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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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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4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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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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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065화 파이로스 (3)

DUMMY

윤현성은 눈을 떴다.

정지되었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눈앞에 적을 봤다.

파이로스는 한눈에 봐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걸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정지하면서 육체는 구속할 수 있었어도, 그의 높은 영혼의 격까지 구속할 순 없었다.

파이로스는 그 부분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원래 발락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인간과 무슨 작정인지는 몰라도 파이로스는 그들이 상당히 눈에 거슬렸다.


“무슨 짓을 하고 온 건지 모르겠군.”

“너를 없애려고 특급 회의를 좀 하고 왔거든. 그래서 좀 늦었다. 미안하다.”

“특급 회의라 말을 참 재밌게 하는 군, 그러다 자기 죽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우리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데. 나는 오늘 질 거 같지 않아서 말이야.”

“···거슬린다. 정말 거슬려. 안 되겠다.”


파이로스의 신형이 사라졌다. 바로 윤현성의 앞에 서 공격하였다.

하지만 파이로스의 생각과 다르게 윤현성은 그가 사라지는 걸 제대로 보고 대응했다.


“···막아?”


파이로스는 힘을 주었다. 한낱 인간일 뿐이다. 우연이라 생각하며 막힌 공격에 더욱 힘을 실었다.

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을 너무 주어 팔이 떨리는 모습을 보였다.


“너 이 자식이···”


파이로스가 뭐라 말하려고 할 때, 윤현성은 그대로 반대쪽 팔로 그의 손을 쳐냈다.

잠시 휘청거린 파이로스를 걷어 차자 그의 몸이 쭉 뒤로 밀려났다.

발에 느껴지는 감각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윤현성은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는 드래곤.

파이로스는 아무렇지 않게 옷을 툭툭 털면서 상당히 화난 표정으로 윤현성을 노려봤다.


“정말이지 거슬리는 건 발락스와 견주어도 꿇리지 않는구나.”

“칭찬일까 욕일까···”


윤현성은 주체 못 할 힘이 넘쳤다. 몸은 가볍고 힘은 몇 배로 상승했다.

지금이라면 파이로스와 대적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현성의 몸에서 거부감을 일으키던 발락스의 힘이 더는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윤현성의 신체에 동화되어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칭찬이든 욕이든··· 이 자리에서 네놈이 죽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화륵-

그의 손에서 불꽃이 형성되었다. 윤현성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서도 느껴지는 열기에 인상을 찌푸렸다.

타닥-!

파이로스가 발을 뗐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파이로스의 공격은 날카로웠다.

파이로스의 공격이 윤현성의 방어에 막혔다. 하지만 느껴지는 열기를 막을 순 없었다. 공격을 방어함과 동시에 파이로스의 불꽃은 어느새 창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앞으로 전진하며 불꽃을 뿜어대는데 앞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검을 녹일 것만 같았다.


“내 창은 모든 걸 녹일 수 있다. 그에 비해 어디서 얻어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 검은 특별한 능력도 없는 무능한 검이지.”


윤현성이 쥐고 있는 검은 모양이 투박해 보이는 어디서 주워 왔다 해도 믿을 정도로 볼품없는 검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파이로스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보기에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이 검은 발락스의 어금니였다.


“그럼 어디 한번 녹여보던가···”


말은 호기롭게 하고 있지만, 거리를 좁힐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드리는 군.”


그런 윤현성의 모습을 비웃으면서 파이로스는 연속으로 창을 세 번 찔렀다.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창날을 모두 피할 순 없었다. 창날이 피부를 스쳤는데, 베여서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베임과 동시에 상처를 지져버렸다.

그 뜨거운 열기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윤현성은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아까와 같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로 갔느냐 말이다! 뒤로 도망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면서!”


파이로스의 분노로 가득 찬 말에 윤현성은 다급하게 창날을 쳐냈다.

그 순간 미약하게나마 보이는 것이 있었다.


