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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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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5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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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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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60화 일본으로 (1)

DUMMY

어둠이 짙게 깔려있는 통로를 쭉 걸었다.

꿉꿉한 냄새는 등골을 시리게 만들었고, 제한되는 시야는 사람으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혹시나 함정이라도 발동될까 두려워 보폭도 좁게 하여 걸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지금까지 함정을 밟거나 발동되는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곳인가 보군요···”


결국 통로 끝에 섰다.

그 끝에는 문이 하나 굳게 잠겨 있었다.

주동진은 이 통로에 진절머리 나는 듯 급하게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고, 그가 손잡이에 힘을 더 불어넣으니 손잡이가 바스러지며 문이 열렸다.

애초에 잠금장치가 필요 없는 존재였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는 비좁은 공간 중앙에 불빛 하나 없이 앉아있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기괴한 생각도 들었다.

사람이 어찌 이런 어둠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이질적인 공간에서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도사님을 좀 만나러 왔는데. 무슨 악마의 자식도 아니고 이런 어둠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건가?”

“정확히 알아보셨군요··· 당신들은 누구죠?”


주동진은 분명 농담 삼아 던진 말 일 텐데, 도사라는 놈은 강한 경계심을 내보였다.

주동진이 당황하는 보이지도 않을 텐데 두 팔을 크게 저으며 강하게 부정하였다.


“나, 나쁜 뜻은 없었다. 우리는 일본으로 건너가기 위해서 너와 거래를 하고 싶은 것뿐이니까.”

“일본으로 건너간다라···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제 실력이라도 일본은 무리입니다.”


도사는 자기도 일본은 무리라고 딱 잘라 선을 그어버렸다.


“일본으로 건너가지 않으면 이 세계가 멸망해 버리고 말 거야··· 너한테도 좋지 않은 일 일 텐데···”

“저는 세상이 멸망하거나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사실 이미 이 세상은 멸망한 것이 아닌가요?”


도사의 말에는 틀린 말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도 뒷걸음질할 수 없는 벼랑 끝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우리는 그보다 더 필사적이었다.


“···이봐!”


앞으로 빠르게 접근해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둠 속에서 얼핏 보인 그의 얼굴에 그만 까무러치게 놀라고 말았다.


“···이 얼굴을 보신 겁니까? 저는 밖으로 나갈 수 없는 몸입니다.”

“당신,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무슨 짓이라뇨··· 이건 축복입니다. 저는 앞으로 햇빛을 보지 않아도 되고 먹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습니다. 세상이 멸망하든지 말든지 저는 알 바 아닙니다. 저는 이곳에서 영원히 살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는 어딘가 삐뚤어졌다. 비웃음 섞인 말투와 분명 높임말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기분 나쁜 구석이 있었다.


“···당신은 인간이 아니군요.”

“정확히 보셨군요. 맞습니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아니··· 인간이었다가 이제는 인간이 아닌 몸이 되어버린 겁니다.”

“당신도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나?”

“몸뿐만이 아닙니다. 이러한 육체를 얻기 위해 육체도 팔아버렸습니다. 어떤가요 새로 얻은 육체는··· 마음에 드십니까?”

“제가 마음에 들고 안 들고 다 떠나서··· 당신은 우리를 도와야만 합니다.”


그는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소름 끼치는 눈동자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악마에게 몸과 영혼을 판 당신은 죽게 될 테니까요.”

“제가 죽는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말이 정말 안 된다고 생각합니까?”


주변에 힘을 풀어 스산하게 만들었다.

그는 곳 내가 푼 힘을 깨닫고 잠시 고민하는 얼굴이 되었다.


“용의 힘··· 저와 계약한 악마는 벨루가투스는 용의 힘을 가진 인간을 두려워하라고 하였습니다. 당신이··· 용의 힘을 가진 인간인지 몰랐군요···”

“그렇다면 우리를 도와줄 순 없겠습니까?”

“조심하라고 했지. 도와주라는 말은 없었습니다. 당신은 위험합니다. 그러니 저와 배제하겠습니다.”


악마의 힘이 태동했다.

불길하고 끈적한 힘이었다. 마신과 계약한 북두와는 다른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었다.


“주 팀장님 멀리 떨어지세요! 위험합니다!”


주동진이 방패를 세웠다.

신성 길드에서 가져온 방패가 황금빛을 내뿜으면서 거대한 황금색의 막이 생성되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현성 씨!”


나는 주동진의 뒤로 갔다.

힘이 밀물처럼 흘러들어오는데, 주동진의 자리에만 그 힘이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제가 정말 싫어하는 힘이로군요··· 신성한 신의 힘··· 아쉽습니다. 그냥 가셨다면 목숨을 살려드릴 수 있었는데···”


도사라는 놈의 등 뒤에서 뭔가 꾸물꾸물거리더니 검은 무언가가 살과 근육을 찢고 쫙-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곧 의문의 무언가가 펼쳐지더니 거대한 날개 형상이 되었다.


“날개로군요···”


주동진이 탄복하며 오-하는 소리를 냈다.


“이제 더는 인간이라고 찾아볼 순 없는 것 같은데 어떡합니까?”

“······.”

“제압해야 합니까? 아니면, 죽여야 합니까?”


주동진은 내 말을 듣고 고민하는 듯했다.


“죽이지는 말고 제압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신성길드에서 받은 방패도 있고, 나름 쓸만할 겁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는 모든 힘을 쏟아부을 때까지 기다렸다. 무분별하게 힘을 쏟는 중이라 분명 그 흐름이 끊어질 때가 다가올 거라 생각했다.

