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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32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13 08:07
조회
767
추천
13
글자
18쪽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DUMMY

생각지도 못한 뜬금 없는 권유.

이에 프리그는 눈 앞에 있는 소녀를 보며 의문에 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법···.사?”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악마의 힘을 사용하여 기괴한 일들을 일으킨다는 사악한 존재들.

직접 보거나 한 적은 없었으며 실제로 그런 것들이 있는지 조차 프리그는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눈 앞에 있는 이 특이한 소녀는 그 마법사가 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팔 다리만 없는 줄 알았는데.. 설마 머리 쪽도 문제가 있는 사람인 건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과 함께 프리그는 어이없다는 의미가 담긴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말하였다.


“하하..재미는.. 없네요 그런 이야기. 마법사라니. 양초나 팔고 있는 제가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해에.. 하지만 내가보기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적어도 어설프게 양초 값 가지고 사기치는 것 보다는 잘 할걸?”


“!...”


그 순간, 프리그의 얼굴이 빳빳하게 굳어졌지만, 소녀는 그녀의 반응은 신경 쓰지 않은 채, 품 속에서 양초를 꺼내 이를 프리그의 눈 앞에서 흔들어 보였고.. 이에 프리그의 눈은 곧바로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단순한 행동이었다.

그녀가 항상 가지고 다녔으며 지금도 바구니 안에 가득 담아 있는 냄새 나는 싸구려 양초

그것을 그녀의 눈 앞에서 흔드는 행위는 프리그도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를 본 프리그는 돌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사로잡혔다.


그녀가 이를 했다면 아무것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었지만. 팔도 없는 소녀가 양초를 흔들고 있는 장면은..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들린 것 같이 허공에서 까딱거리고 있는 양초를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은.

프리그로 하여금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상식이라는 것을 완벽하게 깨부수도록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놀랄 것 없어. 너도 수련하면 이 정도는 간단하게 할 수 있을걸? 이 도시에 차고 넘치는 쓸모 없는 인간들과는 달리 너에게는 재능이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허공에서 흔들고 있던 양초에서 힘을 풀었고, 이에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려는 양초를 프리그는 아슬아슬하게 붙잡았다.


그렇게 그녀의 손으로 되돌아온 양초.

하지만, 이를 보고 있는 프리그의 마음상태는 방금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 그 말 정말인가요? 저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재능이 있다는 말..”


“응, 지금이야 그냥 평범한 인간들하고 다를 바가 없지만. 재능을 일깨워 준다면 지금의 너는 꿈도 꾸지 못할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 거야.”


“재능.. 나에게..남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소녀의 말에, 프리그의 눈에는 방금 전과는 다른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스스로가 마법사 라는 여전히 명확히 와 닿지 않는 무언가로 인해서는 아니었다.


‘특별해.. 내가.. 언니하고는 다른.. 언니는 가지지 못한 그런 것이 나에게..’


예쁜 얼굴과 세상 물정에 무른 물렁한 성격. 자매임에도 프리그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지니고 태어난 언니는 이를 통해 행복을 누려왔고, 그 결과 동생인 그녀에게 계속해서 박탈감과 아픔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눈 앞에서 신기한 힘을 보여준 소녀는 처음으로 자신에게 특별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그것 만으로도 프리그의 마음 속에는 오랜 시간 느껴본 적이 없는 순수한 기쁨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하.. 할게요. 그 마법사 라는 거. 정확하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번 해 볼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프리그가 말하였고, 이에 소녀는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해가 중천에 채 오르지도 않은 시간.

평소 한창 양초를 팔고 있어야 할 이때에 집으로 돌아가는 프리그의 발걸음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벼웠다.

과거에는 지옥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곳을 향해 발을 질질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마치 꽃 길을 걸어가는 것 같은 기분.


그 팔다리가 없는 소녀와는 이틀 후 그곳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으며, 그때까지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해두라는 당부를 받았다.


