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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31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21 12:00
조회
898
추천
10
글자
9쪽

Ep 1-2. 베레스 공방전. <2>

오늘도 화이팅!




DUMMY

#2.



어느새 해는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달이 떠올라 밤하늘을 지배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성벽 곳곳에 횃불을 밝혀 대낮을 방불케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라이스의 진영은 거의 불을 밝히지 않은 어둠에 휩싸인 상태였다.

넓은 영채 곳곳에 몇몇의 경비병들이 눈에 띄었으나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크라이스군이 잠잠하다하여 그렇다고 브라티아군이 성문을 열고 공격할 처지도 아니었는지라 그날 밤도 어색한 소강상태는 계속되는 듯 보였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레이니스 대공은 자신의 군막으로 침공군의 수뇌부중 자신의 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을 소집했다.

마법사이자 책사인 마리노스 이외에도, 그가 단장을 맡고 있는 안개기사단의 단원 몇 명이 호출되어 대공의 군막에 모습을 드러냈다.

“ 부르셨습니까? 전하 ”

마리노스가 간편한 복장에 허리에 검을 달랑 찬 기사들을 대동하고 군막에 들어서자, 대공은 예의 싸늘한 무표정을 지어보였다.

“ 안개기사단을 사용할 때가 온 것 같다.”

“ 원하신다면....... 계획대로 진행시키겠습니까? 전하”

“ 그렇다. 휠리스!”

잔인하게까지 느껴지는 마리노스의 표정에서 대공의 시선이 뒤편의 남자에게 돌려졌다.

하지만 이상스럽게도 시선이 닿은 곳의 남자의 용모는 여타 인간과는 다른 것으로, 보통 인간의 관점에 의한다면, 다크엘프라고 일컬어지는 이종족이 그 남자의 정체였다.

피부색은 검었지만 싸늘한 백발과. 가늘게 찢어진 눈매, 음영(陰影)이 짙은 피부색 탓에 수심이 훨씬 깊어진 표정. 의지가 대단한 듯, 꽉 다물어진 입. 여자를 연상시키는 날씬한 몸매. 그리고 머리칼 사이로 삐죽 솟아 오른 엘프의 상징인 귀.

“ ........”

휠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다크엘프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말없이 고개를 숙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 안개기사단이 드디어 움직이는 거다. 차질이 없도록 준비해줘. 다른 단원들에게도 그렇게 전하고....... 부탁하겠다.”

“ 그대가 원한다면.”

항상 명령만을 내리던 레이니스의 입에서 부탁한다는 말이 나오자 그제야 휠리스의 다문 입에서 다소 가늘지만 분명한 의지를 지닌 대답이 터져 나왔다.

아스티아 대륙에서 이주한 이주민들이 신대륙 브라티아의 당도한 이후부터, 선주민(先主民)이었던 드워프와 엘프, 다크엘프족은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는 조건으로 대하(大河)유역의 타타이족이나 대하 이남의 투크 제국의 침공에서 인간들의 도움을 받는 상호 협력조약을 맺어왔다.

신대륙 정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하 이북의 미개척지는 아르스, 브라티아, 크라이스 3국으로 분할되었지만, 이종족들에게는 인간들의 국경이 갈라진 것은 그저 지방이 갈려진 것 정도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들은 어디든 갈수 있었고, 국가에 세금을 납부할 의무도 없었다.

그리하였기에, 아르스 구성원의 주요 일원으로 흡수되고 동참한 일부 드워프와는 달리 세속적이지 못한 엘프와, 다크엘프들은 그들만의 공동체에서만 거주하였고, 자신의 촌락이 속한 국가의 정치에도 관여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다만 마을을 뛰쳐나온 젊은 엘프나 다크엘프들이 용병으로 고용되는 특이한 경우도 예외로 존재하긴 했지만 수백 년에 걸쳐 인간들과 공존하는 법을 익혀온 아스티아의 이종족 신민(神民)들과는 달리. 브라티아의 신민들은 아직 인간들을 경계하고 잘 어울리려 하지 않았다.

사실 무한한 생명을 가진 엘프나 다크엘프들에게 인간들의 전쟁은 그저 짧은 찰나의 분쟁일 뿐이다.

아스티아 대륙의 두 종족은 그들이 모시는 신에 의해서 참전하여 전쟁을 벌이기도 하는 등. 다분히 세속화가 되었지만, 브라티아 대륙의 두 종족의 구분은 앙숙이 아니라 그저 비슷한 친척에 가까웠다.

