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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마인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만든 딸들이 너무 유능함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레마인
작품등록일 :
2020.07.01 09:31
최근연재일 :
2020.09.24 09:37
연재수 :
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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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43
추천수 :
1,192
글자수 :
486,831

작성
20.07.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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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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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2쪽

브레멘 학살대

DUMMY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때부터 조금 위화감이 들긴 했지만.. 역시 난 이미 내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이건가?’


물론, 자신의 의지는 분명 이곳에 있으며 이것을 움직이는 데에는 아무런 제약도 없었다.

감정이 어찌 되었든, 그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움직이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만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방금 전의 감각의 차이를 통해 나타났듯이, 그는 더 이상 평범한 대학생이 아닌 대마법사 크로우 인비저블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이는 지금의 그는 기존에 한요셉에 비해 얼마든지 생명에 대해서 잔혹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닌 것 같네.. 생명을 데이터상의 수치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는 건..’


그때, 그런 생각을 하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크로우를 향해서 아샤트리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크로우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음.. 그건..”


갑자기 들려온 아샤트리아의 말에 크로우는 조금 놀라면서, 일단은 하기로 했던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 생각을 눈 앞에 있는 상황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에 대한 생각도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그에겐 해야 하는 일 들이 있었다.

앞으로 카알론의 미래와 관련해서 반드시 확인하고 해결해야만 하는 사안.


그러자, 애초에 사막 위에 물 한 방울과 같이 가볍게 느껴졌던 죽어가는 인간에 대한 미약하기 그지 없는 감정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에게는 카알론의 군주로서 냉정하게 상황을 주시하는 눈 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일단 보이는 모습은 단순히 철로 된 무기와 투석구를 날리는 정도.. 마법 같은 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단 말이지.’


중세 판타지를 연상시키는 도시의 모습과는 별개로 무기는 현실의 그것처럼 단순하기 짝이 없었다.

여기에 총이나 대포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는 만큼, 이는 실제 역사상의 중세 전쟁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모습.


‘이 세계는 마법 이란 게 전혀 없는 건가? 과학 기술도 영 별로이고. 자세한 것은 조금 더 알아봐야겠지만 일단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이정도.. 그럼 실제로는 어떨까?’


그렇게 결론을 내린 크로우는 마법을 종료하면서 동시에 결단을 내렸다.


만약 그가 평범한 대학생 이였다면 절대로 하지 않았을 행동.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런 감성적인 부분은 거의 메말라있었으며 이성적으로 봤을 때 지금 그의 행동은 장차 카알론의 행보와 미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아샤트리아. 따라오도록.”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크로우의 복장 상태가 바뀌었다.


실제로 옷을 갈아입는 것이 아닌 정신을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열 수 있는 인벤토리를 사용한 장비 변환. 마치 게임에서 장비를 바꾸는 것만 같이 그녀의 복장은 일 순간에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라빛의 마법사 로브가 아닌, 백색의 풀 플레이트 갑옷으로 무장한 크로우.

LDG에 딱히 장비 제한은 없지만 마법사인 그가 착용해봤자 직업 특성상 방어력 상승 외엔 별다른 추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갑옷이었다.


그럼에도 굳이 이런 갑옷을 입은 이유는 마법사로서 아샤트리아 보다 기본방어력이 훨씬 떨어지는 자신이 만에 하나 눈먼 화살에 얻어맞고 죽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


당장 눈으로만 보기엔 그냥 평범한 화살 같아 보일지라도 크로우는 아직 이 세계의 ‘표준적’인 강함이 어느 정도 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어쩌면 지나가던 농부가 휘두른 쟁기에도 한방에 맞아 죽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가 다른 상황도 상정하는 편이 현명했다.


‘일단 마법도 실험을 해봐야겠지만.. 공연한 의심을 사지 않으려면 마법은 너무 대놓고 사용하지는 않는 편이 좋겠지?’


그렇게, 장비 역시 평소 스태프를 겸해서 사용하는 낫이 아닌 보조무기인 언월도로 무장 한 채, 크로우는 아샤트리아에게 말하였다.


“이동 위치는 지금 막 공격 측이 밀고 들어온 도로 인근의 건물. 일단은 상대적으로 불리해 보이는 수비 측에 서서 싸운다. 우선 도착하자마자 몰려있는 적을 대상으로 가볍게 실험을 진행해보고 무리이다 싶으면 바로 도주할 테니 절대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크로우님.”