그녀를 따라간 뒤에 어떤 삶이 있을지 프리그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으며, 그 마법사라는 것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추위에 떨며 싸구려 양초를 팔아 하루하루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지금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프리그의 마음 속에는 앞으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삶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프리그를 결정적으로 기쁘게 만드는 것이 한가지 더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저런 난폭한 아저씨와 재수없는 언니를 보지 않아도 돼. 내가 가진 특별한 재능으로..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지금껏 자신들끼리만 행복을 공유하며 살아온 꼴도 보기 싫은 두 사람의 곁에서 떠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프리그가 그 소녀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후련한 기분을 느끼며 프리그가 소녀에게서 받은 은화 하나를 손에 쥐고 집안으로 들어간 그때였다.


“콜록! 콜록!..”


“···”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에는, 익숙한 사람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있었다.


프리그가 너무나도 싫어하고 있는 언니, 프레이아.

그녀는 감기가 든 것인지 몸을 떨면서 기침을 하고 있었다.

이불조차 덮지 않은 채 맨 바닥에 쓰러져 앓고 있는 그녀의 모습.

그녀를 예뻐해 주던 주인 아저씨는 진작에 주점에 갔는지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도 술에 찌들어 사는 인간이긴 했지만, 아픈 사람을 두고 간 그 인간의 행동에 프리그는 자동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족속들 이라니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가려는 프리그.


그러나..채 몇 발자국 가기도 전에 그녀는 그대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이제 이틀 뒤면 다시 볼 사이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프리그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언니를 보면서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빨간 두건을 쓰고 놀러 다니기 전까지는 그녀를 챙겨주던 유일한 가족이었던 언니였다.

여전히 꼴 보기도 싫지만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에 그 동안의 보답을 해주는 셈 치고, 프리그는 쓰러져 있는 그녀의 언니를 조심스럽게 끌어다가 난로 옆에 있는 침대 위에 뉘어 놓았다.


“이제는 나도 없을 테니까.. 아저씨랑 둘이서 행복하게 잘 살라고.”


그렇게 이불을 덮어준 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언니의 이마에 물로 적신 수건을 얹어준 뒤 프리그는 천천히 자신의 방으로 향하려 하였다.


그 순간, 문득 프리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한가지 있었다.


“저건..”


한 순간 방으로 가려던 프리그의 눈을 사로잡은 그것.

그녀가 언제나 부러워했던 빨간 두건과 깨끗하고 예쁜 의복


언니와 자신을 구분 짓는 상징으로 여겨져 왔던 부러움의 대상.

한쪽에 곱게 개어놓은 그것을 보면서 프리그는 지금까지 늘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욕망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어차피 이제 곧 이곳을 떠나는 마당에..’


평소라면 난폭한 주인 아저씨에 대한 공포로 하지 못했을 행동.

그러나. 지금 프리그 에게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비록 내가 언니같이 예쁘게 생기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떨리는 손으로 낡고 해진 옷을 벗고 언제나 동경하던 예쁜 옷으로 갈아입은 프리그.

마지막으로 머리에 붉은 두건을 쓴 그녀는 대아에 담긴 물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뭐야.. 이렇게 보니까 나도 언니랑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지도 않잖아..’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적어도 프리그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은 아름다운 모습.


그렇게 한층 기분이 올라간 그녀는 그대로 집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허름한 옷을 입고 양초를 팔러 갈 때와는 전혀 다른 신선하기 짝이 없는 느낌.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며 프리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도시의 중심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


“뭐야 너.. 어딜 가는 거야?”


“?”


갑자기 그녀의 뒤쪽에서 들린 목소리.

이에 프리그는 약간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그대로 갈 길을 가려 했으나 곧바로 뒤에서 다시금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너. 빨간 두건. 이상한 데로 가지 말고 이쪽으로 와.”


“네?.. 저.. 말인가요?”


자신을 지목하는 것 같은 그의 말에 프리그는 뒤를 돌아 보았다.


그곳에는 처음 보는 단정한 복장을 한 남성이 커다란 마차 옆에 서 있었다.

차가운 인상을 주면서 마치 뱀과 같은 모습을 연상시키는 그는 정확하게 프리그를 바라보면서 그녀에게 다가왔다.


“약속 시간보다 한참 늦었잖아. 지금까지 이런 적이 없다고 들었는데 역시 아래 놈들은 믿을게 못된 다니까.”


