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11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30 13:00
조회
571
추천
6
글자
10쪽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오늘도 화이팅!




DUMMY

#2,




쾅!


“ 그 어린 애송이가 브라이티스까지 진군했다고 하더구나. 저 막강하다는 브라티아의 근위기사단마저 적수가 되지 못했다. 이것도 요행이냐? 아니면 내가 알고 있는 브라티아의 근위기사들은 모두 썩은 짚단이나 베고 있던 허수아비들이란 말이냐? 알베르.”

“ ........”

일반 서민의 수입으로는 10년을 모아도 살 수 없을만한 값진 책상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분노를 표출한 샤르트르 공작은 마치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못하는 샤이드 후작의 표정에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탐욕스러우리라만치 권력욕에 불타있는 노 공작은 불편한 심기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에 반해 조카인 알베르 라 샤이드 후작은 백부의 노기충천한 모습에 몸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의 소소한 경험에 의하면 그의 백부는 어지간해서 화를 내지 않는다.

쓸 때 없이 화를 내고 있는 것보다, 자신에게 화를 내게 한 대상에게 모종의 일을 벌여 굴복시키거나 복수하는 것이 더욱 유용하고 즐겁다는 사실을 잘 아는 그런 타입의 인간인 것이다. 그걸 아는 샤이드였기에 화가 길길이 나있는 공작의 분노에 그는 혼이 반쯤 빠져나온 상태였다.

“ 소. 송구합니다. 녀석이 신변을 그리 은밀하고도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는지를 미처.......”

옹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후작은 잘못을 빌었다. 그러자 공작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며 이죽거렸다.

“ 네 녀석이 아~ 주 무성의하게 보낸 자객 때문에 하마터면 나에게까지 불똥이 튈 뻔했다. 참 잘도 일처리를 하는구나. 알베르. 난 아주 좋은 조카를 두었어.”

“ 면목없습니다. 백부님.”

“ 면목이 없다? 무능한 인간들이 입버릇처럼 내뱉는 단어를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는구나. 사랑하는 나의 조카야. 우리 같이 고귀한 신분의 사람들에게는 송구스럽다거나 면목이 없다는 불필요한 말은 전혀 살아가는데 필요가 없단다.”

“ 설마 녀석이 그처럼이나 신변경호가 철저할 줄은 몰랐을 뿐입니다. 두 번 실수는 없습니다. 믿어주십시오 백부님”

“ 너는 알렉산데르가 모르고 넘어갔다고 생각하느냐?”


쨍그랑~!


고작 실패에 대한 핑계라는 것이 독창성이라고는 먼지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뻔한 단어의 나열에 불화가자, 공작은 손에 들고 있는 크리스탈 술잔을 바닥에 내던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크리스탈 파편은 빛을 뿌리며 흩어진다.

“ 정보수집이 부족했기 때문이지. 모든지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느냐? 멍청한 녀석. 힘으로만 되는 일이었다면 너에게 지시하지도 않았다. 어리석은 놈”

샤이드는 술잔이 자신의 머리로 날아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듯, 진땀을 흘리며 굽실거렸다.

그는 백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지만 진짜로 노하면 어떤 인간이 되는지도.......

“ 모름지기 큰 것을 손에 움켜쥐기 위해서는 무력보다는 정보력과 은밀한 공작이 제일 중요한 것이다. 그 빌어먹을 알렉산데르가 어찌해서 옥좌에 오를 수 있었느냐? 바로 그 너구리같은 마리노스가 뒤에서 첩보와 정보조작을 맡았기 때문이다! 재력과 군사력 모두 앞선 파울루스가 제대로 대처도 못하고 패배했던 이유를 내가 몇 번이나 알려주었거늘.”

“ 녀석의 신변에 첩자를 묻어 놓을 테니, 걱정 마세요. 곧 반드시 놈을 자리에서 끌어내리겠습니다.”


철썩!


순간 노공작은 조카의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일흔 살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매서웠다. 검술로 밥벌어먹고 살아야 할 기사치고는 연약하기 짝이 없는 샤이드의 뺨은 금세 부어올랐다.

“ 멍청한 녀석. 이제는 자객을 보내 암살을 시도하는 것은 안 된다! 이미 알렉산데르는 우리를 표적으로 삼았을 수도 있단 말이다. 알렉산데르는 결코 무능한 황제가 아니다. 아니 징그러울 정도로 유능한 황제가 바로 알렉산데르........ 다시 한 번 실패한다면 알렉산데르의 근위기사들이 이 집을 순식간에 에워쌀 것이다.”

“ 그....... 그럼........ 어떻게?”

샤이드는 손으로 얼얼한 뺨을 부여잡으며 물었다.

“ 원정군을 패퇴시켜라. 아르스 공사관을 통해 원정군의 편제와 여타 정보를 흘리란 말이야. 그리고 전투 중 혹은 패주하는 걸 틈타 놈을 없애버리도록. 아주 우연처럼 말이다. 될 수 있으면 마리노스도 함께 숨통을 끊어버려!”

“ 하지만 녀석의 군대는 이미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그 정도 정보로는 전투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겁니다. 브라티아 왕국에는 이미 그 애송이를 막을 병력도, 기사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전투 중에 녀석을 암살하기는 더욱 힘들 겁니다.”

