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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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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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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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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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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DUMMY

한성우가 미국으로 간지 시간이 꽤 흘렀다. 아직 통신이 원할하지 않은 터라, 손바닥을 비비며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윤현성은 일주일 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윤현성과 한성우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에서 이민재는 초조하기만 했다.


“제발 누구든지 소식을 좀 가져오기만 해라.”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이틀 째 되는 날 신성 길드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눈이 빠져라 기다렸습니다.”

“아닙니다. 일단 미국에 드래곤을 처치하기는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 길드장은 왼팔을 잃었습니다.”

“한성우가 왼팔을 잃었다고요···?”


이민재는 신성 길드 사람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아니 어떻게 천하의 한성우가 왼팔을···”

“그만큼 이번 적은 강력했습니다.”

“길드장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회복 중에 있으나, 독이 점점 퍼지는 터라··· 이걸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독···?”


이민재는 그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저희가 상대한 드래곤은 독의 드래곤 포슬런, 전투 과정에서 왼팔이 잘림과 동시에 독에 중독당했습니다.”

“해독은···?”

“최선을 다해 해독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드래곤의 독이라 그런지 지금은 최대한 길드장의 신성력으로 독이 더 침투하는 것을 막을 생각입니다.”

“···최악의 상황이군요.”


신성 길드의 사람과 대화를 마치고 이민재는 홀로 생각에 잠겼다.

이런 희망이 없는 상황 속에서 지금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윤현성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그의 기억 속에 윤현성은 극한으로 치닫은 상황을 타개하는 사람이었다. 윤현성과 함께라면 두려움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침대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이민재의 눈길이 자연스레 잠든 윤현성에게 향했다.


“좀 일어나 봐라··· 혼자 감당하기 힘들다.”


윤현성이 나가면 이곳도 편한 상황은 아니게 된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블랙 필드를 억제하고 또 관리하는 터라. 언제나 크고 작은 부상에서 노출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리아의 지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블랙 필드에서 조금 이나마 생존력을 높여 주는데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블랙 필드의 몬스터는 드래곤의 등장으로 영향을 받은 터라 상당히 강력해지는 바람에 기껏 올린 생존력도 쓸모가 없어져 버렸다.


“제기랄··· 좀 일어나 봐라··· 현성아···”


* * *


이곳은 또 심상 세계인가.

이제는 익숙한 공간이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더 익숙하다.

발락스가 이쯤에서 등장할 시간이 됐다.


“건방진 인간이로군.”


발락스가 거대한 눈동자를 드러냈다.


“건방진 인간은 무슨, 내 몸속에서 기생하고 살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건방진 소리는 맞다.”

“도대체 나를 이용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발락스는 내게 이유를 말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앞을 나아가면 보인다고 대답할 뿐이다.


“그보다 상당히 놀랐다··· 수명을 깎아가면서 시간을 가속할 줄이야. 네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 너는 모르겠지?”

“대충 85년 잡고 계산 때려보니까. 2~3년 정도 남았을 거 같은데.”

“얼추 맞군. 정확히 1년 하고도 230일 12시간 남았다.”

“얼마 안 남았네.”


남은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시간을 알게 되니 마음이 착잡해지는 걸 막을 순 없었다.


“너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상당히 기대가 되는구나. 그리고 너는 내가 원하는 걸 이뤄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네가 원하는 것? 거래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겠지?”

“그래, 거래다. 우리들만의 거래. 너는 스스로 자격을 증명했다. 이제 우리는 서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거래의 내용을 말해주는 건 상당히 재미없는 일이지.”


발락스가 나를 놀릴 작정으로 말하는 것 같다.


“이봐, 거래 내용을 모르는데, 어떻게 거래를 하는 거야. 그런 건 도박이라고 하는 거지. 거래가 아니지 않나.”

“너의 말도 일리가 있지만, 재미가 없다는 건 사실이지. 자··· 어떻게 하겠나? 나와 거래를 해볼 텐가?”


마치 나를 시험하는 듯 말하는 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발락스의 힘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이미 물러설 곳도 없어··· 너와 거래를 하겠다.”

“좋아. 우리들의 성공적인 거래를 위해 내 권능의 힘을 조금 더 나눠 주마. 선물이니 잘 사용해야 될 거다.”

“이봐··· 무작정 나를···”


안 된다. 정신이 드는 게 느껴진다. 영혼이 수면 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발락스의 눈동자가 조금씩 작아졌다. 아니다. 그건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 몸이 조금씩 그와 멀어지는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눈을 떴다.

꿉꿉한 시멘트 냄새가 느껴졌다. 공기는 축축했으며, 밖에는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떴어요! 현성 씨가 눈을 떴어요!”


갑작스레 옆에서 누군가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깜짝 놀라 몸이 굳었는데, 그 나를 끌어안은 사람의 가까이서 익숙한 향기가 흘러 들어왔다.


“하루 씨···”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요? 도대체 불러도 일어나질 않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몸은 멀쩡합니다.”


그녀는 나를 품에서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부드럽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밀어내면서 그녀의 얼굴이 보였는데, 얼마나 운 건지 눈이 팅팅 부어있었다.


“많이 부었는데요?”

“나는 몰라요!”


이하루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렸다.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괜찮습니다. 그렇게 부은 얼굴도 이쁜데요 뭘···”

“그 말 정말이에요?”

“저 거짓말하지 않는 거 알잖아요.”

