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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랑(雪狼) 님의 서재입니다.

진혼의 기사(Knight of requiem)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설랑(雪狼)
작품등록일 :
2015.03.18 02:07
최근연재일 :
2015.04.15 11:3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7,634
추천수 :
429
글자수 :
156,533

작성
15.04.01 12:10
조회
481
추천
6
글자
9쪽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오늘도 화이팅!




DUMMY

#5.





레이니스는 홀로 자신의 군막에 있었다.


군막 밖에 경비를 서는 병사들과 기사, 그리고 가까이에서 오감(五感)을 곤두세우고 있을 다크엘프들이 자신의 신변을 주시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군막 안 그는 혼자였다.

그는 안락한 의자에 앉아 아스티아의 전략가이자 마법사였던 R. 롤킨의 병법이론서인 <전략론>을 읽고 있었다.

30년 전쟁 당시에 아스티아 제국군의 사령관으로서 수많은 승리를 거두었던 롤킨이 은퇴하여 저술한 이 책은 병사들을 지휘하는 지휘관들에게는 필독서와도 같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에 쓰인 수십 가지의 전술들은 이미 전장에서 정석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레이니스 역시 <전략론>를 수십 번 되풀이 읽었건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는 못했다.

그에게는 너무 고루하고 상대에게 간파당하기 쉬운 정석적인 전략이 재미가 없기도 했지만, 워낙 <전략론>이 군인들의 필독서로 널리 읽히고 있는 까닭에 책에 기술된 기본적인 전략은 적들도 잘 알고 있다는 것이 그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다. 그저 그에게는 시시콜콜한 낡은 전술들의 나열일 따름이었다.

브라이티스 성이 코앞에 보이는 지역에 영채를 세웠건만 레이니스는 느긋했다.

자신은 공격군이고, 상대방은 이미 주력군이 궤멸되어 예비 병력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 지휘권도 제각각이고 편성도 급조된 반쪽자리 군대가 실패가능성이 큰 기습을 감행할 여유는 없다. 굳이 성을 나오지 않더라도 몇 달을 농성한다해도 저 우뚝 솟은 거성에 군량이나 전략물자가 부족할리도 없으니 그들은 십중팔구 성을 나오지 않을 터였다.

폰타우 강을 넘고 브라티아 령(領)으로 들어온 이래, 몇 번을 맞붙어본 결과 브라티아의 지휘관들은 유능하고 용감하지만 대개 독창성이 결여된 정석적인 전술만을 구사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렇기에 남들 못지않게 <전략론>을 착실히 공부한 레이니스는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고, 몇 번의 위기가 있기는 했지만,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스스스.

얼마간 책을 읽었을까. 점차 지루해지려는 때에 군막 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병사들이나 기사들의 수군거림이 없는 것을 보아서, 별반 대단한 것은 없는 듯 했다. 잠시 후 군막을 경호하는 기사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려왔다.

“ 전하.”

“ 밖에 누가 나를 찾아왔는가?”

“ 쉴러 사교입니다. 알현을 요청한다고 합니다.”

“ 쉴러 사교?”

레이니스는 ‘쉴러’라는 이름에 눈을 깜박거리며 책을 놓았다. 간만에 듣는 반가운 이름이다.

“ 들라하라.”

“ 옛!”

잠시 후 군막의 문이 열리며 갈색 머리칼에 단정한 사제복을 입은 젊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잘생기지도, 못생기지도 않았지만 호감이 가는 얼굴의 소유자인 그는 눈빛이 날카로운 검정색 머리칼이 짧은 레이니스와 비슷한 또래의 사제와 동행하고 있었다.

“ 쉴러 사교 오랜만입니다. 크레온에서도 경황이 없어서 다소 격조했습니다.”

황제의 전제권력이 모든 권력의 위에 놓여있는 크라이스 제국이지만 세이이라 교단의 사제들은 황족들이라고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마리노스나 기사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하대를 하던 레이니스도 쉴러 사교에게만은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 건강하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전하.”

“ 옆에 동행한 사제는 누굽니까?”

쉴러 사교가 동행한 사제를 소개했다.

