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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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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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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5.03.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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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오늘도 화이팅!




DUMMY

#3.




아스티아력 1302년 7월 1일. 왕도 브라이티스에서 <의원회>가 열리던 그날, 브라티아-크라이스의 국경인 폰타우 강에 대규모 부교가 가설되었다.

북부산맥에서 발원하여 브라티아와 크라이스를 가르며 대하(大河)로 흘러들어가는 폰타우 강은 평원지대를 완만하게 흐르는 강으로서 폭도 1베리를 넘지 않았고, 유속 또한 느린 편이었다.

종교가 다르고 정치체계가 판이한 양국인지라, 폰타우 강에는 영구적으로 왕래가 가능한 다리가 개설되어 있지 않았다.

다만 무역을 목적으로 한 상인이나, 국적에 상관없이 활동하는 용병들의 왕래를 위한 배를 타고 내릴 수 있는 용도의 선착장만이 몇 개 있을 따름이었다.

강의 유역에는 선착장보다 많은 숫자의 요새가 건설되어 있었고, 항시 긴장감이 감도는 지역이었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양국의 합의 하에 공식적 무역이 허가된 지역에 선착장이 몇 개 더 추가되어, 이제는 배를 통한 정기적인 왕래도 가능한 상태였다.

사실 7월 1일 아침도 전날처럼 평화로운 날에 불과했다.

폰타우 강에서 가장 폭이 좁은 위치에 주둔한 브라티아 왕국군 소속 정규군인 폰타우 군단의 요새를 방어하는 병사들은 상쾌한 아침공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침시간이 지난 후 몇 분이 되지 않아 요새는 크라이스군의 급습에 곤경에 처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마침 그날은 지고신 브라이트의 안식일이었고, 대부분이 지고신의 신자인 병사들은 요새안의 마련된 간이 신전에서 사제들의 베푸는 미사에 대부분 참여한 상태였다.

지고신의 율법에 의하면 미사에 참여하는 모든 이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무장을 할 수 없도록 되어있었다. 그리하였으므로 소수의 각처의 분산된 초소를 지키도록 되어있는 초병을 제외한 모든 장병들은 비무장인 상태였다.

물론 브라티아군에게 적을 막을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비록 폭이 좁다고는 하지만 그 거리는 1/2 베리 정도였고, 뗏목을 엮어 도강을 시도하는 크라이스군의 전위부대는 치밀한 계획에 의해 준비된 도강이었지만, 흐르는 강물을 헤치고 도강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다가, 요새의 성벽에는 전면의 폰타우 강 중턱까지 날아가는 노포(弩砲)가 다수 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댕댕댕댕~

성벽에서 적을 발견한 초병들이 울려대는 종소리에 미사를 드리고 있던 병사들이 급히 요새 안의 성소(聖所)에서 뛰쳐나왔다.

“ 적의 기습이다!‘

“ 각자 제 자리로! 빨리 빨리 움직여. 적이 강을 넘어오기 전에 요격하라.”

실제로 기습이었지만 요새내의 폰타우 군단 장병들은 신속한 대응능력을 보여주었다.

좁은 강폭 때문에 유속이 빠른 편이어서 크라이스군의 기습은 가장 유리한 밤중이 아닌, 시계(視界)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해가 떠오른 아침을 도강시간으로 잡은 만큼 요새에서 발사하는 노포의 명중률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밤사이에 어둠을 틈타 적병들이 강기슭 갈대숲에 숨겨 놓은 뗏목의 숫자는 금세 폰타우 강을 뒤덮여 버렸고, 이것은 노포의 대응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었다.

후일담이지만, 7월1일 아침의 도강을 시도한 크라이스군의 전력은 2군단, 4군단 12000명에 달했다.

또한 동원된 뗏목의 숫자만도 1000여척에 이르렀다. 적은 치밀하게 준비를 했다는 걸 반증하듯 대기하고 있던 크라이스군의 특수부대인 마호센 공병군단이 뗏목의 도강과 함께 신속한 속도로 부교를 부설하기 시작했고, 작업 네 시간 만에 임무를 완수해내었다.

그때는 이미 요새는 크라이스군의 수중에 넘어간 상태였다.

노포(弩砲)의 포화를 무릅쓰고 도강에 성공한 크라이스군의 전위부대가 재빨리 요새의 문을 파괴하고 밀어닥친 것이다. 질풍노도와 같은 공격에 폰타우 군단 장병들은 최후의 1인까지 물러서지 않았지만, 싸움은 용기만으로 이길 수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미 예기를 꺾인 브라티아군은 그 3배가 넘는 적군의 정예 정규군을 당해내지 못하고, 군단장 이하 전원이 전사했다.

폰타우 군단을 괴멸시킨 크라이스군은 본격적인 병력을 부교를 통해 투입하였다.

