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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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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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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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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0화 최종장을 향하여 (3)

DUMMY

공간이 분리된 곳으로 입장했다. 뒤를 봐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면서 말이다.


“어서 오라···”


입장과 동시에 나의 입장을 환영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곳은···”

“최초일 것이다. 이곳까지 인간이 들어온 경우는 말이다.”

“저 밖에는 인간이 들어온 적이 있나 보군?”

“······훗, 심심치 않게 몇몇 정도 보였지. 하지만 끈질기게 여기까지 온 녀석은 네놈이 처음이다. 그리고 아주 진절머리 나지.”

“칭찬으로 들어주지.”


큐브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의지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대화를 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뭐지?”

“그 큐브··· 본 적이 있다. 도대체 왜 우리들에게 큐브를 보낸 거지?”

“네놈에게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지.”

“······.”


큐브는 아주 잠시 뜸을 들였다. 그 시간이 내게는 수 십 분이 흐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그 큐브는 선택받은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물건이었지. 왜 너를 선택했느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냥 멋대로 뿌리니까 그런 거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멋대로 뿌렸다라···

이 녀석에게는 계획이라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모든 행동에 뜻이 담겨있지 않다. 아주 변덕스럽고 장난꾸러기 같은 신이었다.


“그리고 이 세계가 멸망할 거라는 걸 나와 계약한 길잡이에게 안내하게 만드는 것.”

“그 계약한 길잡이가 네놈이 멸망시킨 한 세계의 영혼이라는 것 또한 모르는 건 아니겠지?”

“왜 모르겠나. 내가 그녀의 영혼을 직접 받아서 길잡이로 만들어 주었는데, 그리고 거기엔 조건이 있었다.”

“조건?”


조건이라는 소리에 순간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 길잡이로서 일을 계속하면, 네 세계를 구원해 주겠다는 약속이었지. 하지만 그 녀석은 내 조건을 무시했다. 즉, 나를 배신한 것이나 마찬가지지.”


그 불길한 마음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다행이었다. 세리아의 행동에 눈곱만큼 의심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 사람이 그럴 리 없지···”

“아니, 처음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내 계획에 아주 착실하게 따라주었다. 심경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몰라도 그 녀석은 나를 배신한 게 맞다.”

“그래서 억울한가?”


큐브는 내 말에 피식 비웃었다.


“억울하긴 우리 신은 애초에 인간을 믿지 않는다. 즉 기대도 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없지. 이야기가 길어졌군.”


기대도 하지 않으니 실망도 없다라···

여기도 피차일반이라서 말이지.


“여기까지 온 너를 칭찬해 주도록 하지. 정말 인간의 몸으로 신격화한 나를 마주하는 것만으로 타 죽을 수 있을 진데, 네놈은 역시 드래곤의 힘을 물려받아서 그런지 내 몸을 봐도 타 죽질 않는구나.”

“그렇군 이질감이 느껴졌던 건 바로 그 느낌 때문이었나.”


큐브를 바라보고 나서 근질거리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아무래도 이 때문인 것 같았다.


“어차피 이제 우리는 말로 설명할 때는 끝난 것 같구나. 여기까지 들어온 이상 너는 내 말 한 마디면 죽을 수도 있다.”

“그래? 나는 그럴 거 같지가 않은데 말이야.”

“그런 자신감이 어디까지 나올지 궁금하지만, 이쯤 되면 됐다. 죽어라!”


그는 자기의 의지를 숨기지 않고 표출했다. 괴리감이 느껴지는 힘이 그 순간 내 심장에 압력을 가했다.

엄청난 힘이다. 정신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손발의 힘이 모조리 밖으로 빨리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


“아니···! 이건 말도 안 된다. 어떻게 신격화된 나의 의지에도···”


[스킬 <불굴의 의지>가 발동합니다.]


