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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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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6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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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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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81화 최종장을 향하여 (4)

DUMMY

시원한 바람에 눈을 떴다. 햇살이 눈 부시다. 눈을 가리던 팔을 내렸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낙원 같은 곳 흔히 이곳을 보면 천국이라 착각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고요하기만 할 뿐 천국이라 생각하기엔 너무나 조용했다.


[오셨군요. 당신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아직 귀에 익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똑똑히 기억했다.


“프라미아?”


[아직 저를 기억해 주시는군요. 기쁘네요. 큰 일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죽은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레비두스를 없앤 것으로 당신은 우리 신들에게서도 유명해졌으니까요. 신의 선택을 받지 않고, 신을 죽인 자··· 그리고 그 위협의 화살은 자기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그녀의 말에는 뼈가 담겨 있었다. 아주 조금이겠지만, 그때 내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던 것이 마음에 남아 있는 듯했다.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 뭡니까?”


피곤하다. 이제 이야기도 싸움도 지쳤다. 솔직하게 말해서 서 있는 것도 기적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힘들었다.


[별 다른 이야기는 아니에요. 이 차원을 관장하던 신이 죽었으니, 다음 신이 이곳을 관리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프라미아 당신이 이 차원을 관장하는 건가요?”


오히려 잘 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라면 이곳을 그 자식처럼 망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그런 경우가 어딨 나요. 저와 계약을 맺어서 레비두스를 죽였다면, 제가 이 차원을 관리하는 게 맞을 텐데. 저와 계약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러니 이 차원을 관리하는 건 윤현성씨 당신이 돼야 할 거예요.]


순간의 적막···

벌어진 입이 도무지 닫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만큼 프라미아의 말은 충격을 넘어선 경악으로 다가왔다.


“차원을 관리하다뇨···”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에요. 원래 신들의 세계가 그래요··· 신들에게도 세력이 있고, 또한 그 세력 속에서 다툼이 있죠. 윤현성씨가 마지막에 했던 말 그대로예요.]


그녀는 말을 하면서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신이든 인간이든··· 욕심 많은 건 똑같아요.]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 뭐라 할 말은 떠오르지 않았고, 머리 숙여 사죄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현성씨가 죄송할 건 아니에요. 이 차원의 일이 끔찍해서 그런 거죠. 레비두스는 죽어 마땅한 신이기도 했어요. 신계 내에서도 레비두스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최종 목적은··· 신계까지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는 일··· 윤현성씨가 아니었더라면, 그의 계획은 정말 실현되었을지도 몰라요.]


“지나친 억측입니다··· 저는···”


[아니, 정말입니다. 레비두스의 힘은 파괴··· 오로지 파괴뿐입니다. 그가 이 세상에 왜 이런 힘을 내려주었는지 아세요? 그건 바로 자신과 함께할 전사를 뽑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어요. 레비두스는 그런 작자예요.]


프라미아의 표정이 처음으로 찡그려졌다. 그녀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 표정이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내가 이 차원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는 건 내가 신이 된다는 소리인가···


[윤현성씨는 신이 될 순 없어요. 인간으로 태어났으니 신이 될 순 없어요. 그래서 이 문제는 저희 신들과 회의를 진행해 봐야 해요.]


“회의라···”


[여기서 조금 기다려주세요. 금방 마치고 돌아올 테니.]


“제가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제가 가는 곳은 죽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인데? 설마 죽으시려고요?]


“사양하겠습니다.”


손을 들어 보이며 거절 의사를 말했다.


[후훗,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녀는 뭐가 그리 웃긴 것인지 손으로 입을 막으면서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눈앞에 사람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여기서 할 것도 없으니 빈둥거려야 했다. 솔직하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게 저쪽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가 그런 생각을 마음먹자 동시에 작은 화면이 띄워졌다. 익숙한 풍경이었다. 화면을 살짝 조작하여 사람들이 보이는 곳으로 향했다.


“다들 기뻐 보이네요.”


