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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38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25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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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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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오늘도 화이팅!




DUMMY


#2.




황태자가 거둔 승전보는 거의 실시간으로 크라이스의 황도 크레온에 알려졌다.

사실 제국 내에서도 개전 단 이틀 만에 국경의 견고한 요새도시 베레스가 함락될 것이라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기쁜 승전보는 황제 알렉산데르 4세를 매우 흡족하게 하여서 크라이스의 황궁은 삽시간에 축제분위기에 휩싸였다.

하지만 떠들썩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크레온의 귀족들 중 대부분은 레이니스 대공의 승전 사실을 마냥 반기지만은 않았다.

크라이스 제국의 황권다툼으로 수많은 귀족가문들이 겁화(劫火)에 휘말려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고, 그 와중에 간신히 목숨을 건지기는 했지만 정계에서의 실권을 빼앗기고 내몰린, 현(現) 황제에게 불만을 품고 있는 귀족들도 아직은 적지 않았던 것이다.

개중에는 알렉산데르 4세에게 충성을 맹세해 목숨을 건진 후. 몰래 황제를 암살하려는 시도도 여러 번 있을 정도로 크라이스 국내사정은 혼탁했다. 그러한 정세 속에서 무리하게 감행된 이번 원정은 그래서 더욱 민중들의 환호를 불러 일으켰다.

“ 좋지 않은 흐름이군.”

하인리히 라 샤르트르 공작은 그러한 불평세력의 우두머리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귀족 작위가 국가에 공로를 세운 이에게 주는 명예에 불과한 브라티아와는 달리, 크라이스 제국은 황제의 전제권력과 귀족권력이 양립하는 봉건국가였으므로 귀족은 엄격한 신분제도의 피라미드에서 황족과 성직자와 더불어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존재들이었다.

물론 평민들도 실력을 쌓아 정계나 군부에서 두각을 나타내 출세할 길이 아예 없지는 않았지만, 매우 힘든 것이었고 상당수의 요직은 귀족 중에서도 극소수인 유력귀족의 것이었다.

크라이스의 신분제도에서 평민은 자유민 이외에도 ‘농노(農奴)’라는 피지배계급이 존재하고 있어 귀족세력을 경제적으로 풍요하게 해주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부분의 귀족들은 농노들에게서 노동력과 세금을 부당하게 착취하여, 자신들의 세력유지에 사용하고 있었다.

현재 크라이스 제국 내에서의 농노의 인구비율은 무려 20%나 되는 것으로 조사 되었는데, 이에 반해 귀족의 비율은 영지가 없는 하급귀족까지 합해도 1%에 불과했다.

1%의 귀족이 20%의 농노를 억압하고 79%의 평민들 상위에 군림하는 불합리한 구조임에도 농노들의 폭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농노들은 군대에 지원해서 일정한 시간을 복무하면 자유민(평민)이 될 수 있었고, 이는 귀족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황권의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점 등의 법적 신분상승의 기회가 존재한다는 것과,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전 국민이 여신 세이이라의 신도라는 공통분모가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귀족들은 대개 매파의 성향을 띄고 있기는 하였지만, 피지배층인 일반 민중들과 농노들에게는 교단의 계파라는 것은 일체 쓸모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샤르트르 공작은 그 작위에서 알 수 있듯이 제국의 일급귀족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본래 10년 전의 황자들 간의 황위다툼에서 장자였던 황태자 파울루스의 진영에 가담했던 전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파울루스는 황위계승권 1위였음에도 둘째였던 알렉산데르나, 셋째인 아이오리아보다 후계자로서의 자질이 뒤떨어졌고, 그들의 야심에 황위를 순조롭게 계승할 능력조차 가지지 못했다. 그러나 제국의 대귀족이라는 양반들 중 최상급인 공작이 파울루스의 편을 들고 나서자 상황은 급변했다.

