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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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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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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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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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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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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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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DUMMY

발락스···

이길 수 없다. 이런 반쪽 짜리 힘으로는 발락스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발락스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어떤 몬스터와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공격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적이었다. 날카로운 발톱과 어지간한 것들은 모조리 부숴버릴 수 있는 강력한 꼬리, 또한 마나의 축복을 받은 종족 다운 마법까지.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였다.


“잘도 피하는구나, 하지만 운도 이제 그만이다.”


발락스의 공격을 공중을 뛰어올라 피했는데, 그걸 노린 듯 다음 후속 공격에 무방비한 상태로 공격을 맞았다.

철퇴로 내려찍은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엄청난 격통에 온몸에 피를 밖으로 모조리 뱉는 느낌이었다.


“그때보다 더 약해졌구나. 그만 이 세계와 함께 거름으로 돌아가거라.”

“···거름?”


뼈가 부러진 것 같다

입가에 흥건한 피를 닦아내며 발락스가 말한 거름이라는 것에 반문했다.


“그렇다. 너희들의 세상은 쓸모가 없으니, 그대로 증발하여 마력의 일부분이 되어라. 다른 차원의 마력의 일부분이 되고 정령이 되어서, 지금 이 쓰레기들도 구원받을 수 있지.”


발락스가 콧김을 내뿜으며 말했다.


“쓰레기라···”

“맞지 않나? 지금 이런 쓰레기 같은 삶보다 마력이 되어서 더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데, 조용히 거름이 되어라.”


권위적이 말투와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식의 어법은 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네놈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럴 마음은 없어 보이는구나.”

“정확해··· 우리는 최후의 최후까지··· 네놈들과 싸우겠다. 그리고 승리해서 반드시 살아남도록 하겠어.”

“삶의 연장을 강렬하게 갈망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살아봤자 더 의미가 있는 것인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었다. 그걸 깬 것이 바로 네놈들이고···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놈들이지.”


발락스의 콧김이 차분해졌다.

내 말이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는 애초에 같지 않았다.

놈은 드래곤이다. 모든 말을 믿을 수 없고 약속을 어기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놈들이었다. 차분하고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지금 대화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이제 흥미가 식었다. 그만 죽어라.”


발락스의 감정이 담기지 않는 말이 끝나자 심장에 격통이 찾아왔다.

이건···


“용언이라는 것이다. 우리들의 권능이지. 나는 네놈이 진심으로 죽기를 바랐다. 그래서 죽는 것이지.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 죽음을 바란다.”


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조금씩 힘을 잃는 것을 느꼈다.

눈꺼풀에 힘이 사라져 간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수 없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마지막 힘을 끌어모아 고개를 돌렸다. 남겨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걱정하지 마라 곧 길동무로 삼아 줄 테니.”


손을 뻗어 보려 했는데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서서히 힘을 잃었던 심장은 조용히 멈추었다.

그런 줄만 알았다.


“헉헉······ 죽은 게 아니었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흰색 배경에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공간에는 나뿐이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힘이 들어간다. 움직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 하얀 덩어리의 세상을 조금씩 걸어 나갔다.

아무것도 없는 세상. 그 공간에 오직 나뿐인 곳에서 뭘 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저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계속 무작정 걷다 보니 눈부신 하얀 공간에 누군가 서있는 게 보였다. 혹시 잘 못 본 게 아닌가 싶어서 눈을 씻고 다시 봐도 정말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조금씩 가까워졌고, 끝내 그 사람 앞에 도착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당신은···”

“당신을 인도할 저도 신입니다.”


신이라는 소리에 몸이 저절로 반응했다.


“그렇게까지 적대하지 않아도 됩니다. 윤현성 씨를 해칠 생각은 없습니다.”

“신은 모든 인간과 적대적인 거 아닙니까?”

“그렇진 않습니다. 인간도 성격이 있는 것처럼 신 또한 신격이 있는 법이니까요.”

“신격이라··· 성격이랑 다른 건가요?”

“저희를 인간들과 같은 존재로 생각한다면 안 됩니다. 저희들의 신격을 말하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미소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 어떤 교활한 면이 숨겨둔 걸 수도 있었다.

그녀의 말을 모두 믿진 않았다.


“끝까지 의심하고 의심하는 것···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까?”

“저는 신 이니까요. 말로만 신이라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당신을 이곳으로 부른 것 또한 바로 접니다.”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까?”

“네, 죽어 가는 중이죠. 아마 발락스 또한 느끼고 있을 겁니다. 분해하는 중이겠죠?”

“저를 왜 이곳으로 부른 겁니까?”


궁금한 게 많았지만, 모두 물어볼 순 없었다.


“인간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서 그래요. 당신에게 힘을 줄 게요. 저와 계약을 이룬다면, 당신은 지금 보다 더 막강한 힘을 가질 수 있을 겁니다.”

“거절하겠습니다.”

“···왜요?”

“제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건 제가 읽고 싶을 때만 읽을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왜 저와 계약하고 싶지 않은 거죠?”


신과 계약.

이제 이런 터무니없는 곳까지 찾아와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별로 구미가 당기는 건 아니라서요.”

“제가 지금 윤현성 씨를 돌려보내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에요.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을 받은 당신은 절대 곱게 죽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의 영혼은 드래곤에게 먹히고 영원히 고통을 받을 겁니다. 그래도 제 제안을 거절하시겠다는 건가요? 살아갈 방법을 주겠다는 데도?”

“저는 죽지 않을 겁니다.”

“예···?”


내 눈앞에 있는 여신이 반문했다.


“저는 죽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거죠?”