오랜 전승에 의하면 신들이 인간이전에 각기 창조한 종족이 엘프, 드워프, 다크엘프이며 이들에게 각 신의 독자적인 권능을 주었다고 한다. 이들을 신의 ‘신민(神民)’이라고 불리며 기본적으로 어지간한 사제보다 능숙하게 신성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이른바 <언령(言令)>이라는 독특한 마법체계가 바로 그것인데, 신에 의해 탄생된 그들은 자신의 종족을 창조한 신의 권능을 그저 의지와 말로 발휘할 수도 있었고, 여타의 정령의 힘 또한 빌려 쓸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아스티아 대륙 내에서는 신성력이 인간에 비해 우월한 엘프나 다크엘프가 최고사제나 대주교를 맡고 있는 국가를 흔히 볼 수가 있다. 하지만 브라티아 대륙내의 신민들은 드워프를 제외하고는 정치에 참여하거나, 인간들이 운영하는 교단에 입문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매우 폐쇄적인 집단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점에 의한다면, 휠리스라는 다크엘프의 경우는 상당히 이색적인 셈이었다. 용병이 아닌 ‘안개기사단’이라는 신설기사단에 소속되어 정식으로 크라이스 군대에 참전하고 있었고, 이번 침공군에서 대공이 신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보통의 다크엘프의 행동으로는 보기 힘든 모습이라는 것이다.

“ 안개기사단의 활약을 기사단을 활약해도 되겠지? 그대의 동료들도 ”

덧붙이듯 마리노스가 말했다. 그러자 휠리스의 표정에는 잠시 변화가 어렸으나, 이내 종전으로 돌아왔다.

“ 우리를 의심한다는 말인가? 마법사.”

이윽고 휠리스의 입에서 퉁명스러운 대답이 튀어 나왔다. 그러자 마리노스는 약간 과장된 미소를 지어 보였다.

“ 그럴 리가 있겠는가. 안개기사단의 창설을 입안(立案)해서 비밀리에 맴버를 모아 창설시킨 것이 나 자신인데. 그 실력을 모를 리가....... 후후. 어리석은 아르스 정보부 놈들은 아마 전쟁을 앞두고 흔한 기사단이 하나 더 늘었다고만 인식하고 있겠지만. 하하하하.”

“ 그럼 걱정마라. 그리고 나는 레이니스의 부탁을 받고 종군하고 있을 뿐. 엄연히 말하면 너의 부하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주었으면 좋겠군.”

“ 걱정마라. 긍지 높은 다크엘프의 전사여”

마리노스가 말했다. 대답을 들은 휠리스는 대공에게 물었다.

“ 다시 한 번 묻겠다. 인간의 황태자여 그대가 진정 우리 여신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자신할 수 있겠는가?”

“ 물론. 난 신탁을 받은 몸이다.”

레이니스 대공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휠리스는 알아듣기 힘든 엘프어로 중얼거렸다.

그에게는 이번 전쟁이 성전(聖戰)이었으며,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있었다. 그의 신념은 곧 그들이 모시는 신, 어둠과 달. 안식의 여신 세이이라의 신념이다.

“ 그럼 걱정하지 마라. 인간의 왕자여. 그리고. 신탁의 주인이여. 그리고 나의 벗이여.”

그렇게 말하며 휠리스는 인사도 없이 군막을 나섰다. 다른 기사들도 그를 따라 사라졌다.

“ 정말 대단한 녀석이군요. 제가 다루기 힘들 정도로.”

진땀을 뺐다는 듯, 포커페이스로 유명한 마리노스가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왠지 모를 휠리스의 위압감에 해방되었다는 표정이었다.

“ 그럴지도. 하지만 정말 대단한 다크엘프잖나. 오랜세월을 폐쇄적으로 살아만 와서 프라이드가 너무 강하게 흠이지만. 그것도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

“ 자존심이 강한 다크엘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만으로도 전하는 충분히 무서운 분이군요 그들이 원하는 것을 지켜주실 작정이십니까? 만약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다크엘프들을 적으로 돌리게 될 것입니다. 그들을 적으로 돌리면 대마도사를 넘은 저의 마법으로도 전하를 지켜드릴 수 없습니다. 다크엘프는 어둠 그 자체니까요.”

마리노스의 물음에 젊은 흑발의 대공은 깊은 바닷물 같은 눈을 반짝였다.

“ 물론. 나는 그대와의 약속처럼, 다크엘프와의 맹약도 지킬 것이다.”

“ 이상적이시군요. 아니면, 너무 무섭다고 말해야 할까요?”

“ 이상적이라고 해두지.”

싸늘하게 비웃음을 흘리며 대공은 마리노스에게 물러나라고 눈짓했다. 마리노스는 가볍게 목례를 하며 말했다.

“ 그럼 조금 후에. 결과를 보고 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대하시길”

“ 기대하겠네.”

순간 마리노스는 안개처럼 모습을 감추며 사라지기 시작했다.

고도의 주문이 필요한 이동마법이지만, 이미 대마도사를 넘어 마성(魔聖)의 경지에 오른 그인지라 어지간한 난이도의 마법은 주문이 필요 없는 상태였다.

점점 엷어지는 마리노스를 보며 레이니스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하지만 마리노스에게는 들리지가 않았다.


이윽고 마리노스는 자취를 감추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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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1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9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1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3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7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6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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