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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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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9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2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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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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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DUMMY

다시 한번 정신 침식이 이어졌다. 한성우의 눈동자는 이제 완전히 뒤집혀 흰자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려운 싸움이다. 내 옆에서 흐느끼고 있는 자와 함께 싸울 수 없는 노릇이다.


“도망가세요. 시간을 벌테니까.”

“저도 함께 싸우겠어요.”

“오히려 발목 잡는 거 모르시는 건가요?”

“아뇨··· 제 실력은 제가 잘 알고 있어요. 여기에 낄 수 없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망치지 않아요.”

“지켜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까지 지켜지면서 살아갈 수 없어요. 저는 성우가 돌아올 때까지 싸울 거예요.”


그녀의 굳은 의지가 내 마음에 닿았다. 이해할 순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가 너무 나빴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기절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시야가 뒤집히면서 딱딱한 것과 충돌했다.

어떠한 일격에 맞아도 솔직하게 피를 토하진 않았는데, 그 공격을 맞고 나오니 구토감이 심하게 올라왔다.


“쿨럭쿨럭···”


거의 일직선으로 꽂힌 것 같다. 한성우는 그녀의 옆에 섰다.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신과 모종의 거래를 한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녀는 건들지 않을 테니, 나를 확실하게 죽이라는 것 말이다.


“망설임이 사라졌구나··· 그래 나였어도 그런 거래를 했을 것 같다. 이제 정말 본격적으로 싸울 수 있을 것 같네.”


한성우의 검은 망설임이 없었다. 나를 죽이기 위해 안달이난 사람처럼 강력한 공격을 퍼부었다.

나 또한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여러 차례 공방이 오가고 서로 거리를 벌리고 대치하였다. 쉽지 않은 것인지 한성우의 표정이 뭔가 이골이 난 듯 보였다.

그리고 한성우의 머리 위로 신성력으로 만들어진 검 형상이 떠올랐다. 수십 개의 검은 나를 노리고 쏘아졌다. 그 검에는 자아라도 있는 듯이 집요하게 나를 노렸다.

푸슉-

검이 스치고 상처에 피가 튀었다. 수십 개의 검이 문제가 아니다. 그것과 함께 달려드는 한성우의 공격이 문제다.


“어쩔 수 없구나···”


한성우의 검이 내 몸에 닿지 못했다. 상당수의 마력이 검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그 마력을 그대로 방출했다.

땅이 갈라지며 내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시야에 보이지 않았다. 모두 나를 중심으로 역방향으로 날아간 것이다.

무게가 상당한 마력이 나를 짓누른다. 발락스의 마력과 파이로스의 마력, 그리고 레비넨스의 마력까지 드래곤 셋의 마력이 내 몸 안에 잠들어 있던 것을 깨웠다.


“성우를 죽이면 안 돼요!”

“그건···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저도 한성우가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검을 맞대본 지금··· 그는 더 이상 한성우가 아닙니다. 의식이 완전히 심연 아래로 꺼져 버렸어요.”


내 말은 사실이다. 방금 전과 비교해 봤을 때 그에게 더는 기적을 바라면 안 되었다.

내 말이 잔인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그녀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이제 한성우가 아니다.

뻐억-!

한성우는 정신을 차리고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의 공격이 내게 닿지 못하고 내 발차기가 그의 턱에 꽂혔다. 턱이 부서지는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끝나는가 싶더니 상처를 회복하고 그 자리에서 검을 찔러 넣었다.

내 복부에 치닫는 순간 팔뚝을 내려찍어 한성우의 칼날을 부숴버렸다. 검이 와장창 소리를 내면서 부러졌다.

그다음 반대편에 있는 주먹을 한성우의 복부에 꽂아버렸다. 공기 터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두 다리가 들썩거렸다.


“끝이다 한성우··· 이 힘은 되도록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


굉장히 무리했다. 한 번 움직일수록 뼈가 부서지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한 번 툭 치면 주저앉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죽은 건가요···”


그녀가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쓰러진 한성우의 곁으로 다가가고 있는 중이었다.


“곁으로 가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아직 죽지는 않았으니까요.”


솔직히 죽을힘을 다해 쳤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테지만, 미약하게 숨은 붙어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이대로 녀석의 숨통을 끊어야 하나. 아니면··· 살려두어야 하나. 이지혜만 없었더라도 선택이 쉬웠을 터인데.

그녀는 내 경고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쓰러진 한성우를 안아 들었다. 이미 그는 넝마가 되어 있었다. 어느 하나 성한 곳이 없는 상태였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정신 차려 제발··· 이곳에서 죽을 수 없잖아.”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슬픔에 젖어 있었다. 그녀는 한성우를 강하게 끌어안고 흐느꼈다.


[눈물 없이 보기 어려운 장면이로군. 정말이지 인간들이란··· 이해할 수 없는 종족들이란 말이야. 그래도 이런 재미난 구경거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은 것 같아. 시간도 달랠 수 있고 말이야.]


우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또 신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는 우리의 상황을 조롱하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절대 저 자식을 용서할 수 없었다.


“반드시 너를 죽이고 말 테다.”


[정말인가? 그렇다면 올라와라 나는 피하지 않는다. 허나 내가 죽는다 해도 이 세상이 멸망하는 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운명은 늘 내 뜻대로 흘러가는 법이거든. 한 번도 거스른 적 없었던 운명이다.]


“신이라는 놈이 왜 이렇게 혓바닥이 길어. 혹시 후달리냐?”


[후달린 다는 건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군. 건방진 인간이여, 드래곤의 힘을 가진 인간이여··· 너를 기다리고 있겠다.]


신의 존재감이 지워졌다. ‘또 도망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한성우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그걸 본 나는 본능적으로 이지혜와 한성우를 분리시켰다.


