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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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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1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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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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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061화 일본으로 (2)

DUMMY

“신기하네요 어떻게 일본까지 해수를 하나도 만나지 않고 일본에 도착할 수 있는 거죠?”


야심한 새벽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어두컴컴한 밤에 이하루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말 새까만 어둠이었다. 도사는 도사다. 이런 날씨를 정확히 알고서 날짜를 정한 것이다.

솔직하게 제갈공명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신기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지금 벌써 대마도 아닙니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일본 땅을 밟을 수 있겠군요.”


주동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야기만 들어보면 얼굴이 발그레 상기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긴장의 끊을 놓으시면 안 됩니다.”


도사의 말이 들렸다.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굳이 그런 도사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리끼리 잡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해안가 주변에서 휴식했다.


“대마도에 아직도 사람이 사나요?”

“무인도가 된 지 오래입니다. 섬에서 자급자족 하기란 쉽지 않죠. 게다가 인구조차 얼마 있지도 않은 섬이니. 다들 본토로 넘어가거나 그랬을 겁니다.”


내 물음에 지식이 해박한 주동진이 대답해 주었다.

그의 말처럼 민가 쪽으로 기운을 느껴보려고 해도 아무런 기운도 느낄 수 없었다. 가끔 가다 야생 동물 정도만 느껴질 뿐이었다.


“···출발합시다.”


도사는 벌떡 일어나며 해안가에서 배를 묶어둔 곳으로 갑작스레 이동했다.

우리는 조금 놀라 도사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 배를 묶어놓은 끈을 풀었다.


“다들 천천히 탑승하세요.”


주동진이 먼저 올라가 이하루와 세리아의 손을 잡아주었다.

두 사람이 탑승하고 배를 살짝 밀었다. 천천히 섬 반대편으로 향하는 배의 끄트머리를 잡아당겨 배에 탑승했다.

짧은 한숨과 함께 배가 이동하는 것을 보며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남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세리아가 나지막이 속삭이듯 말했다.


“드래곤이 나타나는 것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아요.”


주동진의 표정이 그늘진 모습이었다.


“괜찮을 겁니다.”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시는 건가요 현성 씨는···”

“여러분들이 싸우게 될 일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주동진은 분한 모습으로 내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내가 먼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드래곤의 힘은 장난이 아닙니다. 드래곤이 가볍게 휘두른 발톱 공격 하나에 모든 장기를 쏟고 죽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세리아가 만든 무기를 시험해 볼 좋은 기회가 아닌가요? 이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저희들도 드래곤을 죽일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이었다.

세리아는 지금까지 드래곤을 요격할 무기를 만들면서 지내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그 능력을 한 번 시험해 보기 위해 따라나선 것이기도 하다.

나는 과거가 떠올랐다. 균열의 틈 사이에 있던 이세계가 말이다. 그것도 대 드래곤 요격 무기라면서 거대한 석궁을 발사하던 과거가··· 다만 효과는 있었다.

물론 발락스가 방심했던 것도 컸다.


“도착했습니다.”


조금 있으면 해가 뜰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을 일부러 맞춰서 도착한 건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일본의 해안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착지가 어디인지는 도사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설레는 마음보다는 비장한 마음이 더 컸다.

어쨌든 여행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에 가까워질수록 두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빠르게 해안가에 접근했다. 아직 새벽이라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도사를 따라 주변 도로를 쭉 따라 걸었다.

몇몇 보이는 민가도 존재했다. 도사는 그곳을 지나쳐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곳엔 눈이 찡그려질 만큼 허름한 곳이었다.


“이곳입니다.”

“이곳은 대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한창 밀입국했을 때 죽이진 못하고 그냥 이렇게 모여서 살고 있는 거죠.”


도사는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리고 도사가 서있던 자리에 지붕의 역할을 하고 있던 평평한 돌이 뚝 떨어졌다.


“이런 곳입니다. 아무튼··· 드래곤이 나온다고요? 솔직하게 말해서 이들 모두 죽는 게 마음 편할 수도 있어요. 멸망?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은 멸망이 아니라 어쩌면 구원일 수도 있습니다.”


도사의 말에 반박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이 처참한 모습을 보고 난 이들의 마음이 어쩌면 도사와 같을 지도 몰랐다.


“당신의 말에 반박진 않을 테지만··· 일본까지 직접 발걸음을 함께 해준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됐습니다. 벨루가투스님이 아니었다면, 여러분들을 절대 데리고 오지 않았을 겁니다.”


그때 다 무너져 가는 집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나왔다.

그는 매우 굽은 허리와 힘겨운 발걸음으로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한인촌에서 촌장을 맡고 있는 오석동이라 합니다.”

“어르신 말씀을 낮추세요. 듣기에 민망합니다.”

“허허, 아닙니다. 여러분들도 도사님의 도움을 받고 이곳으로 찾아온 거지요?”

“그렇습니다.”

“누추하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인 곳이지만, 여러분들이 묵을 곳을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촌장이 뒤돌아 안내해 주기 위해 어디론가 걸어갔다.


“이제 저분의 안내를 받으면 될 것 같습니다. 제 할 일은 끝난 것 같으니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요.”


주동진은 그를 불러 세우며 그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사실 나도 주동진과 같은 마음일 것이다.


“돌아갈 때까진 우리를 도우셔야죠.”


그는 표정을 잔뜩 구기며 주동진이 뱉은 말을 헛소리로 치부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 역할은 일본으로 안내해 주는 것까지··· 돌아가는 건 여러분의 몫입니다.”

