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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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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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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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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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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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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77화 갈등 (3)

DUMMY

흔히 천지가 개벽한다는 소리가 있다.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오고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린다.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경외심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 주홍빛 하늘 아래로 천사들이 내려왔다.

과연 그들을 천사들이라 할 수 있을까. 이들은 세상에 종말을 내리기 위한 지옥의 사자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 턱이 없는 사람들은 그저 구원의 손길을 나에게 내밀어 주길 기도할 뿐이었다.

그들은 하늘을 빼곡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 내려왔다. 움직이지 않고 세상을 내려보며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게 뭔가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자들이 내려왔어요.”


이하루는 몸을 떨었다. 그게 무슨 소리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죠? 저들을 막을 수 있나요?”


그녀는 세리아에게 물었다. 하지만 세리아 또한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아주 확실한 방법이 존재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잖아요. 맞서 싸우는 수밖에.”


세리아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잔꾀도 기교도 통하지 않는 신의 사자들이다.

또한 그녀는 먼저 한성우를 만나러 간 윤현성이 그를 처치했기를 바랐다.

그렇다면 승리를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헛된 망상입니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실패했습니다.”


위스프넨이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이들에게 말했다.


“그걸 어떻게 알죠?”


이하루는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여 위스프넨의 말에 대꾸했다.


“바람이 제게 말해주었습니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실패했어요. 그리고 그 자를 쫓고 있습니다만···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죠.”


위스프네는 하늘의 사자들을 올려봤다. 드래곤의 눈에는 이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보였다.

모두 무표정에 감정이 없는 얼굴들이었다. 마치 인형 같은 모습으로 그저 오른손에 쥔 창을 들고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인간들은 들어라!]


여섯 개의 날개를 갖고 있는 천사가 중간쯤 내려와 소리쳤다.


[그대들의 죄는 이미 밝혀졌다. 탐욕과 시기 그리고 질투 너희들이 가진 죄는 이미 심판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니 심판의 창으로 그대들의 죄를 속죄하노라.]


근엄 있는 목소리가 이 땅 아래 울려 퍼졌다. 사람들의 안색이 점점 변해갔다. 지금 이 말의 뜻을 이해한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심판의 창은 도망가는 자의 심장에 정확하게 꽂혔다. 도망가던 사람은 심장이 그대로 뚫려 죽고 말았다.


[심판은 피해 갈 수 없다. 너희들에게는 심판이 곧 구원일지니··· 찬사들이여 이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내려주거라.]


천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위스프넨의 몸이 하얗게 빛을 내면서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가 날갯짓으로 바람을 일으켰다. 그녀의 일으킨 바람은 보통 바람은 아니었다. 바람 하나하나가 치명적인 칼날을 갖고 있는 그런 바람이었다.


[기어코 인간들의 편에 서는 가 위스프넨이여···]


여섯 날개의 천사가 그녀를 한심하게 내려보았다.


“당신들의 곁에 있는 것보다 인간들 곁에 있는 게 훨씬 나은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 누구도 저를 구속할 순 없어요.”


여섯 날개의 천사가 차갑게 미소 지었다.


[역시 자유와 바람의 위스프넨이로군. 우리들의 신은 너를 죽이지 말라고 하였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신의 뜻에 거역하는 자. 죽어야 하느니라.]


그 말은 듣던 위스프넨이 어이없는 웃음을 보였다.


[뭐가 웃기지?]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니 그냥 웃긴 걸 어떡합니까··· 신의 뜻을 거역하는 자는 죽어야 하는데, 저를 죽이면 당신 또한 신의 뜻에 거역하는 자가 될 테니까요.”


그는 위스프넨 무슨 말을 뱉을지 궁금했는데, 별게 아니라는 걸 안 순간 차갑게 조소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 또한 알고 있으니, 너를 죽일 수만 있다면 나 또한 기꺼이 목숨을 내놓도록 하지.]


여섯 날개의 천사의 검 끝이 위스프넨을 향했다.


