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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745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4.04 21:00
조회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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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신우강 (fin) (1기 完)

DUMMY

'정말이지, 너는 날 후회시키지 않는구나.'




..........뭐야.



'너가 해냈다고. 난 정말 너가 누구보다 자랑스럽다.'



............아. 끝났구나.



'그래. 이제 계단 오르는 일은 끝났어. 지금부터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겠지.'



오르막길?



'아마 계단을 올라오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힘들꺼야. 어쩌면 최근처럼 또 좌절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여태 겪어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들이 널 기다리고 있을거다.'



.......................



'어때? 그래도 괜찮겠어?'



........날 지켜보고 있다하지 않았어?



'응? 그야 물론이지.'



그럼, 잘 알겠네.



'.........녀석, 참.'



난 이제 뒤로 가는 일은 없다. 그게 설령 오르막길이든, 가시밭길이든.



'맹세하지?'



맹세한다.



'그래, 그럼 이제 갈 시간이야.'




파아아아아아아아아앗-




'내가 준 선물 꼭 요긴하게 쓰길 바래.'



.

.

.



"...........어."


우강이 눈을 떴다.


언제나 그랬듯, 눈앞에 펼쳐진건 하얀 벽지로 된 천장이었다.


또 언제나 그랬듯, 옆에서는 일정하게 삐삐소리만 내는 기계음이 들려왔다.


푹신한 이불과 배게의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쪽 옆에는 선아가 있었다.


이젠 참 지겨울 정도의 상황이었다.


대체 이게 몇번째인지.



........................



잠깐. 선아?



"일어났네?"



"으어어억!"


우강은 소스라치며 벌떡 일어났다.


동시에 몸의 모든 부위에 고통이 그를 마구 찔러대었다.


우강은 말을 잇지 못하고 소리없는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뭐야, 안 놀라는 편이라더니. 잘만 놀라네."


"아윽......아니, 잠시만요. 선배가 어떻게 여기에..."



드르르르르륵-



"우강이 형?"


이어서, 체감상 거의 몇년만에 듣는 것 같은 천진난만하면서도 정겨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혀어어어어어어엉!"


정민이 뛰어나오며 우강에게 덥썩 안겼다.


우강은 갈비뼈가 으스러지는 것 같은 고통에 또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끄어어억........."


"진짜 보고 싶었다구요 형! 근데 왜 이렇게 다쳐서 왔어요!"


"아, 알았어. 알았는데 잠깐-"


"흐어어어어엉!"


정민이 더욱 꽉 붙잡는 덕에 우강은 정신이 다시 한번 날아갈 뻔 했다.


벌써부터 목소리가 왜 또 왔냐고 어리둥절해하는게 들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 넋이 나간 우강의 상태를 본 선아가 정민을 때어내주었다.


"쟤 아픈거 안보이냐 새X야. 애지간히 해야지."


"반가운걸 어떡해요, 그럼..."


우강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뒤늦게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정말이지 둘 다 몇년만에 만나는 기분이었다.


"하하..... 다들 잘 지냈죠?"


"말도 마라. 선생 한번 잘못 걸려서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림 선배요? 아, 그 분이 원래 좀....."


웃으면서 말하던 우강은 서서히 말이 흐려져갔다.


구원자.


이번 사건으로 다시금 깨닫게 되었던 그녀의 존재가 생각났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건 그녀 덕분이었다.


"하림 선배.... 하림 선배 어딨어요?"


"아까 나갔었는데, 곧있으면 아마 다시 올-"



펄럭-



우강은 선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불을 걷어재치고 링거주사를 빼내며 뛰쳐나갔다.


선아와 정민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하니 텅 빈 침대만 바라보았다.



"...........???"



다다다다다다다-



우강은 아픈 몸을 이끌면서도 병원 복도를 마구 달리고 있었다.



상관 없었다.



그는 그저 하림을 봐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제대로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었다.



인현의 뒤에 가려져 항상 잊고 있던 것이었을까.



뒤늦게나마 깨달았으니 이제라도 전하면 되겠지.



그런데...... 뭐라고 해야하나...?



어.....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너무 이상한가. 그냥....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니지. 감사하다는 마음은 확실하게 전해야지.



이런걸 해본적이 있어야 말이라도 제대로 정하던가 할텐-



"신우강?"



탁-



우강이 다급하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 순간 북적거리던 병원 복도가 고요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평소와 같은 캡모자를 쓰고,



평소와 같은 가죽 자켓을 입고,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하림이 그의 앞에 서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주스상자가 들려있었다.



"뭐야, 너 이렇게 나와도 괜찮은거야?"



"그게........"



우강은 고민하던 모든 말들이 목구멍까지 비좁게 차올랐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았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고민하는 그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제가 사실....."



우물쭈물하던 그때, 말 대신 눈에서 먼저 무언가 흘러내렸다.



또르륵....



"어......?"



우강은 눈앞이 흐려지며, 뺨을 타고 무언가 쉴새없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주 어릴때 이후로 단 한 번도 흘려본적 없었던 눈물이,



갑자기 터져나오듯 흐르고 있었다.



"......어, 어? 왜 그래 너?"



당황해하는 하림의 물음에도 우강은 대답할 수 없었다.



갑작스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그의 가슴 속까지 젖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먹구름 낀 듯 먹먹한 기분이 아니었다.



