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10,655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4.10 19:00
조회
40
추천
2
글자
12쪽

064화 파이로스 (2)

DUMMY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파이로스 그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답답했다.

긴장감을 잔뜩 끌어올려 그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더라도 반응하려고 신경에 날을 세웠다.

그의 여유로운 미소 뒤에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짝 긴장했다.


“그렇게 바짝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어차피 죽을 거 편하게 가는 게 좋지 않겠어?”


말은 부드럽다.

방금과는 다르다. 미소에 여유도 묻어 나왔고, 표정 또한 온화했다.

하지만 그의 그런 모습의 이면에선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분노가 느껴졌다.

타닷-!


빠르다. 순간적으로 움직임을 놓쳤다. 그가 내 앞에 왔다.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급하게 팔을 올렸다. 철퇴로 맞은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두 팔을 마력을 끌어올려 보호하였어도, 저릿한 고통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이걸 반응하는 걸 보니, 뭐··· 실력이 나쁘진 않은 것 같네.”


그는 나보고 반응했다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본능이 말하는 대로 움직였을 뿐이다. 그런 행운이 또다시 찾아올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런데 어떻게 발락스를 네놈이 죽일 수 있었을까? 그 삶에 미련도 많을 그 노룡이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질 않는구나.”

“······.”


그는 곧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유쾌하게 웃어 보이며 말했다.


“하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게 내 일이니··· 나는 내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너 또한 신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장기짝에 불과한 거군···”

“···신?”


그가 처음으로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웃기지 마라··· 내 존재는 신의 명령으로 움직이는 그런 단순한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어쩌지? 우리가 느끼기에는 그저 단순하게 신의 명령으로 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크크크··· 감히 인간 놈이 나를 능멸하려고 하다니 정말 간이 부은 놈이로구나··· 너는 쉽게 죽여주지 않겠다.”


그는 날 똑똑히 주목했다. 그의 시선을 빼앗는 것이 원래 목적이었다.

목적은 잘 달성한 것이다. 큰 싸움이 벌어지는 건 막을 수 없다.

대신 피해라도 최소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들을 싸움에 말려들게 할 순 없었다.


“나를 너무 얕보는구나··· 너의 그런 허튼 생각을 파악하지 못할 것 같으냐!”


그는 크게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소리에 천지가 흔들릴 정도였고, 뒤이어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의 소리로 인해 눈동자가 붉게 물든 그들은 다시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한 거지?”

“나는 분노의 드래곤이다. 사람들의 분노를 먹고 내 힘을 키울 수 있지. 인간들의 분노는 내게 큰 힘이 된다. 이기적이고 야만적이고, 자기 것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인간들이야 말로 분노의 화신이라 볼 수 있지. 나는 그들의 마음을 잠깐 보드 담아 준 것일 뿐··· 절망하고 또 절망해라. 멸망은 내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너희들 스스로 하는 것이다.”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뽑아 들고 파이로스를 향해 달려갔다.


“오호라··· 그 검은 우리 형제들을 참수하던 검이로구나. 역대 슬레이어의 진전을 이은 것이 바로 네놈이로구나.”

“그리고 네놈은 네 손에 죽는다!”


그와 검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헛···! 이 정도 공격으로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가? 오만하구나··· 드래곤을 상대로 말이야!”


검을 찌르는 순간 그의 손이 붉은 비늘로 뒤덮였다.

그 비늘이 덮인 손으로 그는 칼날을 잡았다.

힘을 주어 손아귀에서 칼날을 빼보려 하여도 힘을 준 팔이 부들부들 떨릴 뿐, 칼날은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정말 미련하구나··· 감히 드래곤에게 덤빈 죄, 죽음으로 사죄하라!”


이번엔 반대편 손에선 발톱이 튀어나왔다. ‘저것에 찢기면 반드시 죽는다.’라는 생각과 함께 바로 뒤로 물렀다.


“감이 좋구나. 하지만 이제 어쩌지? 네놈이 자랑하던 검은 사라지고 없는데 말이야.”


파이로스는 빼앗은 검을 그대로 구겨버렸다. 말 그대로 종이를 구기듯 그냥 구겨버렸다.

힘의 차이가 이 정도였다.

파이로스는 눈앞에 있는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을 한심스러운 눈을 내리깔았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드래곤 슬레이어, 일족의 장난질에 불과했던 그런 미물이었다.

