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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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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62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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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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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DUMMY

미국은 신성 길드에게 맡기기로 하고 우리는 중국 쪽 드래곤을 토벌하기 위해 그 나라로 향했다.

다시 또 중국에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가 중국에 도착하자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왕위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능숙한 한국말을 사용하는 왕위파 사람이 앞으로 나와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겁니까?”


의심하는 건 아니었지만, 말도 없이 찾아왔는데, 우리의 행동을 꿰고 있다는 건 좀 불쾌한 일 일수 있다.


“중국으로 통하는 비행기는 모두 왕위파에서 인원을 관리합니다. 윤현성 님의 이름이 있어서, 확인 차 나온 것뿐입니다. 아가씨가 진짜 윤현성 님이라면 왕위파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저희와 함께 가시겠습니까?”


사람을 저렇게 모아놓고 ‘못 가겠습니다.’하면 뭔가 안 될 것 같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거의 반 강제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알겠습니다. 왕위파에 가겠습니다.”


어쩌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왕위파에서 드래곤을 토벌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좋은 선택입니다.”


그가 다행이라는 듯 웃었다. 그런 웃음을 지으면서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아, 그게 반드시 모셔와야 한다고 아가씨께서 신신당부를 하셔서···”

“아, 그렇습니까? 안 봐도 뻔하군요.”

“예, 하하··· 감사합니다.”


턱-

나는 마지막으로 탑승한 차 문을 닫고 그렇게 왕위파로 출발했다.

공항과 가까워서 왕위파 본산에 도착할 때쯤엔 해가 져서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도착했습니다.”


하나 둘 일행들은 눈을 떴다. 피곤할만하다.


“어, 벌써 도착했나요?”

“이제 내리면 돼요.”


주동진이 기지개를 켜며 스트레칭을 했다


“음, 역시 공기는 맑아서 좋네요.”


이하루 역시 문을 열고 나와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곳에 다시 오게 될 줄 몰랐는데요.”


왕위파와 접선하려고 하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접선하게 될 줄은 몰랐다.


“···현성!”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지 않고도 알았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뭔가 번쩍하며 달려들 것 같아 옆으로 슬쩍 피했다.

류월용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지려던 감싸 안아주었다.


“너무해···!”

“너무한 게 아니라,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그래도 그렇지··· 보고 싶었단 말이야.”

“그, 그래···”


갑작스러운 고백 공격에 정신이 혼미했다.


“그래도 전 보다 표정이 나아 보여서 다행이네.”

“사람들도 잘해주고, 또 어쩌다 보니 이렇게 왕위파의 문주가 되기도 하고 말이야···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표정을 보아하니 그래도 싫지는 않아 보였다. 표정 또한 요즘에는 잘 웃는지 처음 봤을 때 봤던 그늘진 얼굴에서 많이 벗어났다.


“그래도 너 나름, 잘하고 있겠지. 진 할아버지는?”

“아버지랑 같이 바둑 두고 있는데, 굉장히 평화로워. 그보다 무슨 일로 찾아온 거야? 괜히 이곳까지 발걸음 할 사람은 아닌 걸로 보이는데.”


먼저 본론을 꺼낼 줄 몰랐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지금 왕위파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현재진행형 이긴 하지만··· 그녀의 성장은 날이갈 수록 날갯짓에 힘이 들어갈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내 표정을 읽은 것인지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그녀가 등을 돌렸다.


“따라와 들어와서 이야기하자.”


그녀는 우리를 자기의 방으로 안내했다. 옛스러움을 물씬 풍기는 방은 향긋한 나무 향과 따듯한 색감이 배치된 가구에서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차린 건 없지만 그래도 많이 먹도록 해.”


우리가 들어오자마자 음식들이 마구 나오더니 이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가득한 음식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이렇게 음식을 할 수 있는 거야?”

“우리는 왕위파야 어차피 흑진에 영향이 있는 곳은 대부분 대도시 부근이었고, 농경지는 영향이 많이 없었으니 식량 문제는 오히려 전보다 지금이 나아졌다고 볼 수 있지.”


인구가 줄었지만, 더 풍족하게 생활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왕위파는 전통이 깊지만 그 세가 사실 그렇게 큰 것이 아니다. 그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대 종파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땅 중에 흑진의 영향을 받은 땅은 거의 없다 해도 괜찮을 정도로 풍요로운 땅이 대부분이었다.

그건 내가 직접 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문제가 생겼어.”


그 문제에 대해 류월용에게 핵심만 추려서 빠르게 설명해 주었다.


“세계가 멸망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드래곤이 이 땅을 침공할 거야.”

“드래곤이라면 용?”

“그래 용···”

“그렇다면 너희들에게 도움을 줄 순 없을 것 같아.”


뜻밖의 말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부정적인 의사를 들을 줄 몰랐다.

일본부터 시작해서 일이 쉽게 풀리는 걸 못 봤다. 두통이 올라오는 것 같았지만, 일단 침착을 유지하고 그 이유를 물어봤다.


“드래곤이 용이라면 우리는 그 드래곤을 숭배해야 해. 우리는 용의 자식이고 또한 용을 지아비로 모셔야 하는 존재니까.”

“류월용··· 너희들이 생각하는 용은 그런 존재들이 아니야 오히려 사악하기만 할 뿐이야. 그들은 이 땅을 멸망시키려고 한다고.”

“그렇다면, 그 뜻에 따를 수밖에 없어.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면 안 되는 거잖아.”


중국이 최대의 복병이 될 줄 몰랐다.

류월용을 똑바로 쳐다봤다.


“만에 하나 너희들이 말하는 지아비를 우리가 죽이겠다고 말한다면?”

