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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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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4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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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DUMMY

총을 겨눈다.

솔직하게 총과 칼의 싸움에서 총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

아이에게 물어본다고 해도 알 법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명백하게 손가락의 움직임을 읽고 긴장하고 있다면, 피하는 것뿐 아니라 벨 수도 있다.

몇 번의 반복 끝에 김시전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눈을 치켜세웠다.

물론 뛰어난 동체시력이 동반되어야 하지만 말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놈이로군. 너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은데? 항복.”

“···더 안 할 건가?”

“총을 눈으로 보고 피하는 놈이랑 어떻게 이기라고? 그보다 너 인간은 맞는 거냐?”


내 놀라운 신체 능력을 보고 그는 나를 인간이 아닌지 의심했다.

그러다 자신도 그 질문에 웃겼는지 실소하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우리를 따라와라 원하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줄 수 있을 거다.”


김시전이 자신을 따라오라 말했고 우린 그를 따라 바다가 잘 보이는 부산의 어느 작은 마을에 도착했다.

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꽤 많이 걸렸다.


“···이곳은?”

“내 고향이다.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에 머무는 날 밤에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지. 우린 여기서 세를 이루면서 살고 있다. 부산을 통합하기 위해 열심히 발로 뛰고 있지.”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건가?”

“불가능할 것도 없지. 너 같은 놈만 없다면. 내가 소개해 줄 사람은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군.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괴팍한 노인네라서 말이야.”

“고맙다.”


김시전의 안내로 우리는 류월용이 찾는 사람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그녀가 찾는 사람인지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었다.

그 문이 열리고 류월용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의 눈동자에 맺힌 눈물 방울이 다행히 헛수고 아닌 것 같았다.

둘은 모국어로 재회의 기쁨을 누렸다. 우리는 잠시 밖으로 나와 부담스럽지 않게 눈치껏 자리를 빼주었다.


“정말 다행이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다행이네요 헛수고가 아니라서요. 막연하게 부산에 온 게 아닐까 싶었는데.”

“크흡···”


주동진이 슬픔을 애써 참고 있었다. 울먹이는 터라 호흡이 상당히 거칠었다.


“그게 그렇게 슬픈가요? 주 팀장님?”

“이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재회 아닙니까? 설마 현성 씨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건가요?”

“그런 건 아닌데··· 솔직히 울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감정이 메말랐습니다. 현성 씨는···”


당신이 너무 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반박하고 싶었다.

어차피 내가 질 것이 뻔하니 이야기 꺼내진 않았다.

곧 시간이 지나고 굳게 닫힌 문이 열리고 눈시울이 붉어진 류월용이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아가씨를 구해준 것이 자네들이로군. 아가씨에게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네. 시간이 없을 것 같구만.”

“그보다 노인은 누구십니까?”

“이런 내 소개가 늦었구만, 나는 진시월 왕위파의 전속 주치의를 담당했었네. 잠시 한국에 있다는 걸 지금이 되어서도 못 돌아가고 있는 참이었지. 비행기가 뜨질 않으니 원···”

“윤현성이라 합니다. 저 여자를 구한 건 순 우연이었을 뿐입니다.”

“그런 우연이 겹친 상황에서 구하고자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몇 없을 걸세. 자네는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해준 것이나 다름없네.”

“그렇게 치켜···”


그 순간 옆구리를 찌르는 느낌에 말을 끊었다. 이하루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저희가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자네는 흑진 안에서만 피어나는 흑월화라는 꽃을 알고 있는가?”

“흑월화? 아마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일 겁니다. 저희들은 블랙 필드라고 부르고 있지만, 중국은 흑진이라 부르고 있나 보군요···”


주동진이 노인의 이야기를 받았다.

우리 모두 흑월화에 대한 것은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네, 흑진 안에서만 피는 꽃이 필요하네, 그거면 충분한 겁니까?”

“그렇네. 흑월화만 있으면, 흑진의 병을 치료할 수 있지.”

“흑진이라···”


블랙필드와는 다른 것일까.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미친 짓이라는 걸 알지만,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알겠습니다. 중국으로 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성우에게 연락해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도중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멀지 않다. 그 살기는 상당히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살기를 느껴본 적이 있다. 류월용이 위험하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이 위험하다. 언제 뒤가 밟힌 건지는 몰라도 내 감을 피할 수 있을 정도라면 상당한 실력자라는 이야기된다.

생각할 틈도 없이 곧바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살기가 조여 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


짧은 거리에서 눈앞에 있는 사람이 손을 들고 다른 이들을 멈춰 세웠다.

통역도 안 되는데, 나 혼자 튀어나와서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 저들의 목적은 하나, 그리고 내 목적 또한 저들과 다르지만 크게 보아 같다.

아무런 대화 없이 서로 격돌했다. 이번에도 역시 전과 같은 진을 짰다. 상당히 복잡한 움직임으로 막아섰다.

하지만 그 마저도 압도적인 힘 앞에선 무용지물일 뿐이다. 그전에는 사람들이 근처에 있어 힘을 발휘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


상대는 놀란 기색이다.

이런 힘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을 터.

손을 들어 행동을 제지하기에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흩뿌려지는 선혈에 나를 향해 달려들던 적들이 낙엽처럼 쓰러졌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자신들을 제압하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마음속에 망설임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핵심이다.


