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32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3.24 18:25
조회
827
추천
10
글자
11쪽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오늘도 화이팅!




DUMMY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아스티아력 1302년 7월3일 오전 10시 무렵. 크라이스 제국 브라티아 정벌군 총사령관인 레이니스 라 크라이스 대공은 베레스 성에 입성했다.

반쯤 부서진 동문으로 기사의 정식 복장에 황족을 의미하는 황실 문장을 새긴 흑색 휘장을 두른 그의 백마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성 안에 남아있던 브라티아군의 처리를 마무리하고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에게서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공은 병사들의 함성에 일일이 회답하듯 손을 흔들어 보였다.


[ 젊은 대공에게서 우리는 제국의 승리와 무한한 앞날을 예측할 수 있었다. 그것은 환상이 아니었으며, 눈앞에 벌어진 진실이었다. 영웅의 지휘를 받을 수 있었던, 그날의 용사들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에 휩싸여 있었다. 그것은 나에게도 깊은 감동이었다.]


훗날 당시 크라켄 기사단의 대장 중 한명으로써, 레이니스에 대한 회고록을 남긴 미라보 백작이 그날의 모습을 회고한 문장이다.

그는 대공의 모습에서 마치 세이이라 여신의 가호를 받는 세이러스(세이이라 여신의 가호를 받아 드래곤 카알레스를 무찔렀다는 고대의 용사의 칭호, 세이이라의 영광이라는 뜻.)를 연상할 수 있었다고 자신의 회고록에다 기술했다.

입성을 완료한 대공이 내린 일단의 지시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는 병사들의 약탈행위를 엄중히 금했으며, 민간인의 살상하는 병사는 즉각 체포하여 목 베는 등. 민심을 위무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게다가 포로가 된 브라이트 신의 사제들을 사면하였으며, 원한다면 종교적인 활동도 재개하도록 배려해주었다.

비단 놀라운 일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점령지의 민중에게 배교(背敎)와 개종(改宗)을 강요하기 마련인 세이이라 여신의 종군사제들도, 대공의 지시에 따라 매우 민중들에 호의적이었으며 승리에 도취되어, 흥분한 병사들을 진정시키는데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대공이 침공군의 인선(人選)을 편성할 때, 크라이스 제국내의 세이이라 교단의 양대 계파 중, 온건세력인 비둘기 파(派)들로만 종군 사제로 편성했고 이들은 대공의 유화책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덧붙여 말하면 크라이스 제국뿐만 아니라. 아스티아 대륙 내에서의 세이이라 교단은 4세기전의 이른바 <100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아스티아-에르타니아 전쟁이 후 교단이 분열되면서 브라이트교단과 상호 대립의 성향을 보이는 호전적인 매파와, 내적 쇄신과 화합을 강조하는 비둘기파로 나누어졌다.

이러한 교단의 분화는 브라티아로의 이주를 촉진시킨 이른바 <30년 전쟁>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개척 시대 이후. 신성동맹에서 크라이스, 아르스, 브라티아가 분열되면서 강경하고 권력지향적이며 호전적인 매파가 크라이스의 교단을 장악하고 있었으나, 현 황제인 알렉산데르 4세가 비둘기파의 지원으로 옥좌에 오른 것을 계기로 지금의 크라이스 제국의 세이이라 교단은 비둘기파가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대로 종군사제의 가장 중요한 역할로 점령지의 개종을 치고 있었음으로 매파 쪽에서 차출되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대공은 관례를 깨고 비둘기파를 대거 종군토록 하였다. 이것 또한 전례에 없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대공과 종군사제들의 노력으로 순식간에 민심은 안정되어 갔다.

