통해서 자미엘은 자신의 탐색 범위 내에 있는 존재의 종족과 강함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그보다 월등히 강한 존재들은 이런 사실도 감출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것은 또 그거대로 오히려 분별이 가능한 부분.


그렇게 하나 둘 늘어나는 인간들에 대해 파악해 나가면서 자미엘의 표정은 점점 신중함이라는 감정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이 세계의 인간들의 수준이라 이건가?..”


마지막에는 그의 탐지 범위 안에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의 기척이 잡혔다.

못해도 수백에서 수천에 달하는 인간들의 기척.


아마도 10km 내에 인간들의 마을.. 아니 도시가 위치해 있는 듯싶었다.

그리고, 현재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자미엘에게 익숙하면서도 상당히 기이한 느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사실은 지금 즉시 크로우님께 보고해야겠어.’


거기까지 파악을 마친 자미엘은 곧바로 왔던 방향을 되돌아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카알론이 위치한 방향이었다.


*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모습.

카알론 주변에 있는 넓고 푸른 호수의 모습을 보며 크로우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아낸 전경.

물 속에서는 거대한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으며 마치 거울과 같이 푸른 하늘과 세상을 담아내고 있는 호수의 표면은 그저 감탄만이 나올 뿐이었다.


‘근사하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오는 세상 같아.’


게임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신선하고도 경이로운 느낌.

시원한 바람은 그분 좋게 그의 몸을 휘감고 지나갔으며, 그 안에 담겨 있는 향긋한 꽃 내음은 평안한 기분을 안겨주고 있었다.

여전히 오리무중인 이 세계에 대한 걱정을 아주 잠시나마 잊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머리도 식힐 겸 나와본 건데, 역시 오길 잘한 것 같아.’


그때 갑자기 크로우의 그림자가 꿈틀거리더니 그곳에서 검은 갑주를 입은 암흑기사. 아샤트리아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응? 무슨 일이지?”


“누군가가 재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크로우님”


“아..그건 아마도..”


아샤트리아가 경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였으나, 크로우는 이에 대해서 평온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맘때쯤. 이곳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대충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시 후, 저 멀리에 위치한 수풀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더니. 마치 쏘아진 화살과 같이 수면 위를 가로지르며 이쪽을 향해 날아왔다.

잔잔했던 수면 위에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오는 그것.


그것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인지한 순간 아샤트리아는 방어 태세를 풀면서 살짝 뒤쪽으로 몸을 피하였다


“탁!”


날아올 때의 맹렬한 기세와는 달리. 깔끔한 소리를 내면서 착지하는 그것.

그자의 모습을 보며 크로우는 기대감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였다.


“어서 오렴 자미엘.”


“명령한대로 다녀왔습니다. 크로우님”


*


“.. 그.. 그게 정말이니?”


“네, 조사한 대로라면 일단은 그렇습니다.”


“..으음···”


조금 난감하다는 듯한 어투로 말하는 자미엘.

이에 크로우는 그래도 아직 속단은 이르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일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은 수고했다. 그리고 부탁해 두었던 좌표는?”


“물론 잘 설치해 두었습니다.”


“그래.. 고생했구나. 생각보다 빠르게 일을 처리해 줘서 정말 고맙다 자미엘. ”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장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크로우.

이에 자미엘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성가시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겨우 이런 일 가지고 무슨.. 사소한 것을 가지고 일일이 고마워 하실 필요 없습니다.”


“후후훗.”


약간 툴툴거리면서도 미묘하게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모습을 보며 크로우는 가볍게 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일을 끝마쳤으니 전 그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나중에 또 뵙지요.”


“그래, 수고했다.”


크로우의 말에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담장 안쪽으로 들어가는 자미엘.

그녀가 떠나간 것을 확인한 뒤, 크로우는 곧바로 마법을 발동시켰다.

본래라면 집무실 안에서 조금 더 여유를 두고 관찰할 생각이었지만, 방금 전 자미엘의 보고로 인해 예정이 조금 바뀌었다.


-“데몬 아이”-


자미엘에게 마을을 발견하면 그 주변에 설치하라고 주었던 물건.

지역의 좌표를 표시해주는 그것을 기준으로 마법을 사용하자 그의 앞에 작은 거울을 연상시키는 물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법 물품으로 좌표를 표시해 둔 장소의 주변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마법.

