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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60,668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4 13:13
조회
1,197
추천
23
글자
11쪽

브레멘 학살대

DUMMY

성 안에 울려 퍼지는 처참한 비명소리.

화려했던 복도에는 시체들이 즐비하였으며, 맑은 물이 뿜어져 나오던 분수에는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을 말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만드는 모습.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온 몸을 갑옷으로 감싼 한 무리의 병사들이 있었다.


“한 놈도 남김없이 모조리 베어버려라! 악마의 하인들 따위 살려둘 가치조차 없다!”


무리의 선두에 선 자의 명령에 병사들은 무모한 저항을 하는 자들과 자비를 구하는 이들을 가리지 않고 눈 앞에 있는 살아있는 이들을 모조리 배어 넘겼다.


“죽여라!”


“신의 뜻에 따라!”


끝없이 울려 퍼지는 지휘관의 명령과 어느 순간 그들의 정신을 옭아맨 광기에 휘말린 채 성을 피로 물들여가는 병사들.

그렇게 무수한 생명을 끝장낸 그들이 도착한 곳은 이 성의 가장 높은 첨탑이었다.


“쾅!”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방문을 부수는 병사들, 그와 동시에 피 묻은 검을 들고 선두에 선 무리가 안으로 진입했다.


“이제 다 끝났다. 순순히 죽음을 맞이해라 이 사악한 악마야.”


피에 젖은 끔찍한 미소를 지은 채 검을 겨누는 지휘관.

그의 바로 앞에는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한 소년이 있었다.


나이는 1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나이에 화려한 의복을 입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높은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악마라니! 죄 없는 사람들을 그렇게 무참히 죽여 놓은 너희들이 나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생각하느냐!”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야 할 말을 하는 소년.

그러나, 그런 소년의 모습을 보며 지휘관 남성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훗! 사악한 힘을 다루는 악마 주제에 큰소리를 치다니. 뭐, 상관 없다. 어차피 네놈의 목숨은 여기서 끝이니까. 이 녀석처럼 말이지.”


그 말과 함께 품 속에 있던 무언가를 꺼내 바닥에 던지는 지휘관.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소년의 얼굴은 극도의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네..네놈이.. 네.. 네 녀석들이 감히..”


소년의 눈 앞에 있는 것은 한 남성의 머리였다.

소년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이 땅을 다스리는 영주이자 소년의 아버지였던 사람의 머리.


“이 땅의 영주라는 녀석이 사실은 악마의 아버지였다니.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뭐, 하지만 이렇게 내 직접 악을 낳은 근원을 처치했으니 이제는 안심해도 되겠지.”


충격에 빠져있는 소년을 보며 지휘관이 비웃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이어서 그는 소년을 향해 겨누고 있던 검을 들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럼 잘 가라! 이 더러운 악마야!”


“아..아···”


아버지의 죽음과 자신의 눈앞에서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지옥의 입구.

그 절망적인 현실에 소년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저 그를 향해서 떨어지는 피 묻은 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컥!”


다음 순간, 검을 들고 있던 지휘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승리의 미소가 담겨 있던 그의 얼굴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유발한 경악의 감정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지휘관 한 사람 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털석!”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과 같이 그대로 바닥에 줄줄이 쓰러지는 병사들.

그와 동시에 그들의 머리 역시 마치 나무토막 위에 올려두었던 돌맹이 같이 바닥에 떨어졌다.


“뭐.. 뭐야..이건 대체..”


갑작스러운 병사들의 때 죽음에 멍한 표정을 짓은 소년.

바닥은 머리와 목이 분리된 이들의 시체가 굴러다녔으며, 그곳에선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 조용히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붉은 잉크를 쏟은 듯 붉은 액체로 뒤덮이는 방바닥.

동시에 느껴지는 역한 피 냄새에 소년은 살짝 눈을 찡그렸다.


그때, 그의 눈에 방금 전까지 보지 못했던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른 병사들과 같이 온 몸을 갑주로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뿜어대고 있는 느낌은 자신의 목숨을 위협했던 이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검은 갑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그 존재에게선, 소년이 지금까지 느껴본 적이 없는, 범접할 수 없는 강인함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렇게 소년이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그 검은 갑주의 전사를 바라보고 있던 그때. 그 전사 역시 이쪽을 발견한 듯 천천히 소년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구.. 구해 주셔서.. 고맙.. 습니다.”


“···”


떨리는 목소리로 일단 감사를 표하는 소년.

그러나 그 검은 갑주를 입은 전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소년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얼굴마저 완전히 투구로 감싸고 있어 명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소년은 얼핏 전사의 시선에서 자신을 신기한 뭔가로 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무거운 침묵이 소년과 전사 사이에 유지되고 있던 그때.

갑자기 전사가 소년에게서 시선을 돌리더니 천천히 손을 자신의 귓가에 갔다 대었다.


“네, 이쪽 상황은 정리 되었습니다. 그런데 크로우님. 실례지만 이쪽으로 직접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갑주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그러나 그것은 소년이 예상했던 것 같이 강인한 남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마치 악기를 연주하는 것만 같은 아름답기 그지없는 여성의 목소리.

이에 소년은 이 전사가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서 이어진 그의 말을 듣지 못하였다.


