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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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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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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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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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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55화 공항에서 생긴 일 (5)

DUMMY

의식의 끈을 놓아버린 현성의 투기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멀리 떨어진 이하루가 뭔가 잘못됐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현성씨···’


그녀는 이러한 힘의 정체를 알고 있다. 전에도 한 번 그 힘 때문에 목숨을 구제한 적이 있었다.

제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현성의 의식은 마음속 깊은 내면에 잠들었다. 포근한 감각에 좀처럼 눈을 뜨지 않았다.

그렇게 드래곤의 힘으로 무장한 윤현성의 전투는 그야말로 양상이 달라졌다.

땅을 가볍게 차는 걸로 보이지만, 윤현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하얀 털북숭이 괴물이 당황하였다.

어디서 공격하는지 보이지 않았던 그의 몸이 기우뚱했다. 윤현성의 공격에 힘줄이 잘린 괴물은 공격당한 쪽을 향해 마구잡이 식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윤현성이 방망이를 쳐냈다. 힘과 힘의 싸움에서 그가 이긴 것이다. 그때로 뛰어올라 앞으로 회전하며 괴물의 오른팔을 떨어트렸다.

오른팔이 쿵-하고 떨어졌다. 그가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실감하게 해 주었다.


괴물은 분노했다. 분노로 잠식된 괴물은 자기를 이렇게 만든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공격을 맞출 수 없었다. 너무 빨랐고, 또한 너무 강하다. 괴물은 포효를 내질렀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크윽···!”


윤현성이 빠르게 접근해 마무리하려던 순간에 엄청난 포효와 함께 몸이 뒤로 밀렸다.

그 소리 하나만으로 주변이 초토화 되어 산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쓸어버렸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괴물의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닌 모양이었다. 윤현성의 목소리를 전과 달랐다. 본인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힘에 잠식당한 그의 영혼은 인격이 아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갈라지는 듯한 목소리 그리고 표정 또한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즐거운 듯 미소 지으며 괴물이 또 움직이길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 * *


의식이 완전히 잠긴 주동진은 악몽을 꾸는 중이었다.

무섭다. 또 두렵다.

어디로 가든 그 괴물이 자신을 쫓아온다. 두려움의 크기가 커질수록 괴물의 크기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졌다.

도망가는 주동진을 한달음에 쫓을 정도로 크기가 커진 괴물이 주동진을 잡았다.


“오지 마! 날 놔달란 말이야!”


하얀 털북숭이에 점을 찍은 듯한 외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딱딱 거리는 괴물의 모습에 주동진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저 모습은 주동진이 어렸을 적 무서워했던 인형의 모습과 똑같이 생겼다.

그렇다.

흑진의 힘은 그들 중 두려워하는 무언가를 실체화했다. 주동진은 그걸 보자마자 패닉에 빠졌다.

아직도 그걸 두려워하고 있는 건가···

자신이 우스웠다. 그래도 두려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주동진은 이를 악물었다. 반격을 하고 싶었지만, 괴물과 정면으로 마주하니 그럴 용기가 샘솟지 않았다.

그 순간 주동진의 뇌리 속에서 무언가 잔상이 보였다. 홀로 싸우고 있는 윤현성의 뒷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현성 씨···’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한심스러운 자신을 보고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었다.

정작 윤현성을 우리들을 위해 저렇게 싸우는 중인데, 어렸을 적 두려워했던 인형 하나로 이렇게까지 두려워하는 게 말이 안 된다.


‘그래··· 두려워하지 말자.’


그가 마음먹은 뒤로 윤현성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약해졌다. 날렵하던 움직임도 둔해지고 또한 상대방을 압도하던 힘 또한 약해졌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윤현성은 그대로 전력질주와 함께 검을 세웠다. 마지막 일격이었다. 반원을 그리는 궤적에 괴물의 몸이 닿았다.

윤현성의 공격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욱 몰아쳤다. 괴물의 살점이 튀었다.

그렇게 수 십 여 차례 공격을 이어나가고 괴물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여기까지다.”


윤현성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이 이야기하였다.

그 순간 날카롭던 눈빛이 잠잠해지며, 윤현성의 인격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고맙다.”


드래곤의 힘은 뚜렷한 성질을 갖고 있었다. 여타 다른 힘과 다르게 자기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특이한 힘이었다.

그래서 잠시 몸을 교대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몸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

괴물은 사라졌다.

윤현성은 한 숨을 쉬었다. 몸을 혹사시킨 터라 상당한 피로감이 느껴졌지만, 아직은 지칠 때가 아니었다.


“현성 씨···”


뒤에서 조시스럽게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윤현성이 뒤돌았다.


“부르셨나요?”

“멀쩡해요?”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이하루는 그가 폭주한 모습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라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에요···”

“주 팀장님은 좀 괜찮으세요?”

“저라면 괜찮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주동진의 눈동자가 살아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 스스스로 패닉에 빠져버리다니.”

“주팀장님이 죄송할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첫 공격을 막을 수 있었으니까요.”


주동진은 씁쓸하게 웃었다. 자기만 알고 있던 사실을 말할 때가 왔다.


“저, 괴물은 제가 어렸을 때 무서워했던 인형입니다.”

“인형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저 인형을 무서워하는 걸 알고 저를 혼내실 때마다 저 인형을 꺼내 들곤 했었죠. 그리고 엉덩이를 맞기도 하고요. 방망이 모양도 그때 맞던 회초리와 비슷했습니다.”

“······.”

“오랜 기억에서 잊고 있었던 기억인데··· 그건 모습을 보니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진시월이 그렇게 들어갈 때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다.