동족들이 삶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 일탈로 삼았던 것이 바로 저 드래곤 슬레이어다. 파이로스는 그런 유희에 불과한 녀석들이 인간 세계에서 영웅으로 칭송받고 떠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그 순간 파이로스는 눈을 의심했다.

발락스의 힘이 저 인간에게 간 것이다.

다른 드래곤 슬레이어가 용의 힘을 흡수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그와 다른 점은 본래 드래곤의 힘을 추출할 때는 정화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힘을 흡수한다는 것이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기도 했지만, 만에 하나 가능하다 하여도 인간이 드래곤의 힘을 버틸 수 없었다.


“발락스 도대체 이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파이로스는 표정을 와락 구겼다.

시간의 드래곤 발락스는 예전부터 장난이 심했다.

인간의 황제가 되기도 하고 나라를 세우기도 하였으며, 꽤나 인간을 좋아했다.

좋아한다는 감정보다는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귀여워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네놈의 장난질에 넘어가지 않겠다···”




잠잠한 공간···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어두컴컴한 공간은 또 뭐지?

어쩔 수 없이 그 단 하나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계속 걸었다.

이 전에 한 번 이랬던 경험이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꼴좋구나.”


거대한 음성, 낮고도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주인이 누구인지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발락스!”

“그래, 나다 발락스 네놈을 또 볼 수 있으니 좋구나.”

“좋아···? 그게 무슨 소리지? 이곳은 어디냐! 네놈이 나를 부른 건가?”

“헛소리도 이 정도면 재밌다고 말해야 하나? 내가 너를 부른 것이 아니라 네놈이 나를 부른 것이다.”

“내가 너를···”


그는 어이가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붉은 눈동자를 내리 깔았다.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네놈은 이제 무기도 없을 텐데, 과연 저 파이로스를 네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내 전성기 때 힘으로도 순수 힘만으로 따지면 파이로스를 이기는 건 불가능 하지.”

“나한테 원하는 게 뭐냐···”

“딱히 너한테 원하는 건 없다. 나는 그저 변덕이 조금 심한 드래곤일 뿐이라는 거지. 네가 싸우는 걸 지켜봤다. 그것에 따라 내 마음이 조금씩 변했을 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군···”


발락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드래곤은 모두 믿을 수 없는 족속이었다.

그런 말을 들었다가 어떤 낭패를 당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인간은 참 피곤하게 산단 말이지. 누구의 말도 잘 믿지 않고 말이야.”

“그럴 수밖에 네가 우리 세상에서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믿어줬을 텐데. 너는 우리의 세계를 멸망시키려 했다. 그것만으로도 불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형성된다.”

“그건 내가 아니다.”

“네가 아니라고?”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질 정도로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그래···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긴 난데, 내 영혼을 구속하고 있던 내 남은 영혼이라고 볼 수 있지.”

“그건 무슨 소리지···?”

“멍청한 인간을 위해서 내가 친히 설명해 주도록 하겠다. 잘 들어 한 번밖에 설명하지 않을 거니까.”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내 영혼은 다른 차원으로부터 몇 개나 쪼개져 있다. 영혼분할마법이라 볼 수도 있지. 이게 좀 재밌거든, 그리고 영혼은 대게 그 사람의 성격, 습성을 담고 있지. 그 말인 즉, 네가 상대한 드래곤은 사악한 마음을 갖고 있던 내 영혼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그게 정말이라고?”

“믿고 믿지 않고는 네 자유고, 나는 거짓을 고할 이유가 없거든. 그리고 이 공간은 내 권능을 이어받은 너의 심상 세계다. 지금 다른 공간의 시간은 정지되어 있는 상태지. 파이로스는 생각은 깨어 있어도 시간 자체가 멈춰버렸기 때문에 아마 지금 쯤 엄청 답답해하고 있을 거다.”

“그렇군···”


다행이었다.

혹시나 내가 이 공간에 빠져있는 동안 시간이 흘러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으면 어쩌나 싶었다.


“멍청한 자식··· 너는 지금 누구의 힘을 이어받았다고 생각하는 거냐.”


발락스가 내 생각을 읽었다. 그 말에 뇌리를 스치는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네 힘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그건 아니지. 물론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막대한 마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과거로 돌아가는 동안 아마 네 육신은 산산이 조각나버려서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거다.”


그는 ‘어휴 어쩔 수 없지.’라는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무언가 빛나기 시작했다.


“그건 뭐지?”


밝게 빛나는 어금니였다. 그걸 나에게 내려주었다.


