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47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25 19:00
조회
24
추천
2
글자
11쪽

079화 최종장을 향하여 (2)

DUMMY

한성우가 열어준 문과 위스프넨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갔다.

흰색의 구름 위를 밟을 수 있었다. 흔히 인간들은 색으로 선과 악을 나눈다. 하얀 것은 선하고 청결하며 그 반대의 색, 즉 검은색은 악하고 불경스럽다.

누가 그런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선과 악을 선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아주 멍청한 사람이 틀림없다.

아무리 봐도 이 하얀색이 악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들의 속내는 그저 이 어두컴컴한 세상을 정화하기 위한 선택일지 모르나 우리들에게는 내일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그런 문제를 너희들이 선택할 순 없을 것이다.


“결국 이곳까지 올라왔구나··· 정말 인간들은 너무나도 끈질기다··· 하지만 인간의 몸으로 이곳까지··· 아니지아니지.”


그나 입꼬리를 비틀면서 나를 비웃었다.


“더 이상 너는 인간이라 보기 어려울 것 같군··· 드래곤보다 진한 드래곤의 피를 이은 인간을 과연 인간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신경 안 써 그딴 건···”

“글쎄, 과연 네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여도 일이 끝나면 너는 그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다. 그들은 너를 두려워할 것이고 너를 배척할 것이다. 그리고 너는 같은 인간에게 배신당할 운명인 것이지.”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내 힘은 더 이상 인간의 상상을 벗어난 힘이 되어 버렸다.

그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 녀석의 말처럼 나를 배신하고 내 등 뒤로 칼을 꽂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저 아래에 내 소중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다면, 등 뒤에 칼이 꽂혀도 상관없거든. 그리고 나한테 맡겨준 짐이 많아서 어깨가 많이 무겁단 말이지···”

“역시··· 네 녀석도 별 수 없는 인간이로구나.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대의를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니 말이야. 나는 지금 이 세계의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 이 세계는 너무나도 악에 절어있는 상태지 내가 왜 이 세계에 이런 시련을 주었는지 모르나 보구나.”


그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 무지를 탓했다.


“그게 뭐지?”

“나는 인간들의 협동을 원했을 뿐이다. 이런 세계가 지속된다 하여도 이들의 결속력만 있다면 어떤 역경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됐지. 하지만··· 지금 이 꼴을 보거라. 이들이 과연 결속을 보여주었느냐? 웃기지 마라··· 이들은 서로의 것을 탐내며 본인이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결국 이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니라.”

“그럴듯한 설명이로군···”


그는 화색 하며 두 팔을 벌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나와 함께 이 세계를 올바르게 만들자꾸나! 너와 나의 힘이라면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며 내 생각과···”


타앙——

긴 총성이 널리 퍼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기의 이마를 어루만졌다.

신도 피를 흘릴 수 있다는 점···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그딴 건 필요 없다. 내 15년짜리 총알에 맞은 기분이 어때?”


그의 표정이 점점 분노로 물들고 있었다. 조금씩 흘러나오던 피가 멈췄다.


“그것도 모르느냐? 신의 권능 또한 시공간의 힘이라는 걸···”

“알지··· 내가 왜 모르겠나. 내가 처음으로 발락스를 죽였을 때 너는 나와 만나려고 했을 거니까. 하지만··· 그건 발락스의 방해로 내가 이곳으로 떨어지고 말았지. 발락스는 애초부터 너를 싫어했으니까.”

“건방진 도마뱀 따위가 감히 신의 자리를 넘보는 것인가? 하지만 지금은 발락스도 파이로스도 없다. 그리고 포슬란도 없지. 이를 의미하는 바가 아직도 무엇인지 모르느냐!”

“모르지··· 그런데 그들의 힘은 곧 나의 힘이라는 사실을 잊었나?”


이제 더 이상 힘을 감출 필요도 없었다. 내 모든 힘을 쏟지 않는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시작부터 진심으로 가야 한다.

솔직하게 못 돌아갈지도 모른다. 아니 못 돌아갈 확률이 더욱 높다. 그걸 알면서도 그들은 나를 보내주었다.