“그래도 이제 저··· 현성 씨와 나이 차이도 나고 저는 이제 30대 중반이고 현성 씨는 20대잖아요.”


그만큼 우리들의 시간은 어긋나 있었다. 그녀와 나의 시간은 좁힐 수 없는 차이다.

내가 뭐라 대답해야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을 때 문이 쾅-하고 열리면서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왔다.


“야, 너 이 새··· 사람 걱정이나 시키고 말이야.”


이민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마 욕을 하진 못하고 말했다.


“다행입니다. 현성 씨··· 걱정 많이 했습니다. 못 일어나면 어쩔까 싶어서 큰 짐을 지게 해서 죄송합니다.”


주동진은 분한 듯이 손이 떨릴 정도로 주먹을 쥐어 보이며 분을 삼켰다.


“괜찮습니다.”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분위기는 어째선지 살아나질 않았다.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무슨 일 있나요? 드래곤도 이제 한 마리밖에 남지 않았을 텐데, 설마 한성우가 실패한 건 아니겠죠?”

“아닙니다. 한성우 씨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왼팔이 잘리고··· 독과 싸우고 있다는 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요.”

“독과 싸우다뇨···?”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주동진의 말이 살짝이지만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 뜻은 분을 참고 있거나 감정의 폭발을 막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그러면 뭐가···”

“다 들었습니다. 세리아님에게··· 현성 씨가 수명을 줄여가면서 그 드래곤을 죽일 수 있는 탄환을 만들었다는 것을요···”


순간 숨 쉬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이 휩쓸었다.

결국 말했나 보구나. 말하지 않았으면 했는데···

어차피 영원한 비밀을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게 오히려 더 잘 된 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영원히 말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도대체 왜 그런 겁니까?”

“방법이 없었습니다.”

“현성 씨가 죽으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닙니까?”

“아니요··· 아무 의미 없지 않아요. 모두 사라지는 게 아무 의미 없는 거죠.”


나를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지는 것보다 내가 없어져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 더 나은 일 일지 모른다.

내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나를 기억해 주길 원했다.


“대신 여러분들은 저를 기억해 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안 돼요!”


이하루가 옆에서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하루 씨···?”

“그건 안 돼요··· 현성 씨가 죽는 건 억울하잖아요. 제일 고생이란 고생은 현성 씨가 제일 많이 했는데, 어째서 보답받지···”


결국 그녀는 울음을 터트렸다. 그 소리가 사무치게 서글프다.

그럴수록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아야 한다. 웃어야지 그들이 가진 슬픔을 감당할 수 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다 괜찮을 겁니다. 이게 보답이에요. 여러분들이 저를 위해 슬퍼해 주는 게. 저는 하나도 슬프지 않습니다. 저를 희생해서 가족과 여러분을 지킬 수 있다면요.”


그러니 더욱 눈물을 흘릴 수 없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적어도 내 생각을 올바르게 전했을 거란 걸 믿었다.


“그보다 한성우는 어떻게 된 겁니까? 독에 당하다뇨?”

“···그건.”


이민재에게서 한성우에 관한 소식을 빠르게 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드래곤은 잘 처치되었고, 그 주변 일대는 드래곤이 죽으면서 뿜은 독으로 인해 모든 것이 녹아버렸다고.

그리고 한성우는 아이를 구하다가 팔을 잃고 중독당한 상태라고 들었다.


“한국에 있습니까?”

“그런 것 같다.”


내 말에 이민재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가! 아직 몸도 성치 않을 텐데.”

“가야죠. 제가 간다면 팔은 몰라도 독을 물리칠 방법은 있을 겁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왠지 그럴 거라 생각했다.


“어휴, 알겠다. 차를 준비할 게.”


이민재의 한숨과 함께 준비된 차량을 타고 신성 길드로 향했다.

건물에 들어서자 몇몇 사람들은 우리 여명 길드를 알아보고 좋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 토벌을 여명 쪽에서 보낸 걸로 알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자기들의 우두머리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할 것이 당연하니 말이다.


“무슨 일이십니까?”

“한성우 길드 마스터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길드 마스터는 지금 극도의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아무나 만날 수 없습니다.”


그는 굉장히 냉소적인 태도로 한성우를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


“길드 마스터가 위중한 상태인 점은 알겠으나, 저는 그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쓸 때 없는 시간은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내게 할 말이 많은 눈빛이었다. 끝내 그가 한 수 접어주었다.


“따라오십시오.”


우리는 한성우가 있는 방까지 안내받을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신을 잃은 상태로 있을 줄 알았던 그는 내 생각과 다르게 눈을 말짱히 뜨고 문이 열리는 쪽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반갑습니다. 이곳엔 어쩐 일입니까? 저를 놀려주고 찾아왔습니까?”

“그럴 마음이 굴뚝같았는데, 왼쪽 소매가 너풀거리는 걸 보니까 그럴 마음도 사라지는데요.”


한성우가 피식 웃었다. 그리곤 자랑스럽다는 듯이 눈으로 입을 열었다.


“아이를 지키다 그런 것이니, 저는 괜찮습니다. 정말 왜 찾아온 겁니까?”

“네가 가진 독을 몰아낼 방법을 알고 있으니 이렇게 몸소 찾아왔지.”


그는 자랑스럽겠지만, 죽어있던 눈빛이 점점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정말이다. 하지만 죽을 것 같은 고통이 있을 거야. 참을 수 있나?”

“죽지만 않는다면, 참는 것 정도야···”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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