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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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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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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3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29 19:00
조회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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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52화 공항에서 생긴 일 (2)

DUMMY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여며으로 급한 연락이 왔다.

내가 데려온 그 아이에 대해 다급하게 회의가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 녀석이 자꾸만 나를 찾아서 결국 여명으로 발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명에 도착하자 이민재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잘 왔다! 미안하다. 저 녀석이 네가 없으면 입을 열지 않겠다고 하길래···”


입을 꾹 닫고 눈을 감고 고개를 돌린 것이 꼭 영락없는 철없는 아이처럼 보였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이 땅이 낯설 테니까요.”


굳이 내 생각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뱉은 말은 진심이기도 했고.


“자, 그럼 현성이도 도착했으니 입을 한 번 열어보지 않을래? 네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자에게 습격을 당했는지. 말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인지 모른단다.”

“······.”


그녀는 금방 떨어질 것 같은 눈망울로 우리와 하나하나씩 눈을 맞췄다.

우리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꼭 살펴보는 것처럼 보였다.


“내 이름은 류월용···”


그녀의 입에서 드디어 알아 들을 수 있는 말이 나왔다.

곧 말문이 터진 그녀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는 왕위파의 문주, 류역진의 딸이야. 우리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이곳에 왔어.”


아직은 말투가 어색하지만 못 알아 들을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어눌하게 말하는 탓에 더욱 필사적으로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응··· 우리 아버지는 병으로 많이 위독해. 흑진(黑鎭)에서 병이 걸려버렸어.”

“흑진? 우리말로 직역하면 블랙 필드인가··· 중국에서는 그걸 흑진이라 부르나 보군.”


중요하지 않은 사실은 넘어가고···


“그래서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한국으로 왔는데, 너를 습격한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지?”

“그 사람들은 아버지의 동생이 보내서 온 자객이야. 아마 나를 죽이거나 납치해서 왕위파를 차지하기 위해 날 찾는 것이겠지.”

“왕위파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일인지 대략 감이 잡히는데···”


그런데 그 감이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전신으로 타고 올라올 정도였다.


“제발 도와줘···! 사례는 반드시 할 게!”

“가진 것도 없는데, 네가 우리한테 무슨 사례를 하겠다고 하는 거야. 거래라는 건 그와 비등한 가치가 있는 것을 교환하는 거잖아.”

“그, 그런···”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류월용이 빠르게 눈동자와 머리를 굴려보는 것 같았지만, 그녀가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을 것 같았다.


“으악!”


옆구리에 뜨거운 격통과 함께 숨이 안 쉬어질 뻔했다.

이하루가 화난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찌른 탓에 고개를 돌렸다.


“현성 씨도 짓궃네요. 힘이 되어주겠다는 소리를 못할 망정 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 될 거잖아요 안 그래요? 그렇게 모질 게 말할 필요가 없잖아요. 어차피 도와줄 거면서.”

“······그렇긴 한데 생색 한 번 내봤습니다.”


그녀가 찌른 옆구리가 아파 죽겠다. 속을 뒤집어 보면 아마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을게 분명하다.


“이미 이런 상황에 말려들었으니, 발을 빼기란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저 녀석도 모든 걸 말할 것 같지 않아서요. 일단 도와주고 싶어도 저희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위험해지는 건 우리 쪽입니다.”

“역시 현성 씨군요!”


이하루가 박수를 쳤다. 그녀의 눈웃음을 슬그머니 피해 다시 류월용을 바라보았다.


“자 너의 선택이야 우리를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류용월의 눈동자가 전보다 더 빠르게 회전했다.

곧 결심을 굳힌 것인지 눈동자의 떨림이 현저하게 줄었다.


“나는 흑진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야 해. 그 곳에 흑진을 치료할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야 해···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해 주셨어.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습격하는 것은··· 바로 이거 때문이야.”

“···증패?”


그녀가 손에 든 것을 보여주었다. 작은 증패지만, 그게 상징하는 것은 결코 작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맞아··· 이건 왕위파의 문주를 상징하는 증패야 아버지가 이걸 나한테 맡겼어.”

“그 증패는 어떤 효과가 있지?”

“네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라 보면 돼. 지금 내가 이걸 들고 왕위파를 찾아가면, 그들은 나를 모시게 될 수밖에 없지.”

“그렇다면 이걸 갖고 명령을 내리면 되지 않나?”

“······.”


내 근본적인 물음에 그녀의 표정이 다소 상황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나도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세력을 확장한 삼촌이 우리 왕위파를 순식간에 장악해서 그럴 수 없었어. 그래도 나를 위해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이곳으로 보낸 사람들을 생각하더라도 나는··· 멈출 수 없어.”


짊어진 게 많은 사람이었다.


“좋아 도와주도록 하지. 하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선택일 뿐, 우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건 아니야.”


이민재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깊이 고민하였다.


“괜찮다. 우리 쪽도 최선을 다해 도와주도록 하지. 블랙 필드를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서라면 이만한 수고쯤이야.”


류월용의 표정이 밝아졌다. 허락이 떨어질 것이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고, 고맙습니다. 정말 이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게요.”

“그 은혜를 갚는 건 네가 정상적으로 돌아왔을 때나 갚아야지. 그러려면 하루빨리 네 아버지를 치료하는 수밖에 없어.”


* * *


우리는 부산으로 향했다. 부산까지 가려면 중간에 막혀있는 블랙 필드를 뚫어야 하지만, 우회해서 가는 거라면 문제없다.

이민재는 그 블랙 필드는 아무리 공략해 보아도 뚫을 수 없었다고 했다. 신성에서도 몇 번 공략하려고 하다가 포기한 블랙 필드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산까지 우회하였다. 다행스럽게도 부산까지 도착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행은 오랜만에 바다를 보는 것에 흥분하고 좋아하는 중이었다.


