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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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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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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5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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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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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오늘도 화이팅!




DUMMY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국가의 존망이 걸린 헤이스 회전에서 크라이스 제국군이 완승을 거두자, 브라티아 국내는 큰 혼란에 휩싸이고 말았다.

패전의 여파로 브라이티스로 향하는 가도와 여타의 지방도로에는 피난을 가기 위해 길을 떠나는 행렬로 가득 메워졌다.

다급해진 정부의 요청으로 신전에서 파견된 사제들이 민심 수습에 나섰으나, 패전으로 인한 패닉에 빠진 민중들을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헤이스 회전에서 간신히 살아남고 패주한 패잔병들이 비참한 몰골로 가도를 따라 도주하는 모습에 주민들은 겁에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거기에 크라이스군이 진격해오는 길에서 살인과 약탈. 방화 등이 무자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나돌면서 혼란은 점점 더 가중되어 갔다.

솔직히 승패를 장담할 수 없던 힘든 전투에서 신승(辛勝)을 거둔 레이니스는 느긋했다.

헤이스 평원에서 브라티아 최고의 인재라고 칭송받던 총리대신 제리노스 백작을 격파한 뒤, 여세를 몰아 브라이티스 방향으로 군을 이동시키지 않고 곧바로 베레스 성으로 회군해버린 것이다. 그만큼 승자인 크라이스 제국군도 피로가 극에 달해 있었고, 승리의 단맛에 취해 억지로 밀어붙일 정도로 레이니스는 무모하지 않았다.

베레스에 회군한 그는 피로한 병사들에게 넉넉한 휴식시간을 준 다음. 7월 7일이 되어서야 베레스를 출발. 가도를 따라 아주 천천히 행군을 시작했다.

레이니스에게서 3일간의 휴식이 ‘승리‘라는 달콤한 사탕에 도취되어 있던 꿈같은 시간이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7월 5일 밤. 레이니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복면인들의 암습을 받았다.

물론 언제나 그의 곁을 빈틈없이 지키고 있었던 휠리스가 때맞춰 나타나서 복면인들은 레이니스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지만, 총사령관이 정체불명의 자객의 암습을 받았다는 사실을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다음의 조치였다.

레이니스의 암살미수가 브라티아군의 잔당의 소행일 가능성도 없었지만 마리노스는 분명 내부 소행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는 철저히 범인을 색출해낼 것을 주장하였지만 자중지란을 염려한 레이니스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요한 마리노스는 포기하지 않았다.

집요한 성격의 그는 이번 암살기도를 모종의 세력과 연관된 것이라 생각하고는, 그 배후로 크레온의 귀족세력을 어렵지 않게 유추해냈다.

심증을 도출해낸 그는 물증을 찾기 위해 비밀리에 크레온에 심어둔 자신의 세력과 연락을 취했다. 당연히 황제에게 이 소식이 전해지도록 조치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전선의 사령관인 황태자의 암살기도 미수사건의 전말을 측근인 마리노스로부터 전해 받은 황제는 크게 노했다.

헤이스 회전에서 크라이스 군의 대승을 빌미로 황제는 다시 발호하는 귀족세력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마리노스가 때맞춰서 빌미를 제공한 셈이었다. 마치 미리 준비라고 하도 있었다는 듯 황제는 서슴없이 행동에 들어갔다. 마치 잘 짜인 각본 같은 일사불란한 움직임이었다.

황제 알렉산데르 4세는 평소 불평세력을 규합한다고 의심이 가는 서너 명의 귀족들을 숙청했다.

충분한 물증이 여전히 없기에, 처형이나 강제적인 영지 몰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그들은 크레온에서의 세력기반을 모두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목숨을 잃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는 듯, 그들은 순순히 자신의 영지로 돌아가 버리는 것으로, 황태자 암살기도사건은 마무리되었다. 물론 다짜고짜 목부터 자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황제는 그 정도까지 사건을 확대시키지 하지 않았다. 이정도면 본보기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경고였다.

“ 어째서 내 명령을 어겼는가? 분명히 나는 암습을 받았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그대로 덮어도 무방할 일을 경은 어찌 일을 크게 확대시킨 거지?”

크레온에서의 일을 전해들은 레이니스는 그와 같은 마리노스의 돌출행동에 크게 화를 내기는 했지만, 더는 추궁하지 않았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기도 했지만, 총명한 레이니스는 대충 사건의 진범과 전말을 짐작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몇 마디 말을 더 보태 마리노스에게 경고를 하는 선으로 일을 마무리 지은 레이니스는 이내 냉정을 되찾고 베레스로 회군한지. 3일 만에 전열을 재정비하고 행동을 재개하였다.

브라티아의 왕도인 브라이티스를 향해 출병한 크라이스 제국군의 행군속도는 상당히 이채로웠다.