“드래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발락스의 힘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발락스가 내게 용언을 구사하기 전 내 가슴속에 뜨거운 힘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힘이 공명하면 공명할수록 그 기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발락스는 눈치채지 못했을 테지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발락스의 힘이 팔 할 정도··· 나머지가 발락스가 갖고 있는 힘이었다.

지금에서 알았다. 발락스가 나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내가 발락스를 꿰어냈다는 것을···


“당신은···”


여신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제 이름은 프라미아. 지혜의 여신입니다. 제 제안을 거절하신 것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꽤나 흥미진진하네요. 부디 당신의 발버둥이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그 순간 세상이 암전 되었다. 하얀 세상은 사라지고 순간의 암전이 스치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멸망한 세상이었다.

발락스는 내가 눈을 뜰 때까지 기다렸다.


“말도 안 된다! 어째서··· 어째서 내 힘이··· 네놈에게···”

“그러게 말이야··· 내 검이 네놈의 드래곤 하트를 찌르는 순간, 거의 모든 힘을 흡수하였다. 그리고 내 몸이 버티지 못할까 두려운 나머지 검이 힘을 숨기고 있었지. 덕분에 권능은 잘 사용했다···”


비록 일회성이지만.

이걸 더 썼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그 순간에 멈춰버린 심장을 다시 되돌렸을 줄이야··· 내가 간과했군.”

“또 하나 간과한 것이 있지 않나?”

“뭐라···?”


심기가 상당히 불편하다는 발락스의 표정에서 순간 두려움에 빠진 마음이 보였다.

그럴수록 입가에 미소가 진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야 이럴 리 없다···”

“남은 이 할의 마력은 내가 잘 가져가도록 하겠다. 불만 없지?”

“아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네놈! 나와 함께하자 우리라면 이 세계를 구원할 수 있다. 함께 신을··· 신을 무찌르자.”


발락스는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자신의 힘을 착각한 녀석이 최후까지 발버둥 쳤다.


“발락스, 추하다. 너는 나한테 두 번 죽는 거야. 인간을 무시하던 인간의 손에···”


드래곤 슬레이어가 깊은 울음을 토한다. 마력의 아지랑이가 칼날에 깃들었다.


“다시 한번 너한테 이런 기술을 사용할 줄은 몰랐는데···”


<마룡절명참.>


불길한 아지랑이가 피워 오르던 것이 서서히 칼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똑같은 기술에 당할 것 같으냐!”

“달라. 이건 달라.”


발락스가 움직였다. 그 움직임에 맞춰 검 또한 움직였다

회백색의 검기가 그대로 대지를 갈랐다. 날카로운 검기는 발락스를 끝까지 추격했다. 발락스의 기운에 맞춰 유도 성능을 추가했다. 내 검기는 놈의 마력을 끝까지 추격할 것이다.

발락스는 그것에 당하지 않으려 날개를 펼쳤다. 공중을 날아오른 발락스의 날갯짓에 지면이 흔들릴 정도였다.


“온다···”


조금씩 발락스가 가까워진다.

이걸 노린 것이다. 땅을 가볍게 찼다. 그것 만으로 발락스와 눈높이가 같아졌다.

녀석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정말 찰나의 순간에 몸을 회전시켰다. 적절한 순간에 내 검은 놈의 살가죽을 뚫었다.

고통스러운 포효가 들렸다.


“애초에 이걸 노리고···!”

“그래 그건 허깨비다. 너를 속이기 위해 기운을 키운 것뿐이야. 너는 내 손으로 반드시 죽일 거야.”

“나와 무슨 악연이 있다고! 나는 네놈에게 힘을 주었다. 오히려 도움이 됐다면 도움이 됐지···”

“그래, 도움이 됐지. 네가 장난질만 치지 않았더라면, 나도 구태여 네놈을 죽이지 않았을 거란 말이다. 하지만 너는 선을 넘는 장난을 쳤다. 네놈만 아니었다면···”


세상이 이렇게 까진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순 없겠지만, 너는 사회악이야··· 그러니까 그만 죽어라.”


놈을 찌른 곳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내 전신 혈맥을 타고 흐르던 마력이 한 점에 집중되었다.

<마력의 칼날>의 크기를 키우고 더욱 키운다. 놈의 반대편 살집을 뚫을 때까진 말이다.

푸욱-!

그래 됐다. 이젠 되었다. 그 순간 칼날을 비틀고 그대로 힘껏 베었다.


“안 된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거대한 목이 주인을 잃고 분리되었다.

놈의 거대한 몸집은 힘을 잃고 그대로 추락했다.

녀석의 몸집이 지나간 자리에 길이 생길 정도로 평평해졌다.

발락스가 가진 드래곤 하트의 힘을 모조리 흡수했다. 모든 마력을 잃어버린 발락스의 몸은 어느새 거대한 뼈만 남긴 채 증발하고 말았다.


“하아···”


지친다. 앞으로 이런 거대한 몬스터가 더 등장할 것을 생각하면 막막하기만 하다.

어쩌면, 죽었을 때 그냥 죽음을 선택해야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운 삶이었다.

그렇지만 지키고 싶은 게 있고, 이곳에 남겨진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내가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이곳에 존재했다.


“현성 씨···!”

“···정말 드래곤이라는 놈을 잡은 거냐?”


이하루와 이민재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피로 점칠 된 내 동생까지 보였다.

그래 가족이 있고 동료가 있다.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렇게 됐습니다··· 이 뼈는 무기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대비해야 하니까.”


몸에 힘이 빠진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두 다리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어어···

쓰러진다.

툭-

부드러운 감촉 코를 감도는 향긋한 향기까지···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 조금 푹 쉬다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고맙습니다. 조금만 쉴게요···”


조금은 괜찮겠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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