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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38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5 08:34
조회
1,154
추천
24
글자
10쪽

브레멘 학살대

DUMMY

눈 앞에서 쓰러져 가는 인간들.

그가 언월도를 휘두를 때마다 사방에선 피와 살점이 튀었으며, 이에 그는 피치 못하게 이를 뒤집어 쓰는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돌아가면 확실하게 샤워를 해야겠어.’


이것이 수십 수 백 명의 생명을 거두어 가면서 그가 생각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그에겐 인간의 목숨을 거두었다는 사실에 대한 연민이나 고뇌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그리고 아까 전 마법을 사용했을 때와 같이..

학살자 크로우 인비져블은 무난하고도 약간 지루한 심정으로 눈 앞에 있는 생명을 거두면서 앞으로의 일을 천천히 생각해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 있는 이것들을 정리하고 나면 아이템을 줍는··· 건 지금은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우선은 어떻게든 식량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 이 인간들을 적당히 상대하다 협상을 맺거나.. 혹은 아직 마을 주민들이 제법 살아있는 것 같으니까 이 일을 빌미로 해서 적당히 타협을 볼 수 있으면..’


게임 내에서 NPC 상인들에게 퀘스트의 대가로 식량을 요구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크로우는 마치 경험치 노가다와 같은 약간의 지루함 속에서 ‘파밍’을 계속해 나갔다.


“내가 상대할 것이다! 각오해라 이 사악한 악마 녀석!”


그때, 병사들 중에서 유난히 덩치가 큰 남성의 모습이 보였다.

양 손에 거대한 도끼를 든 채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남성.

상당한 박력을 뿜어내는 것이 다른 사람들하고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면서 크로우는 살짝 두 눈을 빛내었다.


‘오, 정예 몬스터 인가?”


게임 미니맵에서 별 모양으로 표시되는 몬스터를 떠올리며 크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흥분하기 시작했다.

이에 별 생각 없이 그 남자를 향해서 언월도에 마력을 담아 온 힘을 다해 언월도를 휘두르는 크로우.


“<응축>!”


그러자..


“쾅!”


다음 순간 이어진 장면에 크로우는 냉수는 얻어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자신도 모르게 진심을 담아서 휘두른 일격.

지금까지 쓰지 않고 있던 버프와 마력을 가득 담아서 언월도를 휘두른 결과는 그가 생각한 것을 아득하게 능가해 버리고 말았다.


3548

그가 무기를 휘두른 결과 발생한 사망자의 숫자였다.


‘이거.. 이렇게 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마치 거대한 괴물의 발톱이 도시 한복판을 할퀴고 지나간 것 같은 끔직한 위력.

이 일격으로 더 이상 크로우의 눈 앞에 살아있는 이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기세 등등하게 도끼를 들고 오던 이는 물론이고 가장 후방에서 점점 얼굴이 굳어져 가고 있던 대장으로 보이는 인간도.


남아 있는 것은 평등하게 고깃덩이가 되어버린 잔해들뿐이었으며, 그 가운데엔 피갑칠을 한 채 서 있는 크로우만이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진심 어린 일격이 불러온 예기치 못한 결과.

이에 크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만약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을 것이다.

지금 이곳이 전쟁터이며 눈 앞에 있는 이들이 전부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었다 해도.

살아있는 무수한 사람들을 한 순간에 지워버린 실수에 대해서 후회했을 것이다.


그리고 크로우는 방금 전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생명을 멸절시킨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협상의 여지 같은 것도 없이 한방에 상황을 종료시켜버리는 것은.. 하아.. 어쩌면 이 인간들을 잘 구슬려서 이득을 얻을 수 있었을 지도 몰랐는데 말이지.’


이 상황에서 태연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는 크로우.

지금의 그에겐 그것이 자연스러우며 당연한 일이라 여겨지고 있었다..


그 사실에 대해서 마음 한구석에 약간의 위화감은 존재하였다.

감각과 별개로 자신이 이런 식으로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한요셉 으로서의 기준에 따른 위화감이.


하지만, 이내 그런 감각은 갑작스럽게 아샤트리아의 연락이 옴과 동시에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수고했다. 다친 곳은 없니?..”


임무를 무사히 마쳤다는 아샤트리아의 보고에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는 크로우

마치 귀가하는 딸에게 전화를 거는 아빠와 같이 그는 애정을 듬뿍 담아 아샤트리아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이에 대해서, 아샤트리아는 줄곧 무덤덤한 목소리로 답변했지만. 크로우의 귀에는 그것마저 기분 좋게 들려왔다.


“그래, 알았다. 바로 가도록 하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크로우는 곧바로 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열심히 일을 끝내준 딸아이의 요청을 들어주기 위해서.

그의 앞에 남겨둔 피와 살점의 바다에 대해선 일말의 관심도 남겨두지 않은 채로.