‘불꽃이 멈췄다···’


어느 정도 감이 오기 시작했다. 이 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그리고 파이로스를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점점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미묘한 차이를 파이로스 또한 느낄 수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럴 시간에 확실하게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공격을 강행할 뿐이다.

창을 돌리면서 강렬한 불꽃을 만들었다. 돌리면 돌릴수록 그 열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졌다.


“아까와는 다를 것이다! 이 공격으로 네놈을 재도 남기지 않고 없애 주마!”

“······.”


윤현성은 대답하지 않고 정신을 집중했다. 마력을 끌어올렸다.

강렬한 불꽃과 비교하자면 이쪽의 마력은 우스워 보였지만, 그래도 마력의 아지랑이가 조금씩 모습을 보였다.

둘의 마력이 격돌했다. 하나는 지옥의 겁화처럼 뜨거운 불꽃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리도록 차가운 성질의 마력이었다.

윤현성의 마력이 곧 칼날이 되어 파이로스의 불꽃과 함께 뒤섞였다. 그 순간 불꽃은 동영상의 재생을 멈춘 것처럼 고요하게 정지됐다.


“무, 무슨···!”


아주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창날을 손에서 떼어놓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윤현성의 발차기가 파이로스의 손목을 쳤다. 파이로슨느 혼란과 동시에 찾아오는 고통에 창을 놓치고 말았다.


“이 자식이!”


그의 강렬한 눈빛이 윤현성을 보았을 때 튀어 오르는 선혈이 윤현성의 얼굴을 가렸다.

가슴에 두 개의 선혈이 그어졌다.


‘지금이다.’


윤현성은 비틀거리는 파이로스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준비했다.


<용아일섬>


윤현성은 파이로스의 목을 노릴 셈이었지만, 그가 본능적으로 움직여 피한 탓에 오른팔을 가져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끄아아아아악!”


파이로스가 고통스러워했다. 그의 피부가 급격하게 쪼그라들면서 폭삭 삭아버렸다.

칼날에 닿은 곳에 시간을 가속하거나 멈출 수 있는 발락스의 권능이었다.

크르르-

파이로스가 짐승 같은 소리를 냈다. 그는 머릿속이 분노로 가득 찼다. 한낱 인간에 팔을 내준 것이 그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내 반드시 너를 갈가리 찢어버리겠다.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야.”



파이로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는 걸 느낀 윤현성을 신경을 바짝 세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이로스의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언제 바짝 다가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접근한 파이로스가 주먹을 내질렀다.

윤현성은 무방비한 상태로 반응할 수도 없었는데, 그 한 방에 몸이 쭉 날아갔다.

파이로스는 윤현성이 날아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파이로스는 뒤이어 깍지를 낀 주먹을 그대로 내리찍었다.

힘의 방향을 바꾸어 이번엔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빠르게 움직였다. 파이로스는 손목을 걷어 차인 것처럼 그대로 윤현성을 걷어찼다.


“후우··· 이제야 좀 화가 가라앉는구나.”


단 세 번의 공격으로 윤현성의 몸을 너덜너덜하였다.

날아간 자리를 비틀거리며 일어난 윤현성은 완전히 넝마가 되어버렸다.


“그러게 왜 깝죽거리고 그래. 진심을 다해 패버렸잖아.”


파이로스는 그런 윤현성을 비웃었다.

그 꼴이 보기에 시원했던 것이다. 그는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다 끝났냐?”


윤현성은 그러면서도 기세에 밀리지 않았다.


“도대체, 그런 용기는 어디서 나오는 건지 모르겠군···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이.”

“글세, 세 번은 버텼으니까 세 주먹이라고 해야지 안 그래?”

“개새끼가···”

“용새끼가···”


분노로 완전히 일그러진 파이로스의 얼굴을 보고 윤현성은 웃었다.

그 웃음을 보고 제대로 꼭지가 돌아간 파이로스가 그대로 윤현성의 복부를 뚫어버렸다. 파이로스의 팔이 완전히 들어갔다.


