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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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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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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82화 최종장을 향하여 (5)

DUMMY

오랜만에 보는 밝은 하늘은 아니지만, 사람들의 눈에 이 하늘은 오늘은 뭔가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하늘, 그 하늘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정은 통쾌하다 못해 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일 것이다.

하지만 마냥 유쾌할 수는 없었다. 인류가 입은 피해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참극이었으니까.

그래도 인류는 오늘의 승리를 만끽했다. 먼저 간 사람들에게 애도를 표하며, 그렇게 마음속으로 먼저 간 이들을 기렸다.


“언제 내려오는 걸까요.”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 되어 이 참극을 해결한 사람들이 있었다.


“글쎄다··· 때가 되면 내려오지 않겠어?”


윤현성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홍빛으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하늘은 감쪽같이 모습을 감췄다.

이민재는 이하루의 질문에 애매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하루 또한 정확한 대답을 바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 정말 끝난 걸까요?”


이하루는 찜찜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끝내기에는 십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평화보다는 난잡함이 더 익숙했다.

낯선 평화가 찾아오니 몸이 벌써부터 저절로 근질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 또한 정확하게 대답해 줄 수 없겠는데, 모든 건 현성이가 내려오면 정리해 주지 않겠어?”


그들은 눈을 감았다 뜨니 이곳으로 돌아와 있던 상태였다.

모든 걸 짐작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이상할 게 없는 세상이었으니까. 미쳐버린 세상에 적응한 사람들은 모두 미쳐있는 상태였다.


“후우···”


이하루는 답답했는지 한숨을 푹- 쉬었다. 그녀의 한숨에 주동진이 그녀를 위로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닌 거 이 팀장이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렇긴 해도··· 마지막 모습이 눈에 밟히는 걸 어떡하죠? 돌아올 거라고 저를 속여봐도 그 미소는 돌아오지 않을 미소였어요···”

“그래도 약속은 지키는 사람이잖아. 그렇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면 오던 사람도 도망가. 그러니 기운 차려야 한 단다.”


이후라는 그의 말이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음이 답답한 걸 어쩌라는 건가··· 심리학을 전공했던 이하루지만, 지금 자기의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


“모두 저를 기다리고 있었나요?”


익숙한 목소리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이라도 놓치면 어디론가 훅- 떠나갈 것 같은 목소리다. 그리고 정말 떠나기도 했고···

이하루는 다급하게 고개를 돌려 그 소리의 주인을 찾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웃음으로 모두를 살펴보고 있었다. 후련해 보인다. 자기의 마음은 모르고 말이다.

조금은 밉살스럽게 보였지만, 왜인지 또 자세히 보면 밉게 만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기척도 내지 않고 이렇게 무작정 나타나면 어쩌냐고 묻고 싶었다.

터덕터덕-

이하루는 태평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을 와락- 소리가 날 정도로 끌어안았다.


“하, 하루씨? 지금 이게 무슨···”


이하루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윤현성의 몸이 빳빳하게 굳었다.


“아무런 소리 하지 말아요··· 그냥 상이예요. 상···”


윤현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가 건네주는 상을 느꼈다.

따듯하다.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윤현성의 마음에 닿았다.


“고맙습니다.”

“잘 돌아왔어요. 정말 고생했다구요. 이젠 어디로 가지 않을 건가요?”

“제가 갈 곳이 어딨 나요. 이젠 정말 모든 게 끝났어요. 모두 각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이하루는 조심스럽게 안던 것을 밀어내고 무슨 소리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하루의 표정을 본 윤현성은 그녀의 멍한 표정이 귀엽게 보였다.


“어, 눈이다.”


한 사람의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하늘로 향하게 만들었다.


“정말 눈인가? 별 일 이로군. 아직 11월인데. 아직 눈이 올 시기는 아닌데 말이야.”


이민재는 손바닥을 위를 향하여 올려봤다. 자세히 보니 눈은 아니었다. 눈과 비슷하게 생긴 그저 하얗게 빛나는 작은 입자였다.

