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50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31 19:00
조회
46
추천
2
글자
11쪽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DUMMY

그날 밤.

진시월이 혼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우연인 척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


“궁금한가? 나와 문주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깊게 파볼 생각은 없지만, 궁금하긴 하더라고요. 살리려는 사람을 왜 그런 눈빛으로 바라봐야만 했는지. 그건 고마움의 눈빛이 아니었습니다. 두려움이 담긴 눈빛이었죠.”

“정확하게 봤구만, 나와 문주 사이에 있었던 일은 문주의 딸의 이야기로 시작되네.”

“문주님의 딸이라면 류월용?”

“그렇네. 어려서부터 병약했지. 온갖 병을 갖고 태어났다고 봐도 무방하지. 젊었을 적 류역진은 그야말로 호랑이였네, 자신의 딸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했지.”


땅을 바라보던 진시월의 눈이 그날을 회상하는 것 같았다.


“류역진은 병든 딸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래서 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네, 그의 옆에서 주치의였던 나는 절대 그러면 안 된다고 하였지, 결국 싸움으로 번지고 류역진은 결국 딸을 버리게 되지. 그 뒤로 내가 월용이를 거두었지. 커가면서 병세가 좋아지고 호전되자 류역진은 결국 딸이 왕위파에 남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네.”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 사실 류월용이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발걸음이 멀어지는 것을 보아 그 이야기를 듣고 꽤나 충격이 큰 거 같다. 발걸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다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 일세. 그래도 우리 문주는 이 일로 나를 왕위파에서 제명시켜 버렸네, 홀로 이곳저곳을 떠돌아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지.”


진시월이 피식 웃더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디론가 걸음 하였다.


“벌써 새벽이네, 내일 흑진에 들어가려면 체력이 필요하니 푹 쉬어두는 게 좋을 게야. 그러면 좋은 밤 보내도록 하게나.”


* * *


다음날 흑진으로 진입하는 날이 찾아왔다. 우리는 진시월이 말하는 흑월화에 대한 행방을 찾기 위해 일단 머리가 깨져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흑진에 진입하고 나서는 그 어떤 것도 믿지 말게나.”

“그건 무슨 말씀이십니까? 흑진에 들어가면 다 깨닫게 되는 일이니 구태여 묻지 말고 들어가 보게나.”


주동진과 이하루 그리고 나는 어쩔 수 없이 가장 가까운 색을 잃어버린 곳에 도착했다.

나무도 하늘도 이곳에 들어오면 모두 색을 잃는다. 이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과학도 신을 믿는 사람도 모두 이러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출발하도록 하죠.”


나를 중심을 모인 사람들을 이끌고 흑진 안으로 들어섰다.

흑진 안에서는 생명의 기운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말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지금 해야 할 것은 회색빛의 숲을 가로지르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저도 후회 중이지만, 어쩔 수 없죠. 부탁을 받았으니, 이 빚은 언젠간 이자까지 두둑이 챙겨서 받아낼 수 있을 겁니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혹시나 저들이 나중에 저희를 배신하기라도 한다면···?”


주동진이 일어나지 않을 미래까지 섣불리 바라봤다.


“그런 날이 찾아오지 않기 위해서 저희는 더 강해져야 합니다. 언젠가는 이런 것도 없고 이곳도 원래 푸르던 제 색을 되찾을 날이 반드시 찾아올 거라 생각합니다.”


너무 막연한 생각이다.

앞으로 당장 계획도 없다. 그리고 지금 말처럼 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이고 앞을 바라볼 수 있는 사고가 존재한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그 생각에 자신이 먹히고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자력으로 벗어날 수 없을 때다.


“쭉, 나아가죠.”


시간이 정지해 버린 듯한 곳에서 움직이는 건 우리들 뿐이었다.

이파리도 흔들리지 않고 시냇물도 흐르지 않는다. 심지어 바람조차 불지 않는 곳에서 숨은 또 어떻게 쉬는 건지··· 따지려고 한다면 끝도 없이 따질 수 있었다.


