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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범 님의 서재입니다.

대환장의 아포칼립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조르범
작품등록일 :
2023.02.05 23:42
최근연재일 :
2023.04.28 19:0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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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6
추천수 :
217
글자수 :
432,617

작성
23.03.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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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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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0화 새로운 일 (5)

DUMMY

한성우의 신성력은 사기라고 할 수 있었다.

약속된 승리의 검.

엑스칼리버라 불리는 이 검은 이 세상에서 오직 한성우만 가질 수 있는 검이었다.

물론 진품이 아니라 복제품이라 할지라도 그 위세와 위명은 거짓이 아니다.

황금빛 갑주가 모두 갖춰지고 그가 말한다.


“나머지는 저희가 맡겠으니, 저 여자를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가능하시겠습니까?”

“그래요··· 눈물 나게 감사하네요.”


흡혈귀가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막아서며 한성우는 흡혈귀의 몸통을 갈아버렸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나를 향해 달려드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한성우가 내 길을 뚫어주었기 때문에 굳이 검을 잡을 일이 생기지 않았다.


“친구를 불러올 줄이야···”


그녀의 눈빛이 깊게 벼린 칼날처럼 예기가 흘렀다.


“내가 부르고 싶어서 부른 것도 아니다. 우리는 아직 계산해야 할 게 조금 남아 있었지? 안 그래?”

“너와 계산할 건 없어!”


차미혜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 자체가 공격이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그녀의 음역대는 날카로운 진공의 칼날을 발사하듯 나를 향해 쏘았다.

마력을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고막이 터질 뻔했다. 그녀의 목청에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에 금이 살짝 갔다.


“네 친구들이 걱정 안 되는 거야?”


그녀의 말에 한성우와 이하루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잘 싸우고 있다. 이하루는 한성우의 움직임을 보조하면서 제 역할을 다하는 중이었다.

한성우 또한 마찬가지, 황금빛 갑주 근처로 다가올 수 없었다. 그의 높은 신성력은 그들의 움직임을 막았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라 할 수 있었다.


“저걸 보고 내가 걱정해야 할 이유가 있나? 네 몸부터 걱정해야 할 판에.”

“그러네··· 조금 아쉽다. 너를 얻을 수 있었다면, 내 모든 걸 버릴 준비가 되었는데.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보지 않을래?”

“그럴 일은 없을 테니, 생각을 접는 게 좋을 거야.”

“이렇게 연약한 나를 그 날카로운 검으로 베겠다는 말이야?”

“연약한지 연약하지 않은지는 네가 직접 말해 주겠지.”


마지막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시간을 끌어 볼 속셈이었겠지만, 나도 이제 할 말이 없었다.

그녀의 발밑까지 거리를 좁혔다. 그대로 검을 휘두르기만 한다면, 내 승리다.

하지만 이건 너무 쉽지 않은가. 그 생각과 내 손이 동시에 움직였다.

검이 그녀를 뚫지 못했다. 중간에 투명한 막에 막힌 것처럼 더 이상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신기한 수법이군.”

“글세? 신기한 게 여기서 끝일까?


그녀의 야릇한 미소와 함께 옆구리에서 따듯한 느낌과 그걸 보았을 때 느껴지는 격통에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오호 이걸 버티는 거야? 정말 지독하네···”

“크윽··· 피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건가?”

“내 권속들의 모든 피를 내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내 능력이지. 내 아이를 이만큼 다치게 하였으니, 너희들은 쉽게 못 죽어.”


권속의 피가 날카로운 송곳이 되어 옆구리를 찌른 것이다.

심장을 찌를 수 있었을 터, 비교적 살기가 옅은 옆구리를 찔러 내 감에 포착되지 않았다.


“자 이제 너는 어떻게 나올 거야? 내 권속이 되면 내 힘을 너에게 줄 게. 네가 흡혈귀의 왕이 되는 거야. 진조의 힘을 너에게 넘겨줄 게 너, 내 것이 돼라.”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거절하도록 하지.”


다시 그녀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거리를 좁혔다.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가 도망치는 발걸음을 쫓아 교묘하게 걸음을 꼬아 버렸다.