사람들은 그걸 보고 눈이라고 착각하여 그렇게 외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하얀 입자는 더욱 신비한 일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기적이다···”


말 그대로 기적이 펼쳐졌다. 하얀 입자가 닿았던 사람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무너졌던 건물들이 모두 원래 제 모습을 되찾아 갔으며 갈라졌던 도로들도 모두 복구되기 시작했다.


“기적이 일어났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방방 뛰기도 하면서 기쁨을 온몸으로 표출했다.


“이건···”

“마지막 선물입니다. 우리들의 능력을 대가로 제가 임의로 정했는데, 어때요? 마음에 드나요?”


윤현성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한 선물을 내려준 프라미아에게 마음속으로 허리를 깊게 숙였다.

우리는 한 동안 그 11월에 내리는 첫눈을 바라보면서 아무 말이 없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기적은 오랫동안 지속 되었다.

그때 뒤쪽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웃음이 나왔다. 윤현성은 곧바로 뒤로 돌아 그 인기척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고맙습니다.”


한성우였다. 그는 울먹거리면서 윤현성을 향해 고맙다고 인사했다.


“당신이 만든 겁니다. 한성우씨··· 당신이 문을 열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는 옆에 있는 이지혜의 부축으로 제 발로 서있을 수 있었다.

힘의 사용이 과도했던 탓인지 아직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당신이라면 해낼 줄 알았어요.”

“그렇게 짐을 지어 주니 무거워서 움직일 수가 있어야죠. 그냥 냅다 던져버렸습니다. ”


한성우는 실없는 농담에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한성우는 끝없던 길을 여행 중이었다. ‘이곳은 어딜까.’라는 생각과 이지혜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급하게 움직여 그녀를 찾았다. 그렇게 꿈 아닌 꿈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누군가 따듯한 손길이 닿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 울먹거리고 있던 이지혜와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시야 안으로 꽉 차 있던 그녀의 얼굴이 눈앞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따듯한 입술의 감촉이 느껴졌다···


“아무튼 고맙습니다.”


한성우는 손을 내밀었다.


“······.”


물끄러미 손을 바라보던 윤현성은 그 손을 마주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별말씀을.”


이제 하이라이트였다.

하늘에서 내렸던 하얀 입자가 이제는 우리들의 몸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한 사람의 오차도 없이 모든 것이다. 이제 앞으로 누군가 기이한 힘을 사용하는 모습도 볼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는 아쉬워할 테고, 누군가는 마음이 가벼울 것이다.

윤현성의 마음은 후자였다.


“이건···”


이하루는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가는 하얀 입자를 잡으려 하며 물었다.


“우리들의 능력입니다. 이제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때에요.”

“그게 정말인가요?”

“정말이에요. 이제 더는 신비한 능력은 없이 모두 일반인으로 돌아갈 겁니다. 블랙 필드도 사라졌고 말이죠.”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왔던 것은 사라지고 사라졌던 것은 원래 자리로···


“후우———”


이하루의 긴 한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저도 할 말이 있어요.”


이하루는 눈을 들어 윤현성을 아주 뜨거운 눈으로 자기의 마음을 고백할 준비를 한다.


“······.”


전하지 못했던 자기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첫인상에는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해 작은 손길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저는 현성씨를 좋아하나 봐요.”


윤현성은 전기라도 맞은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런 적은 처음이라서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했다.

이민재의 ‘설마 거절하려는 거냐, 현성아?’부터 시작해서 ‘거절하면 저한테 죽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 능력도 사라졌잖아요.’ 주동진의 살벌한 한마디에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녀는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불그스름하게 물들었다.


“저도 하루씨를 좋아합니다. 그때 손이 닿았던 그 순간부터 아마 좋아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고 서야 그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겠죠. 한 번 안아봐도 될까요?”

“···정말인가요?”


그녀는 옷자락 끝을 잡고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정말이에요.”

