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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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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5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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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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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DUMMY

밖이 뭔가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대군이 몰려 있을 줄은 몰랐다.

한성우를 치료하느라 조금만 더 늦어졌으면, 전선이 무너지고 이곳이 완전히 함락당했을 것이다. 적당한 때에 알맞게 마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한서우 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런 괴물이 만들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독이 마력으로 바뀌어 거의 무한 동력에 이를 줄은 몰랐다.


“어딜···”


나를 향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두르는 몬스터를 그대로 두 동강 내버렸다.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는 역시 파이로스의 힘이 최고였다. 나는 마력을 폭발시켜 파이로스의 기운을 일깨웠다.

순간 파이로스의 힘이 폭발적으로 흘러나오며 주변 일대를 위축시켰다. 빠르게 다가오던 몬스터들도 기운을 살짝 맛보고 조금씩 머뭇거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게 머뭇거리면 죽어야지!”


녀석들이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접근했다.

내가 눈앞에 나타나자 반응하여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다. 검을 휘둘러 베어 넘겼다. 계속 그걸 반복했다.

내 눈앞에 몬스터라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말이다. 수 백 번을 반복해도 지치지 않았다.

감정이랄 것이 없는 몬스터도 두려움을 느끼고 조금씩 나와 거리를 두거나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내가 놓칠 것 같냐!”


앞으로 향하던 것을 직각으로 꺾어 그대로 쭉 달렸다.

방향 전환을 급하게 했지만, 그다지 무리는 아니었다.


“현성 씨!”


주 팀장이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면서 기쁜 듯이 방패를 흔들었다.

완전 무방비 상태였는데, 주 팀장의 뒤로 몬스터가 이때다 싶어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날아오는 마법에 머리가 뚫렸다. 몬스터는 그대로 발톱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괜찮으십니까?”

“조금 지치긴 하는데 괜찮습니다.”


숨을 헐떡이고는 있지만, 표정은 밝아보였다. 그리고 그가 입고 있는 옷은 이미 흙먼지에 오염되어 있었다.


“한성우 씨는···”

“살아났습니다. 지금은 물 만난 물고기가 되어 날뛰고 있을 겁니다.”


내 말과 거의 동시에 반대편에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그것 보라는 식으로 눈짓하였다.


“세리아한테 들었어요. 지금 이 상황 저희 둘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렇다고 하긴 하는데···”

“그러면 제가 마무리하는 것도 맞겠네요.”

“하지만 지금 이 많은 숫자를 도대체 어떻게···”


한 번도 해본 적 없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 것 같았다.

발락스의 권능은 시간과 공간을 조정하는 권능을 갖고 있었다.


“후우···”


기감을 넓게 펼쳤다. 아군과 적군을 가리면서 하나하나 내 마음에 각인시키듯 철저하게 배제하면서 천천히 인식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 까지 인식한 숫자만 해도 수 천에 달한다. 내 계산이 틀리지는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지금까지 계산한 것을 또 계산해 보면 틀린 건 없었다.

시간이 조금씩 지체될수록 마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남다르다.


“제기랄···”


입에서 절로 욕이 튀어나왔다. 일정 숫자가 넘어간 뒤로는 아예 두통이 느껴졌다.

일단 여기서 그쳐야 한다.

긴 호흡을 뱉고 마력을 끌어올렸다. 발락스의 권능이 발동되었다. 공간을 가르는 일명 <공간참>이라 불러야 하겠지.

내가 인식한 공간이 비틀어지면서 몬스터들의 머리와 몸이 일제히 분리되었다.


“혀, 현성 씨···?”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그 모습을 본 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보고도 믿기지 않는 듯했다.


“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걸 끝낸 건 아닙니다. 마무리를 부탁드릴게요.”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 아예 인식할 필요 없이 이곳에 있는 모든 생명체의 공간을 비트는 것이 오히려 더욱 쉽고 마력과 정신력을 절약할 수 있었다.

