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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41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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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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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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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 1-2. 베레스 공방전. <1>

오늘도 화이팅!




DUMMY

EP1-2. 베레스 공방전.





#1





당초 예상과는 달리 크라이스 군은 전열을 재정비한 다음에 ‘평온의 요새’에서 느린 속도로 행군을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전격적인 공격을 퍼부을 것을 예상한 베레스 방어군이었으나, 기사단마저도 천천히 걷듯이 보병군단과 발을 맞추어,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베레스 성이 보이는 평원의 끝자락에 당도하였던 것이다.

어스름이 땅거미가 지는 저녁. 베레스 성을 3베리 가량의 거리를 두고, 크라이스군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영채를 세웠다.

정규군만 8개 군단. 4만 5천명에 달하고, 기사단까지 합치면 엄청난 수효에 이르는 크라이스 군은 당장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듯, 횃불까지 밝혀가며 영채를 엮기에 여념이 없었다. 뒤늦게 도강할 보급물자가 완전히 당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구전을 펼칠 기세였다.

크라이스의 대규모 침공군이 속전속결로 나가리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춰놨던 루펜 백작은 그러한 예상을 빗나가는 크라이스군의 행동에 의아해했다.

크라이스군이 바보가 아닌 이상, 시간을 끌게 되면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새겨 올린 그는 적의 느긋함을 기만책으로 판단하고, 야습에 대비할 것을 모든 방어군에게 전달했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백작은 크라이스군의 행동에 조심스런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는 반드시 야습이 들어오리라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평생을 전장에서 보낸 이 노련한 노장군의 새로운 예상을 크라이스 제국군은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영채가 어느 정도 세워지자 소수의 경비 병력을 제외하고 모두 휴식상태로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브라티아군은 전원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고 조심, 또 조심하며 밤을 지새웠다. 하지만 밤을 밝히며 기다렸건만 크라이스 제국군은 전체가 깊이 잠든 듯 야습을 감행해오지 않았다.

“ 적장은 전술을 모른다. 여세를 몰아 거센 공격을 퍼부어도 녹록하지 않을 베레스 성인데. 이런 전술은 또 뭔가. 물자를 넉넉히 쌓아두고 지원군을 기다리는 방어군을 상대로 지구전을 원하는가?”

아침이 밝아 아스티아력 1302년 7월의 두 번째 날이 되자. 고요한 아침을 맞은 루펜 백작은 기가 차다는 일갈을 터트렸다.

새로운 지시를 받기위해 모습을 드러낸 성 미리아 기사단장인 올펜슈타인 남작과 아침을 함께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자 남작은 밤사이에 들어온 새로운 정보를 가지고 와 있었다.

“ 크라이스군의 수뇌부에 대한 정보가 들어와 있습니다.”

“ 오오~ 그래?”

남작이 정보가 담긴 문서를 넘겨주자 요리가 날라오는 동안 루펜 백작은 문서를 검토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 크라이스 제국의 침공군 지휘관이 고작 23살의 황태자란 말이지?”

계란요리를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에 밀어 넣으면서 루펜 백작이 말했다.

정보의 출처는 브라이티스의 주재하고 있는 아르스 공화국의 공사관.

국경이 맞닿은 인접국이지만 적대국가여서 민간 상단 차원의 무역사무소 같은 걸 빼면 공식 공관을 교환하지 않는 브라티아-크라이스 양국과는 다르게. 북방의 공화국인 아르스는 크라이스 제국에도 외교관을 파견해두고 있었으니, 그들이 수집한 정보는 꽤나 신빙성이 있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 네, 아르스 측의 정보에 의하면 이번 침공군의 총사령관은 레이니스 라 크라이스 대공으로, 제국의 황위 계승서열 1위인 황태자라고 합니다. 올해 나이는 23세이며, 얼마전 새로 창설된 안개기사단이라는 기사단의 단장을 맞고 있지만, 뚜렷한 군경험이나 무훈을 세운적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 애송이군.”

루펜 백작의 푸념에 올펜슈타인 남작이 아는 대로 늘어놓았다. 백작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 그럼 그렇지. 보통 노련한 지휘관이라면, 국경을 돌파한 여세를 몰아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네. ”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고작 23살짜리 애송이를 사령관이라. 황제라는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전제권력이 있는 제국이니까 가능한 인사로군. 전군의 절반이나 긁어모아 이런 대규모 침공군을 조직하면서 스물셋의 군력도 검증받지 못한 응석받이 태자를 사령관으로 삼아 보내다니 말이야. 크라이스 황제의 자질도 알만하군.”

“ 그래도 크라이스 국내에서는 어느 정도 능력을 인정받은 모양입니다. 황제 알렉산데르 4세가 냉정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정평이 나있으니까요. 모르긴 몰라도 보통 인물은 아니라고 사료됩니다만.”

만약 루펜 백작이 권위주의자였거나, 그저 그런 보통정도의 기량을 지닌 인물이라면 그러한 남작의 조심스러운 말은 역정을 돋우기 십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침착하고 사려 깊으며,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경험 많은 노 백작은 약간의 냉소로만 자신의 느낌을 내뱉었을 뿐이었다.

“ 하긴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니까. 나 역시 젊은 시절에는 나이에 비해서는 또래보다 항상 앞서나갔다네.”

“ 백작께선 이십대 초반에 이미 기사로 이름을 날리셨다고 들었습니다.”