“ 이쪽은 유망한 젊은 사제인데, 이름은 이안 아람스라고 합니다.”

“ 아람스라........ 들은 기억이 있는 이름이군요.”

“ 차기의 비둘기파를 이끌 인재로 물망에 오르고 있답니다.”

“ 그런가요? 하여간 반갑군요. 아람스 사제. 내 진중에 잘 오셨소.”

레이니스가 화답했다.

눈빛이 날카로운, 한눈에도 호감보다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사내였다. 온화한 쉴러와는 대조적인 그는 총기는 있어 보이지만, 다소 과격한 성격의 소유자인 듯 보였다.

“ 크레온에서 이 먼 전장까지는 어인 일이십니까? 트리스티 최고사제께서 위독하시다 들었는데, 역시 그 일 때문입니까?”

레이니스가 물었다.

쉴러를 비롯한 비둘기파의 사제들은 황제 알렉산데르를 비롯해 황태자인 레이니스와도 상당한 신뢰관계가 맺어져 있었다. 특히 20대 후반인 쉴러는 레이니스에게는 형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었는데, 크레온의 대신전의 사교로 재직하면서, 차기 최고사제 후보로 손꼽히는 크레우시아 대주교인 롤랑과도 친밀했다.

다시 말해서 그야말로 비둘기파의 차세대를 이끌 인재였던 것이다. 그에 반해서 아람스라는 사제는 어지간한 비둘기파 사제들과 안면이 있는 레이니스로서도 초면이라 할 수 있는 생소한 인물이었다.

“ 트리스티 최고사제께서는 가망이 없어 보이십니다. 여신이 그분을 부르시는 모양입니다.”

“ 저런........ 차기 최고사제 후보는 정해졌습니까?”

“ 비둘기파에서는 롤랑 대주교를. 매파에서는 대신전 교리 사교인 라트랑 대사교를 차기 최고사제로 밀고 있지요. 저희가 여기에 온 이유는.........”

“ 롤랑 대주교에 대한 나의 지지를 정식으로 받아내겠다. 이 말이겠지요?”

쉴러는 이미 자신들의 용건을 잘 알고 있는 레이니스의 모습에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던 아람스는 그렇지 못한 듯 보였다. 그는 다짜고짜 말문을 열었다.

“ 아뢰옵기 황송하옵니다만.. 저희 세이이라 교단은 상당히 어지러운 실정입니다.”

“ 그래서 어떻단 말씀입니까?”

“ 조만간 유혈사태가 일어날듯합니다.”

아람스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쉴러의 눈빛이 흔들렸다.

공기가 무거워진 것을 감지한 쉴러는 엄한 목소리로 그를 꾸짖는다.

“ 자네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는가? 불경일세.”

“ 하오나.........”

“ 이제 평화리에 롤랑 대주교가 최고사제가 되실 것이고, 대공 전하께서 승리를 거두시면, 이번 전쟁에 앞장서 종군한 사제들에 의해 우리 교단도 안정될 것이야. 이제 불안한 분열의 시대는 끝나고 안정의 시기가 온다~ 이걸세. 그대는 허튼소리를 삼가게. 어느 안전이라고 그 경망한 입을 함부로 놀리는가?”

아람스도 지지 않았다.

제국의 황태자이자, 수만의 군대의 총사인 대공의 면전인데도 불구하고 목소리의 언성을 높였다.

“ 매파가 이번에는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평화적이라고요? 아마 크레온은 조만간 큰 혼란에 직면할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쉴러님을 따라온 이유는 그것을 대공께 경고해 드리기 위함입니다.”

“ 됐네! 듣기 싫으니까 썩 물러가게.”

쉴러가 소리치자, 아람스는 불평스러운 모습으로 밖으로 물러갔다. 그가 모습을 완전히 감추자, 레이니스가 흥밋거리를 하나 찾았다는 듯이 말했다.

“ 참으로 재밌는 사제이군요.”

“ 총명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맹신한 까닭에 독선적인 면이 없지 않습니다.”

“ 그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저도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노스 경도 그것에 대해 의견을 말한 것도 있구요.”