동원된 병력은 정규군 8개 군단과 크라켄, 베헤모스 기사단 등 정규 기사단 2개. 그리고 안개기사단이라고 일컬어지는 크라이스 제국이 신설한 기사단으로서, 그들은 신속한 속도로 폰타우강을 건너 월경해 들어왔다.

모든 것이 치밀한 사전준비에 의한 것인 듯, 일사 분란한 움직임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


“ 전하. 원정군 전원이 도강을 완료하였습니다.”

아직 크라이스 제국령 방면에 남아있던, 제국군 수뇌부에 작전완료가 보고된 시간은 오후 3시 무렵이었다.

“ 아군의 피해상황은?”

전령으로 모습을 드러낸 기사의 보고를 전달받은 크라이스군 수뇌들 중, 전군을 지휘한 사령관인 매우 차가운 느낌을 풍겨내는 흑색투구를 눌러쓴 기사가 물었다.

“ 대략 전사 1700여명, 부상 1200여명 되는 것 같습니다.”

“ 생각보다 많군. 그만큼 적이 잘싸웠다는 이야기인가.”

“ 예상외로 적의 대응이 신속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적개심도 아주 대단했습니다. 요새가 무너지고 몇 배에 달하는 병력이 밀어닥치는데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전령이 보고를 마쳤다.

“ 으음.”

날씬한 백마를 탄 그는 투구를 살며시 벗었다. 그러자 아직은 어린 티가 나는 얼굴과 함께 치렁치렁한 흑발의 미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쾌승을 거둔 것보다 피해가 예상을 넘는다는 것이 불만인지 그의 표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 전하! 그래도 승리하고 적의 요새를 함락시킨 건 큰 전과입니다.”

장군 중 하나로부터 전하라고 불린 흑발의 젊은이는 얼굴을 찌푸린다.

“ 초전에 기습을 했는데도 적은 용감히 싸웠다. 적은 무능하지 않다는 건 저들을 넘어야 하는 우리에게 슬픈 일이 아닌가?”

무능한자는 결코 출세할 수 없다.

브라티아의 인사체계는 효율적이다. 브라티아는 부패하지 않았고, 현장의 지휘관들은 대부분이 성실했으며 용감했다.

“ 예상한 것이 아닙니까?”

“ 그런가.......”

“ 이제 한 번의 승리를 얻었을 따름입니다. 갈 길이 머니 피해를 셈하는 건 다음으로 미루고 다음 명령부터 내려주십시오.”

이 정도 저항은 충분히 계산에 포함시킨 그였으므로, 더 이상의 신경은 집착이라 생각되었는지, 이내 표정을 바꾸고 근엄하게 지시를 내렸다.

“ 부상자를 신속히 후송하고, 전열을 재정비하도록 각 부대 지휘관에게 하달하도록.”

장군이 예를 표한 뒤에 황급히 사라지자, 흑발의 젊은이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참모진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마법사 복장을 한 남자가 약간은 음산한 미소를 머금으며 사령관인 젊은이에게 말했다.

“ 일단은 성공이라 말할 수 있겠군요. 레이니스 전하.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검정색 로브를 걸친 그는 잿빛 머리칼에 파리한 혈색 없는 피부를 가진 중년 남자로 젊은이와는 스스럼없는 관계처럼 보였지만, 언행이나 태도로 보아 두 사람의 관계는 주종관계인 듯 보였다.

“ 그러겠지, 마리노스 경. 그대의 전략은 빈틈이 없으니까 말이야.”

“ 과찬이십니다. 모든 건 저의 책략을 매끄럽게 성공시키신 전하의 지휘능력 덕분이지요.”

“ 제국 최고의 지략가이자, 황제폐하의 총신인 그대가 이렇게나 겸손하니 든든하고 고맙군.”

“ 별말씀을........ 저의 주인이 황제폐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만. 현재 저를 움직이는 유일한 분은 레이니스 라 크라이스, 당신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마리노스 경이라고 불린 마법사는 음산한 미소를 토해내듯이 내뱉었다.

흑발의 젊은 사령관. 즉 크라이스 제국의 안개 기사단장이자, 현(現) 황제 알렉산데르 4세의 장남으로 황위 계승 서열 1위인 제국의 태자라는 거창한 명함을 달고 있는 레이니스 대공은 마리노스의 미소를 가볍게 받아넘기며 대답했다.

“ 그대와 나의 계약 때문인가? 아니면 나라는 인간에게 개인적인 호감을 느껴서?”

“ 글쎄요. 현재로서는 대답하기가 미묘하군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가 전하의 야망의 달성을 돕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딴에는 그렇겠지. 앞으로도 활약을 기대하겠네.”

“ 전 이만....... 돌아가서 다음 책략을 준비하죠.”

대공은 무표정하게 입가를 이죽거렸다. 한손을 가슴에 대고 인사를 올린 마리노스가 뒤로 물러나자. 레이니스 대공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요새 방면으로 몰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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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2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9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8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2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4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7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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