그 마음과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여기서 쓰러질 수 없었다.


“미련한 것 고작 그 따위 힘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느냐?”


그는 힘을 펼치려 했지만, 손을 뻗어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내 주먹은 멈추지 않았다.

쩌억——

손 끝에서 짜릿한 느낌이 전해졌다. 아직 이게 끝이 아니다. 모든 힘을 쏟아내는 내 주먹은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양손의 주먹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반격··· 그딴 건 개나 줘라··· 나는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하아아압!”


기합과 함께 내 모든 힘을 쏟아부은 주먹이 그대로 신의 안면에 제대로 꽂혔다.

그는 내지른 힘의 방향 그대로 날아가며 모습이 사라질 정도로 멈출 생각 없이 날아갔다.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이런 게 바로 압도적인 힘이라는 건가?”


그는 살아있었다. 그 멀리서 여기까지 단 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렇다면 나도 보여주도록 하지.”


그 말을 끝으로 주먹이 내 복부를 뚫을 듯이 쏘아졌다.

순간 복압을 이기지 못하고 피가 튀어나왔다. 엄청난 힘이다. 이걸 두 번 맞았다가는 목숨이 간당간당할 것 같았다.


“그게 아니지.”


그는 내 방어하는 팔을 치웠다. 그것도 너무 쉽게 말이다.

또 한 번 격통이 밀물처럼 흘러 들어왔다. 너무 고통스러워 눈이 잘 떠지지 않고 뜨고 봐도 검은 배경 밖에 보이지 않았다.

구름 위를 쭉 미끄러졌다. 머리에선 일어나라고 수도 없이 명령했지만, 몸은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왜 이러지? 고통스럽나? 그 고통의 선택도 다 너의 뜻이지 않나? 인간이 신에게 도전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 너는 내 신성에 큰 타격을 주었다. 발락스의 그 힘은 도대체 무엇이지?”

“글쎄 그건 나도 모르지··· 여차하면 발락스한테 물어보라고···”

“그럴 수만 있다면 좋으려만, 애석하게도 발락스는 그러한 상황이 아니라서 말이지. 하지만 네 몸 안에 잠들어 있는 발락스를 깨운다면, 지금 내 신성체에 일어난 변화를 물어보는 게 좋겠구나.”


효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으니 그럴 수밖에.

다른 이들의 미래를 보고 그들의 운명을 선택하고 또한 강요하는 자리에서 지금 그는 자기의 미래를 볼 수 없을뿐더러 운명 또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이란 소리다.


“네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으냐!”


그의 신경질 적인 발길질에 몸은 더욱 뒤로 날아갔으나, 어째서 인지 몸에 힘이 들어간다.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내 몸을 움직여주었다.


“신도 두려움을 느끼는구나.”

“불경한 것!”


그가 다시 한번 신경질적으로 발을 날렸다.

턱—

그 날아오는 발을 잡아내어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그 위를 올라타 그대로 주먹을 갈겼다.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한쪽 눈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감각으로 두 팔을 휘두를 뿐이었다.


“그래 네놈도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기분이 어때! 네놈이 경멸하던 인간에게 두들겨 맞는 기분이 말이야! 신의 최후가 ‘인간한테 두들겨 맞았 죽었다.’라고 소문날 수도 있겠군.”

“이이이—— 건방진!”


그가 내 몸을 밀었다. 강한 힘에 의해 강제로 그에게서 떨어져야 했다.


“도대체 내 몸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말이다! 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기운은 뭐지?”

“너를 죽이기 위한 물건은 아니었지만, 어찌저찌 효과는 있었나 보군···”

“정말이지··· 신성체로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너 때문에 흥이 다 식어버렸다. 인간이여 이제 그만하도록 하지 여흥은 여기까지다.”


여흥이라···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

더는 손가락 까딱할 힘도 없다. 이제 여기서 편하게 죽음을 기다리기만 하면 될까.