권력에는 언제나 악취를 맡고 달려드는 날파리가 꼬이는 법. 공작의 등장으로 제국 내 귀족들 중에서 파울루스에게 가담하는 귀족들의 세력은 순식간에 늘어났다. 그리고 그들은 온갖 음모와 술수로 선황의 총애를 받던 3황자 아이오리아를 주살하는데 성공했다.

아이오리아 대공의 암살로 제국의 제위계승은 파울루스의 승리로 끝이 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것은 파울루스 측의 오산이었다. 세이이라 교단 중 온건파이자 민중파인 비둘기파와 책략가인 대마도사 마리노스. 그리고 공명정대함을 앞세우고 파격적인 행동으로 정규군단의 일반병사들의 인기를 한 몸에 안은 2황자 알렉산데르가 아이오리아의 잔존 세력까지 흡수하면서 강력하게 부상했던 것이다.

귀족만이 아니라 교단과 민중을 등에 업고 뛰어난 책략가의 도움을 받는 알렉산데르의 힘이 예상을 훨씬 웃돌자 위기를 느낀 샤르트르 공작은 교묘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영지와 지위를 유지시켜줄 것을 조건으로 몰래 파울루스의 진영에서 이탈해 황위계승 쟁탈전에서 중립을 선포해버린 것이다.

믿었던 샤르트르의 배신으로 상황은 다시 급반전되었다. 파울루스의 편에 남아있던 무수한 귀족들은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처형되었다. 파울루스는 대하(大河)를 건너 투크로 망명하려하였으나, 알렉산데르가 100만 크레올의 상금을 그의 목에 걸기가 무섭게 측근의 시동에게 살해되어 버렸다. 그렇게 나라를 두 쪽으로 갈라놓았던 형제간의 황권다툼은 종식되어 버렸고, 알렉산데르가 부친의 양위를 받아 알렉산데르 4세로 즉위하였다.

관점에 따라 차이는 있을지 모르나 알렉산데르의 즉위의 1등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샤르트르 공작의 처지는 그의 약삭빠른 처신만큼이나 순조롭지는 못했다. 황제에 즉위하자마자 알렉산데르 4세는 구실을 만들어 공작의 광활한 영지 3분의1을 몰수하였고, 공작 대신 공작의 동생인 일레이스 백작을 파울루스 파의 잔당이라는 이름으로 끌어다 처형해버렸다.

구 제국의 대귀족 중의 최고였던 샤르트르 공작은 새로운 제국의 중추에서 밀려나 찬밥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런 공작이 황태자인 레이니스 대공의 승전에 불편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 그 어린 녀석이 베레스를 함락했다는 말이지? 이제 갓 스물을 넘었던가?”

처지곤란하게 된 공작의 크레온 사저(私邸)를 그나마 찾아드는 사람은 공작의 누이의 아들. 즉 조카인 알베르 라 샤이드 후작이었다. 크레온에 주둔중인 와이번 기사단의 부단장에 재직 중인 샤이드 후작과 샤르트르 공작 두 사람은 지금 레이니스의 승전보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중이었다.

“ 스물 셋입니다.”

외숙의 물음에 샤이드 후작이 대답했다.

올해로 딱 서른 살이 된 후작은 검술에는 일가견이 없었으나, ‘권모술수’라는 훌륭한 무기를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를 마리노스와 유사한 능력의 소유자라고 떠버리고 다녔으나, 실제 그 능력은 저 위대한 마법사의 손톱의 때만도 못했다.

와이번 기사단은 중앙의 4대기사단의 말석으로 그 임무는 수도경비에 한정되는 예비기사단에 불과한 기사단이다.

개국 이래 그 지휘관은 대귀족들에게 배분되는 것이 관례였는지라 선임 대장이자, 부단장이라는 직책도 실은 가문의 후광으로 그에게 돌아간 것에 불과했다.