“파이로스를 공략할 수 있을 거다. 내 어금니는 막대한 시간의 흐름을 담고 있다. 드래곤도 영원불멸의 존재는 아니다. 그 어금니는 내 세월보다 뛰어난 시간의 흐름을 갖고 있다.”

“날 도와주는 진짜 이유가 대체 뭐야··· 내게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나도 공짜로 도움 받기는 싫다고.”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발락스는 웃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 무상으로 도와주지는 않아. 그리고 내가 필요한 것을 빨리 말한다면 재미가 없잖아. 내가 필요로 하는 거래는 네가 조금 더 성장하고 파이로스를 물리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다. 잡아라.”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이라 생각 드는 건 적의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무상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발락스가 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이 녀석과 거래를 하는 게 우선인 게 맞았다.


“좋아 내가 이걸 잡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어떻게 되긴, 그 어금니는 내 어금니다. 그건 곧 너의 검으로 변할 거고. 그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거다.”

“사용 방법은?”

“글쎄. 머리 깨져가면서 배울 수밖에 없지?”

“그전에 내가 죽으면 어떡하려고? 글세··· 과연 내 힘을 이어받은 네가 그렇게 쉽게 죽을 수 있을까?”

“···꽤 자신에 차있는 말인데?”


내 말을 듣고 웃은 발락스는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로 ‘이제 물러가라’라고 말했다.


“그래···”


나는 그가 내려준 어금니를 붙잡았다. 순간 손에 착 감기는 느낌과 함께 어금니가 검으로 변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정말이로군···”

“그러면 내가 거짓을 말할 거라 생각했나?”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되니 조금 기분이 이상해서.”

“우리는 이제 아군도 적도 아니다. 너는 내 힘을 물려받았다. 내 후계자라고 할 수 있지. 이겨라.”


발락스는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응원했다. 아직 그에게 궁금한 것은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궁금한 질문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지금은 내 궁금증 보다 더 급한 것이 눈앞에 있기 때문이었다.


“좋아··· 해볼 만할 거 같다. 이제···”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2 082화 최종장을 향하여 (5) 23.04.28 29 1 12쪽
81 081화 최종장을 향하여 (4) 23.04.27 21 2 12쪽
80 080화 최종장을 향하여 (3) 23.04.26 28 2 12쪽
79 079화 최종장을 향하여 (2) 23.04.25 25 2 11쪽
78 078화 최종장을 향하여 (1) 23.04.24 24 2 12쪽
77 077화 갈등 (3) 23.04.23 23 2 12쪽
76 076화 갈등 (2) 23.04.22 37 2 12쪽
75 075화 갈등 (1) 23.04.21 28 2 12쪽
74 074화 위기는 곧 기회로 (4) 23.04.20 28 2 12쪽
73 073화 위기는 곧 기회로 (3) 23.04.19 26 2 12쪽
72 072화 위기는 곧 기회로 (2) 23.04.18 29 2 11쪽
71 071 위기는 곧 기회로 (1) 23.04.17 32 2 12쪽
70 070화 결전을 향해서 (4) 23.04.16 29 2 12쪽
69 069화 결전을 향해서 (3) 23.04.15 30 2 12쪽
68 068화 결전을 향해서 (2) 23.04.14 33 2 12쪽
67 067화 결전을 향해서 (1) 23.04.13 37 2 12쪽
66 066화 파이로스 (4) 23.04.12 39 2 11쪽
65 065화 파이로스 (3) 23.04.11 37 2 12쪽
» 064화 파이로스 (2) 23.04.10 40 2 12쪽
63 063화 파이로스 (1) 23.04.09 36 2 12쪽
62 062화 일본으로 (3) 23.04.08 39 2 12쪽
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45 2 11쪽
60 060화 일본으로 (1) 23.04.06 43 2 12쪽
59 059화 다시 만난 드래곤 (3) 23.04.05 47 2 12쪽
58 058화 다시 만난 드래곤 (2) 23.04.04 44 2 12쪽
57 057화 다시 만난 드래곤 (1) 23.04.03 48 2 12쪽
56 056화 공항에서 생긴 일 (6) 23.04.02 47 2 12쪽
55 055화 공항에서 생긴 일 (5) 23.04.01 44 2 12쪽
54 054화 공항에서 생긴 일 (4) 23.03.31 47 2 11쪽
53 053화 공항에서 생긴 일 (3) 23.03.30 55 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