“지긋지긋하다···”


한성우는 죽지 않았다. 몸이 축 늘어진 상태로 지금 모든 걸 불태우는 중이다.

신의 사자라고 하더니 저 녀석을 희생시키고 나를 죽일 셈인 건 가.

역시 후달리는지 정말 내가 자기를 죽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콰앙-!

한성우가 앞발로 땅을 찍었다. 엄청난 충격파와 함께 이지혜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눈으로 쫓을 수 없을 정도 빠르게 움직여 주먹을 펴 그대로 찌르던 순간이었다.

이대로 가면 죽는다는 생각이었는데, 검은 그림자가 내 앞을 막아섰다.


“쿨럭···”


이지혜가 엷은 웃음으로 한성우를 끌어안아 주었다.


“너는 정신 차릴 수 있어··· 성우야. 지금 너는 네가 아니잖아. 그리고 빚은 갚은 거예요.”


한성우의 손이 그녀의 배를 뚫고 나왔다. 그녀는 살 수 없었다. 조금씩 새명이 다하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곁에서 죽을 수 있어서 그런 건가··· 그녀의 숨이 완전히 멈추고 한성우의 움직임도 멈추었다.


“······.”

“끄아아아아아아악——!”


한성우는 크게 고통스러워하며 비명을 질렀다. 자기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틀거렸다. 어미를 잃은 짐승이 마치 구슬프게 우는 소리였다.

그는 손톱으로 자기의 가슴을 찢으며 하늘을 향해 부르짖었다.


“허억허억—— 미안하다 미안해··· 지혜야 내가 미안해···”


한성우는 차마 가슴을 꿰뚫은 손을 제대로 뺄 수도 없었다.

빼는 와중에도 그녀가 고통스러워할 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빼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


나는 그의 앞에 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한성우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반드시 죽여버리겠다···”


그는 이지혜를 끌어안고 복수의 의지를 불태웠다.

그 의지가 얼마나 강렬했던 것인지 대지가 그의 의지를 따라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고맙습니다···”

“······.”


그는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복수할 기회를 줘서··· 그 어둠 속에서도 지혜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리더군요. 참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그 어둠 속을 뚫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당신을 죽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그와 거래를 했나?”

“그렇습니다. 달콤한 소리였습니다. 지혜를 살려주겠으니, 당신을 더욱 철저하게 짓밟으라는 명령이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건 없고···”


그는 반으로 부러진 검을 들고 내 말을 끊었다.


“예전에 했던 다짐이 있었습니다. 제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당신의 길을 뚫겠다는 다짐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지금 그 다짐을 지키려고 합니다.”


[네 이놈! 설마 배신할 셈이냐!]


그때 나타난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다.


“배신? 언제는 같은 편이었던 적이나 있습니까?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무신론자입니다. 신은 항상 거짓말 쟁이니까.”


그는 폭발적인 힘을 더욱 가중시켰다. 모든 힘··· 그러니 즉 자기의 생명력까지 쥐어짜는 중이었다. 저러면 정말 죽는다.


“이봐··· 한성우···”

“말리지 마십시오. 저는 제가 따라가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이제는 저도 조금 편해지고 싶네요. 뒷 일은 부탁합니다. 윤현성씨··· 당신을 만나서 다행이에요.”


더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한성우의 슬픈 그 눈을 보고도 말을 할 수 있다면, 그는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래··· 맡겨만 둬.”


내 대답을 들은 한성우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쩔 작정인지는 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의 최후를 지켜보는 게 전부였다.


[이 자식! 내가 이곳을 열게 놔둘 것 같으냐! 감히 신의 영역에 인간이 발을 내밀다니! 너희의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것이다!]


“개소리마··· 그냥 너도 두려운 거잖아.”


반이 나가떨어진 한성우의 검에서 순간 황금빛의 칼날이 생성되었다.

그의 생명력으로 짜낸 최후 또 최고의 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 안 된다! 그것만은 안 된다···!]


“좆까··· 이 개새끼야——”


한성우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빛의 해일이 하늘을 뒤덮을 듯이 쏘아졌다.

창공이 열리며 그 힘의 파도는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한성우의 염원을 담은 공격은 그대로 창공을 뚫었다.


[이··· 잡것들이 감히···!]


분노로 이가 갈리는 목소리였다. 한성우는 가는 마지막까지 녀석에게 한 방 먹이고 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드래곤 슬레이어!”


위스프넨의 목소리가 들렸다.


“위스프넨?”

“문이 열렸어요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 문을 연 사람은··· 죽었겠군요.”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녀석은 돌아오지 않는다.

머나먼 여행을 떠난 것이다.

나에게 이런 무거운 짐을 맡겨 놓고서.

마음이 무겁다.


'그래, 뒷일은 나에게 맡겨라.'


이제부터라도 둘이서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문은 열렸습니다. 이제 가는 길만 만들면 됩니다. 당신에게 제 힘을 드리겠습니다. 바람은 언제나 길을 만드는 법입니다.”


위스프넨이 만들어낸 바람이 뺨을 스치고 그 문을 향해 올라갔다.


“가십시오. 가서 끝을 보세요.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습니다.”

“가라 윤현성··· 가서 보여줘. 한 방 먹이고 오라고.”

“민재씨···”

“가십시오.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저 위는 현성씨가 맡아주십시오.”

“주 팀장님···”


그리고 마지막···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때처럼 사라지지 않을 거죠? 저 다음 십 년은 기다릴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번엔 늦지 않게 다녀와요.”

“하루씨···”


이게 뭐라고 눈물이 핑-하고 도는 건지··· 모두의 기대를 가슴에 끌어안았다.


“다녀오겠습니다. 이곳을 부탁드립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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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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