분위기를 맞추듯 남작이 부산을 떨었다. 남작의 맞장구에 기분이 살아났는지 백작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거드름을 피웠다.

“ 험험. 황태자 전하께서 과연, 어떤 혈기 넘치는 용병술을 보여주게 될지 궁금하구먼. 그리고 호밀기사단은 어찌 되었나? 계속 통신을 유지하고 있는가?”

“ 통신은 유지 중입니다.”

“ 언제 입성한다지?”

“ 오늘 중에는 베레스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다른 군단도 마찬가지이고,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은 빨라야 모래 아침나절에나 합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왕성한 식욕으로 식사를 마친 남작은 손수건으로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

“ 일단 여섯 개 군단과, 기사단 둘로 방어진을 형성하게 되었군. 두터운 베레스의 방어력과 그만한 병력이면 싸워볼만 하군. 전면전을 피하고 최대한 병력 소모를 줄이며, 이틀만 더 견디면 되는 거야.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의 전투력은 의심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안 그런가?”

“ 동감입니다.”

“ 왕도의 증원군만 제 시간에 당도한다면 크라이스 놈들의 등 뒤에 비수를 박을 기회가 반드시 생길 걸세. 잘하면 제국의 황태자를 폰타우 강에 수장시킬지도 모르겠군.”

“ 그래도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어제 날아온 소식 못 들으셨습니까?”

“ 북부산맥에서의 아군이 전멸을 당한 이야기 말인가? 저급한 오크 따위한테 당하다니. 북방전선으로 나간 녀석들이 얼마나 무능했기에 그런 패배를 당한다는 건가.”

“ 하물며 상대는 수적으로 우세한 크라이스 제국군입니다. 게다가 혈기왕성한 황태자 전하께서 어떤 강경책을 써올지 모르는 법지요.. 젊다는 것은 무모하지만 때로는 변수가 심한 이외성에 기반을 둔 행동으로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도 있으니만큼 각별히 유념해서 방어전략을 짜야 할 겁니다. 전 이만 일어나보지요.”

약간은 흥분한 노 백작에게 경고성의 발언을 남긴 남작은 그대로 퇴장했다.

그날도 하늘은 한껏 푸르렀다.

남작의 마지막 말을 곱씹은 백작이 쓴 입맛을 재촉하며, 남은 아침식사를 후다닥 마친 후에도 크라이스의 침공군은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급히 달려온 호밀 기사단이 베레스의 서문을 통해 입성했다. 그렇지만 호밀기사단이 보무도 당당히 베레스에 입성하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레이니스 대공은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한번쯤 시도해봄직한 별동대에 의한 기습정도의 작전도 시도하지도 않았다.

“ 신중한 건지, 아님 어리석은 건지. 젊은 사람이 너무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로구만,”

루펜 백작이 그날도 뉘엿뉘엿 저물어만 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내뱉은 말이다.

이미 그날 중으로 3개 군단이 추가로 입성했고, 새로이 방어진을 재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스군은 움직이지 않았다. 노련한 백작마저도 대공의 의중을 간파할 수 없었다. 적의 전력이 훨씬 많기에 성에 농성하고 있을 뿐. 그저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는 수가 나오지 않았다.

“ 각하 오늘밤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날 하루도 평온하게 지나가자 올펜슈타인 남작이 하늘과 성 밖에 주둔한 크라이스군 진영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어왔다.

“ 2교대로 경계근무를 서는 것이 좋겠네, 어제도 밤새 경계근무를 돌아 병사들이 많이 지쳤을 테니. 자네가 알아서 교대가 이루어지도록 조치하게나.”

“ 하지만 오늘밤에 적이 내습해올 가능성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들도 기다릴 만큼 기다렸을 테니 말입니다.”

“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네, 병사들의 전투력을 저하시킬 수는 없잖은가? 자고로 굶주리고 졸린 부대는 승리하기 힘든 법이네. 허허.”

적이 공격해 들어오지 않는 것이 전략일수도 있으련만, 백작으로서는 갈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이었다. 대개 침공군은 그 기습의 여세를 몰아 상대가 방어진을 완전히 갖추기 전에 끊임없이 공격을 하는 것이 전술의 정석이라고 알려져 있다.

사기라는 것은 침공군의 입장에서는 첫날을 고비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서, 시일을 끌면 끌수록 보급선이 길다는 점과, 적지라는 불안감이 갈수록 팽배해지고 만다.

사기가 떨어진 군대는 그 숫자가 아무리 우세하다 해도, 승리를 쉽게 얻어낼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스티아 대륙의 동쪽 멀리에 위치한 키타이의 유명한 병법가의 이론에 의하면.

침공 직후 처음 3일까지는 사기가 그런대로 유지가 되지만 3일 이후에도 승리를 얻지 못한다면 사기는 절반까지 추락한다고 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전술적 승리라도 유지된다면, 사기는 그만큼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듯 사기란 전략, 전술. 병참과 함께 승리의 필수 요소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시간과 사기와의 상관관계를 잘 아는 루펜 백작으로서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한평생 전쟁터를 누비면서 그를 평가하는 문장은 ‘건실하면서도 정석에만 고집한 용병술’과 ‘침착한 지휘능력’ 두 가지가 대표적인 것이었는데, 이는 곧 안정성은 뛰어난 편이지만, 변칙적인 전술에는 쉽게 반응하여 적절한 대응하는 융통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뜻하는 말이기도 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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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8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2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4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9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2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2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7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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