속전속결(速戰速決)의 전략을 포기하고 하루에 고작 20베리를 이동하면서 가도 주변의 마을과 영지를 전부 접수하는 방식을 사용했던 것이다. 그런 크라이스 제국군의 느린 행보는 그들에 대한 브라티아인들의 공포심을 더욱 증폭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크라이스군에게서 3일간의 휴식은 브라이티스의 브라티아인들에게는 3일간의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연이은 패전과 왕국군의 실질적인 붕괴에 놀란 중신들은 비토리오 2세에게 왕도를 버리고 서쪽의 해안도시 샤이나로 물러나 새로운 방어진을 구축할 것을 건의했지만, 국왕은 결사항전을 선포했다.

“ 왕도를 버리면 그걸로 왕국은 멸망하는 것이다.”

비토리오 2세는 최후의 방법으로 브라이티스와 인근 두 개 주(州)에 <대동원령>을 발령했다. 이 법령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신전의 최고사제의 동의가 있어야지만 가능한 대동원령은 선포된 지역의 20세 이상, 40세 이하의 무기를 들 수 있는 성인남자를 불러 모으는 긴급명령으로, 특이하게도 동원령임에도 강제가 아닌 지원제의 형식을 띄고 있다.

브라티아 왕국 건국이래, 왕도에서 <대동원령>이 정식으로 선포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신전의 지지와 신앙심 깊기로는 어디다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브라티아인들이었기에 브라이티스 인근에서 3일간 3만 명에 달하는 장정들이 브라이티스 성으로 몰려들었다.

인구 25만 명에 달하는 브라이티스 성안에서도 3만 가량의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신전으로 모여들었다.

일단 수만의 수비 병력을 확충해놓기는 하였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들은 어디까지나 군인이 아닌 무기를 든 민간인이었다.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오합지졸(烏合之卒)은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독실한 신앙심으로 똘똘 뭉쳤다고 하지만, 전투로 단련된 정예인 크라이스군을 상대로는 얼마나 투지를 발휘할지는 오직 신만이 아실 것일 터였다.

실례로 지난 아스티아의 <30년 전쟁>에서 동원령으로 징집된 10만의 민병이 단 1800명의 기사들의 일제 돌격만으로 진형이 붕괴되어 궤멸한 이력도 있었고, 그대로 도주하다가 뒤쫓는 기사들의 추격에 수만 명이 희생된 일이 있었을 정도로. 정규 훈련을 받지 못한 민병들은 가지고 있는 무기의 숙련도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사기를 크게 좌우 받는 집단이었다.

자고로 옛 병법서에는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100마리의 양은. 한 마리의 양이 이끄는 100마리의 사자를 이긴다.>라고 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사자가 이끄는 100마리의 표범들에게 과연 100마리의 양이 이길 수 있을까?>라고 되묻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물론 성벽이 대륙 최고로 높고 두터운 브라이티스 성을 지키는 농성전이라는 다소 유리한 상황이라 하지만, 적은 난공불락이라던 베레스 성을 하룻밤에 탈취한 이력이 있었다.

“ 평생을 신의 말씀을 한번도 어긴 적이 없거늘. 신은 내 대(代)에서 어찌 이런 크나큰 시련을 주시는가. 정녕 이 나라를 이교도의 손에 넘겨주는 것이 신의 뜻이라면 난 신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상황이 어렵다보니 여러모로 불편한 비토리오 2세였다.

이 불행한 왕에게는 아쉽게도 여유를 부릴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그는 브라이티스 성안에 아직 남아있는 퇴역기사들을 소집해 모집한 지원병들에게 간단한 최소한의 훈련을 부탁하는 한편, 그 자신도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독려했다. 최고사제 엘레니스도 남아있는 사제들을 있는 대로 차출하여 왕의 힘이 되어 주었다.

당연한 수순으로 비토리오 2세는 아르스 공화국에 정식으로 구원군을 파병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아르스의 대사를 통해 지원을 요청한 것에 통신마법용 수정구슬 너머로 답변해온 아르스측의 반응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했다.

북부산맥 전체에서 준동하는 붉은 눈 오크족의 의해 브라티아로 향하는 가도가 모두 막혀버렸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군의 파병은 힘들겠다는 애매한 대답만을 들을 수밖엔 없었던 것이다. 실은 브라티아를 돕기 위해 크라이스 제국과 적대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아르스 특유의 중립성이 발휘된 것이지만, 아무리 애원해도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

시간은 촉박했다.

브라이티스에는 넉넉한 식량과 물자가 축재되어 있었지만, 그것을 활용할 기회가 얼마나 주어질지 예상할 수 없었다.

고래(古來)로 얼마나 많은 부국(富國)들이 허무하게 멸망하였는가?

군사력이 붕괴된 이상,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재화(財貨)란 그저 적에게 약탈되기 위한 먹잇감에 불과한 것이었다. 풍요로운 브라이티스가 적에게 약탈당하고, 불길에 휩싸이며, 부녀자들은 겁탈당하는 모습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비토리오 2세는 몸서리를 떨었다. 왕으로서 이 사태를 어떻게든 수습해야만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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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1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8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2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1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3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2 11 9쪽
»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7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8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8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6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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