그때. 몇 걸음을 채 가지 않아서 가볍기 그지 없던 그의 발걸음이 갑자기 정지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크로우는 자신도 모르게 살짝 인상을 찌푸린 채 정면을 바라보게 되었다.


‘으음.. 이제부터 이건 어떻게 한다..’


*


브레멘의 서쪽에 위치한 성. 올덴부르크

그곳에 처참한 몰골로 돌아온 한 무리의 병사들을 보며, 주민들과 영주는 당혹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대.. 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브레멘은.. 브레멘은 어떻게 되었지?”


인근 영주들이 총 연합하여 진행한 브레멘 공략.

악마를 처치한다는 그럴듯한 구실과, 도저히 질 수 없는 압도적인 병력을 동원하여 진행된 이번 공략에 대해서 영주를 비롯한 이들은 완벽한 승전보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나팔을 울리며 귀환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병사들은 대다수가 돌아오지 못한 채, 극소수의 몇 명 만이 끔찍한 몰골을 한 채 그의 앞에 엎어져 있었다.


간신히 목숨만 건져서 돌아온 병사들. 그들은 지옥에서 기어 나온 것만 같은 얼굴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괴.. 괴물.. 브레멘이 무시무시한 괴물들이 나타났어!“


“괴···괴물?”


“악마인가? 설마 그 영주의 아들이라는 녀석이..”


영주들이 퍼뜨렸던 헛소문을 들은 이들이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하였으며, 이에 대해서 영주는 속으로 그럴 리가 없다 생각하였다.


애초에 악마니 뭐니 하는 것은 전쟁의 구실과 병사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 꾸며낸 이야기.

그런 악마의 힘 같은 것이 정말로 있었다면 애초에 전쟁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주의 생각과는 달리 병사들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괴로움에 차 말하였다.


“아.. 아마 맞을 거야.. 악마가..녀석이 부리는 괴물들이 나타나 우리 편 병사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어!”


“그.. 그럴 리가 없다! 그런 힘을 가진 악마라니 네놈들이 잘못 본 것이 아니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영주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러나,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악을 쓰듯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귀신이 수 백에 달하는 병사들의 원혼을 거두어 갔다고요!”


“나.. 나도 봤어.. 내 앞에서 멀쩡히 달려가던 뮐러가 갑자기 쓰러져서 죽어버리는 걸..”


이를 시작으로 구체적인 증언을 쏟아내기 시작하는 병사들.

그들은 각자 자신이 보았던, 브레멘 에서의 악몽과 같았던 장면들을 공포에 떨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거.. 거대한 창을 든 하얀 괴물이 사람들을 무참히 도륙했다.. 그 녀석에게 베인 사람들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신음 하다가 절망 속에서 죽어갔지.. 나.. 나도 하마터면 죽을 뻔 했지만 다행이 이렇게 손가락 두 개를 잃는 선에서 끝났어..”


“검은 기사··· 그 녀석이 성으로 들어가려던 내 동료들은 다 죽여 버렸어.. 어.. 어째서 인지.. 목을 베어도 피가 많이 흘러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녀석은 사람의 피를 마시는 괴물이라 그럴 거야.아.. 아무튼 그렇게 성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결국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어.. 아마 지금쯤. 그 괴물은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뜯어 먹고 있겠지.”


“나.. 난 봤어.. 거대한 악마의 발톱이 도시를 할퀴고 지나가는 걸··· 한 순간 빛 같은 게 번쩍 하더니 그대로 내 부하들이.. 으으···으아아아아악!!! 그.. 그만.. 이.. 이제 그만 말하게 해줘.. ”


그때의 장면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비명을 지르며 발광하기까지 하는 사람들.

이에 몇몇 사람들은 피치 못하게 다른 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그곳을 떠날 수 밖에 없었고.

그 중에서 조금이나마 담력이 강한 자들 조차도 공포에 몸을 떨며 정말로 어렵게 어렵게 자신이 보았건 살육의 현장에 대한 이야기를 토해내었다.


그들의 이야기 중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무엇이 거짓인지.

이 말을 들은 이들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각자의 증언도 달랐으며, 그들이 쏟아내는 믿을 수 없는 증언들의 실체는 도저히 그들의 머리 속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 한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브레맨에는 끔직한 살육을 벌이는 학살자들이 존재한다는 것.

동시에 피에 굶주린 그 존재들을 함부로 건드렸다간, 누구든 지옥의 고통 속에서 죽어갈 것이라는 것


으레 사람이 공포에 질리면 평범한 상황이라도 이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극도의 과장이 덧붙여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브레멘에 의해서 영주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대군이 몰살당했다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런 명확한 사실과, 병사들의 공포로 얼룩진 이야기를 토대로 브레멘에서 있었던 괴물의 학살극에 대한 이야기는 빠르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를 들은 자들의 마음 속에 진한 공포의 씨앗을 심어놓았다.


브레멘의 학살자 에 대한 끔직하기 짝이 없는 공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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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3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09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5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7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2 24 16쪽
»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0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2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1 3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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