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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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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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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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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DUMMY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

설마 극한으로 기온을 떨어트려서 시간의 흐름을 멈출 줄이야.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저 능력에도 약점이 없는 건 아닌 듯하다. 상당히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을 보아하니 본인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하는 듯했다.


“모두 제 뒤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일단 일행들에게 이를 알렸다.

큰 힘에 모조리 쓸려나갈 수도 있었다. 그걸 미리 방지하기 위해서···

파바바바밧-

거리를 좁힌 레비넨스의 연속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팔을 뻗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얼어붙었고, 그의 손이 닿는 부위가 얼어서 둔해지는 것 같았다.

뒤로 빠르게 물러났고, 기회를 봐서 레비넨스의 공격을 피한 뒤에 그를 떨어트릴 생각으로 원을 그리며 그 중심을 무너트리려고 했다.


‘이런···’


몸이 너무 차갑다. 슬쩍 닿기만 했을 뿐인데, 동상을 입을 뻔했다.


“너는 인간이다. 나는 드래곤이고, 하등 한 종적이 감히 고귀한 드래곤을 사냥해? 불결하기 그지없구나.”


그의 목소리는 차분해 보였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분노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다.


“그 따위 알 게 뭐야··· 우리는 지금 오늘 사나 내일 사나 걱정하고 있는데, 종족이 뭐가 중요하다고.”

“그래, 맞는 소리지··· 그러니 고통 없이 보내 줄 때 그냥 죽거라.”

“그럴 수는 없지. 또··· 무엇이든 발악하는 게 인간의 심리니까.”

“나는 인간의 그런 점이 싫다. 항상 짓밟고 또 짓밟아도 잡초처럼 꾸물꾸물 기어올라 결국 다시 살아나는 벌레 같은 놈들이 경멸스럽다.”


그럴 수 있다.

그게 인간이 가진 장점이니까.

짧은 수명으로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수명을 가진 이를 상대해 왔을 테니까.


“그래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갈 거야.”

“아니, 이제는 종족 자체를 멸해 주마.”

“글세···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 우리는 반드시 꾸역꾸역 살아남을 거 거든. 그리고 바로 저 녀석이 그 증거고.”


손가락으로 세리아를 가리켰다.

다른 차원에서 살아남은 그녀는 드래곤의 공격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였다.

저 녀석이 지금 하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었다.


“정말이지···”


파밧-

사라졌다. 그 감정을 알기에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되더라.”


감정을 읽고 따라가면 공격을 읽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다.

막는 것 정도야 어렵지 않았다.

파이로스의 불꽃이 점점 익숙해진다. 지금이라면 그것도 가능할 것 같다.

화르륵-

불꽃을 머금은 칼날은 그대로 강철을 녹일 것 같이 타올랐다.

하지만 내 의지로 인해 철은 녹지 않았다. 불꽃이 완전히 검을 먹어버린 것 같지만, 아니다. 내 의지로 불꽃을 지배했다.


“···파이로스의 능력까지!”


주변을 얼어붙은 레비넨스의 냉기를 넘어서 주변의 온도를 균등하게 만들었다.

불과 얼음의 대결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따진다면, 불이 이기는 것이 당연하다.


“···나도 진심으로 가야겠군.”

“지금까지는 진심이 아니었나?”


녀석의 말에 긴장했다.

마치 지금까지는 봐준 것처럼 말하는 게, 모든 걸 보여주지 않은 것이다.

레비넨스가 오른팔에서 얼음 결정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이내 하나의 검이 되었다. 하얀 냉기를 풀풀 풍기는 것이 모든 걸 얼려버릴 것 같았다.


“크크크···”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레비넨스가 사라졌다. 공격의 경로는 읽을 수 있었다.

콰드드득——

서로 검이 부딪혔다. 화기와 냉기의 대결에서 그 누구도 냉기가 우위를 점할 거라 생각하지 않지만, 지금은 다르다.


“으흐흐흐, 왜 그러지? 힘든가?”


