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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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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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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533

작성
15.03.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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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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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오늘도 화이팅!




DUMMY


#3.




아스티아력(曆) 1302년.

브라티아력으로는 272년인 7월 4일 오전 11시. 양쪽 군대는 베레스에서 서쪽으로 대략 25베리 정도 떨어진 헤이스라는 작은 마을 근교의 평원 지역에서 마주쳤다.

베레스가 함락된 이후, 빠른 이동을 멈춘 브라티아군은 이미 뒤따라 합류한 교회군 3개 군단, 정규군 두 개 군단과 합류를 끝마친 상태였다.

이미 북부산맥에서 4개 군단. 폰타우강에서 1개 군단. 베레스에서 6개 군단을 합쳐 총 11개 군단이 전멸한 브라티아군은 이제 남은 정규군 6개 군단 중 본토 방위를 위해 남겨둔 두 개 군단을 제외하고는 모든 가용병력을 동원했다.

서쪽 해안지대를 방어하는 해안군단과, 대하유역의 루시타리 기병군단, 북부산맥에서 오크를 막는 1개 군단을 제외하고는 브라이티스 부근으로 이동 중인 두 개 군단이 정규군에 전부였던 것이다.

브라티아 왕국의 건국 이래 이러한 패배는 처음이었다. 만약 용케 전쟁에 이기게 되더라도 병력의 소모가 극심한 브라티아의 국방력은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었다.

이에 반해서 크라이스 제국군의 진영은 정규군 4군단, 5군단, 6군단, 11군단 등. 보병군단 4개와 기병군단인 10군단과 베헤모스, 크라켄 기사단이 참가했다.

베레스 함락에 큰 공을 세운 공병군단과 2군단은 베레스에 남았다. 그러나 신설된 기사단이라는 안개기사단은 전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헤이스 평원에서 상대를 확인한 양군은 대략 1베리의 사이를 두고 대치 상태를 벌였다.

수적으로는 크라이스 제국군이 우세하였으나, 객관적인 전력은 기사단의 질이 월등한 브라티아 왕국군이 우세한 듯 보였다. 그렇지만 크라이스 제국군도 별동대를 운용할 예비 병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상호간의 전력은 큰 차이가 없었다. 전투가 끝나기 전까지는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브라티아의 마지막 전력을 긁어모아 인솔하고 온 제리노스 백작은 전투의 시작에 앞서 신중하게 승률을 50대 50으로 계산했다.

그는 근위기사단과 성전 기사단을 신뢰하고 있었지만, 단 하룻밤. 그것도 서너 시간 만에 베레스를 떨어뜨린 크라이스군의 기세를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 헤이스에서 밀리면 바로 크라이스군은 브라이티스로 바로 진격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왕 비토리오 2세에게 전군의 지휘권을 받아가지고 나온 그는 너른 평원 중앙에는 근위기사단을 넓게 포진시키면서, 좌익과 우익에는 800명의 템플러들을 반씩 나누어 배치했다.

헤이스라는 지역 자체가 완만한 구릉지의 평원이었으므로, 전투는 초반 기사단끼리의 승부로 기울어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200여명의 종군사제들과 100명에 약간 못 미치는 종군마법사들을 예비부대로 편성하고 따로 차출한 50여명의 근위기사들로 하여금 그들을 지키게 했다.

“ 뭔가 심상치 않다.”

대체적인 지시를 하달 받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아줄렛 백작과, 템플러 마스터 랄크의 표정은 긴장감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렇지만 레이니스 대공의 군대는 이색적인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이례적으로 창병과 궁수들을 전진배치하고, 기사단을 한걸음 뒤에 대기시킨 것이다. 이제는 레이니스의 전매특허가 된, 상대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변칙적인 진형이었다.

용병학 상으로 기사들의 돌격은 같은 기사들이 아니면 쉽게 막을 수 없는 것이 정설이다.

물론 3제리 길이의 대(對) 기병용 장창. <파이크pike>를 갖춘 보병들로 기사단의 돌격을 저지시킬 수는 있지만, 정면의 크라이스군 보병들은 장창보다는 롱소드와 둥근 원형방패인 라운드실드를 든 통상적인 보병의 장비를 하고 있었다.

사슬을 얽어서 만든 체인메일과 가벼운 투구를 눌러쓴 경보병들은 보병들끼리의 근접전에서는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하지만, 말의 기동력을 앞세운 기사의 돌격 앞에는 무력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한 진형 속에 마갑을 두르고 돌진하는 기사는 그야말로 일당백(一當百)이다. 장궁을 든 궁수들로는 어느 정도 거리를 벌린다면 피해는 줄 수 있을지언정 기사들의 돌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 수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기사를 저지시킨 후에, 보유하고 있는 기사들로 측면을 찌르겠다는 계산이다. 역시 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과 다를 바 없이 여기는 크라이스 녀석들이나 생각할법한 야만적인 전략이군. 하지만 그대로 실행된다면 우리 기사들의 돌파력은 크게 둔화 될 것이 자명하다.”

상대의 이색적인 진형을 관망한 제리노스 백작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냉철하게 이러한 논평을 내렸다.

사기와 병력이 넉넉한 크라이스군으로서는 강력한 근위, 성전기사단을 묶어둘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일 것이다.

그걸 간파한 이상. 크라이스군의 전술을 파쇄(破碎)할 계획도 새로 작성해야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전략가인 그였지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잠시 후, 새로운 작전 명령서를 들고 수많은 전령들이 전장에 흩어져 있는 야전 지휘관들에게로 달려갔다.