아무것도 믿지 말라는··· 말이 이 뜻이었을 줄이야.

윤현성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주동진을 향해 아무렇지 않다는 미소를 보여주었다.


“괜찮습니다. 주 팀장님이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일단 해야 할 일을 끝내야 했지만, 윤현성은 가까운 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마력을 느끼고 괴물이 쓰러진 자리에 도착했다.

그 자리엔 자그마한 잎이 검은 꽃이 올라온 상태였다. 일행들이 고개를 빼꼼 내밀어 윤현성이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이, 이건···”

“아무래도 흑월화 인 것 같습니다. 두려움을 투영한 상대를 쓰러트려야만 이 꽃을 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윤현성이 꽃을 꺾어보려 했지만, 꽃은 절대 꺾일 기세가 아니었다.

그 말을 듣고 주동진이 꽃을 꺾자, 부드럽게 줄기가 끊어지고 남아있는 줄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 이게··· 흑진의 병을 치료할 흑월화라는 것입니까?”

“그게 흑월화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황상 흑월화 일 것 같지 않습니까?”


윤현성은 주동진이 중얼거리는 것에 대해 대답해 주었다.


“일단 돌아가서 어르신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하루의 말에 대답한 윤현성은 기지개를 켰다. 온몸이 뻐근했다. 부디 시간이 오래 지나지 않아야지 하는 걱정이 든다.

일행은 지치는 것도 잊어버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흑진을 빠져나오는 것도 일이었다. 색을 잃어버린 건 방향 감각을 상실하게 했다. 다행히 윤현성의 감이 좋아 일행은 길을 잃지 않고 흑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윤현성의 일행은 거점으로 돌아왔을 때 무언가 낌새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다. 자연스러운 침묵이 아니라 누군가 인위적으로 그 침묵을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은 정확했다. 왕위파의 세력은 진시월과 류월용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알아냈고, 그들을 습격했다.

그리고 지금 윤현성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몸을 숨기고 기습할 순간을 재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르신!”


윤현성은 쓰러져 있는 진시월을 발견했다. 이미 피떡이 되어 있는 진시월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왕위파가 이곳을 찾아온 것 같군요.”


윤현성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느낌에 의아했다.

사람이 벌써 빠진 건가 생각이 들었지만, 윤현성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곳은 류역진을 숨기는 곳인 만큼 상대방의 기감을 흩트리는 기관진식이 상시 발동하고 있었다.

그래서 윤현성의 기감에서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를 향해 직접으로 노리는 살기를 감지하지 못할 만큼 둔한 건 아니다.

윤현성의 몸이 섬전처럼 상대방을 제압했다. 그의 머리를 찍어 누른 윤현성이 그가 찌르던 팔을 제압하고 그대로 꺾었다.


“모두 조심하십시오!”


그 순간 모든 사람이 윤현성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이 딸려온 류월용의 목에 칼을 들이댄 그들은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비겁하게 인질극이군.”


윤현성은 잡고 있던 놈의 속박을 풀어주었다. 그제야 기침을 토하고 자신의 세력 속으로 깊게 아주 깊게 들어갔다.

뼈에 각인된 것이다 윤현성이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


그들의 중심에 서있는 자가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였다.


“이 녀석이 죽고 싶은 걸 보고 싶지 않다면 흑월화를 넘기라고 하는데요?”


이하루가 그의 말을 통역해 주었다.


“절대 그러지 마 차라리 나를 죽이고 아버지를 살려달란 말이야.”


그 말을 들은 류월용이 발작하며 소리를 고레고레 질렀다.

윤현성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곳은 어떻게 알았지?”


물론 이하루가 통역을 해주니 편하긴 했다.


“어떻게 알긴, 우리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모른 척 넘어간 것이지. 우리도 그 꽃이 필요하거든 흑진 안에서 살아 돌아온 놈은 네 녀석이 처음일 거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 돌아온 것이지?”

“네 쪽에도 흑진 때문에 병에 걸린 사람이 있나?”

“푸흡··· 고작 그딴 곳에 흑월화를 사용한다니 웃기는 녀석이군.”


왕위파의 영원한 이인자, 류산슬.

그는 윤현성의 말을 듣고 그만 웃음이 나와버렸다.


“그게 무슨 소리지?”

“너희는 흑월화에 대한 진정한 힘을 모른다. 이 거대한 힘에 대한 비밀을 말이야. 이건 영약이다. 이걸 먹을 수만 있다면,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닐 거라 확신한다. 자···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 같으니 이 녀석을 살리고 싶다면, 어서 그 흑월화를 넘겨라.”


이하루가 그렇게 말해주었다.


“알겠다··· 흑월화는 넘기도록 할 테니, 일단 인질부터 풀어줘라.”

“그럴 수 없지. 네놈의 신위를 알고 있는데, 우릴 멍청이로 알고 있는 건가? 흑월화가 먼저다. 인질은 나중이야.”

“······.”


상황이 좋지 않게 흘러갔다.


“제발 안 돼··· 그걸 넘기지 마.”


류월용이 잔뜩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차라리 나를 죽게 내버려 두고··· 너라면 가능하잖아 윤현성··· 이 녀석들을 절대 용서하지 말란 말이야.”


그 순간, 류월용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증패 안에서 밝은 빛이 흘렀다.

그 황금빛은 눈부시게 빛났다.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윤현성은 알지 못했다.

왕위파를 상징하는 증패의 힘이 발휘된 것이다. 그렇다는 건 원래 증패의 주인이 죽고 새로운 자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주인은···

왕위파 12대 문주 류역진의 딸.

류월용이다.

그 황금빛의 뜻을 알고 있던 류월용의 표정이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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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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