“현성 씨!”


뒤늦게 이하루와 주동진 그리고 이곳에 김시전이 등장했다.

다행히 중국어를 통역할 줄 아는 이하루가 있어서 다행이다.


“지금 뭐라는지 통역 좀 부탁드릴게요.”

“음··· ‘우리를 건든 대가를 톡톡히 돌려주겠다고.’라고 하는데요?”

“‘먼저 건든 건 우리가 아니라 너희들이다.’라고 전해 주세요.”


그녀가 말하자 그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모두 죽이지는 않았으니, 치료만 할 수 있으면 살 수 있다. 여기서 더해서 부하들을 죽음으로 몰아갈 건지. 아니면 돌아갈 건지 선택하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간단한 경고도 함께 전해줘요.”


그녀가 말하자 그는 결국 손을 내렸다. 곧바로 멀쩡한 부하들이 쓰러진 자들을 챙겼다.


“‘이 원한은 반드시 되갚아 주겠다.’라고 하는데요?”

“원한이 아니라 은혜겠지.”


단 한 마디도 지지 않는 게 분한 것인지 그는 성을 갈며 되돌아갔다.

깊은 상처는 아니니 부하를 버리고 가진 않을 것이다.

죽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도 있지만, 무작정 죽이는 것보다 빚을 지어놓는 게 더 이득이 될 수도 있었다.

말로는 원한이라 하더라도 이미 두 번의 목숨을 구원받은 걸 무시할 순 없을 것이다. 그 역시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사람일 뿐, 진심으로 류월용을 죽이고 싶진 않을 것이다.


“돌아가죠.”


* * *


“정말 제가 중국에 있네요.”


진시월과 류월용을 데리고 우리는 중국 땅을 밟게 되었다.

중국 또한 지역 대부분이 먹힌 상태라서 땅의 90% 이상이 흑진으로 뒤덮였다.

중국의 땅은 예로부터 천혜의 요새라고 불리는 곳들이 많은 만큼,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지역을 괴물을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다는 판단되었다.

그래서 포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괴물이 무서운 것이 아니고 우리는 자연을 두려워한다는 게 중국 정부에 공식 입장이었다.


“공기부터 다르네요. 일련의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곳이 바로 중국이라 들었는데. 막상 실제로 봐보니 실감이 납니다.”


주동진이 싸늘할 정도로 조용한 공항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왕위파 사람들은?”

“아무래도 오기가 힘든 모양이야. 세력을 모두 먹힌 상황이다 보니까···”


사전에 연락받은 그녀를 따르는 왕위파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왕위파 문주의 행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류월용이 유일했다.

입을 열지 않는다면, 류역진을 발견할 수 있는 일을 절대 없을 거라 그녀가 자신했다.


“일단 우리는 흑월화를 캐야 하는데, 그건 도대체 어디서 피는 꽃입니까?”

“그건 나도 알 수 없네, 그저 순 운명과 너희들의 운에 맡기는 수밖에. 바로 찾을 수도 있겠고, 아니면 영원히 찾지 못할 수도 있지.”


자기가 가는 게 아니라고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감정이 올라왔지만, 그래도 뭐 어쩌겠나, 가야 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생과 어머니를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동생은 여전히 날 미친놈 취급하며 얼굴 보기도 싫다 하였다.

어머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허락을 해주셨지만, 솔직히 허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아들의 고집에 한 수 접어 주신 거라 볼 수밖에···


“일단 조심스럽게 문주님이 있는 곳까지 가도록 하지.”


진시월이 근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문주의 안위부터 살피기 위해 말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아버님을 모셨어요. 제가 안내할게요.”

“일부로 공항을 이곳으로 잡은 거야?”

“네, 어르신을 모셔오면 곧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요.”


류월용은 보기보다 계획적이었다.

아직 부끄러움 많은 소녀였지만, 가족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가족을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그녀의 안내를 따라 류역진이 잠들어 있는 비밀 거처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착해서도 더 깊숙이 들어가야 했는데, 여러 비밀 장치들이 난잡하게 있는 터라 외우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레버를 당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저 레버를 당기면 위에 있는 천장이 뚝 떨어지고 저걸 당기면 가시가 올라오고 그럴 거예요.”

“상당히 무서운 곳이구나···”


이야기만 들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곳이다. 발 밑에서 가기가 올라온 다는 생각에 털이 곤두섰다.

그렇게 어둠을 뚫고 들어가서 따듯한 온기가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부드러운 가죽으로 된 침대에 누워있는 류역진은 보기에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오오··· 문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진시월이 감격에 젖은 눈으로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정성스럽게 잡아 올렸다.

아직 정신이 있는지 힘겹게 입을 떼어 보이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류역진은 눈앞에 그를 보고 상당히 놀란 듯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가 모국어로 그에게 말했는데, 나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했다.

하지만 미안하다라···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요.”


이하루가 내 물음에 답해주었다.

아무래도 류역진과 진시월 사이에 복잡하게 얽힌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불편함이 가득 담긴 류역진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일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 같군요. 저 둘 사이에 뭔가가 있다는 건 확실하게 알 것 같아요.”


내 말에 동의하는지 이하루 또한 고개를 끄덕거리며 한 층 가라앉은 눈으로 그 둘을 최대한 내정하게 지켜보려는 것 같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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