순수 완력에서 밀린다. 검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몇 가지 사실들이 있다. 이 녀석은 검술로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어떻게 검술을···”


검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고 여러 가지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버릇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가진 약점을 파악하고 공략하는 것이 대결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녀석의 짧은 움직임에서 약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놀랐나? 드래곤은 영겁을 사는 존재다. 검술 하나 정도야 내가 창시한 것도 있고, 오래 살아오면서 배워온 것도 있지 수 만년 동안 검술을 단련해 온 나한테 있어. 너는 내 아래다.”

“웃기지 마!”


녀석의 검을 쳐냈다. 중심을 흩어 빠르게 품으로 파고들었다. 레비넨스의 오른쪽 옆구리를 돌아 그대로 베어낼 생각이었지만, 놈이 먼저 반응했다.

엄청난 속도였다. 옆구리에 깊은 통증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품을 무리해서 파고들어서 생긴 상처였다. 놈의 검에 베이자 냉기가 상처 속으로 파고들려고 했지만, 파이로스의 기운이 그걸 막아주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역시 파이로스의 기운 까지는 못 뚫는가 보군. 하지만 네놈이 죽는 건 시간문제다.”


순수한 검술의 디테일에서도 밀린다.

그의 동작은 결점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었다. 베는 곳을 베고 피할 것은 피한다.

불필요한 동작 없이 정말 그 동작에 대한 최적화가 깔끔하다. 수 만년 동안 단련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가 갈린다. 저런 놈에게 질 순 없다.

자연스레 발바닥에 힘이 들어갔다.


“아직도 모르겠나? 무작정 달려든다고 해서 네놈이 날 이길 가능성은 없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이지.”

“대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불꽃이 그를 스쳤다. 아쉬웠다. 불꽃이 걷힌 그의 표정은 나를 비웃는 것이다.


“아깝구나! 너에게 있어 정말 최선의 수였는데, 말이야!”


그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할 생각이었지만, 애석하게도 내 살만 주고 말았다.

오른팔에 깊은 상처가 생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냉기에 파이로스의 불꽃마저도 잃어버릴 것 같았다.


“인간이여 포기해라.”

“아니 포기할 수 없거든··· 내 뒤쪽에 있는 사람들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너에게는 시간이 없다. 네 놈의 드래곤 하트가 점점 더 얼어가고 있다는 것··· 그 사실 하나 만으로 시간은 더 이상 너의 편이 아니니까.”


놈의 정곡을 찔렀다.

움찔하는 반응을 보아하니 레비넨스 역시 의식하고 있었다.

큰 공격을 하지 못하는 이유.

드래곤의 모든 마력은 드래곤 하트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지금은 드래곤 하트의 마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아직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말 번거롭게 하는구나··· 어서 네놈을 처리하고 드래곤 하트를 원래대로 돌려놓는 수밖에.”

“정말 그럴 거라고 생각하나? 그게 그렇게 쉬울 거라고? 무려 발락스의 권능이다. 네놈의 드래곤 하트는 그렇게 늙어버릴 거다.”


놈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화가 상당히 오른 것 같다. 그가 바닥을 탁-하고 찼다. 놈의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오며 강력한 공격이 이어졌다.

하지만 방금 전보다는 막기에 수월했다. 분노에 찬 공격은 그만큼 동작이 컸다. 완전 무결하던 움직임에 조금씩 틈이 생겼다.


“이놈! 이놈! 이놈! 이놈!”


캉— 콰드득—

검과 검이 맞부딪히면서 냉기와 화기가 서로 맞물렸다.

절대 질 수 없다.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움직였다.

—탁!

한 보 앞으로 전진했다. 순간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느낌이었다. 이대로 내리 찍힌다면, 내 패배가 확실하지만 지금은 피할 자신도 그리고 반격할 자신도 있었다.

그의 공격이 허공을 갈랐다. 나는 이미 그 자리를 피하고 난 뒤였다.

레비넨스의 눈동자가 확연하게 커지며 당황하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글쎄다.”


촤악——!

검을 들어 그대로 레비넨스의 가슴팍을 벴다. 수증기가 증발하는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비명이 함께했다.

그게 끝이 아니다. 드래곤 하트를 완전히 요절내버릴 생각으로 검을 찔렀다.

하지만 냉기가 내 검을 밀어냈다. 이대로 질 수 없다고 마음속으로 되뇌며 검을 찔렀다.


“소용없다!”


레비넨스가 소리쳤다.