기사로서의 자질과 능력은 보통에서 약간 이상 정도를 넘지 못하는 후작이었다. 만약 브라티아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실력으로는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는 고사하고 평생을 복무했어도 부단장이라는 직위에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대개 젊고 귀하게 자란 대귀족의 자제가 그렇듯, 알베르 라 샤이드라는 인물도 자신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맹신하고, 자신이 중용 받지 못함을 능력이 아니라 정계의 중신들. 즉 알렉산데르 4세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라는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요컨데 자신의 분수도 모르고 덤비는 인간형이었다.

가문의 후광으로 제 기량보다 높은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음에도, 더 높은 자리에 앉지 못함을 남의 탓으로나 돌리며 질투하는 전형적인 소인배였다.

“ 알렉산데르의 아들이 그리 대단할 줄은 몰랐군.”

이제 일흔을 넘긴. 농익을 대로 농익은 능구렁이 같은 백발의 노 공작은 다분히 자신의 조카를 겨냥한 말을 꺼내 놓았다. 그러자 예상대로 샤이드는 발끈하고 나섰다.

“ 모두 마리노스의 작품일겁니다. 그걸 가지고 레이니스가 이룬 것 인양 부풀리고 환호하는 것은 가소롭기 짝이 없지요.”

“ 그렇지 않다. 알베르. 어쨌건 이번 원정군의 총사령관은 레이니스가 아니냐? 실질적으로 그 군대를 마리노스가 이끌고 있다 하더라도 그 공은 모두 레이니스의 것이 된다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이로서 녀석의 다음 황위계승은 기정사실이 되겠군.”

“ 그래봤자 녀석의 운도 이걸로 끝입니다. 곧 독이 오를 만큼 오른 브라티아의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과 일전을 벌인다고 하더군요. 브라티아의 근위기사들은 대단히 강하니 아마 패퇴하고 돌아올 것입니다.”

노공작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자 샤이드는 눈치도 없이 계속 입을 놀렸다.

“ 아시다시피, 크라켄과 베헤모스 기사단은 제국의 중앙 기사단이기는 하지만, 적의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들의 상대는 안 됩니다. 병력이 많긴 하지만 기사단끼리의 싸움에서 패하면 뒤에 남은 정규군이야 한줌거리밖에는 안되니........ 하여간 녀석은 패하고 돌아와 황후의 치마폭에 안겨 질질 짜겠지요.”

“ 그랬으면 좋겠다는 말이겠지? 알베르..”

“ 네?”

갑자기 공작이 정색을 하고 조카를 불렀다. 샤이드는 백부의 기세를 느끼고는 겁먹은 눈빛으로 공작을 바라보았다.

“ 그보다 그분께서는 준비가 끝나셨나?”

말의 의미를 이해한 샤이드는 긴장했다. 그는 침을 한번 꿀꺽 삼키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아직입니다.”

“ 아직이라........ 더 기다려야 한다는 건가.”

노공작은 야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는 조카에게가 아닌 부하에게 말하는 듯한, 딱딱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 애송이 레이니스가 더 이상 공을 세워서는 안 된다. 알겠나?”

“ 그것은 걱정 마세요. 이미 다음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운 좋게 브라티아군을 격파한다면 계획된 순서에 따라 행동할 것입니다.”

“ 좋다. 그날이 올 때까지 우리는 전심전력해야 할 것이야. 후후....... 저 운 좋은 알렉산데르의 일그러진 얼굴을 얼른 보고 싶구만. 흐흐흐흐.”

백부의 웃음소리에 소름이 끼친다는 표정을 지으며 샤이드 후작이 단호히 말했다.

“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 기대 하마. 한잔 하자꾸나. 오늘밤에는 그 탐욕스러운 대사교를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동행하겠느냐?”

“ 물론이죠. 백부님을 따르겠습니다.”

노 공작이 따르는 핏빛같이 붉은 포도주를 바라보며, 샤이드는 야망으로 서글서글한 눈망울을 반짝였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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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2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9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8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2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4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2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7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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