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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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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8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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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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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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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5화 갈등 (1)

DUMMY

다급하게 이하루의 뒤를 쫓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사라지고 난 뒤였고,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세리아는 열린 문을 앞에 두고 들어가지 않고 가만히 위스프넨을 응시하는 중이었다.

왜 그렇게 서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윤현성 씨···”


내 이름을 부르는데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녀의 말에 바짝 긴장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불렀나요?”

“저 사람은 누구죠?”


세리아는 위스프넨에게 눈을 떼지 않고 내게 물었다.


“아, 그게 그러니까··· 어떻게 인연이 돼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정말 대충 둘러대면 안 됐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 자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의 반발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사람인가요?”


세리아는 핵심을 찔렀다. 그녀는 완전히 내 말을 믿지 않은 것 같다.


“그럼요. 정말 사람이죠. 제 말을 못 믿겠나요?”

“믿고 싶어요. 그런데 현성 씨··· 거짓말이 너무 서투른 거 아닌가요···”

“거짓말이라뇨···”


그녀는 알고 있는 건가···

하긴 지금까지 드래곤에 관해 모두 꿰뚫어 본 사람이었다.

지금 위스프넨의 정체도 들통났을 거라 생각한다.

생각을 조금 거치자 지금 이 행동이 얼마나 무의미한 행동인지 알게 되었다.


“맞습니다. 저 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순수히 털어놨다. 그렇게 하면 끝일 줄만 알았다.


“그렇군요···”


하지만 세리아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분노로 번지면서 평소 그녀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세리아···?”

“현성씨··· 저 자는 드래곤이 맞나요? 지금 제가 보는 게 드래곤이 아니라고 해주세요.”

“그, 그건···”


세리아는 드래곤에게 반감을 갖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감정을 갖고 있는 줄은 몰랐다.


“그게 그러니까···”

“됐습니다. 제가 말하죠.”


내가 말을 하려고 하는 사이 위스프넨의 고고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는 드래곤이 맞습니다. 저를 알고 있는 눈치군요.”

“모를 수가 없지요··· 그 영혼의 낙인이 찍혀 영원을 살아가면서도 당신의 모습은 잊을 수 없었습니다.”


세리아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의 목소리를 듣고 확신한 것이다.

도대체 세리아와 위스프넨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반응으로 보아 유추할 순 있었다.


“당신이 우리들의 세상을 멸망시켰어··· 직접 그 손으로 멸망시켰잖아.”


세리아가 뱉지 않았으면 하는 말을 뱉어버렸다. 아니길 바랐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일이 되진 않았다.

그녀의 분노에 통감한다. 나는 그녀를 말릴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 그녀가 왜 이렇게 분노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유감입니다···”

“유감? 방금 유감이라고 말했나요? 당신은 한순간 유희거리였을지 몰라도 나한테는 평생의 고통입니다···”


그녀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듯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위스프넨을 쳐다보는 것이 그를 경멸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당신을 만났네요.”


그녀가 총을 꺼내 들었다. 드래곤에게 통하지 않을 거라 코웃음 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저 탄환이라면 다르다.

저건 드래곤에게도 치명적이다. 그녀를 말려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저걸 보고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세리아 진정해요, 저 드래곤은 적이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와 함께 손을 잡고 싶어 하는 드래곤이에요. 적의를 갖고 있지 않잖아요.”

“현성씨, 비켜요 설마 드래곤의 말을 믿는 건가요? 그렇게 우둔한 사람인 줄 몰랐는데요···”

“세리아도 알고 있잖아요. 드래곤이 우리들의 적이 아니라는 걸 그 위에 더한 적이 있다는 것 또한 당신은 알고 있지 않습니까?”


처음으로 세리아에게 소리쳤다. 그녀는 그 소리에 잠깐 놀란 눈동자로 변하더니 이내 다시 침착해졌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줄은 몰랐네요. 맞아요···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제 개인적인 원한이에요. 그러니 제발 비켜주세요.”

“세리아···”

“제 차원을 멸망시킨 드래곤이에요. 현성씨도 눈치챘잖아요. 그걸 알고서도 저를 막는 건가요?”


세리아가 눈동자에 힘을 주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뭔가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세리아가 복수자의 길을 걷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건 평소의 세리아 답지 않은 행동이에요.”

“저 다운 게 뭔데요. 제 가족을 죽인 주범을 찾았는데, 가만히 멈춰 있어야 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요? 만약 현성씨도 저와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요?”


아니다···

그녀는 내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상황이었다면, 그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뒤를 슬쩍 돌아보자 위스프넨은 흥미롭다는 듯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지금 그런 표정을 짓고 있을 땐 가.


“알아들었다면, 비켜 주세요.”

“그럴 수 없다는 거 세리아도 잘 알지 않습니까. 이건···”


세리아의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어째서 저를 막는 건가요. 저 드래곤은 죽어 마땅하다고요!”

“세리아··· 미안해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을 말릴 수밖에 없어요.”

“그래요··· 당신도 당신 일을··· 저도 제 일을 할 뿐이니까요.”


그때, 위스프넨이 한 발자국 다가왔다.


“미안하군···”

“미안하다?”

“그때는 나도 정신을 잃은 상태여서 말이야.”

“정신을 잃었다고 해도··· 당신이 우리에게 한 일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정말 미안하다면 죽음으로 사죄해.”

“···그러지.”