그녀의 눈동자의 움직임이 격해졌다. 그 순간 검을 쥔 손을 그대로 움직였다.

자세를 낮춘 상태에서 위로 베는 것으로 그녀에게 치명상을 남길 순 없었지만, 내가 노린 것은 단 한 가지였다.


“보기보다 똑똑한데···”

“칭찬 고맙다.”


비교적 피가 적은 그녀가 원래 있던 자리를 서로 바꾸는 것.

내가 원한 것은 한 가지였다. 보이지 않다면 보이게 만들면 그만이다.

그리고 보이는 공격은 보고 피하면 된다. 이 자리를 넘겨줄 생각은 없었다.


“정말이지··· 안 좋아할 수 없는 남자라니까. 그런데 그런 잔꾀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진심으로?”


그녀의 발밑으로 피가 모였다. 서로 이상하게 뒤엉키더니 곧 무언가 거대한 것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무언가 다 만들어지기도 전에 빠른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대로 검을 세워 공격을 막았지만, 밀어내는 힘까진 막지 못했다.

벽을 뚫고 시야가 수십 번이나 뒤집히는 걸 느끼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그녀는 피를 끌어 모아 만든 다는 것이. 피로 만들 어진 드래곤의 형상이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이상하게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그러게 말이야. 왜 내가 웃음을 멈출 수 없을까···”

“내 블러디 드래곤은 정말 드래곤과 같은 힘을 갖고 있다.”

“너는 나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어. 차미혜··· 말해줘도 입만 아프지 지금부터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싸우는지.”


힘이 차고 넘친다. 내 힘에 반응한 드래곤 슬레이어가 점차 몸집이 커졌다.

드래곤의 목도 한 번에 쳐낼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하게 변한 검이 드래곤의 형체를 보고 피를 원하는 것 같았다.


“그, 그 힘은 뭐지?”

“말해줘도 넌 모를 거야.”


숨을 깊게 뱉었다. 그간 흐트러진 호흡이 정상적으로 돌아왔다.

호흡이 돌아오고 뒤집힌 시야도 똑바로 잡혔을 때 드래곤이 나를 향해 육중한 발톱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보고 그대로 도약하여 공격을 피했다.

드래곤의 공격을 피할 땐 어쩔 수 없이 위로 도약하여 피하거나 뒤로 크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틈에 항상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공백이 존재한다.

이들은 그 공백을 지워버리기 위해서 다른 한 가지 방법을 고안했다.

옛날 무협지에서 나오는 허공답보와 굉장히 유사한 기술이었는데, 발끝에 마력을 폭발시켜 이동 방향을 바꾸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폭발의 강도와 방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내가 생각했던 방향으로 갈 수 없었다. 그만큼 난도가 높은 기술이었다.

그나마 이 기술을 가장 잘 사용하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업적을 빌어 기술의 이름을 [칠성보]라고 불러왔다.


“그 움직임은···?”


내 움직임을 보고 놀라워했다. 공중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 같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술의 실상을 알고 난다면 실망할 것이 뻔하지만 내가 이 사실을 말해줄 리 없었다.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칠성보는 연속으로 세 번 정도 아직 여유가 있다.

거센 드래곤의 팔이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칠성보로 공격을 피하고 기회를 거대한 팔뚝에 잠시 발끝을 댔다.

기회를 포착한 것이다.


“칠성보'신”


발끝에 마력을 한 점으로 폭발시켰다. 일직선으로 쭉 몸을 날렸다.

엄청난 속도다 그다음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그저 검을 휘두를 뿐, 그거라면 족하다.

강력한 마력을 두른 검이 거센 바람의 저항을 무시하며 그대로 용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용아일섬(龍牙一閃)]

그대로 드래곤의 목이 주인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다. 드래곤과 유사한 그저 기술일 뿐이지만,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다.

드래곤 앞에선 절대 질 수 없는 존재다.


“말도 안 돼··· 내 귀여운 아이가···”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떨리는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이제 그만 포기해.”

