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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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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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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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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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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DUMMY

독을 정화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일단 사람들을 모두 밖으로 나가게 했다. 혹여라도 독의 잔재에 중독될 수도 있었다.

포슬란의 독은 확인해 본 결과 미생물처럼 서로 번식하면서 그 독의 면적과 크기를 조금씩 넓혀 나가고 있었다.

이 속도가 빠르지 않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속도가 번식하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또한 한성우의 신성력으로 속도를 늦추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지금 그가 이렇게 신성력과 마력으로 저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살만합니까?”

“적당히 살만합니다.”

“이 작업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어요, 대신 저는 최선을 다할 겁니다. 한성우 씨가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어차피 죽을 몸 아닙니까? 이겨내지 못한다면···”

“맞긴 합니다만, 저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는 있죠. 지금 죽어버린다면, 그마저도 못할 겁니다.”

“어차피 제가 없으면 돌아가지도 못할 겁니다. 이 세상은···”


힘겹게 말 한마디 꺼내는 한성우의 말에 잠시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직도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그래왔었습니다만, 윤현성 당신을 보고 그런 생각은 접었습니다. 세상은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뜻밖에도 한성우는 나를 지목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내 생각은 다르다.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아니, 당신이 한 일은··· 이 세상에 그 어떤 업적보다 찬란한 업적입니다. 그런 업적을 세울 수 있는 건 현성 씨 밖에 없습니다. 끄으윽- 그 부분은···”

“저는 그런 거 세울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 한성우 당신이 살아서 알아서 재끼던지 하시죠. 치료 시작하겠습니다. 죽을 것 같이 아파도 참으세요. 저는 힘 조절 같은 거 못합니다.”


고통스러운 신음이 계속 이어졌다. 아마 그가 느끼는 고통은 내가 느낄 순 없지만, 살을 불로 천천히 익히는 느낌일 것이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포슬란의 독을 파이로스의 불의 권능으로 태우는 방법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도 한성우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두 눈에 힘을 주며 고통을 인내하며 버티는 중이었다.


“조금만 힘내세요. 할 수 있습니다.”


상당한 인내력이다.

몇 번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고통인데, 단 한 번도 정신을 잃은 적이 없었다.

또한 쇼크로 죽을 수도 있을 고통이다. 그런 고통을 참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인간을 뛰어넘은 정신력을 갖고 있다는 소리였다.


“좋아요···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다면, 단번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신··· 붙들어 매세요.”


파이로스의 힘을 사용하는데 더욱 익숙해졌다. 세밀하게 작업할 수 있었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해를 넘기고도 끝내지 못할 작업이었다.

그렇다면···

파이로스의 권능을 최대한 당기고 발락스의 시간으로 되돌리는 힘으로 혈관이 타 녹아내리는 것을 다시 되돌리는 작업을 병행했다.

물론 내 정신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문제였지만,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


“크윽···”


머리가 띵하다. 역시 무리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젠 멈출 수 없었다. 극강의 화기가 한성우의 몸을 거칠게 날뛰었다.

그건 독에 잠식당한 부분을 떠나, 한성우의 신체 모든 곳을 헤집고 다녔다. 이젠 그걸 막아내는 게 내 일이다.

발락스의 힘으로 계속 시간을 몇 초 전으로 되돌렸다. 아마 발락스가 접때 권능을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정말 조금이면 된다.

그러면 독을 정화시킬 수 있었다. 아니 뜻밖의 결과까지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희망이 보인다.

날뛰던 화염은 기운을 주입하지 않자 조금씩 그 기세가 줄어드는 게 보였다.

한성우의 표정 또한 독이 많이 제거된 것인지, 아까보다는 더 나은 표정이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화염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끝난 겁니까?”

“끝났습니다.”


* * *


독을 제거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금 변한 것이 있다면, 주변의 공기가 뜨겁게 달궈졌다는 것 정도다. 주변 사람들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을 정도로 공기가 후끈해졌다.

그 순간이었다.

밖에서 공기를 찢는 듯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모두 그 소리에 고개를 소리가 난 방향 쪽으로 돌렸다.

모두의 시선 속에서 보이는 몬스터의 숫자.


“말도 안 돼···”


소형, 중형, 대형 할 것 없이 모두 이쪽을 향해 모여드는 중이었다.


“지금 이게 무슨 일입니까!”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럽게 왜 저희 쪽으로 몬스터들이 모여드는지···”


신성 길드의 사람들이 부리나케 움직였다. 몬스터의 움직임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 산만한 현장 속에서 침착을 유지하고 있던 세리아가 말했다.


“저 두 사람 때문이야.”

“그게 정말인가요?”


그녀가 밝힌 이유를 듣고 이하루가 대답했다.


“그래, 맞아··· 저 두 사람이 끊임없이 발출 하는 마력 때문에 몬스터가 계속 다가오고 있어.”

“그렇다면 멈추게···”

“멈추면 죽어. 한성우라는 사람도, 윤현성도··· 지금은 그들이 성공할 수 있게 시간을 벌어주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야.”