“상당히 특이한 존재를 발견했습니다. 크로우님깨서 직접 살펴주시는 것이 좋을 것이라 사려되옵니다.”


*


제2군을 이끌고 있는 대장 알폰소 백작.

목표로 했던 성의 점령을 앞에 두고 있던 그는 예상치 못한 사고에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제길.. 여기까지 와서 대체 이게 무슨..”


알폰소가 답답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이미 적들의 병력은 거의 전멸 당하였으며, 남아있는 자들도 지휘관을 잃고 부상까지 당한 오합지졸일 뿐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들려온 보고.

선발대가 그 악마의 능력에 당했다는 소식을 받으면서 알폰소는 부장들의 견해에 따라 일단 군을 뒤로 후퇴시킨 뒤, 재정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망할.. 이렇게 되면 성을 차지하는 공적을 1군에게 빼앗겨 버리지 않는가! 하필이면 왜 그 망할 악마가 우리 쪽으로 능력을 사용한 것이냔 말이다!;


속으로 이 불행에 화를 내면서 어떻게든 서둘러 공격태세를 갖추기 위해 애쓰는 알폰소.

다행히 생각보다 부대의 정비를 신속하게 마무리 되었으며, 지금이라도 잘 하면 늦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알폰소의 머리 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백작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 즉시 진격을 개시한다! 그 악마의 목을 따는 것은 반드시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백작님, 전군 진격하라!”


부장의 명령에 따라 다시금 진군을 시작하는 병사들.

상업 도시인 이곳의 대로를 가득 매운 채 수천의 병사들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미 이전의 공격으로 적들은 더 이상 반격할 힘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

만약 그 악마의 능력이 다시 사용된다면 제법 피해가 발생할지도 모르지만, 중구 난방으로 진격하던 그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진영을 재정비 한 만큼 그 정도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뭐냐 저 자는?”


그때, 알폰소 백작과 부하들의 눈에 단 한 명의 전사가 나타났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모조리 백색 갑옷으로 덮고 있는 그자는 창과 같은 무기를 든 채 홀로 도로 한복판에 서있는 중이었다.


“아직도 남아있는 녀석이 있었나? 해치워라! 우리 앞길을 막는 놈들은 모조리 쓰러뜨려라!”


알폰소의 명령에 수많은 병사들이 검과 창을 들고 그 백색의 전사를 향해 돌진했다.


그 중에는 힘깨나 쓰는 장정들도 있었으며, 몇몇은 부대 내에서도 괴물이라 불리는 힘을 휘두르고 있던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단체로 달려나가는 모습은 마치 그 무엇도 막을 수 없는 사나운 짐승들의 질주를 연상시키는 박력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 기세 좋은 돌진의 결과는 너무나도 참혹했다.


“끄아아악!”


“커어억!”


“우붜어어억!!”


백색의 기사가 무기를 휘두른다.

그 동작은 너무나도 간결하고 가벼워 보였다.

정확히는 마치 어린 아이가 어설프게 창을 휘두르는 것 같은 부자연스러움 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나타나는 결과는 그런 안일한 생각을 가볍게 비웃고 있는 중이었다.


“저.. 저건.. 대체 뭐냐?””


알폰소 백작이 경악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것의 무기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 명의 사람들의 몸이 갈라져 나간다.

마치 칼로 부드러운 치즈를 자르는 것 같은 자연스러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그러나 지금 그 자의 무기가 가르고 있는 대상은 치즈나 볏단이 아닌 무장한 병력들 이었다.


갑옷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병사들의 몸이 가볍게 절단되어 바닥에 쓰러져 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바닥에 쓰러진 병사들은 아직 완전히 숨이 끊어지지 않은 자가 대다수였다.

허리가 잘려나간 상태로 미친 듯이 비명을 토해대는 자.

다리가 끊어지면서 절규에 몸부림 치는 자.

폐가 토막 나면서 나오지 않는 비명을 토해내는 자.


어설프다 생각했던 그 자의 공격은 그렇게 머리와 심장을 노리도록 되어 있는 무기술보다 더욱 잔혹하고 처참한 상황을 유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끔찍한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공포와 절망감이 가득 했으며, 이에 거침없이 나아가던 병사들의 발걸음은 빠르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다.. 당황 하지 마라! 적은 고작 한 명이다! 저자의 목을 베는 자는 후한 상금을 줄 것이다! 진격 하라! 간악한 악마의 부하를 처단하라!”


이 잔혹한 살육의 현장을 보면서 알폰소를 공포에 질려 소리쳤다.

아무리 그래도 이쪽은 수천에 달하는 대군이며 반면 적은 단 한 명이었다.


아무리 적이 강하다 해도 인간인 이상 수십 수 백 명을 상대하다 보면 결국 피로에 지쳐 쓰러질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한 알폰소는 계속해서 병사들을 독려 하였다.


비록 그 과정에서 제법 희생자가 나온다 해도 백작인 그에게 그 정도 희생은 감수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겼다.

최악의 경우라도, 자신의 지위와 재물을 이용해서 저 것을 회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을 하면서.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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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눈물의 여왕 20.07.23 642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4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50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10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6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3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8 23 11쪽
10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3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2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7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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