위스프넨은 침착하게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녀의 눈빛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난 이후로 너에게 죽겠다. 너도 알지 않나. 우리에게는 공동의 적이 있다는 걸. 나 또한 더 이상 조종당하기는 싫으니 말이야.”

“제가 당신을 어떻게 믿죠···”

“믿고 믿지 않고는 자네에게 달린 일이지. 하지만 그렇게 믿을 수 없다면야···”


위스프넨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 나왔다. 그 초록색의 빛은 위스프넨의 마력의 집결체였다. 즉 자신의 심장을 맡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건 뭡니까?”


그는 내 질문에 나를 바라보았다.


“내 심장과 이어진 또 하나의 드래곤 하트라고 봐도 무방하겠군.”

“그렇다는 말은···”

“모든 일이 끝나면 그걸 없애라. 그러면 나 역시 죽을 것이니. 자네 차원에서 벌어진 일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제가 이걸 지금 터칠 거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건가요···”


위스프넨은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웃어 보였다.


“그거야 자네 마음이지.”


세리아는 분한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손에 올렸던 방아쇠를 내려놓았다.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야심한 새벽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사람들이 큰 소란에 이쪽으로 모여들었다.

갑작스럽게 모인 자리에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이들에게 사실을 말해야 했으니 오히려 잘 된 일이지 않나 싶다.


“응··· 웬 미녀가 여기에 있는 거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제일 먼저 뛰어나온 이민재가 말했다.


“그거에 관해서 설명해 드릴 예정입니다. 모두의 잠을 깨워서 죄송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이 드래곤과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관해 설명했다.

처음에는 격분하던 자들이 세리아와 일어난 일에 대하여 설명하니 어느 정도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그렇군··· 힘든 싸움이 되겠어.”

“앞으로 있을 싸움은 보통 싸움과는 다를 겁니다. 인간과 신의 싸움이니까요. 그리고 가장 위험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성우 그 자란 말이군요···”

“그래요···”


앞으로 있을 인류 최대의 적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이었다.

본격적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아마 한성우는 우리가 알던 한성우와는 다를 것이다. 그는 신성력을 가진 주인이었고, 또한 그 신성력은 신과 직결되는 힘이었다.


“아예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오히려 지금 암살하는 게 어떤지···”

“그럴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봐서 아시겠지만, 그의 마력은 드래곤의 마력을 넘어섭니다. 여러분들이 근처에 가기만 해도 그 마력에 몸이 녹아내릴 겁니다.”

“정말이지 터무니없는 놈이 나왔군···”


의견을 제시하던 이민재가 내 말을 듣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이 이렇게 번질 줄은 몰랐습니다. 제 잘못이 큽니다. 그래서 한성우는 제가 막을 겁니다.”

“···현성 자네가? 너무 무모하지 않나?”

“저와 그리고 이 여기 있는 드래곤만이 유일하게 한성우를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이민재는 지그시 눈을 감고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지 말고 애초에 한성우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은 방법 아닌가?”


눈을 뜬 이민재가 물었다.


“그건 불가하다. 신은 우리의 행동을 꿰고 있다 만에 하나 불순한 움직임을 보이다면, 그 자리에서 즉시 정신 조종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하면 우리는 준비조차 할 수 없으니 패배할 것이다.”


위스프네는은 냉정했다. 그 딱딱하고 차가운 말투에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이었으나, 아무도 그녀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세리아.”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


“네.”


아직 그녀는 내게 가진 앙금이 남아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남은 한 발 그 녀석에게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같은 드래곤의 힘입니다. 그 힘을 흩어버리고 신성력으로만 싸울 수 있다면, 우리가 유리하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녀가 아직 놓지 않은 총을 손에 꽉 쥐고 위스프넨을 바라보았다.

그 총알은 드래곤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지금 그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알겠어요. 남은 한 발은 아껴두도록 하죠.”


다행히 그녀는 내 말을 넘어가 주었다. 따로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다.


“그렇다면 모두 정해진 것 같군요. 모두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있을 전투가 어쩌면 서로 마지막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어려운 전투가 될 거예요.”


한성우의 힘이 얼만큼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때 보여준 힘도 본인이 가진 힘에 삼 할도 내지 않을 것이지만···

아무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지 솔직하게 말해서 자신이 없다.

두려움의 반증으로 주먹을 쥔 손에 땀이 배어 나왔다.


“두렵나요?”


위스프넨이 조곤조곤히 물었다.


“두렵죠.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사실 두려운 것 보다도···”


같이 인연을 맺었던 사람을 베는 것이 더욱 두려운 것 같았다.

아무리 조종당한다 한들 그는 내가 알던 사람이고 내 가족을 지켜 준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래도··· 해야만 한다는 거 도망쳐서는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한성우를 따르던 길드 사람들과도 적이 될 것이다.

어떻게 엮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앞으로 대비해야 한다.

꼬끼오옥—!

때마침 닭이 울었다. 이곳에서 키우던 닭이었다. 처음엔 식량으로 키우던 놈이었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버린 것인지 이렇게 아침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었다.


“우린 이길 겁니다. 밤을 물리치는 여명처럼 말이에요. 우린 반드시 이길 겁니다.”

“여명이라··· 좋은 말이로군요.”


위스프넨은 내가 바라보는 곳을 똑같이 바라보았다.

그 시선 끝에는 어느새 태양이 꽁지를 쭉 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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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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