그렇게 주의사항을 이야기 한 뒤, 크로우는 즉시 상위 이동마법을 발동하였다.


“<매스 텔레포티이션>.”


자신을 포함해 주위에 있는 존재들을 한꺼번에 이동시킬 수 있는 마법.

마법이 사용되자 크로우와 아샤트리아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한 폭의 그림과 같았던 세상이 일 순간 흙먼지가 뒤덮이면서, 갑자기 시야가 확 좁아졌다.

동시에, 잔잔하면서 평화로웠던 느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급박하고 처절한 감각이 그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


“죽여라!”


“영주님을 보호해야 한다! 한치도 물러서지 마라!”


“공격해라! 사악한 힘을 사용하는 악마를 처치해야 한다! 밀어 붙어라!”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목소리.

수많은 이들이 무기를 휘두르거나 혹은 이에 휘말리지 않도록 다급하게 도주하고 있었디.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있는 정신 없는 상황.

성을 지키는 병사들은 어떻게든 몰려오는 사람들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수적으로 너무나도 불리했으며, 많이 지치기까지 해 보였다.


“크윽!”


“커억!”


공격 측이 휘두른 검과 쏘아낸 화살에 하나 둘 피를 쏟으며 쓰러져가는 수비병들.

결국 마지막 사력을 다한 방어선이 돌파되면서 공격 측의 병사들은 성을 향해 검을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것들은 병사건 시민이건 상관 없이 모조리 베어버리면서..


“으아아악!”


“사.. 살려주세요! 제발.. 저는 어떻게 되도 상관 없으니 이 아이 만큼은!”


“모두 죽어라! 이 악마의 하수인들아!”


“꺄아아악!”


자식의 목숨을 구걸하는 여성을 베어 죽인 병사.

이어서 그는 쓰러진 어미를 보며 울부짖는 아이의 머리를 그대로 검을 휘둘러 내리쳤다.


“신의 이름으로 악을 멸하라!”


“악에 자비 따위는 필요 없다! 모조리 쓸어버려!”


곳곳에서 들리는 처참한 비명소리와. 사방에서 튀기는 핏줄기.

이에 시민들과 몇 남지 않은 수비병들의 눈가에는 짙은 절망감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그때..


“크윽!”


기세 등등하게 검을 들고 돌격하던 병사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쓰러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이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정신을 잃어버리는 이들.

그리고 이 상황은 한곳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컥!”


“끄으으윽!”


입에 거품까지 물면서 그곳에 있던 병사들의 절반 이상이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격을 마무리 짓기엔 충분한 숫자가 남아 있었지만 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남은 이들은 갑작스럽게 닥쳐 온 묵직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들 중 가까스로 용기를 쥐어짜낸 한 명이 쓰러진 동료의 곁에 다가갔을 때. 그의 얼굴에는 진한 두려움의 감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주.. 죽었.. 습니다.”


“뭐.. 뭐라고?”


병사들을 이끌던 지휘관이 경악과 공포에 휘감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이지?”


“서.. 설마.. 이것이 그 악마의 마법인 것은..”


“그.. 그릴 리가.. 아..아니.. 하지만 혹시..”


실제로 이것이 그 악마라는 존재의 마법인지 아닌지는 이야기하는 병사도 그 말을 들은 지휘관도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 말을 하고 있는 이들과 듣고 있는 이들의 머리 속에 든 생각은 모두 똑같았다.


어찌되었든 이 이상 앞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것.

거의 다 이긴 전투에서 굳이 위험을 자초하다가 죽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혔고, 결국 그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채 결론을 내렸다.


“이.. 이 상 진군하는 것은 위험할 지도 모른다. 어차피 반대쪽에서 성문을 이미 돌파하고 있을 것이니 우리는 전열을 가다듬은 후에 천천히 공격에 나선다.”


“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적당한 구실과 함께 조금씩 뒤로 후퇴하기 시작하는 병사들.

그들을 지켜보며 시민들은 이 갑작스러운 구원의 손길에 안도감을. 그리고 몰래 숨어서 이 상황을 유발한 이는 약간의 허망함을 느꼈다.


“과연, 크로우님의 위대한 마법 앞에서 저런 하등 생물들은 벌레마냥 간단히 쓰러질 뿐이군요.”


크로우를 향해 눈을 반짝이며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샤트리아


“..으음..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정말로 이 정도일 줄이야..”


고작 마법 한방이 보여준 극적인 상황변화로 인해서 크로우는 적잖이 당황했다.