우리 두 사람의 생각은 곧 적중했다. 힘의 흐름이 분명 약해졌고, 그 기점으로 조금 지나 힘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 순간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주동진 이었다. 그는 단 한 걸음 도약으로 상대방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아직 채 지워지지 않은 황금빛 잔상이 남았다.


“······.”


솔직하게 조금 놀랐다.

나 또한 그보다 한 발 늦게 반응하여 주동진의 뒤를 쫓았다.

주동진의 역할은 탱커, 말 그대로 전위에 서서 아군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전위에 섰다는 느낌보다는 방패로 적을 타격하는데, 이 보다 더 무서울 수 없었다.

한 마리의 맹금 같은 눈동자로 상대방을 갉아먹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아직 황금빛으로 물든 그의 신성한 방패는 악마와 계약한 도사에게 충분한 공격력을 지녔다.


“현성 씨! 지금입니다.”


주동진이 방패로 도사를 타격했다.

중심을 잃어버린 도사가 비틀거리며 중심을 다 잡으려 하였지만,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검을 들어 도사의 오른팔을 베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내지른 발을 더욱 깊숙하게 넣어 칼날을 비틀었다.


“자, 잠깐만요···!”


도사의 다급한 외침에 비튼 칼날을 잠시 멈추었다.


“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정신없이 두들겨 맞은 도사의 얼굴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어있었다.


“거짓말이면···”

“제가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벨루가투스 님께서도 용의 힘을 가진 당신을 도와주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도사의 말을 다 믿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두었다.

그는 칼이 칼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것에서 시선을 절대 떼지 않았다.

다 들어가고 나서야 한숨을 푹 쉬며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게 튕겼다.


“오···”


주동진이 작게 감탄했다. 악마와 같던 형체는 사라지고 멀끔한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변한 모습이 궁금하여 물어보았다.


“이게 원래 본모습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면 왜 지금 이 모습을 유지하지 않는 거죠?”

“이 모습을 유지하는데만 해도 상당한 마력이 듭니다. 벨루가투스 님이 허락해 줄 때만, 이 형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군요···”

“여러분들은 일본으로 밀입국하는 것이 목적입니까?”

“그렇습니다.”


인간의 형태로 변한 도사의 웃음은 그리 보기 싫은 모습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잘생기고 매력적인 얼굴이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악마에게 영혼과 몸을 팔았을까 궁금했지만, 구태여 묻진 않았다.


“아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이 제 통제에 잘 따라 주신다면 일본으로 갈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죠. 일본에 두 분 이서만 가실 겁니까?”

“그건 아닌데, 혹시 인원수가 많으면 통과가 불가능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조금 힘이 들어갈 뿐이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힘든 건 똑같은 겁니다.”


도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더니 어둠 속에서도 글씨는 쭉쭉 써냈다.

저게 보일까 싶기도 한데, 내가 그 쪽지를 받아 봤을 때는 상당히 삐뚤삐뚤한 글씨체였지만, 그냥 본인 글씨체인 것 같았다.


“어두워서 조금 알아보기 힘드실 것 같은데, 그래도 볼만하실 겁니다.”


저건 분명 변명이다.


* * *


우리는 그 도사가 정해준 날짜에 나왔다. 부산의 조그마한 항구였는데, 작은 통통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저걸 과연 탈 수 있는 걸까요···”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왼쪽부터 세리아, 이하루, 주동진 그리고 나를 포함한 네 명은 저 작은 통통배를 보고 눈을 질끈 감았다.


“바다에는 해상 몬스터가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그런데 저거는 그냥 그 몬스터가 아가리를 한 번 쫙 벌리면 그냥 먹힐 것 같은데요?”


내 말에 대답한 주동진이 침음을 삼켰다.


“혹시 저희를 바다 괴수의 먹잇감으로 내던지려고 그런 게 아닐까요?”


이하루가 멋쩍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일단 그 도사가 도착하고 나서부터 시작이니까··· 기다려 보죠.”


도사라는 놈은 약속 장소에 한 시간을 지각하여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그에게 불편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아, 어디 도망간 줄 알고 찾으러 올라갈 뻔했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차가···?”

“죄, 죄송합니다.”


변명을 해도 좀 성의 있게 해야지 어디 여기에 운전하는 놈들이 있다고 차가 막힌다고 변명을 하는 건지 말도 안 되었다.


“그런데, 저희 저걸 타고 밀항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원래 은밀하게 기동 하는 것이 밀항에 목적이니까요. 그리고 여러분들이 하시는 일은 또 일본 경무국에게 들키면 안 되는 일 아닙니까? 여러분들이 지낼 숙소까지 알아봤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일행 모두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바라보자 그는 억울하다는 듯이 다시 말했다.


“정말입니다. 믿어주십시오. 그래도 일 할 때는 하는 놈입니다.”

“저희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네 분 다 눈으로 말씀하시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 작은 배로 정말 일본으로 갈 수 있는 거예요?”


도사는 이하루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제일 먼저 대마도를 거쳐갈 겁니다. 대마도를 거쳐간 다음···”

“그 대마도 가는 부근에 거대한 해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데, 너 이 자식 설마···!”


주동진이 발끈하여 도사의 멱살을 잡았다. 그 격한 반응에 도사는 두 손을 번쩍 올리며 주동진의 말에 반박했다.


“우회할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제 말만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해수에게 걸리지 않고도 대마도에 도착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정말이야?”

“그렇습니다. 한 때 일본이 유토피아라는 소리가 있어서··· 그때 한창 일본으로 많이들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손을 좀 거두어 주십시오.”

“믿어보겠어···”


주동진은 의심하는 표정을 지우진 않고, 멱살은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때 때마침 도사의 손목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아, 이제 출발할 시간입니다. 모두 배에 탑승해 주세요.”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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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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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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