정말 그러면 되는 것인가···

뭐 하나 제대로 선택할 수 없는 놈이 무슨 영웅이라니··· 나밖에 없다느니 하는 것이냐.

차라리 이 자리에 네 놈이 있었더라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터인데.


“현성씨···!”


모두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아—— 꿈이라도 꾸는 건가. 차라리 잘 되었다. 모든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이 눈을 감고 뜨면 그때의 방구석에 처박히고 살던 나로 되돌아갔으면 좋겠다. 그 빌어먹을 큐브가 없었던 그때로···


“정신 차리세요!”


내 몸을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몽롱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모두··· 여기는 어떻게?”

“위스프넨 님께서 저희를 이곳으로 안내해 주셨어요.”


머리를 움직일 순 없어서 눈만 움직여 위스프넨을 찾았다.


“꼴이 말이 아니로군요. 드래곤 슬레이어.”

“그런 말 말고 이름으로 불러주시죠···”

“입은 살아있는 걸 보니 아직 살만한 것 같아 보입니다.”

“이 꼴이? 농담도 지나치십니다.”


위스프넨은 희미하게 웃으면서 손을 뻗었다. 시원한 바람이 전신을 간지럽혔다.

그 느낌에 순간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제대로 움직인다. 곧 정상적으로 돌아온 몸을 보고 위스프넨에게 머리를 숙였다.


“고맙습니다.”

“감사 인사는 됐습니다. 결국 놈은 도망쳤군요.”

“신성체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앞으로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좋겠군요···”


‘이제 싸움은 지긋지긋하다.’


‘여기서 종지부를 보자.’


위스프넨은 아직도 희연 미소를 띠며 내게 말했다.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세요. 당신은 이길 수 있습니다. 발락스는 여기까지 본 것 같군요. 그다음을 그리는 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드래곤 슬레이어 윤현성이여···”

“그렇군요···”


눈을 감은 위스프넨의 주변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시원한 바람은 무언가를 끌고 왔다. 검은 검집에 검이 내 앞에 둥실 거리며 뜨는 중이었다.


“안 집고 뭐 하세요?”

“이 검은···”

“여기까지 본 발락스가 만든 최후의 검입니다. 시공간의 검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저 앞에 당신이 원하는 게 있을 겁니다. 가서 찾으세요. 그리고 원하는 걸 손에 쥐어요.”


검을 잡았다. 발락스의 힘과 내가 쥔 검이 서로 공명하며 서로를 끌어당겼다.

지금이야 말로 저 녀석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내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 싸움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여기는 우리에게 맡기세요! 그리고 다시 봐서 다행이에요.”


해맑게 웃는 이하루의 웃음을 보고 더없이 힘이 솟구쳤다.


“모두들··· 감사했습니다. 솔직히 마지막이라 생각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다시 한번 일어서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을 업고 나는 또 나아간다. 이번엔 조금 다를 것이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자 길을 막는 천사들이 보였다.

이하루의 마법이 나한테 붙는 천사를 막아 세웠다. 그들의 힘을 믿고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 길에 나를 막아서는 천사들은 없었다.

저 문 너머에 뭐가 있든 나는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지 않을 것이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다려라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거니까.’ㄱ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082화 최종장을 향하여 (5) 23.04.28 28 1 12쪽
81 081화 최종장을 향하여 (4) 23.04.27 21 2 12쪽
80 080화 최종장을 향하여 (3) 23.04.26 28 2 12쪽
» 079화 최종장을 향하여 (2) 23.04.25 25 2 11쪽
78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23.04.24 23 2 12쪽
77 077화 갈등 (3) 23.04.23 23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8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8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2 2 12쪽
70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23.04.16 29 2 12쪽
69 069화 결전을 향해서 (3) 23.04.15 30 2 12쪽
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3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64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59 059화 다시 만난 드래곤 (3) 23.04.05 47 2 12쪽
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56 056화 공항에서 생긴 일 (6) 23.04.02 47 2 12쪽
55 055화 공항에서 생긴 일 (5) 23.04.01 44 2 12쪽
54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6 2 11쪽
53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23.03.30 55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