웃음꽃이 떠나질 않는다. 완전히 끝났다고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측 사람들은 전혀 웃지를 않았다. 내가 떠나간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서둘러 화면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일행의 침침한 모습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세상을 한 바퀴 쭉 훑어보니 시간이 금세 흐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프라미아는 시간이 흘러도 돌아오지 않았다. 회의가 오래 걸리는 기분이었다.

화면을 없애고 이곳을 배회했다. 신기한 공간이었다. 낙원··· 흔히 성경에서 말하는 에덴동산을 말한다면 이런 곳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주 유유자적 이로군.]


어느새 들려오는 목소리는 귀에 익어 반갑기 그지없는 목소기가 되기도 했다.


“발락스.”


[해낼 줄 알았다. 인간이 신을 이길 수 있다니, 신계 내에서도 쪽팔려서 나 원 참···]


“너희들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길 수 없었을 거야.”


솔직하게 말해 서로 죽어라 싸웠다. 하지만 그것도 신들의 눈을 피해서기도 했다. 여러모로 미운 정이 많이 들기도 했다.

발락스의 힘이 없었다면, 앞에 있던 싸움도 절대 이기면서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당연하지. 그때의 나는 너를 진심으로 죽일 작정이었으니까. 그래야지 네가 그에 걸맞은 사람인지 아닌지. 내 모든 걸 걸어 볼만한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었으니까.]


“결국 어땠는데?”


[발락스 용생에 있어서 최고의 판단이었다. 너에게 걸어 보길 잘한 것 같다.]


발락스는 짧게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신들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이곳에서 나갈 순 없을 거다.]


“너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어?”


발락스의 말은 꼭 여기가 어떤 공간인지 아는 것 같았다.


[모를 수 없다. 이곳은 태초의 시작이라는 곳··· 이 차원의 모든 것은 이곳에서 나왔지. 이곳은 우리들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다. 고향 같은 곳이지.]


아까부터 느껴지던 시선, 낯선 이들이 나를 향해 다가오지 않아 나도 그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것 같았다.

바람을 살랑거리며 그것은 나를 간지럽혔다. 조그마한 꼬마 아이였는데, 장난 끼가 다분해 보였다.


[바람의 정령이로군··· 인간에게 다가간 적이 없었는데, 너는 예외인가 보구나.]


바람의 정령은 시작이었다. 내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싫어하지 않는 것 같자, 또 다른 정령들이 내게 엉겨 붙기 시작했다.

불, 물, 바람 너나 할 것 없이 모든 정령이 나를 갖고 장난쳤다. 그 과정에서 내 몸을 적시기도 하고 그러면 바람의 정령이 물길을 털어주고 불의 정령은 내 몸을 말려주었다.


“끄아아악!”


머리에 불이 붙었다. 하지만 전혀 뜨겁지 않았는데, 물의 정령은 내 불붙은 머리 위에 물을 떨구었다.

그러고나서 상대 불의 정령에게 막 쏘아붙였다. 마치 그런 장난을 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혼내는 것 같았다.

정령들은 그렇게 놀다가 갑자기 서로 흩어지며 숨기 시작했다. 그 이유를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래 기다리셨나요? 벌써 작은 아이들과 친해지셨군요?]


“하도 기다렸더니 심심한 저와 놀아주더군요.”


그녀는 싱긋 웃어 보이며, 손에 쥔 무언가를 내게 건넸다.


[이걸 받으세요.]


“이게 뭡니까?”


[열어 보면 아실 겁니다.]


끈으로 묶인 것을 풀고 말린 것을 펼쳤다. 처음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뭐라 적혀 있었는데, 곧 글자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자동으로 번역되었다.


“저는 거절하겠습니다.”


[진심이신가요?]


“신이 되고 싶진 않습니다. 그리고 이 차원을 관장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저 지금은 제 동료들과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싶네요.”


[하지만 옆에 있는 드래곤은 그걸 원하지 않는 것 같네요.]


프라미아는 발락스의 존재를 눈치챘다. 아니, 눈치채는 게 당연한 건가?