사려가 깊고 침착할 줄로만 알았던 공작이 억지를 부리자, 샤이드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옹색한 대답을 계속 늘어놓았다.

“ 원정군에 유언비어를 흘려라. 황도에 반란의 기운이 움트고 있다고....... 그러면 아마 녀석도 냉정함을 유지하지는 못할게다. 그럴 때 브라티아군이 급습을 하는 거지. 그리고 놈을 죽일 방법은 이미 강구해 놓았다. 넌 유언비어를 흩어놓는 것에 주력해!”

어느새 평정심을 회복한 공작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악마에게 영혼을 서슴없이 팔아 치울만한 인물이었다. 그에게는 레이니스와 함께 출전한 병사들의 안위 따위는 당연히 안중에도 없었다. 오히려 레이니스와 함께 사라지면 더욱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인리히 라 샤르트르는 그런 인물이었다.

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크라이스 제국의 제 1귀족자리를 지켜왔던 그가 아니던가?

그런 제일의 자리에서 그를 끌어내린 황제 알렉산데르 4세에 대한 그의 증오와 반감은 이미 도를 넘은 것이었다.

“ 곧 돌아올 그분을 위해서는 레이니스와 간신 마리노스는 사라져야한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귀한 손님이 오실 예정이니, 준비를 철저히 해놓아라. 경계도 단단히 하고.”

“ 예. 백부님!”

“ 이만 나가 보거라!”

공작은 핏빛처럼 붉은 포도주를 병째로 들이켰다. 샤이드 후작은 평소 같지 않게 흥분한 백부의 행동에 쥐약 먹은 강아지 마냥 벌벌 떨었다.




#3,



그날 밤, 공작은 중요한 손님의 내방(來訪)을 받았다.

밤늦게 공작의 크레온 사저를 찾은 손님은 암회색 사제복을 걸친 50대 후반의 남자였다.

“ 어서 오시지요 라트랑 대사교(大司敎).”

“ 늦으시간 실례좀 하겠습니다. 공작각하.”

“ 밤길에 따르는 눈과 귀는 없던가요?”

손님을 맞으며 공작이 소리를 죽여 물었다. 밀실로 안내된 라트랑 대사교란 인물은 특유의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눈빛을 번득이며 고개를 저었다. 미행은 없었으니 걱정 말라는 뜻이다.

<대사교(大司敎)>라는 직위는 세이이라 교단에서는 상당한 위치의 자리다.

세이이라 교단은 매파와 비둘기파의 양대 세력으로 분열되어 있고, 현재는 비둘기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정에서 라트랑의 지위는 교단 지도부 상층부에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매파 중에서는 최고위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그가 어수선한 시기에 그것도 한밤중에 샤르트르 공작의 사저(私邸)를 찾았다는 것은, 무언가 음모가 꾸며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 트리스티 최고사제의 병세는 어떠하던가요?”

밀실에 마련된 안락한 의자를 권한 공작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 어려울 것 같더군요. 그 늙은이는 여신의 정원으로 떠날 때가 임박한 것 같습니다. 뭐 이미 살만큼도 살았지만 말입니다. 오래도 살았지요.”

무미건조하게 라트랑이 대답했다.

트리스티 최고사제는 크라이스 제국의 세이이라 교단의 수장(首長)이다.

자신보다 높은 최고사제를 늙은이 운운하는 라트랑의 말투는 아무리 반대파라지만, 성직자의 대답이라 하기에는 참으로 박정한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라이스의 세이이라 교단은 최고사제 1인을 수장으로 하여 지방의 각 대도시를 관장하는 대주교와 주교 10인. 그리고 크레온의 대신전의 대사교 두 명을 합쳐 이른바 <13인 위원회>라는 기구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었다.

교단내의 큰 안건은 이 13명의 고위사제들의 표결에 의해 처리되며, 기권자가 발생해 찬반이 동수일 때는 최고사제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는 것이, 교단의 특징이다. 이들 13인중 어느 파가 다수를 점유하고 있는 것에 따라 그 시대 교단이 어느 성향을 띄는지가 구별된다.

현재 13인의 고위사제 중, 최고사제 트리스티를 비롯하여 대신전 감찰(監察) 대사교 에드몽과 크레온 대주교 오언을 포함한 8명이 비둘기파로, 지금 교단의 주도권은 과반을 훌쩍 넘긴 비둘기파에게 넘어가 있는 상태였다.

이는 알렉산데르 4세의 등극에 반발한 매파 측의 고위사제들 중 상당수가 교단 내의 권력다툼에서 밀려났기 때문에서였다. 그런데 지난 7년간 비둘기파를 충실히 이끌어온 최고사제가 지금 임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만약 최고사제가 사망하면 남은 12명의 고위사제들은 자체 표결에 의해 새로운 최고사제를 선출한다. 새로운 최고사제가 선출되면 그 공석을 새로운 고위사제 후보군에서 승진하여 채우게 된다.

최고사제의 임기는 종신직이었다. 하지만 대개 최고사제가 되는 사제의 경우 나이가 고령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성력을 통해 노화를 최대한 억제한다고 해도 수십 년 동안 최고사제에 자리에 앉아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Ep 1-6. 낙성(落星) . <1> +1 15.04.15 697 7 11쪽
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1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6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4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2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49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1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2 5 10쪽
»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2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4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3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4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7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0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7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8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8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4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7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