“저는 이제 현성씨와 같은 나이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다고요.”

“저를 봐줄래요?”


그 말에 이하루는 고개를 들어 눈앞에 남자를 바라봤다.


“저도 이제 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어요.”


다시 본 눈앞의 남자는 앳된 아이가 아니었다. 그다지 젊지도 늙지도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나이가 든 모습이었다.

왠지 모르게 이하루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왜, 왜 울어요?”


그 남자는 자기 보고 왜 우는지 물었다. 그 이유를 이하루 본인도 모른다. 그저 감정이 올라오는 대로 표현할 뿐이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윤현성은 그녀를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그녀의 작은 떨림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안정을 되찾았다.


* * *


세상은 변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정말 많이 변했다.

그래도 좋은 쪽으로 많이 기울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들 각자 제 자리를 되찾아가는 중이었다. 이것에 대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모든 국가가 새롭게 재출발하는 단계에 놓여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말이다. 그 속에서 일어난 경쟁과 비밀리에 펼쳐지는 암투가 있겠지만, 이제 그건 내 소관이 아니다.

나는 평범해졌다. 그저 지금은 열심히 일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좋다.


“안녕하세요.”

“물건 배달 왔는 겨? 아고 이거 참 미안해서 어쩌지··· 바쁜디 오고 가라 그래서.”

“괜찮습니다. 물건은 어디로 내려드리면 될까요?”

“아, 이쪽으로 부탁혀.”


나는 유통업을 시작했다. 힘들긴 해도 보람찬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 일이 끊이질 않아서 문제였지만, 내 발길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으니, 잠시라도 멈출 수 없었다.


“우리들은 다시 뭉쳐야 합니다! 홀로 살아갈 순 없습니다. 모두 힘을 합쳐 이 난관에서 버텨나가야 합니다!”


강하게 강조하는 듯한 말과 함께 힘찬 박수 소리가 들렸다.

TV에서 하는 강연이다. 그리고 얼굴은 너무하리만치 익숙하기만 하다. 한성우는 정계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한성우를 기억한다. 신성 길드 시절에 있던 한성우의 모습을 그의 지지율은 다음 대통령을 해도 될 정도로 상당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언제 들어와? 요즘에도 엄청 바쁜 거야?”

“나야 뭐, 늘 똑같지 그래도 너도 똑같은 거 같은데 애들 목소리가 하늘을 뚫겠어.”

“그래도 애기 들이 밝아서 좋아···”


힘없어 보이는 목소리였지만, 상상이 가는 표정이었다.


“하루야.”

“응?”


뜬금없이 부르는 내 목소리에 그녀가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그냥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 하고 싶었어 그냥.”

“갑자기 왜 그래? 평소 안 하던 말을 다 하고 말이야.”


이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꽤 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거래는 거래고 계약은 계약이다. 그리고 내 몸은 그 위험천만한 상황에 익숙한 듯 몸을 떨었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이다. 저 앞에 발을 내밀라고.


“너··· 그래 알겠어 다녀와.”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다. 이제 우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아는 사이가 되었다.


“고맙다. 하루야. 올 때 뭐 좀 사 갈까?”

“나, 누가X가 좋아. 아이스크림.”

“그래 그거 사 갈게. 딱 기다리고 있어.”

“현성, 너무 늦지만 마. 나 못 기다릴 수도 있으니까.”


그녀의 장난스러운 한 마디. 그 말에 안심하고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볼 날이 오기를 바라며 나는 그 벌어진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THE END.


작가의말

다음 주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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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23.04.24 24 2 12쪽
77 077화 갈등 (3) 23.04.23 23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8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2 2 12쪽
70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23.04.16 29 2 12쪽
69 069화 결전을 향해서 (3) 23.04.15 30 2 12쪽
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3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59 059화 다시 만난 드래곤 (3) 23.04.05 47 2 12쪽
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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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7 2 11쪽
53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23.03.30 5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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