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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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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25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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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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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오늘도 화이팅!




DUMMY

“ 그럴지도 모르죠. 현자들이 분석한 붉은 눈 오크의 전력은 상상이상이었으니까요.”

“ 흐흠. 전장에서 정찰은 수색대의 몫일 텐데? 현자들은 분석만 할뿐. 예언하지는 않지. 누가 그러던가요 붉은 눈 오크가 수만이라고?”

“ 거두절미하고 우리가 패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소. 하지만 붉은 눈 오크를 위시한 오크들이 평원을 주전장으로 삼은 점과 기습도 아닌 전면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수적으로 오크들이 우세하였다고는 하지만 기사단과 정규군 4개 군단이 거의 전멸했다는 점은 납득 안 되는 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자칫 마법사들과 근위기사단장간의 언쟁으로 사태가 커질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두 사람의 말을 자르고 엘레니스 최고사제가 회의를 속행시켰다.

그의 말에는 비토리오 2세도 같은 의견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조용했던 브라티아 정계였지만, 문관인 마법사와 기사의 알력과 템플러와 기사들의 보이지 않는 반목처럼 평화가 너무 오래 유지되면서 생겨난 크고 작은 병폐는 존재하고 있었다.

“ 대개 현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오크들은 평원에서 전투를 벌이는 것을 매우 싫어합니다. 게다가 식량이 떨어지면 서로를 잡아먹는 습성 상 잘 뭉치지도 않으려고 하죠. 하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놈들은 당당하게 평원에서 정면 승부를 노렸고, 그 결과 우리 군대는 전멸 당했습니다. 여기서 의문은 발생합니다. 조잡한 무기와 상하 지휘체계도 문란한 오크들이 인간들의 정규군을 상대로 승리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을까요?”

마침 문이 열리면서 등장한 남자가 말했다.

좌중의 이목은 모두 그에게로 돌아갔다. 초로의 약간 마른 그 사내는 바로 브라티아의 총리대신인 에르네스트 라 제리노스 백작.

평민출신의 고아로 태어나 갖은 고생 끝에 백작작위를 받고 총리까지 오른 그는 입지적인 인물로 통하는 브라티아 제일의 행정가이자 책략가로 국왕 비토리오 2세의 심복이라 부를 수 있는 남자였다.

정치적인 배경이 없음에도 능력만으로 총리대신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탁월한 정치 감각을 지녔으며, 청렴하였으므로 왕실이나 신전, 군부를 막론하고 일반 민중에 이르기까지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설에는 비토리오 2세의 사후, 새로운 왕조를 열 국왕후보로 신전측이 내세울 것임이 유력하다는 믿을만한 소문도 있을 정도의 수완가였다.

“ 늦었군. 총리대신.”

“ 늦어서 죄송합니다. 전하.”

백작은 왕에게 예를 표했다.

그는 한 달 전부터 지방행정을 감찰하기 위해 순행하러 나가있다가 소집령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온 것으로 이번 순행은 왕명에 의한 것이었다.

“ 브라티아 제일의 책략가이신 총리께서 돌아오셨군, 어디 현자들도 인정하는 그 명석한 머리로 짜낸 고견을 부탁드리겠소.”

포렌 후작이 약간의 뉘앙스를 풍기며 말했다.

상호관계를 따진다면, 그는 제리노스 백작이 왕립 브라티아 현자대학출신이 아닌 아스티아 유학파인 점과, 최근 신전과 밀착관계에 있다는 점에 대해 약간의 거북함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를 청렴한 인물이고, 훌륭한 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긴 하였지만, 한 번 낀 색안경은 쉽게 벗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마법사들이었다.

“ 왕국 최고의 석학이신 후작께서 계신데 괜한 잘난 척을 한 것 같군요. 하지만 후작께서도 어느 정도 눈치는 채시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만?”

백작은 가볍게 눈짓하며, 자신의 자리로 마련된 의자에 앉았다.

후작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의 눈빛은 ‘역시’라는 뜻을 내포하는 듯 보였다.

“ 역시 브라티아 최고의 중신다운 통찰력이시군, 본인도 총리의 말뜻을 알겠소이다. 그렇다면? 역시?”

“ 그렇습니다. 이번 일은 오크 단독의 힘이 아니라 배후가 따로 있을 겁니다.”

“ 배후?”


웅성웅성


<침묵의 방>안에 모든 사람들이 부산스러워졌다. 소란이 멎기를 기다리지 못한 비토리오 2세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 그 배후라는 말은,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인가? 아니라면 왕국의 안녕을 위협하는 흉악한 목표를 가진 타 세력을 지칭하는 것인가?”

국왕의 질문에 모든 이의 눈이 백작을 향해 집중됐다. 백작은 미소를 지었다.

“ 저는 이번 북부산맥 전투의 패배의 배후로 크라이스 제국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후작님?”

제리노스 백작에게 집중되었던 시선이 이번엔 포렌 후작에게로 돌려졌다. 그들은 이 나라 최고의 현자라는 포렌 후작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은 끝나고 포렌 후작이 입을 열었다.

“ 저도 아마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들은 브라티아-아르스 간의 교역로의 봉쇄와 함께, 브라티아 내의 경제적 혼란을 노리고 있겠지요. 그 이유는 아마도.”