눈앞의 상대를 두고,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기는 반대편의 크라이스 쪽의 수뇌부도 마찬가지였다.

레이니스는 마리노스와 크라켄, 베헤모스 기사단의 단장을 모아 놓고는 서릿발같이 지시를 내렸다. 그에게도 이번 전투는 쉽지 않은 전투가 될 것이었다. 물론 그가 휠리스에게 내린 비밀지시대로만 상황이 흘러간다면 그는 전투를 우세하게 마칠 수도 있을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레이니스가 휠리스에게 부탁한 것을 밝히자면 이러하다.


첫째. 안개기사단을 이끌고 브라티아군의 후방에서 나타나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한다.

둘째. 베레스 성 함락 때처럼. 경갑주의 다크엘프를 투입하여 브라티아군의 본진을 흩어놓는다.

셋째. 전투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빠져나온다.


위의 내용을 분석하면 이런 내용이 된다.

사실 휠리스가 지휘권을 받은 안개기사단은 기사단이라기보다는 참전한 다크엘프들의 용병집단에 가까운 집단이었다.

‘기사단’이라는 명칭은 그저 주력인 20여명의 다크엘프들을 인(人)의 장막 안에 은폐하기 위한 필요성에서 임의로 붙인 것에 불과했다.

이들의 특기는 급습으로 치고 빠지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레이니스는 전투가 초입에 들었을 때, 적이 물어주기를 원하는 미끼처럼 적진 뒤에서 눈에 띄게 활동하다가, 종전처럼 다크엘프 고유의 장기인 왜곡마법을 통해 적 수뇌부에 잠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적의 수뇌 살해보다는 크라이스군이 본진에 나타났다는 혼란감만 조성하는 것이 주 임무로 책정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그 이유는 사실 그들이 베레스에서 사용한 적진으로의 워프는 <신체 전송마법>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인간들의 기준으로 보면 휠리스와 다크엘프들이 베레스 성을 급습하기 위해 사용한 마법은 텔레포트. <신체전송마법>이라 부를 수도 있겠지만, 실은 이들의 주특기는 다크엘프의 특수기술인 언령마법에서 파생된 정령을 다루는 법의 일종으로 빛의 정령인 윌 오 위스프의 힘을 빌려,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왜곡마법으로 자세히는 자신의 몸을 감추는 은신술에 일종이었다.

그들은 베레스 함락전에 호밀기사단이 입성할 때, 은신술로 따라 들어오는 수법을 사용했을 따름이었다. 스무명이 넘는 기습조 중에서 실제로 <신체 전송마법>으로 워프 되어 온 자는, 마지막까지 레이니스와 함께 있었던 휠리스와 두 명의 다크엘프에 불과했다.

단 세명을 텔레포트 시키는 정도는 마리노스 정도의 마법사라면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의 요인 살해보다는 왜 혼란을 조성하도록 주문했을까? 이러한 의문을 품어 볼 수도 있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인간들 사이의 전쟁에서 다크엘프의 참전은 절대 비밀에 부쳐져야 하기 때문이었다.

베레스성과는 달리, 일류 기사들과 마법사들도 여럿 있는 상황에서 적진에 들어가 시간을 끌게 되면, 전사자나 부상자가 생길 수도 있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정체가 들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서였다.

이는 자칫하면 브라티아 내에 거주하는 엘프를 자극할 구실이 될 수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신이 창조한 태고종족인 신민 엘프와 다크엘프는 인간들의 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분쟁은 불필요한 것으로 그들은 오직 자위(自衛)를 위해서만 무기를 들었다.

어찌 보면 철저히 이기적인 종족이기도 한 것이 엘프와 다크엘프라는 족속이었다. 이 규칙은 인간들이 브라티아 대륙에 정착한 이후 300여년간 비교적 충실하게 지켜져 왔다.

그러나 다크엘프가 크라이스 군에 참가하여 브라이트의 신성왕국인 브라티아를 침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엘프에게도 브라티아군으로의 참전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브라티아에서 엘프와 다크엘프 간의 인구 차이는 거의 없지만, 크라이스군에 속한 다크엘프는 20여명에 불과한 반면에. 브라티아 왕국령의 깊은 숲속을 터전삼아 살고 있는 엘프를 다 합치면 1만명은 족히 넘었다. 다크엘프가 크라이스 제국에 협력한다는 것이 알려지면 레이니스는 이들을 적으로 돌릴 수도 있었다.

“ 안개기사단의 활약이 예상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적의 기사단을 상대로 보병을 내세우는 전술은 이해가 안 됩니다만.”

레이니스의 말을 듣고 감탄을 하면서도, 마리노스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이해가 안 되기로는 기사단의 단장들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이미 그들은 레이니스에 대한 신뢰는 숭배에 가까워져 있을 정도여서, 굳이 토를 달지는 않았지만 의아하기는 매한가지였으리라.

“ 전투가 시작되면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레이니스는 이러한 애매한 말만을 남겼다.

이제는 결과만을 남겨 놓고 있을 뿐이었다.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하는 지휘관들을 비웃듯이 노려보던 그는 회의의 종료를 알렸다.

“ 자. 모두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도록........ 더 이상 나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용서치 않겠다.

레이니스의 엄숙한 경고에 말문이 막힌 하나같이 기사단장은 군례를 올리고는 자신들의 자리로 흩어졌다. 이제 곧 전투 개시를 알리는 뿔 나팔이 울려 퍼질 것이었다. 그들은 이제 잡다한 의문보다는 승리와 함께 ‘생환(生還)’이라는 과제를 풀어야만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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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7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8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2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5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4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9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7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2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2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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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7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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