아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미세하게 비트는 정도를 조절하려다 보니 어마무시한 마력이 들어갔다.


“그래도 성공은 한 것 같습니다···”


몬스터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보고 사람들의 사기는 하늘 높이 치솟았다.


“모두 가자! 우리는 승리한다!”


사람들의 함성이 대지를 울렸다. 반격의 시작이었다.

한성우가 눈앞에 도착했다. 방대한 양이 마력을 가진 한성우의 존재감은 그 어떤 누구보다도 으뜸이었다.


“이번에도 당신입니까?”

“그렇다고 해두죠.”


그는 주변을 쓱 둘러보더니 옅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대체 당신의 끝은 어디인지 제가 다 궁금하군요.”

“보여줄 건 다 보여줬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습니까?”


한성우는 내 말을 믿지 않겠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내 말을 믿지 않는다고 해도 정말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줬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몬스터가 쓰러졌다. 결국 이 땅에 위에 남아있는 생명체는 인간이었다.

그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서로 부둥켜안으며 소리 질렀다.

하지만···


“이, 이게 지금 뭐죠?”


대지가 흔들리면서 몬스터들이 사라졌다. 녹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사라지고 말았다.

쿠구구구구구—

엄청난 진동이었다. 그 떨림에 땅이 갈라지며 사람들이 빠졌다. 건물이 무너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람들이 입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몬스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천천히 융합하면서 기괴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이하루와 주동진이 떨면서 소리를 냈다.


“글세요··· 쉽게 끝내주지 않겠다는 뜻이겠지요.”


위험하다.

저 융합된 몬스터에게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변에 피해가 극심할 것으로 보였다.

한성우도 나와 같은 생각인 것인지 나를 보라 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눈짓 하나만으로 통한 것이다.

거의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서로 각자 할 일을 찾았다.

한성우는 사람들을 보호했다. 그의 드래곤 하트를 능가하는 마력과 그의 신성력으로 사람들을 감싸 안아주었다.

주변이 황금빛 바다로 물들었다. 그리고 내가 할 일은 바로 저 녀석을 처리하는 일이었다.

흘러내릴 것 같으면서도 흘러내리지 않고 수 없이 많은 촉수를 나한테 쏘았다.

콰앙— 쾅— 콰직—

가볍게 쏘아 보내는 것 같지만, 이 무게와 속도가 상당하다. 한 번 맞으면 치명적이라 못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이대로 끝낼 것 같냐.”


촉수를 피하기 위해 몸을 띄웠다. 그러자 내 움직임을 예상했는지 내가 피하지 못할 방향으로 촉수를 내보냈다.

영리하다. 몬스터지만 정말 영리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녀석이 예상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공간을 베어냈으면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다. 나는 허공에 발을 가져다 댔다. 그 순간 내 발이 그 허공에 멈췄다. 허공에 보이지 않는 발판이 생긴 것이다.

디딘 발에 힘을 주어 몸을 위로 반동을 주었다. 그대로 쭉 날아가면서 정신을 집중했다. 허공에 발판을 만들어내며 쭉쭉 달려 나갔다.

녀석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기회를 엿보며 단 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순간 그 덩어리에서 수 천 개의 눈이 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역겨운 녀석이군!”


그 모습에 토 쏠릴 지경이었다. 그만큼 녀석의 모습은 기괴하며 역했다.

그 수 천 개의 눈이 내 움직임을 쫓았다. 순간 방심하여 앞에서 날아오는 촉수를 보지 못했다. 본능이 내 몸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그 촉수에 그만 당할 뻔했다.


“이제 사각지대는 없는 건가···”


정신을 온전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간의 발판을 눈앞에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을 뻗음과 동시에 나타나게 할 수 있다면···

슈우우욱—!

이런 변칙 적인 움직이도 가능하다. 순간 몸을 회전하면서 공격을 피했다. 아직 익숙한 건 아니다만, 조금만 더 움직이면 익숙해질 것 같았다.