“글쎄··· 그건 꼭 말로 해야 할까?”

“정신 차려 류월용···”

“너, 내 이름에 왜 용이 들어가는 줄 알아?”


이름까지 걸고 넘어갔다.

사실 생각 안 한 건 아니지만, 정말 그 이유까지 들먹일 줄이야.


“알아. 안다고 하지만, 드래곤은 꼭 죽여야만 해. 제발 정신 차려···”

“내 정신을 멀쩡해. 오히려 내가 뭘 해야 할지 아주 냉정할 수 있었어. 고마워 현성아.”


무서울 정도로 급랭해진 분위기 속에 우리가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은 뜨거웠다.


“나가 줄래?”

“너 뭐야··· 너 정말 류월용 맞아?”

“그래 내가 맞아. 하지만 고마워, 우리들의 아버지가 이 땅에 찾아온다는 것을 알려줘서.”

“정신 차려 죽고 말 거야. 그게 드래곤의 뜻이라는 걸 알면 그렇게 할 셈이야?”


류월용의 눈동자는 무서울 정도로 신념에 가득 차있었다.

내 질문에 이어질 대답을 듣기 무서울 정도로 말이다.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들은 그분의 자식이야. 자식은 곧 부모의 뜻을 따라야 하는 법 아니겠어? 그러지 말고 너도···”


그녀는 내게 뭔가 말을 이으려고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너한테 설명해 봤자 우리들은 서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거야.”

“그렇지··· 네 말이 맞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허튼수작 부릴 수 없도록 너희들을 잡아두는 수밖에 없겠다. 그렇겠지?”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복도에서 이어지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렸다.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정말 죽고 싶지 않다면.”

“현성 씨 선택 하셔야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저희들은 잡히고 말 겁니다.”


주동진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사뭇 날이 서려 있었으나,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단 이들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좋은 선택이야.”

“윤현성 씨···!”

“지금 여기서 전투를 벌인다고 해도 이길 수 있겠지만, 저희들의 전력 손실 또한 막대할 것으로 봅니다. 지금은 그저 저희가 한 발 무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류월용은 내 선택에 웃었고, 주동진은 내 말에 반박하려 했다.

하지만 주동진이 반박할 수 없게 만들었다.


“주 팀장님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세요. 우리는 넷입니다. 그리고 저 밖에 있는 사람은 최소 수 백 이상··· 싸우면 지진 않을 겁니다만, 다음 싸움을 이어 갈 체력이 없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내 말을 듣고 나서야 그는 방패를 내렸다.

그리고 분하다는 표정으로 사납게 류월용을 노려 봤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안타깝잖아요.”


끊임없는 발소리가 뚝 끊겼다. 그리고 불쑥 문이 열렸다.


“이 자를 모두 끌고 가 감옥에 가둬 놓으세요.”

“명을 받들겠습니다. 문주 님!”


그들은 우리를 포박하진 않았다. 우리도 항의를 포기하고 순수히 지하 감옥으로 들어갔다. 축축하고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시큼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우리는 서로 말없이 감옥에 들어가 각자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 어떻게 하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저희들이 가져온 소지품 또한 저희 수중에 없습니다.”


주동진이 답답한 듯 얼굴을 쓸며 말했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세리아 언제 드래곤이 등장하는지 정확한 때를 알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직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곧 내려올 거예요. 드래곤의 기운이 조금씩 거대해지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감옥의 눈치를 살폈다.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혹시 몰라 작게 소곤거렸다.


“드래곤이 등장할 땝니다. 저희가 움직이는 시기는 일이 이렇게 꼬여버릴 줄은 몰랐네요. 상황 판단은 그때가 되면 하는 걸로 하죠.”


* * *


류월용은 하늘을 보았다.

푸른 하늘이다 마치 꿈속에서 본 푸른빛으로 찬란한 빈늘처럼.

처음에 윤현성의 말을 모두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밤 그녀는 말도 안 되는 꿈을 꾸었다.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으로 변해 자기에게 ‘곧 찾아갈 테니 준비하라.’라는 꿈을 꾸었다.

그날부터 그녀는 변했다.

정말 아버지를 극진하게 모시는 딸처럼 드래곤을 향해 재를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날이 가면 갈수록 깊게 드래곤을 향해 깊이 빠져갔다.


“아아··· 언제 오시는 건가요···”


류월용의 눈동자는 푹 빠져 익어 들어갔다.

오늘도 하늘을 바라보며 목이 빠져라 망부석이 될 것만 같았다.

비가 와도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용이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오늘도 추적추적 비가 오는 하루종일 내리는 하루가 될 것 같았다.


“아아아···!”


먹구름이 걷힌다.

그때가 다른 날보다 훨씬 이상한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녀의 머릿속에서 강렬한 느낌이 왔다.

아버지가 오시는 거라고.

걷히는 먹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내려왔다. 그 빛은 무지개를 만들어냈고, 그 빛살을 내리 맞으며 구름을 타고 내려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그는 류월용이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월용과 그녀의 옆에 서서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뼈를 울리는 전율이 돋게 만들었다.


“오셨습니까···”


그녀가 조신하게 허리를 숙이며 그를 향해 인사하였다.


“그래 내가 왔느니라. 너는 꿈속에서 본 그대로 아름답구나.”

“아버지의 푸른 머리칼도 꿈속에서 본 비늘처럼 아름답나이다.”

“고맙구나. 내 당장 확인 해야 할 것이 있는데, 나를 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겠느냐?”


그는 고운 입술을 삐쭉 올리며 류월용에게 말했다.


“당연하다이다. 지금 당장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나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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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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