물론 신심 깊은 브라티아인들인지라, 침략자이자 이교도인 크라이스 군대에게 호의적이지는 않았지만, 피아를 가리지 않고 치료해주는 세이이라 사제들과 규율 엄격한 크라이스군의 모습에 ‘말만 들으면 죽이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 사전에 준비된 전략이라면, 상당히 무서운 것이로군요. 점령지의 민간인에게 자비와 관용이라니. 기습으로 철저하게 수뇌부를 무너뜨리고 일거에 성을 떨어뜨린 전략 따위는 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수완가라 자처하던 자신마저도 놀랄 정도로 민심이 단시간에 잡혀버리자, 마리노스는 기가 차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아는 한 점령지의 민심을 잡는 확실한 방법은 ‘힘’에 의한 ‘공포’가 최선이자 최고의 방법이다. 물론 나중에 큰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전쟁터에서 점령지에서의 불온한 움직임을 예방하고, 보급선의 안전을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일수밖에는 없다.

“ 어차피 이곳은 브라이티스를 함락시키기 위한 교두보에 불과한 지역이 아니던가요? 어설픈 자비나 베풀면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이롭지는 않을 겁니다.”

“ 그렇지는 않다.”

대공은 고개를 저었다.

대공의 말이야 어찌하였건 간에 아군의 패전 사실을 안 브라티아 군은 새로운 진형을 갖출 것이 틀림없었다.

게다가 브라티아 최강이라는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이 이미 80베리 정도 거리를 두고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무리 민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봤자, 근위기사단이 성 밖에 모습을 드러내면, 신의 기도문을 읊어대면서 낫이나, 곡괭이를 들고 점령군에게 달려들 것이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마리노스의 효율적으로 돌아가는 머리에 의한다면 불필요한 행위는 안하느니만 못한 것이다.

“ 전하. 근위기사단과 성전기사단이 베레스로 신나게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그들을 막을 대처 방법은 생각해두셨는지 궁금하군요.”

마리노스는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이미 기세가 꺾인 브라티아 군이었다고는 하지만, 최고의 전투력을 보유한 두 기사단은 껄끄러운 상대였다.

“ 경의 생각은 어찌 한가?”

흑발을 자신 있게 쓸어 올리며, 레이니스가 물었다. 그제 서야 마리노스의 잔인한 미소가 기다렸다는 듯, 입가에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농성입니다.”

“ 농성?”

“ 베레스에서 민간인을 내세워 방어전을 펼치는 방법입니다. 이 성에는 몇 만이나 되는 주민이 있습니다. 저들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할 것이고, 아군은 적보다 병력이 많으니 소모전을 벌이면 됩니다. 성에 양식도 많고 아군의 사기도 높으니 저들은 쉬이 지쳐 나가떨어질 것입니다. 저들이 재보급을 위해 물러서는 순간 우리는 성문을 여는 것이지요.”

“ 그대다운 전략이군. 소모전이라....... 병사는 소모품이라 이 말인가?”

“ 수단을 위해서는 방법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 저의 신념입니다만....... 간밤에 휠리스를 이용한 작전으로 보아 전하께서도 저와 동류(同流)라고 생각되는데. 제 짐작이 틀렸는지요?”

“ 잔인한 인간이군. 당신이라는 자는 말이야.”

“ 딴에는 그럴지도. 하지만 잔인하다는 말보다는 실용적이고 효율을 중시한다고 평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리노스가 이죽거렸다. 대공을 확고한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 경의 전략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두 시간 안에 전군을 재정비하여 성을 나설 준비를 해주게.”

“ 그렇다면. 나가 적을 맞서 싸우실 겁니까?”

예상을 벗어난 말이었는지 어지간한 마리노스도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다.

“ 그렇다. 손님이 오신다는데, 마중을 나가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선물도 듬뿍 안고 말이야. 물론 빈집이 털리는 건 별로 재미없으니, 이 성에는 1개 군단정도 병력을 남겨두어야겠군. 그 정도 잡무는 처리해주실 수 있겠는가? 마리노스 경.”

레이니스는 마치 수하 다루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마리노스는 알렉산데르 4세의 황위 등극의 1등공신이며, 제국의 재상을 지낸 경력도 있는 중신이다.