[맞다. 왜 그 조건을 거절하는 거지?]


“피곤하게 살고 싶지 않아서. 신이 되면 할 것도 많을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프라미아를 쳐다봤다. 그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그저 미소를 더욱 진하게 보여 주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 모습이 내 말이 맞다는 것으로 들려 더욱 하기 싫어졌다.


[이젠 내 거래 조건을 이야기할 차례가 됐군.]


그렇다.

아직 나와 발락스 사이에는 계산해야 할 거래가 존재했다.

그게 뭐인지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이제 이곳에서 알려 줄 것인가 보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가능하다. 너는 과거로 돌아가 우리들을 살려 내는 것이다. 그리고 신들에게 맺은 맹약을 풀어 주는 것이지.]


“만약 내가 너희들을 풀어줘서 다른 차원에서 날 뛰고 있다면?”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우리를 난폭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우리들은 인간이 건들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드래곤이 있다면, 내가 교육시키도록 하지.]


고개를 돌려 프라미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자기의 주관은 아니라는 듯 표현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그게 가능한 건가요?”


[발락스의 요구 조건 말씀이라면, 궁극적으로는 가능합니다. 대신 신이 되어야겠지만요.]


“꼭 그래야만 하나요?”


[음··· 불가능한 건 아닌데, 신이 되기 싫으신 건가요?]


그녀는 내게 질문했다.

그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순 있었지만, 성의를 봐서 쉽게 대답하진 않았다.


[신이 되기 싫으신 거잖아요. 다른 인간이었다면, 바로 승낙했을 텐데 말이죠. 윤현성씨는 때 묻지 않은 선한 인간입니다. 그러니 저와 거래하는 게 어떠신가요?]


“정확히 어떤 거래죠?”


[제가 이 차원을 맡겠습니다. 그리고 발락스의 부탁도 들어드리죠. 일은 많이 늘어나겠지만.]


“조건은요?”


[제가 부탁하는 심부름을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면 거절해도 되는 부탁이에요. 다른 차원의 골칫덩이를 처리해 달라는 부탁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네요.]


“······.”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었다. 솔직한 말로 프라미아가 신으로서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

하지만 내 직감이 말한다. 신이 된다면 영원히 일만 해야 할 거라는 무서운 신호를 털 끝으로 느꼈다.


“좋습니다. 나쁘지 않은 거래네요.”


솔직한 마음에 이것도 싫었지만, 모든 걸 내 뜻대로 할 순 없는 법이라는 걸 안다.

프라미아도 많이 양보했고, 나 또한 많이 양보받은 걸 안다. 그러니 그녀가 원하는 걸 해줄 수밖에 없다.


[거래 완료네요. 계약은 이미 성립 됐습니다. 동료들이 보고 싶으실 거예요. 그쪽으로 바로 보내드리도록 하죠. 발락스의 차원에 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거예요.]


이 정도면 만족하냐는 식으로 발락스를 바라봤다. 나와 눈을 마주친 발락스는 피식 웃더니 조그마한 머리를 끄덕였다.


[만족스럽다. 우리의 연도 앞으로는 여기까지 로군. 다시는 만나지 말도록 하지 인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는데? 나도 마찬 가지야 드래곤.”


서로를 향해 이를 드러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겉은 그래 보여도 속은 다른 것 같다. 발락스는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들의 여정은 여기까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내일 마지막화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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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080화 최종장을 향하여 (3) 23.04.26 28 2 12쪽
79 079화 최종장을 향하여 (2) 23.04.25 25 2 11쪽
78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23.04.24 24 2 12쪽
77 077화 갈등 (3) 23.04.23 24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9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7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7 2 12쪽
70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23.04.16 3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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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4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8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1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7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5 2 12쪽
59 059화 다시 만난 드래곤 (3) 23.04.05 48 2 12쪽
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56 056화 공항에서 생긴 일 (6) 23.04.02 47 2 12쪽
55 055화 공항에서 생긴 일 (5) 23.04.01 45 2 12쪽
54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7 2 11쪽
53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23.03.30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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