냉기가 완전히 날 밀어버렸다. 아쉬운 마음과 몸이 날아가면서 시선이 흔들렸다.


“내 본연의 힘까지 끌어올리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하구나! 드래곤 슬레이어!”


변하려고 한다.


“뒤로 어서··· 밖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곳이 무너질 거예요!”


우리는 밖을 향해 달렸다. 그의 몸집이 점점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과정에서 그 거대한 몸집을 감당할 수 없었던 지하 감옥이 완전히 무너졌다. 우리는 가까스로 그 잔해에 깔리는 걸 피할 수 있었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했어요···”

“하지만 큰 공격은 하지 못할 거예요. 아직 승산이 있습니다.”


이하루가 가까이서 드래곤을 보면서 말하는 걸 대답해 줬다.


“이번엔 같이 싸워도 되는 겁니까? 현성 씨?”

“네, 주 팀장님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주동진은 방패를 세웠다. 대인전에서는 그들이 방해되지만, 드래곤으로 변한다면 오히려 협공하는 편이 좋았다.


“우리도 가세하겠어!”


왕위파 사람들도 각자 무기를 들고 저마다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두려움이라는 게 일절 존재하지 않는 듯 모두 전의를 불태웠다.


“···건방진 인간들!”


그 뒤로 그는 포효했다. 드래곤 피어다. 귀를 막아도 드래곤 피어는 막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류월용의 목걸이가 빛을 발했다. 그 목걸이는 사람들의 두려운 마음을 물리쳤다. 그 빛은 곧 사람들의 용기로 변했다.


“그렇군···”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를 집어넣고 용아적세검을 뽑았다.

왜 자기를 선택해 주지 않느냐고 드래곤 슬레이어가 울음을 토했지만, 지금은 뭔가 용아적세검을 사용하고 싶었다.

목걸이의 힘에 반응한 용아적세검이 빛을 내뿜었다. 왕위파 사람들은 그 빛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들의 뜨거운 전의가 모여들었다. 전의는 곧 열기가 되었고, 그 열기는 레비넨스의 냉기를 녹아내리게 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이놈··· 대체 무슨 짓을···!”

“이게 너를 향한 우리들의 뜨거운 마음이다.”


그 빛은 점점 더 짙어지기 시작했다. 밝은 흰 빛을 더 이상 압축할 수 없어 제어하지 않으면 사방으로 뻗어나갈 것만 같았다.

그 빛을 그대로 전방으로 사출시켰다. 무슨 기술인지도 모른다. 굳이 이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다. 내 작명 센스는 후달리니까.


“말도 안 된다···!”


레비넨스는 당황하여 브레스를 사용했다. 무리해서 사용한 것인지 마력이 크게 떨리는 게 느껴졌다.

지금이라면 이길 수 있었다. 서로 힘과 힘의 격돌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과 간절한 사람이 승리한다.

나는 너무나도 간절하다. 지금의 승리가.


“된다··· 된다···”


조금씩 밀어낸다. 한 번 승기를 꺾은 레비넨스의 브레스가 쭉 밀려난다.

우리가 쏘아낸 승리의 빛은 그대로 레비넨스의 심장을 꿰뚫었다.

승리했다···

말도 안 되는 승리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구름이 걷히고 햇빛이 대지를 비췄다. 그늘이 드리워진 대지에 조금씩 원래 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이겼습니다! 정말 말도 안 되네요···!”

“하지만 검이···”


용아적세검은 그 힘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그만 손잡이만 남았다.


“원래 그런 거야.”


류월용이 다가오며 말했다.


“고마워. 정말··· 네가 나를 끌어올려주지 않았다면··· 무슨 짓을 했을지 끔찍했을 거야.”

“고맙긴···”


힘들다.


“현성 씨···!”

“하하, 감사합니다. 주 팀장님. 저 조금만 쉬어도 되겠죠?”

“예, 충분합니다. 뒷일은 저희가 마무리할 테니 조금 쉬십시오.”


그래야겠다···

지금은 솔직하게 너무나 피곤하니까···

서서히 눈이 감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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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075화 갈등 (1) 23.04.21 28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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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069화 결전을 향해서 (3) 23.04.15 30 2 12쪽
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3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1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7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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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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