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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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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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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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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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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62화 일본으로 (3)

DUMMY

주동진은 일어나 그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다섯 명이서 두루 모여 술을 마시는 중이었는데,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면 신세 한탄 이거나 그리고 이번에 기적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기적을 일으킨 여자까지도···

그들의 눈빛이 끈적해지는 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나도 술 한잔 따라주지.”

“아재는 뭐야··· 분위기 잡치지 말고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불량배 중 가장 인상이 험악한 자가 주동진에게 소리를 지르며 인상을 팍 썼다.

이를 본 주동진은 그 사람의 어깨에 한쪽 손을 갖다 댔다.


“뭐, 뭐야···”


반응은 그 뒤였다.


“끄아아아아악!”


주동진이 손아구에 힘을 주어 그의 오른쪽 어깨를 완전히 박살 냈다.

그 어깨가 바스러지는 소리가 얼마나 끔찍한지 그 행동을 지켜본 다른 불량배들의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였다.


“나도 술이나 한 잔 좀 따라주지.”


주동진의 음성은 낮고 차가웠다.

술이나 먹자고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는 소리다.

그걸 뒤늦게 눈치챈 머저리들은 재빨리 주동진의 잔에 술을 채워 넣었다.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바라본 주동진은 가만히 그것을 응시하다가 입을 떼었다.


“너희들은 말이야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어. 알긴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끝날 일이었다면, 내가 이곳에 오지도 않았겠지.”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그는 다른 사람들이 지금 이런 모습을 본다면, 상당히 당황할 것 같았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냥 신기해서 쳐다보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냥 신기해서 쳐다봐?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지껄이는 걸 보면 여기서 끝을 내면 안 될 것 같군.”


주동진의 음성이 더욱 차가워졌다.

일말의 자비도 바라면 안 될 것 같은 목소리를 낮게 깔자 바닥을 기는 건 그 놈들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한 번만 살려주시면 착하게 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저도 기회를 주신다면 이번에 열심히 살도록 하겠습니다.”

“저, 저도 마찬가집니다···”


그의 힘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던 불량배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살아남기 위해 자존심이고 뭐고 없었다. 일단 바닥을 기고 봐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건 이곳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금은 바짝 엎드린다···’


이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저 신물을 갖고 일본 도쿄로 돌아간다면, 자기들도 한 자리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훗날을 생각하니 ‘이런 치욕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잘 알아들은 걸로 알고 있지.”


사람의 속 마음을 알 수 없었던 주동진은 ‘이쯤 하면 됐지.’라는 생각과 함께 자리를 떴다.

윤현성의 옆으로 돌아온 그는 윤현성이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다 지켜보고 있었나요?”

“볼만한 게 주 팀장님 밖에 없던데요? 잘 말해주고 오셨습니까?”

“이 정도면 알아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못 알아 들었다면··· 그때는 정말 어쩔 수 없죠.”

“그렇군요.”


윤현성은 그가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희미하게 웃음 지었다.

그가 웃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주동진 본인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모르기 때문이었다.


“글쎄요. 과연 잘 알아들었을까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윤현성은 주동진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고, 또 느낄 수 있었다.

상대의 강한 압박으로 반 강제적으로 굽혀지는 게 대부분이다. 엎드린 상대의 눈을 볼 수 없는 것처럼 그들은 반성하지 않았다.


“알아들었을 겁니다.”

“주 팀장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지요. 그보다 조금 새롭네요. 오늘 보여준 모습은 주 팀장님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제 모습이요···?”

“그렇게까지 화낼 줄 몰랐거든요.”

“그, 그런가요? 제가 왜 그랬지···”


주동진은 자기도 모르게 상념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동안 불러도 대답도 없을 거라는 걸 아는 윤현성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드래곤의 능력이야. 곧 등장이 머지않았다는 거겠죠.”


세리아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윤현성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드래곤의 힘? 제가 아는 드래곤 중에 그런 능력을 가진 드래곤을 없었는데요?”

“한 단계 윗차원에 있는 드래곤이라 생각하면 돼요. 그들의 능력은 파괴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개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요. 분노와 불의 드래곤 파이로스··· 주동진 씨가 분노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에요.”

“분노와 불의 드래곤 파이로스···”


윤현성의 기억 속에는 없는 이름이었다.

역대 드래곤 슬레이어의 기억을 갖고 있던 그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웠다.


“그게 이번에 찾아올 드래곤의 이름인가요?”

“네, 그래요 그의 출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는 거죠.”

“아주 악질이군요···”


본질적으로 선한 사람인 주동진이 왜 그런 행동을 하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앞으로 더 그런 감정이나 행동들이 나올 거예요. 이 나라 전역으로···”


* * *


한인촌의 불량배.

즉, 주동진에게 피해를 받은 자들은 야심한 새벽을 틈타 한인촌을 벗어났다.

그들의 마음은 가질 수 없다면 부서 버리겠다는 마음으로 이 일을 고발하기 위해 일본의 길드를 찾았다.

하지만 한인들이 일본인들의 사는 경계를 넘는 것은 즉결 처형으로 이어지는 일이었다.


“멈춰라!”


멈추라는 말이 들렸다.

총구가 모두 자기들에게 향해있다는 걸 알자 그들은 엎드리며 말했다.


“전할 소식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일본어가 익숙한 듯 이 나라의 언어로 말했다.


“무슨 소식이지?”


대답이 들려오는 것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저 일본 관리인이 자기를 쏘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서 이번 일을 벌인 것이다.

가유타가 아니라 다른 관리인이었더라면, 우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몸에 바람구멍이 생겼을지도 몰랐다.