“할 수 있다···”


수 백 개의 촉수가 나를 향했다. 하나 둘··· 처음엔 위험하게 피해냈지만, 지금은 다르다. 녀석의 감정을 읽고 발판을 지금처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한 내 움직임을 잡을 방법이 없을 것이다.


“이제 끝을 보자···!”


파이로스의 마력까지 끌어올렸다. 불의 권능이 내 몸을 뜨겁게 하였지만, 기분 좋은 뜨거움이었다.

달아오른 내 감정과 몸은 녀석과 싸우길 원하고 있었다. 아직 까지 오른손에 쥔 검을 휘두르지 않았지만, 지금이다!

촤악——!

불꽃의 힘을 두른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불의 마력을 파도처럼 쏘아냈고, 수 십 백개의 촉수를 불태웠다. 파이로스의 겁화는 절대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꽃이었다.

상대를 태울 마음만 있다면 말이다.

몬스터가 고통스러운 듯 괴성을 토해냈다. 녀석은 더욱 발악했다. 이번엔 주변 사람들에게 촉수를 사출 했다.

하지만 한성우의 신성력이 담긴 보호막은 사람들의 털 끝조차 건들 수 없었다.


“이게 네놈의 최후다···!”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쉴 새 없이 뛰어보니 어느새 그의 정수리 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타오르는 겁화에 고통을 느끼는 터라 내가 자기의 정수리 위까지 올라선 것을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그대로 뛰고 있던 발판을 뒤집었다. 내 머리가 바닥을 향했지만, 아직 내 발은 발판에서 멈춰 있었다.

굽혔던 무릎을 그대로 폈다. 화살처럼 쏘아진 나는 그대로 파이로스의 불꽃과 <마력의 칼날>을 합쳤다.

마력의 불꽃이 거대해졌다. 저 몬스터의 정수리도 한 번에 가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하압—!”


기합과 함께 불꽃의 칼날이 정수리에 닿았다. 감촉이 느껴졌다. 이대로 힘을 주어 바닥으로 힘차게 낙하했다.

쾅앙—!

발끝에서 전해지는 충격에 발목이 시큰거렸지만, 그 느낌은 고통보다는 이겼다는 쾌감이 발끝에서 정수리 끝까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끝이다.”


정수리에서 가장 밑바닥까지 갈라버린 몬스터의 표면적이 울긋불긋하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터지지는 않고 그러다가 완전히 모습이 사라졌다.

고요하다. 사람들의 함성도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고요한 적막만이 감돌뿐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숨소리가 물꼬를 틀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승리했다! 우리가 이겼다!”

“으하하하하—! 내가 뭐랬어! 우리가 승리할 거라고 했지!”


기분 좋은 함성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고생했습니다.”


한성우가 박수를 치면서 지친 나한테 다가왔다.

웃고 있었는데, 그 웃음이 꼭 나를 비웃는 듯한 웃음이었다.


“힘들어 죽겠습니다. 놀릴 거면 조금 있다가 놀려주세요.”


그는 내 말에 빙그레 웃었다.


“그럴 리가요. 진심으로 탄복했습니다. 또 찬란한 업적을 하나 달성했네요. 지금도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하죠.”


나를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느니 그런 몰상식한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놈은 내 눈앞에 있는 놈 하나면 족하다.


“현성 씨!”


이하루와 주동진이 나한테 달려오면서 소리쳤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현성 씨···!”

“주 팀장님도 참··· 그런 소리 마세요. 누가 또 웃고 있지 않습니까?”

“예? 제가 뭔가 잘 못 말했습니까?”


그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든 세상은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제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요. 현성 씨.”

“그것 참··· 아니라니까.”


그 반응에 한 숨이 절로 나오는 마무리였다. 아무튼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었다. 이제 조금만 쉬어야겠다···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피곤하다.


“뒤를 부탁합니···”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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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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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7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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