“어디서 힌트라도 얻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하루가 작은 한숨을 뱉었다.

매사에 긍정적이던 이하루 조차 한숨을 뱉을 정도로 이 일은 답이 없는 일이었다.


“강력한 마력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으니, 피로감이 거의 배는 넘는 거 같아요.”


이하루가 어깨가 무거운지 어깨를 돌려가며 말했다.


“마력이 짓누른다고요?”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곳의 마력은 수상할 정도로 나와 잘 맞았다.

힘이 넘친다. 그래서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질 지경이었다.


“현성 씨는 무거운 걸 못 느끼시는 거예요?”

“아뇨, 저는 오히려 가볍다고 생각했거든요.”

“가벼워요?”

“예, 마력을 체내에 순환하면서 온몸에 마력을 흘러 보낸다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겁니다.”


이하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설마 이걸 움직이면서 한다는 거예요?”

“그럼요. 처음엔 불편한데 어느 순간 익숙해지다 보면 괜찮더라고요.”

“현성 씨는 정말 괴물이 되어버린 건지 모르겠네요. 누가 마력 순환을 움직이면서 하는 사람이 어딨 어요.”

“그래요? 저는 처음부터 그렇게 해와서···”

“처음부터 언제요?”

“여러분의 시간으로 따지자면 십 년 전부터 해왔습니다.”

“현성 씨가 아무래도 특별한 것 같아요··· 그래도 조언 고마워요. 노력이라도 한 번 해볼게요.”


우리는 계속 걸었다. 주동진을 포함한 이하루의 표정이 조금씩 편해지는 것이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알려 준 방법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이곳에서 조금만 쉬어가도록 하죠.”


내 의견에 아무도 거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색하며 좋아했다.

이 기분 나쁜 곳을 하루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휴식 없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조금 괜찮은 것 같던가요?”

“이곳의 마력의 농도가 높아서 훨씬 잘 되는 것 같더라고요.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다행입니다.”

“그보다 우리를 떠나 균열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이하루가 내 과거를 물었다.


“말하기 거북하면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가 괜한 걸 물었네요.”


뭘 말해줘야 할지 잠시 고민하는 걸 기분 나빠 보이는 것으로 착각한 듯했다.


“아뇨, 그런 거 까진 아니고 정말 특별할 것 없는 거라서··· 우리가 그 목 없는 기사를 무찌르고 손에 넣은 그 검이 마지막 드래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었어요. 그래서 그 검으로 드래곤 하트를 베었고, 저는 드래곤의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둘 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터라 이야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균열을 통해 돌아가려던 그 순간에 드래곤의 힘이 시공간을 비틀었고, 이곳으로 떨어지게 된 겁니다. 시간을 비튼 것인지 아니면 공간까지 같이 비틀어진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원래 있던 세상으로 돌아오게 된 거죠. 제게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이곳에서는 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버렸습니다.”


어느새 대화를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버렸다.

이제 다시 움직일 시간이다.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숲을 지나니 산새가 험준한 바위 산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걸 올라가야 한다니···”


일행이 혀를 내두르며 한숨 쉬었다.


“그래도 일단 올라가 보도록 하죠. 블랙 필드처럼 이곳을 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석을 얻을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흑월화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근데 저기 저게 뭐죠··· 외눈에다가 하얀 털에··· 방망이까지 들고 있네요.”


이하루가 믿기지 않는 것인지 눈을 씻고 다시 보았다.

또한 나도 보았는데, 그녀가 본 것이 틀림없었다.


“몬스터고 아무래도 인기척을 느낀 것 같아요.”


외눈박이 괴물은 거대했다. 그 거대한 몸집으로 한 달음에 달려오니 그 좁혀오는 속도가 체감되었다.

주동진이 방패를 세웠다. 그 괴물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방망이를 그대로 주동진을 향해 휘둘렀다.

방패와 방방이가 만났다.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를 내며 주동진의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가 방망이를 거두고 다시 한번 그걸 휘두르려고 했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주 팀장님 다음번 공격은 위험합니다.”