뜬금없이 울리는 알림음···

정말 너무 뜬금없어서 맥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시스템의 힘이 돌아온 것이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큐브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정도는 멍청한 내 머리로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설마··· 이놈 내 권능을···”

“아차 싶지? 네놈의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정육면체라서 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정도야.”

“크윽··· 어차피 별 볼일 없는 능력이다. 네놈의 능력을 모를 것 같으냐. 그 따위 의지로 감히 나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가!”

“너는 인간의 의지를 도대체 뭘로 보는 거야···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포기하지 않는 의지 때문이다. 스킬이 돌아온 이상 내 의지는 절대 꺾이지 않는다.”


[스킬이 진화의 단계를 밟습니다.]


[스킬 <불굴의 의지>가 진화합니다.]


[축하합니다. <불굴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신념>으로 진화합니다.]


많은 알림음이 들리는 와중에 <꺾이지 않는 신념>이라는 스킬은 제대로 들렸다.

온몸에 힘이 넘쳐흐른다. 이건 실제로 내 힘이 흘러넘쳐서가 아니다. 그저 그 신념을 바탕으로 한 내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어리석은 것! 어차피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큐브가 밝게 빛나는 것과 동시에 힘이 쏘아졌다. 그 불구덩이는 나를 녹일 듯이 빠른 속도로 쏘아졌다.

나는 옆을 빙빙 돌면서 기회를 엿봤다. 왜 막지 않았느냐고 물어본다면, 막을 수 없는 공격이었다.

칼을 대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을 녹일 정도의 그런 열기였다. 거리를 상당히 벌린 채 옆으로 피했는데도 그 잔열에 옷이 녹을 것만 같았다.


“아니 결과는 반드시 달라진다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나는···”


그 순간 도약했다. 큐브를 향해 마력을 잔뜩 먹인 검을 찔러 넣으려 했다.

하지만 투명한 막에 막혀서 검이 들어가지 않았다. 힘을 더욱 주어 찌르려 해도 마찬가지였다.


“소용없는 짓이다!”

“크헉——”


보이지 않는 압력이 나를 밀어냈다. 상당한 충격이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머리가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내가 똑바로 서 있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다.


“이쯤 되면 힘의 차이를 깨달았겠지? 그만 포기해라 너희 인간은 신을 이길 수 없다.”

“거짓말하지 마··· 지금까지 도망친 게 누군데··· 우리는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갔지. 도망쳤던 건 바로 네놈이야. 신-이라고 자칭하는 너의 모습이라고.”


검 비스듬히 들어 녀석에게 겨눴다.


“웃기지 마라! 내가 도망쳤다고? 나는 너희들에게 자비를 베푼 것이다! 내 본연의 힘을 끌어내어 네놈들을 상대했더라면, 너희들은 이 세상에 먼지조차 남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잖아. 그리고 너는 네 본연의 힘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는 즉, 너는 네 힘을 깨우기가 무서운 것이다. 고작 이 따위 인간에게 본연의 힘을 깨웠다면 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그다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내가 찌른 말이 아무래도 맞는 것 같았다.

하등 종족 인간에게 신 본연의 힘을 꺼낸다니 말도 안 될 것이다. 되도록이면 자신의 힘을 사용하지 않고 끝내려 했을 것이다.

그러니 드래곤에게 이런 짓을 맡기는 것일 테고, 그리고 안다. 저 녀석이 본연의 힘을 뽐내면 어떻게 될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를 자극해서 좋을 것 하나 없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이 녀석 또한 마찬가지로 나도 비장의 한 수 정도는 준비되어 있다.


“그래··· 내가 너희들에게 이런 수모까지 겪으면서 힘을 숨겨야 하나···? 내 일말의 양심을 지워줘서 고맙군. 윤현성이라고 했나? 아마 최초이자 최후일 것이다. 인간에게 내 힘을 사용하는 것 말이다. 영광으로 생각하도록.”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공격이 발생될 것이라고 몸의 본능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 몸은 그 공격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


“내 최후의 공격이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주문 같은 것을 외우기 시작했다.