* * *


쉬지 않고 달렸다. 한성우를 쫓기 위해 파이로스의 폭발적인 마력을 그의 속도를 따라 잡기에 충분했다.

뒤를 슬쩍 바라본 한성우가 걸음을 멈추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쯤이 좋겠군···”

“나를 유인한 거냐?”

“좋을 대로 생각하시길···”

“정신 차려 한성우! 네 정신을 신에게 바칠 정도로 너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잖아!”

“소용없다. 이미 이 녀석의 정신은 저 수면 아래로 떨어졌으니 말이다. 아마 평생 깨어날 일도 없겠지.”


그는 여유롭다는 듯이 웃었다. 나 또한 느낀다. 한성우의 내면 속에 그가 잠들어 있다는 것을 그런데 꼭 그를 죽여야만 하는지 내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생각이 너무 많아!”


그 순간 살기가 감돌았다. 자세를 낮게 숙여 공격을 피했다. 그 여파에 귀가 먹먹할 정도의 강풍이 불었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 다음 공격에 대응하려고 했지만, 한성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군. 검은 이렇게 사용하는 거군··· 이 녀석을 조종하는 건 어려운 일 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그가 뭐라 중얼거리더니 이내 한성우가 눈을 감았다. 그 시간은 아주 잠깐 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본연의 것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다가갈 수 없었다. 나를 향한 막대한 적의 그걸 알고서 그를 살펴보기 위해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아직 정신 조종 상태인가···”


[너를 죽이라는 아주 강력한 암시를 걸었다. 어떤 짓을 해도 네놈이 죽을 때까지 암시가 풀리지 않을 것이야.]


허공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들으나 마나 그 자식 목소리였다.


“골치 아프게 됐군···”


한성우가 천천히 걸어오는 듯싶더니 어느새 내 눈앞에 당도했다.

이 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한성우가 휘두르는 검과 내 검이 만났다. 큰 힘이 부딪히고 주변이 파괴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지형지물이 파괴되는 것까지 신경 쓰면서 싸울 겨를이 없다. 이 녀석과 마주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힘이 소모되고 있으니까.


“내가 아주 괴물 같은 놈을 만들어놨어···”


순간 힘을 빼며 검을 비틀었다. 서로 어긋난 검이 다시 서로의 심장을 찾았다.

하지만 내가 조금 더 빨랐다. 한성우는 검을 들어 내 공격을 막았다. 힘을 더 주면 녀석이 던진 미끼를 문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힘을 더욱 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수가 나오지 않았다. 힘을 이용할 줄 아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성우가 내 중심을 흩뜨렸다. 중심을 잃는 척하는 건 쉬웠다. 그다음에 들어오는 공격이 무지막지하니 그렇지.

콰앙—!

더는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거의 동시에 검에 마력을 입혔다. 검강 혹은 오러 블레이드라는 것이다.


“너 역시 갖고 있었구나.”


그는 멍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기만 한다. 내 검에서도 역시 같은 오러 블레이드가 생성되었다.

녀석의 색은 황금빛이고 내 색은 붉게 타오르는 중이었다.

한 번에 쭉 밀려나 거리가 벌어진 것을 천천히 걸어가 좁혔다.


“언제 한 번 너와는 싸우게 될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죽기 살기로 싸우길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한성우가 사라졌다. 이제 이런 수법은 너무 많이 당해서 통하지도 않는다.

뒤로 돌아 녀석의 검을 막았다.


“안 그러냐? 너도 나와 싸우고 싶었잖아.”

“시끄럽다.”


녀석이 대답했다. 그 순간 놀라서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작은 틈은 나를 날려 버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는 신의 사도··· 나는 너를 죽이고 신의 뜻으로 이 세상을 멸망시킬 것이다.”


시야가 어둡다. 잔해가 무너져 깔린 것일까. 다행히 내가 있는 공간만 나를 뒤덮지 않았다. 손을 뻗어 잔해를 치웠다.