“아니 포기 못해···”


이제 갈 때까지 간 것인지 그녀 또한 포기할 수 없는 듯보였다.


“너를 반드시 죽여버리겠어.”


주변의 피가 그녀의 곁으로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안 좋은 느낌이 든다.

그녀를 단번에 죽여야 한다. 이 거리를 어떻게···

그 순간 윤지석과 검술을 나눌 때 느낌이 손 끝에 전달되었다.

마치 뇌 속에서 어떻게 전투를 해야 할지 스스로 그려주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그건 사실 드래곤을 죽이는 것도 아니다. 내 전문은 언제나 대인전이었다. 그걸 내가 간과하고 있었을 뿐.


“고작 그런 검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발악 비슷한 느낌은 바람 앞에 놓인 흔들리는 촛불과 같아 보였다.

나는 바람이 되고 그건 곧 물이 된다. 물은 형체가 없으며, 바람 또한 형체가 없다.

다만 누구나 물과 바람이 존재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검술도 같은 이치다. 형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검술마다 세세한 형이 존재한다.


[현성류 제1검 비류세검.]


나 스스로 고안한 검술이 내 손에서 펼쳐졌다. 빠른 속도도 뭐도 없었다.

그저 흐르는 시간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뱉어낼 뿐이다.

그게 1초? 아니 0.1초로 쪼개서 말이다. 쥐어짤 수 있는 모든 것을 쥐어짜 낸 속도다.

바람이 흐른다. 내 귀를 타고 내 전신을 타고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내게 알려주었다.


“하하··· 말도 안 돼······”


그녀는 죽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눈동자였다.

그런 그녀의 눈을 얇게 포를 뜨듯이 베었다. 고통에 눈이 감기고 바닥을 기었다.


“나는 구원해 준 것일 뿐인데···”

“구원이라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거라 생각하진 않는 건가?”

“그럴 리 없어! 나는··· 나는···”


그녀는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진 것일까.

그렇게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제 그만 끝을 봐야 한다.

검을 그대로 그녀의 심장을 향해 찍었다. 그녀가 고통에 몸이 쫙 펴졌다가 이내 축 늘어지며 끝이 났다.


“끝인가?”


일이 끝나는 시각과 동시에 도로 반대편으로 여명이 밝게 떠오르는 중이었다.


“뜰 거면 좀 빨리 뜨던가···”


흡혈귀는 태양이 약점이었다. 일이 다 끝나지 아침이 밝아온 것이다.

숙주가 죽자 그녀를 따르던 흡혈귀 또한 태양의 힘에 숨이 죽어갔다.

밤의 도시는 그렇게 몰락했다.


“끝났군요.”


한성우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황금 갑주를 이미 벗은 상태였다.


“그래서 좋은 소식이라는 건 뭐죠?”


한성우를 보고 생각난 것을 물었다.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자는 겁니까?”

“뭐, 별개 없어요. 당신의 어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것. 그 소식을 알려드리기 위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길드장이 그런 소식을 내게 전하기 위해서?”

“당신이 좀 특별한 사람 이어야죠.”


한성우가 미소 지었다.


“어머니가 깨어나셨다라···”


거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정도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는 중에 어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니 뭔가 마음이 복잡했다.

혹시나 화를 내진 않을까. 아들이 원망스럽지는 않을까. 걱정이 먼저 앞선 것은 죄를 진 놈 입장으로서 당연한 것이다.


“다행이네요 정말!”


이하루가 성큼 다가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밝게 웃었다.


“그렇습니까? 그렇죠··· 다행입니다.”

“어찌하시겠습니까? 바로 공항으로 출발 할 건가요?”


한성우가 내 의중을 물었다. 고민한 것도 없었다.

공항까지는 이곳에서 조금 시간이 걸린다.


“바로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정말 좋은 소식일 줄은 몰랐는데,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는 만나고 난 뒤 나중에 듣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우리 신성으로···”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어쩌면 한성우는 세상이 이렇게 변하지 않았더라면, 최우수 영업 사원이 됐을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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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061화 일본으로 (2) 23.04.07 5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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