자연스럽게 위치를 바꾸고 내가 놈을 상대했다. 이미 검의 크기는 거대해졌다. 놈의 방망이를 막을 수 있을지 그런 고민은 하지 않았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무, 무슨···!”


힘이 장난 아니다. 그 힘과 마주한 순간 시야가 뒤집혔다.

먼지를 털고 일어나 보니 녀석이 작아져 있었다.

그런 게 아니다.

놈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놈이 작게 보일 만큼 나와 놈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놈인데···”


이곳의 마력을 받고 있는 괴물이라서 힘이 상당했다.

남아있는 둘로 절대 이길 수 없다. 발 끝에 힘을 주어 빠른 속도로 거리를 좁혔다. 놈의 크기가 역시 한눈에 들어왔고, 새삼 그 크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마력의 칼날]이 발동되었다. 어중간한 힘으로는 저 가죽을 벨 수 없을 것 같았다. 최대한 힘을 주었으나, 고작 스치는 것뿐이었다.


“덩치에 비해 속도까지 따라와 준다니 저런 걸 보고 괴물이라 하는 겁니다··· 주 팀장님은 괜찮습니까?”

“그, 그게 상태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이상하다니요?”


빠르게 주동진의 상태를 살폈다. 상처야 상처지만 그의 눈동자에서 보이는 깊은 두려움 이미 패닉 상태다.

이래서는 안 된다. 물러나는 게 상책인 듯싶지만, 그마저도 저 녀석이 허락해 줄 것 같지 않았다.


“뒤따라 가겠습니다.”

“현성 씨! 그것만은 안 돼요!”

“현실입니다. 저는 죽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여러분들을 지켜주면서까지 싸울 순 없을 것 같아요. 이미 부상자도 있습니다. 부상자는 하루 씨한테 맡기겠습니다.”

“그때와 똑같군요··· 도움이 되고 싶은데, 도움 받는 건 늘 우리예요···”


그때 따스한 빛이 가슴에 흐른다.

살아 돌아와 달라는 그녀의 간절한 마음이 흘러 들어왔다.


“저는 늘 도움을 받고 있는데요.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그녀가 주동진을 데리고 뒤쪽으로 사라진다.

놈은 그 둘이 사라지는 게 아쉬운 것인지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네놈의 상대는 나다! 어딜 한 눈 팔고 있는 거냐!”


내가 놈의 앞을 막는다. 털북숭이 괴물은 나를 한참 내려보다.

화가 난 건지 고성을 지르며 난폭하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형이 잡히지 않은 공격이라 그 움직임을 읽기가 더 어려웠다. 눈으로 보고 본능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빈틈도 크다.

[마력의 칼날]이 놈의 힘줄을 끊어낼 수 있었다. 큰 공방 끝에 유효타를 먹인 것이다.


“크르르···”


어째 화만 더 돋게 한 것 같다.

지금에서 망설일 필요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제한하고 있던 모든 힘을 풀었다. 내가 죽였던 드래곤의 힘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제어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제어해야만 한다.


“제어 해야만···”


하나? 굳이. 이왕 펼치는 거 화끈하게 가본다. 부탁한다. 발락스여.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082화 최종장을 향하여 (5) 23.04.28 28 1 12쪽
81 081화 최종장을 향하여 (4) 23.04.27 21 2 12쪽
80 080화 최종장을 향하여 (3) 23.04.26 28 2 12쪽
79 079화 최종장을 향하여 (2) 23.04.25 25 2 11쪽
78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23.04.24 24 2 12쪽
77 077화 갈등 (3) 23.04.23 23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8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2 2 12쪽
70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23.04.16 29 2 12쪽
69 069화 결전을 향해서 (3) 23.04.15 30 2 12쪽
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3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59 059화 다시 만난 드래곤 (3) 23.04.05 47 2 12쪽
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56 056화 공항에서 생긴 일 (6) 23.04.02 47 2 12쪽
55 055화 공항에서 생긴 일 (5) 23.04.01 44 2 12쪽
»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7 2 11쪽
53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23.03.30 55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