주홍빛 하늘이 보인다. 이제 마지막인데, 참 마무리가 하기가 힘들다.


“그래, 너 역시 싸움을 하고 있는 거구나. 너만의 싸움을···”


나를 죽일 수 있음에도 베지 않고 날려버렸다는 건 아직 죽이는 걸 망설이고 있다는 뜻이 된다.

검을 맞대 보면 말로 표현하지 않는 걸 알아채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이 녀석은 나를 죽이는 걸 망설이고 있었다.


“와라! 몇 번이고 되받아 쳐주마. 그러니까 정신 차리면 한 턱 쏘라고.”

“허튼소리! 나는 너를 죽일 것이다.”


콰드드드드득——

서로의 검이 다시 맞물렸다. 이로써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녀석은 수면 위로 올라오기 위해서 발버둥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너는 아직 정신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 한성우! 깨고 올라와라 그때까지 얼마든지 네 공격을 받아주마!”

“웃기는 소리 하지 말란 말이다!”


콰아앙—

이번엔 맞댈 수 없었다. 마력이 너무 강대하기 때문에 저 공격에 맞다가는 그대로 절멸할 수도 있었다.

녀석은 나를 끝까지 추격했다.


“언제까지 도망만 다닐 거냐!”

“네 정신이 깰 때까지. 너는 할 수 있다. 원래 넌 무신론자잖아.”

“웃기는 소리 나는 신의 사자다. 나의 신은 곧 이 세계를 멸망시킬 것이니라!”


한성우의 공격을 날카롭고 매서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공격은 더욱 단조로워지고 동작이 커졌다.

녀석이 휘두르는 품을 파고들어 어깨를 들이밀었다. 가벼운 공격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녀석이 달려오는 힘과 내 힘이 맞부딪혀 생각지도 못한 고통이 느껴질 것이다.


“커억—!”

“정신 차려라 한성우. 지금의 너는 네가 아니야.”

“웃기지 말란 말이야··· 나는 너를 죽이고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부딪히는 탓에 움직임이 굼떴다. 내 눈에는 그저 허우적거리는 모습으로 보였다.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마력을 가진 공격을 방심했다가 그대로 골로 갈 수 있었다.


“정신 차려···! 성우야!”


목소리였다. 얼핏 들어봤던 목소리다. 상당히 멀리 왔을 텐데 여기까지 쫓아온 것이다.

그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본 한성우가 거슬린 다는 듯이 그녀를 쫓았다. 네 생각대로 하게 둘 순 없었다.

콰앙—!


“···여기 까진 왜 쫓아온 겁니까?”


검을 맞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잔뜩 마력을 입혀 그를 밀어냈다.

뒤로 쭉 밀려난 녀석이 내가 무너트렸던 잔해 속으로 들어갔다.


“이걸 건네주러 왔어요. 이거라면 정신 차릴 수 있을 거예요.”

“···그게 대체 뭡니까?”


알이 큰 반지다. 한데 어떤 눈으로 보나 이건 그냥 문방구에서 파는 싸구려 보석 모양의 반지였다.


“미래에 대한 약속이요.”


이지혜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스쳐 지나가며 그 반지를 올려 보였다.


“이거 기억나? 나 이거 아직도 갖고 있단 말이야. 너와 했던 약속··· 나는 잊지 않았어. 너도 잊지 않았겠지? 성우야··· 제발 정신 차려···”


잔해가 부스럭 거리며 손이 툭 튀어나왔다. 그가 주먹을 쥐자 폭발하듯 잔해가 사방으로 터져 나왔다.


“아무래도 화가 난 거 같은데요?”


한성우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나는 그녀의 목덜미를 당겼다. 녀석이 노린 궤적이 정확히 그녀의 목을 노렸다.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줄 알았나? 흔들렸던 건 사실이지만, 나는 위에서 모든 걸 지켜보고 있다네.]


다시 리셋이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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