그러나 쉴러는 얼도 당토 않는 소리라는 듯, 말을 늘어놓았다.

“ 조금 전에는 비둘기파를 이끌어갈 차세대의 인재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다소 위험한 사상에 물들어 있는듯합니다. 이해해 주시지요. 총명하지만 아직 젊어 수양이 부족한 탓이니 제가 주변에서 가르치고 모난 부분을 적당히 다듬어 주면 십년쯤 후엔 큰 인물로 성장할 겁니다.”

쉴러의 볼멘소리에도 레이니스는 싱글벙글이다. 오랜만에 흥미로운 것을 찾았다는 듯, 가볍게 농담을 던졌다.

“ 저런 과격한 소리를 서슴없이 하는 걸 보면 어쩌면 매파가 보낸 스파이인지도 모르겠군요.”

“ 그. 그럴 리가요.”

쉴러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그런 그의 표정에서 레이니스는 실례가 되었다는 것을 느꼈는지, 정색을 하고는 말을 가다듬었다.

“ 농담입니다. 그건 그렇고 저는 롤랑 대주교에 대한 지지를 다시 한 번 약속하겠습니다. 본국의 폐하께서야 교단의 문제에는 중립적이셔야 하지만, 나는 그런 조항에서 자유로우니까요.”

“ 고마운 말씀이십니다.”

“ 사교께서는 얼마간 여기 남아서 브라이티스가 함락되는 것을 함께 하였으면 좋겠군요. 그래주시겠습니까?”

“ 물론입니다. 원정이 끝날 때까지 보좌하라는 롤랑 대주교의 지시도 이미 있었습니다. 허가해주시겠습니까?”

“ 허가하다마다요. 자애롭기로 유명한 쉴러 사교께서 제 진중에 계신다면야 병사들의 사기도 크게 올라갈 겁니다. 성이 함락되기까지는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곧 끝을 보고 크레온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수하들에게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무리 저라 해도 군막에서 자는 것은 이젠 지겨워지는군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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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p 1-6. 낙성(落星) . <1> +1 15.04.15 697 7 11쪽
31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4> 15.04.08 462 15 12쪽
30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3> +1 15.04.05 549 4 15쪽
29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2> 15.04.04 477 3 14쪽
28 Ep 1-5. 브라티이스 공략전. <1> +1 15.04.03 503 5 14쪽
27 토막설정집4- 마법. 15.04.03 456 4 13쪽
26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8> 15.04.02 467 7 16쪽
25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7> 15.04.01 550 9 7쪽
»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6> 15.04.01 482 6 9쪽
23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5> 15.03.31 584 7 13쪽
22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4> 15.03.30 483 5 10쪽
21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3> 15.03.30 572 6 10쪽
20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2> 15.03.29 663 11 9쪽
19 Ep 1-4. 붕괴를 향한 랩소디. <1> 15.03.29 635 5 10쪽
18 토막설정집3- 군사. 15.03.28 638 6 9쪽
17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5> +1 15.03.27 494 8 12쪽
16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4> 15.03.27 505 9 12쪽
15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3> 15.03.26 646 4 11쪽
14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2> +1 15.03.25 741 13 11쪽
13 Ep 1-3. 헤이스 회전(會戰) <1> +1 15.03.24 828 10 11쪽
12 토막설정집2- 경제와 사회. 15.03.24 741 10 8쪽
11 Ep 1-2. 베레스 공방전. <4> 15.03.23 805 14 10쪽
10 Ep 1-2. 베레스 공방전. <3> 15.03.23 658 8 8쪽
9 Ep 1-2. 베레스 공방전. <2> 15.03.21 899 10 9쪽
8 Ep 1-2. 베레스 공방전. <1> 15.03.20 891 14 11쪽
7 토막 설정집 - 역사편. 15.03.20 1,193 16 17쪽
6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5> 15.03.19 1,239 23 10쪽
5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4> 15.03.19 1,366 30 9쪽
4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3> 15.03.18 1,518 30 10쪽
3 Ep 1-1. 폭풍전야(暴風前夜) <2> +2 15.03.18 1,795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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