“천지를 창조하고 전능의 의지를 깃든 이가 한 사람을 심판하기를 원하노라. 권세를 쫓는 인간에게 강력한 신의 엄벌을 요하노라. 자! 내리치거라 이 또한 신의 심판일 지니! 스스로 일어나 죽음으로 참회하거라!”


하늘 위에 하늘이 생겼다. 하늘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느낌이 어떨 것 같은가.

척수에서 올라오는 전율이 뇌를 자극했다.

번개다. 그것도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번개였다. 신의 심판이라는 최후에 걸맞을 정도로 강력한 번개···


“자 이걸 맞고도 살아남은 사람은 없다. 아니 사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워버리는 공격이지.”


그 전율이 올라오는 상황에 입가에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왜 웃는 거지? 이제 네놈이 최후가 될 텐데.”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법이지 안 그래? 네놈의 최후일지 나의 최후일지··· 그건 앞으로 벌어질 미래에 맡기도록 하겠다.”

“웃기는 군··· 네놈의 최후의 발언 잘 들었다. 이만 죽어라!”


뇌전이 내리친다. 그 뇌전은 단 한 줄기 가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직 나를 죽이기 위한 뇌전 한 가닥··· 나는 검을 들었다. 발락스는 위스프넨이 말한 것까지 봤던 것이 아니다.

여기까지 아니 어쩌면 그 너머의 최후까지 바라봤던 것일 수도 있었다.

시공간이 일그러진다. 그것이 일그러짐에 따라 번개는 굴절을 만들어냈다.


“설마··· 이건 말도 안 된다. 아니다 이럴 수는 없다!”

“말도 안 되긴 뭐가 말이 안 돼··· 그것 보라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라고···”


하지만 나 역시 공격을 피해 갈 순 없었다. 내가 죽길 바라는 신의 의지가 고스란히 심장을 빠르게 때렸다.

피를 내뿜을 구토감이 인다. 하지만 뱉을 수 없었다. 그 피를 뱉기 전에 내 공격이 우선이었다.


“가라···! 네 공격에 네가 죽는 경험을···”


한번 맛보란 말이다.


뇌전이 나를 거치고 튕겨지며 큐브로 전달되었다.

그 어떤 공격도 뚫지 못했던 투명한 막을 찢으며 번개는 큐브를 강타했다.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고요하고 또 잠잠하다.


“———네 이놈!! 반드시 네놈을 찢어 죽이도록 하겠다!”

“아니 찢기는 건 너야···”


두 다리가 아직은 버텨주었다.

명령을 제대로 이행 못하는 다리에 제발 힘을 내라고 응원하고 있다.

저기까지만 가달라고. 그 뒤에 멈춰도 된다고 부탁하고 또 부탁했다.


“하아아압!”


두 다리는 내 바람을 들어주었다. 큐브 위를 도약했다. 허공을 향해 말이다.

그대로 검을 큐브의 틈 사이로 찔러 넣었다. 그다음 내 모든 마력을 방출했다. 내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기운까지 모조리 쥐어 짜냈다.

이대로 간다면 나도 죽을 것이다. 그리고 이놈 또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니라.


“안 된다. 나와 거래를 하자··· 이렇게 죽을 순 없다. 이대로 모든 것을 두고 가기에···”

“이봐 신··· 그것 봐 욕심? 권세? 웃기지 말라 그래 신이든 인간이든 똑같아. 최후의 남길 말은 그게 끝인가? 더 그럴듯한 거 없냔 말이야.”


놈의 의지가 한 풀 꺾인다. 그와 동시에 나 또한 내가 쥔 검의 손잡이를 비틀었다.

큐브의 움직임이 불안전 해졌다. 내가 찔러 넣은 큐브의 틈 사이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큐브 전체로 이어졌다.


“안 돼에에에에에에———”

“길동무가 네놈이라서 다행이다. 신——”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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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077화 갈등 (3) 23.04.23 24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9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7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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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8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1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7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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