비록 대귀족 가문이 아닌 한미한 귀족 가문 태생이었는지라, 많은 차별을 받아왔지만 일신의 능력으로 대마도사급 이상의 마법사로 성장한 입지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약간은 모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대공의 지시에 마리노스는 잿빛 머리칼이 수북한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 알겠습니다. 원하신다면.”

“ 물러가게.”

마리노스가 사라지자, 여전히 흑색 경갑주를 걸친 휠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변함없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만 까딱 인사를 건네고는 입을 열었다.

“ 밖에서 듣자하니, 정면승부를 원하는 것 같군. 역시 회전(會戰)을 선택한 건가?”

아마도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것 같았다. 원래 다크엘프는 청각이 좋으므로, 굳이 엿듣지 않았더라도 그의 귀에는 대화내용이 들렸을 것이다.

“ 맞아. 귀한 손님들이 마중을 나온다 하더군, 그래서 부탁이 있는데 들어줄 수 있겠지?”

“ 인간들은 정정당당한 것을 좋아하는군. 때로는 뒤에서 칼을 박아 넣는 것도 나쁘진 않아. 손쉽게 승리를 취할 수만 있다면.”

“ 해줄 텐가? 말텐가?”

마리노스와 대화 할 때처럼 주종관계의 대화가 아닌, 약간은 풀어진 어조였다. 휠리스는 그제야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머금었다.

“ 부탁이라. 명령인가? 총사령관 나으리.”

“ 그럴지도. 하지만 부탁이라고 해두지. 다크엘프는 인간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 아닌가?”

“ 똑똑하군. 인간치고는......... 또 안개기사단을 움직일 것인가?”

“ 아니야. 너의 역할은 그걸로 끝이다. 베레스 성에서의 임무는 훌륭히 완수해내서 난 기쁘게 생각하고 있네. 잠깐 귀 좀 빌려주겠나? 예의가 아닌 것은 잘 알지만.”

소곤소곤

레이니스는 무어라고 소근 거렸다. 순간 휠리스의 표정이 굳어졌다.

“ 미끼가 되란 말인가?”

“ 미사여구로 치장하기에 따라서 다른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비슷한 의미임은 부정하지 않겠어.”

“ 자랑스러운 다크엘프인 우리가. 인간들의 전쟁에서 끼어든 것도 용납할 일이 아닌데. 아예 미끼가 되어달라고? 농담이 심하군. 나야 그렇다고 쳐도 부하들이 따르지 않을 거야.”

휠리스는 레이니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레이니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야. 이건 명령이 아니고 부탁이다. 그것도 그거지만 미리 축배를 한잔 들지. 여하튼 이번 베레스 함락전의 1등공신이 아닌가?”

“ 듣기 좋은 말은 잘도 지껄이는군. 이래서 인간이 싫어.”

“ 난 다크엘프가 좋은데?”

“ 망할 놈. 일단 부하들을 설득해보겠지만, 장담은 할 수 없어. 그들은 긍지가 높은 전사들이니까.”

“ 그건 나중의 문제일세.”

레이니스는 미리 준비된 포도주를 잔에 따랐다.

본시 엘프와 다크엘프는 술을 즐기지 않는 체질이다. 드워프처럼 알콜에 내성이 강하기는 했지만, 취향 상에 차이였다. 그렇지만 휠리스는 순순히 잔을 건네받은 후 사양하지 않고 잔에 든 포도주를 들이켰다.

“ 포도는 열매 그대로 먹는 것이 최고인데. 술을 만들어 먹는 것도 나쁘지 않군.”

알싸한 포두즙 향이 코를 찌르며, <신선(新鮮)>마법이 부여된 크리스탈 잔에 담긴 포도주는 시원하게 혀끝을 지나,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갔다.

“ 승리를 위해.”

단숨에 술을 들이킨 레이니스는 손에 든 크리스탈 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소리와 함께 깨어지는 크리스탈 잔을 바라보며 휠리스는 조심스레 자신의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Ep 1-6. 낙성(落星) . <1> +1 15.04.15 697 7 11쪽
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1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9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24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1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3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6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