툴툴거리면서 이야기하는 남성. 이에 프리그는 상황이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는 것을 느꼈지만. 일단 그것에 대해서 뭐라 말을 하지는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언니는 이 옷을 입고서 항상 어딘가는 놀라갔다 오곤 했지? 설마 이건 그거랑 연관되어 있는 건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대략적인 추측을 하면서 프리그는 호기심과 약간의 기대가 들기 시작했다.


‘잘 되었어, 기왕 이렇게 된 거 그 언니 대신 조금 놀다가 와야지.’


어차피 옷도 바꿔 입었겠다. 이제 와서 자신이 아니라 이야기 해 봤자 오히려 주인 아저씨엑 걸려서 혼날 것이 뻔하기에, 프리그는 짐짓 모르는 척 그 남성에게 다가가 말하였다.


“죄송합니다.. 아침에 몸이 조금 안 좋아서. 하지만 이제는 괜찮습니다.”


“쳇··· 아무튼 빨리 가자. 시간도 별로 없으니. 너랑 이야기할 시간에 서두르는 게 낫지.”


그 말과 함께 남성은 그대로 마차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고, 이에 프리그는 조심스럽게 그의 뒤를 따라 마차에 올라 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타보는 마차.

이에 프리그는 마치 자신이 이야기 속의 공주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다소 곳 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서 쓸 대 없이 이런 감정을 내색했다간 들통날 위험이 있는 만큼, 지금은 그저 모른 척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 현명하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게 마차 안에서 조심스럽게 어쩐지 두껍게 쳐있는 커튼 밖을 내다보는 프리그

평소 양초를 팔면서 돌아다녔던 차가운 길들은 이렇게 보니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니는 이런걸 항상 타고 다녔던 거구나.. 칫.. 그러면서 오늘은 또 아프기나 하고. 맨날 얼음 장 속에서 돌아다니는 나도 멀쩡한데 그 언니는 왜 그렇게 허약한 거야?’


속으로 언니를 까면서 창 밖의 풍경을 하나 하나 담아두는 프리그.

그렇게 슬슬 익숙하지 않은 곳에 왔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 마차가 멈추어 섰고 문이 열렸다.


“따라와.”


“네.”


남성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마차에서 내리는 프리그.

그녀의 눈앞에는 한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근사한 저택이 있었다.


프리그가 지금 살고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집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궁궐과 같은 장소.

이에 프리그의 눈빛은 한층 더 반짝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그녀는 앞서 나아가는 남성의 뒤를 서둘러 따라갔다.


‘근사하다.. 대체 여기는 어떤 사람이 살고 있는 거지?’


멋지게 장식되어 있는 정원을 지나 복도를 걸으면서 프리그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멋진 왕자님이나 아름다운 공주님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아울러, 자신이 고생하고 있을 때 이런 근사한 장소에 와 있는 언니에 대한 질투심이 한층 더 커지는 것은 덤이었다.


그렇게 갈수록 이 앞에는 또 어떤 근사한 것이 있을까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리며 남자의 뒤를 따라가는 프리그.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남자가 멈추어 섰고, 프리그 역시 그의 뒤를 따라 제자리에 섰다.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커다란 문.

금과 은으로 장식되어 있는 마치 예술 작품과 같은 그 문 앞에서 남성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며 말하였다.


“왔습니다 주인님.”


“들여보내라.”


남자의 말에 방 안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

그 직후 천천히 방문이 열렸고, 남자는 프리그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들어가라. 공연히 소란 피우지 말고, 성심껏 그분을 위해 일하도록.”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일단은 대답 하면서 프리그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호화로운 느낌이 들면서 두꺼운 커튼으로 인해 어둠이 내려있는 방안.

여기에 프리그가 들어감과 동시에 방문이 닫히면서 그녀는 방금 전까지 들떠 있던 감정이 가라앉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건 그렇고.. 대체 무슨 일을 한다는 거지? 이렇게 예쁜 옷을 입고 청소를 같은걸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게 프리그의 머리 속에 지금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던 의문이 천천히 피어 오르던 그때였다.


“조금 늦었군.”


“!...”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프리그는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서너 명의 늙은 남성들.

그들은 하나 같이 호화로운 의복을 입고 있었으나, 얼굴은 주름살과 종기로 가득한 모습으로 프리그가 보기에도 결코 좋다 말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아.. 안녕··· 하세요.”