“말려 죽이려 했는데, 이젠 도저히 참을 수가 없구나. 내가 아는 한 최고로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이젠 한 주먹이 맞겠지?”


윤현성은 고통에 대답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조용히 미소 지을 뿐이었다.


“아직도 웃음이 나오나?”

“그래···”


발락스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았으니까 말이다. 했

윤현성은 필사의 힘을 다해 파이로스를 감싸 안았다. 그런 모습이 마치 윤현성이 파이로스를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것 같았다.

보이는 게 맞다. 윤현성은 파이로스를 그대로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지,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지.”


윤현성은 그대로 갖고 있던 검으로 파이로스의 심장을 찔렀다.

제대로 들어간 칼은 파이로스의 드래곤 하트를 제대로 찔렀다.


“이 새끼가···”


파이로스는 그대로 팔을 뽑았다. 막대한 양의 피가 윤현성의 복부에서 흘러나왔다.

이대로 절명해도 모자라지 않았는데, 윤현성은 아직 살아 있었다.

그런 윤현성을 던져버리고는 파이로스는 잠시 비틀거렸다.


“지금 이게···”


자기의 변화를 눈치챈 파이로스의 표정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드래곤의 힘의 근원이자 최대의 약점인 바로 드래곤 하트다. 나는 발락스의 검으로 드래곤 하트의 수명을 한계까지 보내 버렸다.”


자욱한 먼지 속을 뚫고 나오는 멀쩡한 윤현성의 모습에 파이로스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공이 커졌다.


“놀랐나? 다치기 전으로 시간을 돌려 버렸거든.”

“드래곤의 권능은 인간의 몸으로 버틸 수 있는 게 아니다··· 도대체 어떻게?”

“간단하지 조건은 내 몸이 아니라 내 수명을 줬거든.”


윤현성은 수명을 조건으로 발락스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너 때문에 깎인 수명만 해도 20년이다. 하지만 20년 수명 치고는 나쁘지 않은 거래 조건이지.”

“크크크··· 내가 너를 너무 얕잡아 봤군. 너처럼 미친놈은 처음 본다.”


파이로스는 흩어지는 마력 때문에 서 있을 힘도 없었다.

도대체 몇 년의 시간을 당겼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20년이라는 수명을 내건 만큼, 자기의 심장은 더는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앞으로 나보다 더 많은 드래곤이 이 땅을 멸망의 길로 이끌 것이다. 네놈의 발버둥의 끝은 어차피 정해져 있을 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있나··· 이미 이 차원은 버려진 지 오래다.”

“신의 명령을 듣는 너희들에게는 그럴지 몰라도 우리는 반드시 이곳을 지키고 또 살아갈 거다. 정해진 운명은 없다. 운명은 나아가 선택하는 것이지.”

“···멋진 말이군.”


파이로스는 점점 죽어가는 걸 느꼈다. 이대로라면 이 세상에 자기의 흔적이 모두 지워지는 걸 안 파이로스는 남은 마력을 모조리 끌어모았다.

그리고 눈앞에 인간을 보았다. 자기의 마지막 발버둥을 보고 얼굴을 굳힌 표정을 보고 실컷 비웃었다.


“멍청한 자식···”

“···지금 뭘 하는 거지?”

“나는 이대로 죽을 수 없거든, 네가 내 힘을 이어줘야겠다.”

“그런 웃기는···”

“아니, 그래야만 해.”


서늘한 파이로스의 눈동자가 스쳤다. 그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붉은 기운이 윤현성의 손끝을 타고 들어와 심장에 안착하는 게 느껴졌다.


“나는 이 세상에 잊혀질 수 없다···”

“그래서 네 힘을 나한테 넘기는 거냐···”

“어디 한번 실컷 발버둥 쳐 보거라 너의 마지막을 실컷 비웃어 주도록 하지.”


파이로스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파이로스는 마력의 잔해가 되어 윤현성의 심장에 새겨졌다.

그렇게 그는 두 개의 드래곤의 힘을 얻은 사람이 되었다.


“드디어 끝났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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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6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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