기본적으로 LDG 마법은 12등급으로 나뉜다.

그 중 1등급부터 3등급 까지는 초보들이 사용 가능한 기본 영역이며. 4등급부터 9등급 까지는 전직을 마친 정식 마법사들이.

그리고 10등급에서 12등급 까지는 2차 전직인 대마법사급이 사용 가능한 마법이었다.


이 도시에 오기 위해서 크로우가 사용한 <매스 텔레포테이션>이 9등급 마법.

그리고 크로우가 방금 전 시험 삼아 사용한 것은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이 낮은 4등급 <쇼크웨이브>로 적당한 범위 안에 약간의 데미지와 스턴을 먹이는 마법이었다.


그래 봤자 사실상 초급 마법인 만큼 대미지는 기대할 바가 못되고 스턴 시간도 짧기에 대마법사 경지에 오른 크로우에게는 어지간해선 쓸 일이 없는 마법.

그럼에도 굳이 이 마법을 고른 것은 광역 스턴이 현실에선 어떻게 적용되는지. 아울러 데미지는 정상적으로 들어가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크로우의 생각대로라면 아마 영향을 받은 병사들 십 여명 정도가 잠시 제 자리에 쓰러진 후 수 초 후에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는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바로 이 앞까지 밀고 들어왔던 병력의 절반 가량

대략 70~80 여명에 달하는 인원이 저항조차 해보지 못하고 끔살.


이 정도면 그가 원해 예상했던 범위와 위력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물론 내 레벨에 따른 대미지 추가도 고려해야겠지만.. 솔직히 이건 너무 심했잖아. 아니, 진짜 자미엘이 말한 대로 이것들 평균 레벨이 10이하야?”


10레벨이면 게임을 시작한지 딱 3분 이내. 튜토리얼이 다 끝나기도 전에 만들 수 있는 레벨 수준.

즉 이곳에 있는 인간들의 전투력은 마법사인 크로우가 맨주먹으로 툭 쳐도 죽는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그래도 설마설마 했다.

자미엘의 측정이 잘못 되었거나 레벨 산출 방식에 차이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방금 전, 겨우 4등급 견제용 마법에 수십 명의 인간들이 저항도 못하고 몰살당하는 모습을 보며 크로우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세계의 인간들의 전투력은 정말 LDG로 치면 튜토리얼 몬스터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으음.. 이 정도가 평균이라면 대량학살을 할 생각이 아니고선 공격마법 사용은 가능한 자재해야겠어. 그렇다면.. 근접전이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크로우는 몰살당한 병사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시민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 자신의 손으로 수십 명의 인간들을 죽였다는 사실에 대해선 역시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게임 내에서 몬스터 한 무리를 죽였을 때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무미건조한 느낌.


이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본다면 그래도 약간은 주저함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크로우는 그렇게 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그의 마음 속에는 오직 근접 전을 벌일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만이 담겨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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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눈물의 여왕 20.07.23 641 16 13쪽
29 눈물의 여왕 +2 20.07.22 675 15 13쪽
28 감정수업 20.07.21 671 14 12쪽
27 감정수업 20.07.20 683 16 9쪽
26 감정수업 20.07.19 735 13 11쪽
25 감정수업 +2 20.07.18 824 15 12쪽
24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7 727 13 13쪽
23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6 724 16 13쪽
22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3 20.07.15 730 14 15쪽
21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4 749 11 11쪽
20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 20.07.13 768 13 18쪽
19 빨간모자와 양초팔이 소녀 20.07.12 809 13 14쪽
18 악마의 거래 +3 20.07.11 885 18 14쪽
17 악마의 거래 20.07.10 925 18 11쪽
16 악마의 거래 +3 20.07.09 1,013 23 12쪽
15 악마의 거래 +5 20.07.08 1,081 23 17쪽
14 악마의 거래 +1 20.07.07 1,148 25 16쪽
13 브레멘 학살대 20.07.06 1,202 24 16쪽
12 브레멘 학살대 20.07.05 1,155 24 10쪽
11 브레멘 학살대 20.07.04 1,197 23 11쪽
» 브레멘 학살대 +4 20.07.04 1,281 25 12쪽
9 브레멘 학살대 +1 20.07.03 1,352 27 12쪽
8 카알론의 마법사 +1 20.07.02 1,479 30 17쪽
7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2 1,569 35 14쪽
6 카알론의 마법사 +3 20.07.01 1,711 38 12쪽
5 카알론의 마법사 +4 20.07.01 1,776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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