“ 근시일 내로 대규모 군사적 작전이 크라이스 제국간의 국경지대에서 벌어질 겁니다. 지난 10년간의 평화도 이젠 안녕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전쟁준비를 해야겠지요.”

백작이 덧붙였다.

지난 10년간 브라티아와 크라이스 간에는 분쟁 수준이상의 충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비토리오 2세의 온건한 평화노선 덕분이기도 했지만, 크라이스 제국 내에서도 황제 알렉산데르3세가 사망한 후, 3명의 황자 사이에 황위 다툼으로 국내 사정이 크게 혼란에 빠졌으며, 일단의 암투와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거쳐 마침내 둘째인 알렉산데르가 알렉산데르 4세로 즉위한 7년 전부터, 내정의 안정을 위해 군사작전을 극도로 자제해왔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 크라이스가 움직일 거란 말인가.”

“ 크라이스 제국도 이제 쉴 만큼 쉬었다는 것이지요. 붉은 눈 오크에 의해 아르스 공화국과의 교역이 봉쇄된 사이에서 크라이스와의 전쟁은 우리에게 승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 헤아림이 거기에 미치셨다면 응당 대안도 있으리라 봅니다만?”

천재와 현자가 회의를 주도하자, 자신이 한발 뒤쳐졌다고 생각한 엘레니스가 목소리를 높였다.

“ 역이용이죠. 크라이스 제국은 아마도 우리가 오크들과의 전쟁에 충격을 받아 북부산맥으로 병력을 집중시킬 것이라 믿고 있을 테니, 우리는 그들의 예상대로 크라이스와의 국경지대의 병력을 이동시키는 척 하다가 제국군이 국경을 넘으면 내륙으로 끌어들여 일거에 섬멸하는 겁니다.”

" 오호. 그런 방법이“

“ 실로 묘안이로군.”

제리노스 백작의 유연한 대답에 문관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하지만 성전기사단장 랄크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 외람되지만 한 가지 묻겠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우리 측은 1개 기사단과, 4개 군단을 잃었습니다. 총리대신의 예상대로라면, 크라이스는 아마 우리의 병력 사정을 잘 알고 있을 테고 그에 따른 병력을 운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듣고 보니 그렇군요. 본국의 정규군은 이제 4개 기사단과, 13개 군단 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크라이스는 시간을 두지 않고 일거에 대병을 투입해 진격해올 것이 틀림없을 것입니다. 아마 벌써 국경지대에서 군사 행동을 시작했을지도 모르지요. 그에 반해, 우리는 왕국 전역에 흩어진 군대를 모두 모아 싸울 준비를 마치려면 일주일은 족히 걸립니다. 그전에 적이 침공해오면 유연하게 병력을 이동시키기 힘들어질 겁니다.”

근위기사단장 아줄렛 백작도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역시 군 실무자인지라 랄크와 아줄렛은 병력 운용을 걱정했다. 게다가 이들이 걱정하는 이유는 크라이스 제국군의 편제에도 있었다.

4000명으로 편성된 브라티아 정규군과는 달리 크라이스 제국의 정규군은 50%이상 많은 6400명씩 편성되어 있고, 군단의 숫자도 16개로 병력 수에서만 보면 브라티아를 훨씬 능가했다. 알려진 정규 기사단 숫자도 5개나 되었다.

현재 브라티아가 400베리에 이르는 크라이스와의 국경지대에 배치한 병력은 기사단 둘을 포함해 정규군 8개 군단에 달했고, 국경지대 지방의 지방군도 상당수가 되었지만 분산되어있었다.

이들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만약 크라이스군이 일거에 10개 이상의 군단을 동원해 국경의 일점을 노려 몰려든다면 지형의 유리함이나, 보급선이 짧다는 이점도 숫자라는 단순한 논리에 의해 무력화되고 말 것이었다.

“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북쪽의 방비는 현재 남아있는 프라우라 군단과 지방군에게 맡기고, 왕도에 있는 성전기사단과 교회군에 지원을 부탁하는 수밖에요.”

“ 이견은 없소.”

“ 사세가 그러하다면 템플러 역시 참전하겠습니다.”

제리노스 백작의 말에 엘레니스와 그랜드 마스터 랄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선택에 여지는 없었다.

성전기사단과 신전수비대인 교회군은 왕도 브라이티스와, 브라이티스 근교의 교회령(敎會領)이라는 영지에 주둔 중이었으므로, 단시일 내에 출전이 가능하기도 하였다.

“ 결론은 나왔군. 이번의 책임자는 아줄렛 백작과 제리노스 백작이 직접 맡아주고, 신전 측에서도 도움을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마법사 길드 쪽에서도 지원을 해주셨으면 하겠는데.”

결론을 내리면서 비토리오 2세가 포렌 후작을 바라보았다. 후작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 저희 길드에서도 오늘 중으로 100여명의 마법사를 지원해드리겠습니다. 국왕 전하께선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 고맙소이다.”

일단 의견이 모아지자, 나머지는 일사천리였다.

총리대신 제리노스 백작을 사령관으로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을 포함한 교회군 3개 군단과, 정규군 2개 군단이 이틀 안으로 크라이스 제국과의 국경지대로 증원되기로 하였으며, 추가로 마법사길드는 국경 지대와의 연락을 맡는 한편, 100여명의 종군법사부대를 편성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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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1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8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2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1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3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2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4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7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8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8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6 30 9쪽
»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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