세리아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건 바로 주동진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는 열린 창문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렇다면 시간은 제가 벌겠습니다.”


마지막 말을 남기며 그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곳으로 지체 없이 몸을 날렸다.


“그러면 저도···”


이하루 또한 마법으로 몸을 가볍게 하여 주동진이 향하는 방향으로 향했다.

말 그대로 전장이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몰린 몬스터를 보는 건 처음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시선을 쭉 뒤로 향해 보아도 득실 거리는 몬스터들은 이미 줄지어 오는 상황이었다. 지금으로서는 막아내는 게 전부, 반격은 기대해서도 안 되었다.

신성 길드 사람들은 노련하게 역할을 분담하면서 몬스터가 접근하는 것을 저지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출혈이 있었지만, 그래도 신성 길드의 대응은 정확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중에서도 단연 압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여명 길드의 주동진이었다. 그는 자기가 다치는 건 신경도 쓰지 않으면서 몬스터를 쓰러트리며 전진했다.


“나이스 백업!”


이하루의 마법이 주동진의 움직임을 보조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끝도 없을 거예요.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이하루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녀는 말할 건 하면서도 쉬지 않고 움직였다. 마력 제어 하나만큼은 초일류의 실력이라 봐도 무방했다.


“이대로 현성 씨가 등장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우리들은 시간만 벌어주는 느낌으로 최대한 힘을 아끼면서 상대해야 합니다.”


주동진이 방패로 달려드는 몬스터를 쳐내면서 말했다.


“그건 저도 알아요!”


몬스터의 공격을 회피한 이하루는 그대로 스태프로 몬스터의 정수리를 찍어버렸다.


“꺄아아악-!”


이하루와 주동진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둘은 거의 동시에 반응하였으나,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할 수 없었다.


“뭔가··· 움직임이 조금 그렇지 않나요? 주 팀장님?”

“그러게 말이야. 마치 우리가 저쪽으로 못 가게 막으려는 것 같은데··· 부탁한다.”


비명 소리의 근원지가 들린 곳에서 긴 촉수로 이어진 괴물이 등장했다.

그 여러 개의 촉수를 가진 괴물은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촉수를 잘라내도 금방 재생해 버리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을 구하려다 위기에 빠진 이지혜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주동진과 이하루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으나, 도착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지혜의 몸통을 압박하는 힘이 조금씩 강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척추가 부러져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성우야··· 참 좋아했었는데···’


그녀는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모든 희망을 내려놓고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을 생각하였다.

그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도움이 되었던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 싶다. 자기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늘 자기를 도와주었던 남자가,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자 생각나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을 스쳐 지나가는 황금빛 실선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를 압박하던 촉수도 힘을 잃어버렸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몸을 가눌 힘조차 없어진 이지혜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았다.


“괜찮습니까?”


자기를 감싸 안은 포근한 느낌에 그녀는 눈을 떠 자기를 안은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꺄아아아악!”

“까,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 귀 떨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멀쩡하게 서 있는 한성우를 바라보았다.


“괜찮으신 거예요?”

“여러분들이 걱정해 주신 덕분에 괜찮아졌습니다. 저희 때문에 일이 커져버렸군요···”


한성우가 정말 괜찮은 듯한 웃음을 짓자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이지혜는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에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건 아닙니다.”


한성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이지혜는 그 말의 뜻을 정확히 몰랐다.

그 순간, 그녀는 눈이 뒤집힐 정도로 놀랐다. 한성우가 가볍게 휘두른 느낌이었는데, 그 앞은 이미 초토화되어 있었다.


“지금 이게 무슨···”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현성 씨가 큰 힘이 되어 줬습니다. 이것이라면, 이 세계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윤현성이 한성우 몸에 일으킨 변화는 적지 않다.

포슬란의 독은 끊임없이 확장한다. 그리고 그 독은 포슬란의 드래곤 하트에서 나오는 마력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마력의 결정을 파이로스의 권능으로 개체가 만들어지고 지워지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막대한 양의 마력이 한성우의 몸에 쌓였다.

지금 그의 마력의 양은 어지간한 드래곤 하트의 양보다 많았다. 물론 그 양이 무제한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그는 그 어떠한 드래곤 보다 강하다.


“저, 정말 대단하세요.”


이지혜가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시작된 것 같군요.”

“뭐가요?”

“그 사람이 날뛰는 걸 아무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한성우는 윤현성의 강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지금의 상태로도 윤현성과 붙어 이길 수 있을 거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만큼 윤현성의 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싸울 이유도 없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공공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든든할 수 없었다.


‘현성 씨··· 감사합니다. 저는 덕분에 더 강해질 수 있었어요.’


한성우가 주먹을 불끈 쥔다.

팔뚝에 핏줄이 돋아날 정도로 그는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맹세할 겁니다. 제 생명의 불씨가 다하는 날까지 당신을 뒤에서 힘껏 밀어줄 겁니다.’


한성우가 날아간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검이 자연스레 날아와 그의 손으로 안착하였다.


“그러니 지금은 신나게 뛰어놀아 보겠습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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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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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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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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