이에 그의 눈에 자미엘이 발견한 마을.. 아니 도시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경은 대략 중세 유럽풍의 도시. 딱 판타지에 어울릴 법한 느낌이었다.


규모는 상당히 컸으며, 사람들의 복장이나 도시 내의 시설들로 보아 일단 절대로 현대가 아닌 것 만은 확실했다.


‘다들 중세 시대 복장 같은 걸 입고 있어. 양복 같은 건 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실망하는 크로우.

사실 그도 내심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기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약한 희망마저 깨져버렸다는 사실은 상당히 아쉬웠다.


그렇게 확증이라는 이름의 씁쓸함을 느끼며 대략적인 마을 탐색을 끝낸 크로우는 자미엘이 보고했던 곳으로 시야를 이동시켰다.


크로우의 눈에 보이는 것은 무기를 든 수많은 인간들이 치열한 혈전을 벌이고 있는 장면.


그리고 그 모습은 크로우가 보아왔던 영화나 게임에서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인간들이 서로를 향해 거침없이 무기를 휘두른다.

그것은 영화에서처럼 화려하지도 게임에서처럼 스릴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존재를 향해 무언가에 홀린 듯 살의를 배출하고 거칠고 야만스럽게 무기를 꽂아 넣는다.

그렇게 분수처럼 피를 뿜어대며 쓰러지는 적의 몸을 다시 한번 검을 내리 찍고, 다시금 앞에 있는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 과정에서 검에 배인 적은 피가 튀고 내장이 쏟아지며 뇌수가 흘러나온다.


바위에 깔린 이들은 다리가 으깨진 채, 처참한 비명을 내지르고 있으며.

화살에 맞은 이는 피를 토하며 죽어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게 된 한치의 여과도 없는 생생한 살육의 현장.


이 모습을 보면서 크로우는 문득 놀라움과 두려움, 그리고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사람이 실시간으로 죽어나가는 상황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 속에 떠오른 놀라움과 두려움은 바로 자기 자신.

대마법사 크로우 인비저블이라는 존재에 대한 것이었다.


‘뭐야 이게.. 어째서.. 난 이런걸 멀쩡하게 보고 있는 거지?’


살아있는 존재가, 그것도 인간이 눈 앞에서 저렇게 처참하게 죽어나간다면 이에 자연스럽게 연민과 불쾌함 이라는 감정이 들기 마련이다. 그것이 자신과 관련이 있건 없건 상관 없이.


특히 한요셉과 같이 바퀴벌레 조차 꺼려하는 소심하고 평범한 일반인 이라면 아마 시선을 돌리고 토악질을 해댔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크로우는 이 장면을 보면서도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무자비한 학살자로 알려져 있을지언정, 현실 에서는 벌레 한 마리 잘 잡지 못하는 그가 단순히 불쾌함 정도가 아닌, 진작 고개를 돌렸어야 했을 이 상황을 아주 냉정하게 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이미 이런 장면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는 것 같이..

그 사실을 인지한 그 순간, 크로우의 머리 속에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설마.. 단순히 체력이나 마법 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성향 까지도 변해버린 건가?’


대마법사 크로우.

학살자라 불릴 정도로 수많은 유저들과 몬스터들에게 죽음을 안겨주었던 존재.

그리고 지금 본래 한요셉이 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던 그는 바로 그 크로우라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인간과 몬스터를 가리지 않고 게임 속에서 레벨 업을 위해 수백만, 수천만의 생명들을 거리낌 없이 참살했던. 학살이라는 행위에 대해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해져 있는 레벨 680의 대마법사.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감각이야 어찌 되었든 지금 이곳은 게임이 아닌 명확한 현실이었다.

살아 숨쉬는 생명들이 존재하는 현실.


그러나 지금 그는 이 현실에서, 게임 속에서 레벨 업을 하기 위해 몬스터를 쓸어버렸던 것과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죽음을 똑같은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너무나도 무미건조하고도 자연스럽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크로우는 스스로의 상태에 대해 기묘하면서도 두려운 기분을 느끼며 슬쩍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때부터 조금 위화감이 들긴 했지만.. 역시 난 이미 내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건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4 눈물의 여왕 20.07.27 558 14 12쪽
33 눈물의 여왕 +2 20.07.26 580 12 13쪽
32 눈물의 여왕 20.07.25 608 16 12쪽
31 눈물의 여왕 20.07.24 612 14 13쪽
30 눈물의 여왕 20.07.23 642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4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10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6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3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3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2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6 3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