“입씨름을 하기도 뭐 하니 벨루가투스님을 한 번 불러보십시오.”


그의 표정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극심한 공포를 느끼게 만들 정도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내 기운 앞에서 그는 순한 양이 될 수밖에 없었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뜬 도사가 한 숨을 푹 쉬며 입술을 깨물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째서 벨루가투스님이 당신 같은 사람을 도우라고 하시는 거죠?”

“그거 다행이군요. 그러면 앞으로 돌아갈 때까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우리의 강요로 도사 또한 노인의 등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노인이 도착한 빈 집은 다 무너지기 일쑤였다.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처참한 모습에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죄송합니다···”

“촌장님께서 죄송할 건 없고··· 저희의 일이 다 끝난다면 이곳의 집을 고쳐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그러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촌장은 손을 벌벌 떨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괜찮을 겁니다.”


우리는 그렇게 일본에서 며칠 살게 되었다.

한인촌의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이 늘어난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이곳의 먹을 것은 서로 나누는 편인데 입이 다섯이나 늘어났으니, 굉장히 불쾌한 것이다.

항상 이곳은 식량을 나누는 데에 다툼이 존재했고, 또한 잘 먹지 못해 신경에 항상 날이 서있었다.

이곳에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느낀 부분이었다.


“세리아 그건 뭐죠?”


세리아가 꺼내든 분무기 같은 것이 궁금했다.


“식물의 성장 속도를 높여 주는 분무기입니다.”

“그런 게 가능한 건가요?”

“마력이라는 건 식물의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걸 물에 녹여낼 수 있다면, 아주 좋은 여양제가 되죠.”

“그러니까 그 마력이라는 걸 물에 녹아내릴 수 있는 건가요···?”


그녀는 옅은 미소로 대답했다.


“현성 씨도 마력의 일부분을 신체에 녹아내리지 않았나요? 같은 원리예요.”


그녀는 그리 말하면서 씨앗을 묻은 자리에 분무기를 뿌렸다.

그러자 말도 안 되는 일이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심은 지 몇 분 지나지 않은 씨앗에 줄기가 올라오고 잎이 피며 꽃을 맺고 끝내 열매를 맺었다.

그걸 보던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며 비명을 질렀다.


“코, 콩이다. 콩이 말도 안 돼!”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세리아는 주변에 심어 놓은 씨앗에 물을 뿌려 주었다.

그러자 이곳의 밭이 큰 곡창 지대가 된 것 마냥 풍성한 열매를 맺은 콩 밭이 완성되었다.


“말도 안 되는군요··· 세리아님의 착한 심성으로···”


주동진은 그녀의 행동을 보고 감격에 젖어 울먹거리는 중이었다.


“다만 이 행동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지켜봐야겠죠.”


그날 저녁 우리는 풍족한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콩 죽일 뿐이지만, 한인촌 사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희망을 본 것이다. 그들에게 작은 희망은 덧없던 절망의 검은빛을 아주 조금이지만 몰아낼 수 있을 정도다.

깜깜한 밤일수록 작은 빛은 더욱 도드라지게 보일 뿐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시다면 무엇이든 보답하겠습니다.”

“보답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오셨는지 그 이야기는 좀 궁금하군요.”


나는 한인촌 사람들의 과거 이야기가 궁금했다.


“제가 몇 살처럼 보이십니까?”

“어르신··· 갑자기 무슨···”

“사실 어르신이라 불리는 것도 민망합니다. 지금 제 나이는 예순··· 사실 이렇게 된 것도 이곳에서 고생해서 그런 것이죠···”


그의 굽은 허리와 빠진 머리카락 그리고 고생의 흔적을 보여주는 깊은 주름은 그가 얼마나 이곳에서 힘들게 살아왔는지 여실히 보여 주었다.


“처음엔 이곳을 차지하는 것도 일본인의 눈에는 좋지 않았나 봅니다. 저희는 처음 도착하고 나서 이들의 땅을 농사짓는 말 그대로 노예가 전락되어 버렸지요.”

“······.”

“처음 일본으로 들어왔을 때도 한국에서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 집과 재산 모두 블랙 필드인지 뭔지 하는 것으로 뒤덮여 버린 상태였죠. 그나마 일본은 괜찮다고 해서 들어오게 된 것인데···”


그의 공허한 눈동자는 더 이상 빛을 띠지 않을 것 같았다.

지금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고독한 노인일 뿐이었다.


“이곳으로 들어온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특히 저 집단을 조심하십시오.”


노인이 감히 손가락을 펴서 가리키지는 못하고 눈짓으로 불 앞에 둘러앉은 집단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끼리 모인 집단입니다.”


아까부터 세리아를 바라보는 눈빛이 거세서 신경이 쓰였다.

세리아가 어디서 당할 사람도 아니라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하필 조금 더 끈덕진 욕망에 젖은 눈빛이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저들이 저 아가씨가 가진 것을 노릴 겁니다. 부디 빼앗기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충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저희는 저런 놈들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한 놈들이 아니거든요.”


역시 같은 눈빛을 읽은 주동진이 먼저 일어났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그 놈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저, 저런··· 말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저희를 걱정할 게 아니라 아마 저 녀석들을 걱정해야 할 겁니다.”


주동진이 저렇게 화난 모습을 보니 길게 갈 명줄은 아닌 모양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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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7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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