“바다예요!”

“그러네요 바다를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나와 함께 동행을 자처한 이하루와 주동진이 서로 감격의 한 마디를 나누는 중이다.


“현성 씨는 바다 싫어하나요?”


이하루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니요. 저도 나름 제 감상에 빠져있어서요. 싫어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가요? 현성 씨도 바다를 싫어하는 편은 아니군요.”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은 터라 상당히 피곤할 터였지만,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피로를 덜 수 있으니 싫어할 수 있을 리가.

그래도 감상에 젖는 시간은 그만이다.


“이제 움직이도록 하죠. 월용이가 말한 사람을 찾으려면 한시가 급하니까요.”

“알겠습니다.”

“네!”


이하루는 바다가 살짝 아쉬운지 고개를 힐끔 돌려 가면서 바다를 보았다.

부산은 생각보다 남아있는 시설이 서울보다 많아 보였다. 사람들도 거의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보아 이곳 사람들의 삶도 어느 정도 안정기로 접어든 것 같았다.


“신기한 곳이네요··· 서울보다 더 잘 살 수가 있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비교적 피해가 적다고 듣긴 했는데··· 인구가 어마어마하게 많군요.”


이하루와 주동진이 앞서 가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확실히 피해가 적긴 한 것 같았다. 서울과 비교하자면 꽤나 차이가 크다.

그게 확실하게 느껴질 정도다.


“각자 수소문 하는 걸로 할까요? 함께 움직이는 게 좋을까요?”

“함께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이곳은 서울과 다르기도 하고, 또한 이곳의 법이 어떨지 모릅니다.”


이하루의 질문에 주동진이 대답했다.


“법이 어떨지 모르다뇨?”


고개가 절로 갸우뚱 해지는 말이었다.


“현성 씨는 아직 모르시겠군요. 무정부 상태에 돌입하게 되면서 법의 효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가 되었습니다. 대신 능력 있는 길드들이 법을 집행하기도 하니까요.”

“그렇군요···”

“저희도 신성 길드가 범죄자를 직접 처단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울은 또 워낙 큰 타격을 입다 보니 그럴 만한 사람도 없다는 게 문제긴 하죠.”’

“심각하군요.”


우리는 이렇다 할 잡담을 늘어트린 채 류월용이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을 수소문하였다.

정오에 시작한 일이 붉은 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어서도 끝을 맺지 못했다.


“애초에 이런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사람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이하루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찾아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힘들어도 해야만 한다.

약속도 약속이고 언제 또 블랙 필드로 인한 병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말 든든할 것이다.

그때였다. 강렬하지만 절제된 살기가 우리를 향했다. 그 순간 날아오는 총탄이 눈에 보였다.

정확히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궤적이 우리에게 닿는 순간 검이 저절로 뽑혔다. 그만큼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칫··· 심장을 꿰뚫으려고 했는데. 아쉽군.”


저렇게 대놓고 전방에서 총을 쐈다. 당연 머리끝까지 피가 몰리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침착을 유지하였다.

주동진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것에 화가 난 것인지 방패를 세우고 날카로운 이빨도 드러낸 맹수와 같았다.


“주 팀장님 다른 방향에도 총알이 날아올 수 있으니 경계 부탁드립니다.”


내 말에 정신을 차린 주동진이 경계를 넓히고 섰다.


“너희는 누구지?”

“글세, 우리 부산 구역에서 멀쩡하신 서울 물 먹은 놈이 찾아왔다는 소리에 그냥 바람구멍 하나 내주려고 나왔지.”

“우리는 조용히 찾는 사람만 찾고 가면 돼.”

“너희들이 찾는 사람이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라면 우리가 너희에게 넘겨줘야 하나? 우리는 최선을 다해 경계할 뿐이야.”


그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눈동자를 굴렸다.


“네 녀석만 있는 건 아니로군.”


공격을 받은 사이이기 때문에 존대는 필요 없을 것 같다.


“눈치가 빠른데? 자 그러면 어떡할래 순순히 우리를 따를래? 아니라면 바람구멍이 나서 염라대왕한테 인사나 하러 갈래? 둘 중에 선택해?”

“선택지가 하나 빠진 것 같은데?”

“···뭐라고?”


그의 눈매가 좁아지며 상당히 어이없는 듯한 투로 말했다.


“네가 무릎을 꿇고 비는 거지 살려달라고.”

“그거 좋은데?”

“현성 씨···! 괜히 긁어 부스럼 할 거 아닌가요?”

“어차피 저희를 살려두지 않았을 겁니다. 제압 사격이었다면 팔 다리면 충분하죠. 하지만 이 녀석이 저희에게 발사한 총알은 분명 심장을 노린 겁니다.”

“···보기보다 훨씬 정확한데? 좋아 맞춘 기념이다. 나와 일대 일로 붙어라 그래서 네놈이 승리한다면, 뭐 이야기 정도는 들어주도록 하지. 어때?”

“원하는 바다. 그런데 너를 어떻게 믿고?”


그가 손을 들었다. 옥상에서 내리쬐던 살기가 수그러 들었다.

이 정도라면 믿을 수 있을 터.


“좋아 너의 그 제안 받아들이도록 하지.”

“좋아 좋아. 네놈의 무기는 역시 검인가? 내 총알을 어떻게 받아냈는지 다시 한번 지켜보도록 하겠어.”

“약속이나 지켜라···”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나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정의의 총잡이니까. 내가 바로 부산 협객. 김시전이다.”

“윤현성···”


드래곤 슬레이어인 것도 말해야 하나···?

됐다. 솔직히 쪽팔린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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