가유타는 어느 정도 이야기가 통하는 상대였다.


“지금 일본에서 식량난이 문제라고 저도 알고 있습니다.”


자급자족을 이룩하던 일본 또한 이제 위기의 순간이 닥쳐왔다.

인구도 꾸준히 줄고 있었고, 일 할 노동력도 점점 사라지는 중이었다.

한국에는 블랙 필드라면 일본은 흑경이라 부르곤 하는데, 이 흑경을 제압하는 것은 다름 아닌 젊은 사람들이었다.

젊은 사람이 줄고 노동을 해야 할 젊은 층도 점점 사라지고 만다. 그렇다고 노년기를 접어든 자들의 노동력을 또 기대할 순 없었다.

그 고질병을 알고 있는 김운택은 가유타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걸 얼핏 들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식량난을 해결할 방법을 들고 왔습니다.”

“한인촌에서 껄렁대던 자네가 말인가?”


가유타는 김운택과 그 패거리들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다.

허를 찔린 김운택이 이를 바득 갈았으나, 지금은 더 굽혀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일본으로 밀입국 한 놈들이 있는데, 그들은 신비스러운 물건을 갖고 기적을 행하고 있습니다.”

“기적을 행한다라···”


가유타는 저 한국인의 말이 사실인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싶었지만, 마침 밀입국에 관한 정보를 며칠 전에 들어서 자기가 보고 받은 자와 일치하는지 궁금했다.


“어떤 기적이지?”

“그게··· 씨앗을 심고 이상한 분무기로 물을 뿌리면 일 분도 지나지 않고 씨앗을 트고 열매를 맺습니다.”

“뭐, 뭐라고···?”


말도 안 되는 기적에 가유타가 어이가 없는 듯 헛바람을 들이마셨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말인가?”

“저, 정말입니다. 제가 거짓을 고한다면 왜 목숨 걸고 한일통제선을 넘어왔겠습니까···”

“음···”


가유타는 턱을 탑 위에서 턱을 매만지며 고민했다.

저들의 말은 거의 진실이라 볼 수 있었다. 한일통제선을 넘은 것 그들 또한 목숨을 건 일이라는 것이다.


“원하는 게 무엇이냐.”

“저희를 일본의 국민으로 받아 주십시오. 그럴 수만 있다면··· 관리인님 밑에서 평생 개처럼 일하겠습니다.”

“그건 내 권한 밖이지만, 자네들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힘을 좀 써보도록 하지.”


가유타의 옆에 있는 사람들은 그의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희미하게 걸린 가유타의 입꼬리를 본 부하들은 골치가 아플 거라고 예상했다.


* * *


그날 저녁 한일통제선을 넘어 일본 관리인이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밀입국 자이기 때문에 인원 파악에서 제외해야 해서 그들이 몸을 숨겨 주었다.

나는 물론 그 양아치들이 우리들을 꼬질렀다고 생각했다. 야심한 새벽을 틈타 도망가는 것이 내 기감이 걸렸고, 또한 오늘 아침에 조용히 도착한 것을 보면 그림이 딱 그려졌다.


“이봐 이봐! 이런 굼벵이 새기들이 싸게 싸게 튀어나오지 못해?”


한인촌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눈치를 보며 후다닥- 관리인 앞에 대열을 맞추어 섰다.

그제서야 만족한 듯 웃는 모습을 댓 자리 사이를 벌려 지켜봤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이하루가 실시간으로 그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지금 우리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요. 며칠 사이에 수상한 사람들을 못 봤냐고 하는데요?”

“저 개새끼들이 고자질한 겁니다···”


주동진이 버럭 화를 내며 밖으로 나가려 하는 것을 가까스로 뜯어말렸다.


“아직입니다··· 주 팀장님 일단 진정하세요. 나중에 벌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일단은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죠.”


그 일본인이 앞으로 천천히 걸어와 풍성하게 자란 콩잎을 문지르며 확신에 찬 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뭐라 하던가요?”

“이런 품질 좋은 콩은 어떻게 키웠냐고 말하는 거 같아요. 무슨 기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역시 아무래도 저들이 가서 모두 말한 것 같군요. 저희들의 존재나 세리아의 기술까지 말이에요.”


그렇다면 여기에 더 숨어있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나는 돗대를 걷어 일본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우리를 발견하고 총을 견착 하였다.


“진정하십시오.”


서늘한 긴장감이 흐른다. 방아쇠 가까이 가져간 손이 언제 움직일지 모르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아무리 반응 속도가 좋다 하더라도 지근거리에서 총은 위험하다.


“너희들이 이번에 들어온 밀입국자들인가.”


그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했다.

덕분에 이하루가 통역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는 일행들보다 한 발자국 앞으로 더 나갔다.


“그렇습니다.”

“뭐 때문에 밀입국 한 거지? 쇄국령이 내려진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이 나라에 큰 재앙이 닥칠 겁니다.”

“큰 재앙?”

“글세, 우리가 느껴지기에는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네놈들이 재앙처럼 느껴지는데.”


그의 말투는 차가웠다.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듯한 차가운 말투는 분위기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우리 정보원을 통해 들은 게 있다. 식물의 성장을 가속한다는 물건은 어디에 있지? 나도 궁금하군 정말인지.”


세리아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세리아가 정말 나를 바라보던 중이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에게 ‘보여줘도 좋다.’라는 뜻을 전했다.

그녀는 곧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하였고, 그들의 앞에서 두 번째 기적을 보여주었다.

그 기적을 본 일본인의 입가에 찐하게 번진 미소가 탐욕으로 물들었다.


“크하하하하하하하!”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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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40 2 12쪽
»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44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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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5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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