이에,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하는 프리그.

그러나 그런 프리그의 인사에는 대답하지 않은 채, 그들 중에서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 있는 늙은 남성은 주변에 있는 이들을 향해 말하였다.


“자 그럼.. 오늘도 물건이 왔으니 슬슬 시작 하도록 하지. 모두들 준비를 하도록.”


“!”


다음 순간, 프리그는 뒤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손에 어깨를 붙잡혔다.

단단하면서도 억샌, 프리그의 힘으로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거친 손길.


“자.. 잠시만요.. 대체 이게 무슨···”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목소리를 내는 프리그.

그러나, 그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은 듯. 그 손길은 그대로 거침 없이 움직이며 프리그의 옷을 풀어 해치기 시작했다


“그.. 그만.. 이런 거··· 제발 그만!”


입고 있던 예쁜 옷이 억지로 벗겨지면서 프리그의 맨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 젊은 아이들은 참 피부가 곱단 말이지..”


“우리 같은 늙은이 들과는 다르게 말이야.. 이 젊음을 가져올 수만 있다면..”


그 말과 함께 말라 비틀어지고 곪아 터진 손을 뻗으며 프리그에게 다가오는 노인들.

어느새 그들은 입고 있던 호화로운 의복을 벗어 던진 채 종기와 고름으로 가득한 쭈글쭈글한 알몸을 내보이고 있었다.


“시.. 싫어..”


마치 괴물과 같은 흉측한 몰골로 그녀를 행해 다가오는 이들.

이에 프리그는 본능적으로 이 뒤에 무언가 끔찍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한번도 경험해 본적은 없었지만 그녀가 지니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길 것 같다는 느낌

그렇게 마음을 부숴 버릴 것 같은 공포 속에서 그녀는 어떻게든 자신을 묶고 있는 이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이 저주스러운 손길은 그녀를 단단히 붙잡은 채 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기기 시작했고, 마침내 프리그는 머리에 쓴 빨간 두건만을 남겨둔 채 완전히 알몸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된 그녀의 몸을 더듬기 시작하는 노인들.


동시에 끔직하고 역겨운 감각이 프리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몸이 조금 굳어 있군.. 미리 미리 따뜻하게 데워놓으라 했거늘 한심한 녀석들이 실수를 한 건가?”


“그래도 어제 가져왔던 물건보다는 상태가 좋으니.. 넘어가도록 하지..”


“그건 이제 더 이상 못 쓸 지경이었으니까..”


끔찍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노인들은 프리그의 몸을 만지고 움켜쥐며 혀로 핥았다.


마치 지옥의 밑바닥에 굴러 떨어진 것 같은 느낌.


지금까지 추위에 떨며 양초를 팔던 그 시절이 천국이라 느껴질 법한 괴로움 속에서 프리그는 눈물을 쏟으며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싫어! 싫어! 이런 거 싫어! 살려줘! 살려줘 언니!”


아무리 도움을 청해도 끝나지 않는 지옥과 같은 고통.

그렇게 절규 속에서 프리그는 짙은 어둠 속으로 가라 앉는 것 같은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잔혹하기 짝이 없는 지옥의 밑바닥

그 때.. 절망 속에서 발버둥 치던 프리그의 발치에 무언가가 닿는 것이 느껴졌다.


“!”


양초.


아마 여기까지 오면서 습관대로 주머니에 넣어 온 듯싶었다.


그리고, 이를 본 순간 프리그의 머리 속에 그 소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난.. 특별한 존재야.’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그 막연한 해동에 온 기대를 거는 것 외엔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프리그는 바닥에 떨어진 양초를 향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자동적으로 머리속에 그려지는 한가지 일을 떠올리면서


‘제발.. 딱 한번만 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평범한 경우라면 무의미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다.

이는 프리그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절박하면서도 처절하기 까지 한 감정이 불러온 결과는 절대로 무의미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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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눈물의 여왕 +2 20.07.26 579 12 13쪽
32 눈물의 여왕 20.07.25 608 16 12쪽
31 눈물의 여왕 20.07.24 611 14 13쪽
30 눈물의 여왕 20.07.23 641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4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3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09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5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7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2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4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0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2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1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6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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