그냥....... 울음이 나왔다.



정말로..... 그냥.



"갑자기 왜 이래. 진짜 괜찮은거 맞아?"



"저도..... 저도 왜이러는지..."



닦아내어도 계속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우강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가만히 바라보던 하림은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하림은 이내 그에게 조금 다가가, 손을 뻗었다.



토닥-



어깨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서툴지만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하림의 손길.



처음 만났던 그때도, 지금도.



자신의 어깨를 잡아주는 것은 하림이었다.



우강은 말하려 했다.



목이 메여가고 있었음에도,



어떻게든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흐느낌에 섞여 나왔다.





"고맙습니다.........."





다다다다다다-



뒤에선 선아와 정민이 다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저 멀리 우강이 보이자 선아는 소리치며 다가갔다.


"야! 갑자기 왜 뛰어나간-"


"잠깐만."


그때, 갑자기 나타난 인현이 선아를 가로막았다.


선아를 발걸음을 멈추며 물었다.


"예?"


"지금은 그냥 놔둬."


인현이 우강을 돌아보며 피식, 웃었다.


"녀석......"


하림의 손길에 전해지는 온기에 따라 내려가는 그의 눈물은 하염없이 맑은 이슬이었다.


".....사람 다 됐네."



.

.

.



"그래서.....어떻게 된거에요?"


감정을 추스르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 우강은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은 인현에게 물었다.


인현의 뒤에는 선아와 정민이 서있었다.


"인질은 무사하고, 악몽도 전부 처리됐어. 도망간 그 조종자? 그 놈도 지금 상부에서 쫓는 중이고. 한마디로......"


인현이 씨익, 웃으며 우강의 주스잔에 자신의 주스잔을 부딫혔다.


"첫 데뷔작 시원하게 치르셨다, 이거지~ 적셔라 적셔."


얼떨떨하게 주스를 마시는 우강을 보며, 선아가 인현에게 속삭였다.


"하림 선배는 어디갔어요?"


"아, 갔어. 말했잖아. 걘 어색한거 죽도록 싫어한다고."


"헐......"


".........휴우."


우강은 한숨을 쉬며 주스잔을 내려놓았다.


끝났다는게 뭔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안이 벙벙하다고 해야될까.


죽을 고비를 여러번 넘겨가며 목숨을 걸고 미친듯이 싸웠던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이제 할일이 아마 엄청나게 많아질꺼야. 첫 실적을 올렸으니, 앞으로 더 많은 파견을 가게 될테고. 아, 전에 빈이랑 말했던 것도 있고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인현은 우강의 손을 톡톡, 두드렸다.


"능력, 생겼지?"


"엇, 그걸 어떻게...."


선아와 정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능력이 생겼다고요? 얘가요?"


"그럼그럼. 내 제자잖아."


"능력 없이 평생 살아갈 놈일줄 알았더만...."


"저 애초에 능력 얻는건 예정이었거든요....?"


인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강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튼, 앞으로 바빠질테니 지금 많이 쉬어둬라. 그래야 또 팔팔하게 움직이지. 또 아까처럼 멋대로 뛰쳐나가지 말고 인마."


"아니..... 그건...."


우강이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아직도 생각만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인현은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는 우강을 유심히보며 물었다.


"너 어째, 사람다워졌다?"


"예?"


"아니, 그냥 그렇다고."


인현은 병실 밖으로 나가며 손을 휘저었다.


"뭐, 어쨌든 푹 쉬어라. 필요한거 있으면 연락하고."


문이 닫히자, 우강이 중얼거렸다.


"전에는 뭐 짐승 같았다는거야 뭐야......"


"그래서, 이제 어쩔 생각이야?"


인현이 나가고 빈 의자에 선아가 앉았다.


"뭘요?"


"능력도 얻고, 실적도 세웠으니 제대로된 처리원으로 인정 받겠지. 그럼 이제 파견 다니면서 엄청 바빠질걸. 그리고 얘기 들어보니깐, 그 왕재수한테 같이 다니자고 제의까지 받았다며?"


"음.........."


'나랑 같이 파견 한번 가요. 악몽 잡으러.'


그제서야 우강은 빈의 제안이 다시 떠올랐다.


이제는 수락 할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그렇지만 뭔가 섣불리 결정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여전히 고민이 되는건 마찬가지였다.


".....조금 생각을 해봐야겠는걸요. 아직 마무리해야 할게 남아있기도 해서."


"임무는 다 끝난거 아니었어?"


"임무는 끝났죠. 근데......."


우강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아직 끝마쳐야 할 것들이 조금 남아있어서요."



.

.

.



며칠 후



지섭이 눈을 떴다.


굉장히 오랜 잠을 자고 일어난 듯한 기분이었다.


며칠을 꼼짝없이 누워있었던 탓인지, 몸이 찌뿌둥하고 머리는 아직 지끈거렸다.


'뭐야...... 나 살아있는건가?'


곧장 자신이 다시 병원에 있음을 깨달은 지섭은 일어나 앉았다.


이내 바로 눈에 들어오는 침대 옆 책상에 놓인 번호가 적힌 쪽지를 보았다.



[010-xxxx-xxxx]


- 그동안 여러모로 죄송하고 고마웠어요. 또 일 생기면 이 번호로 연락하세요. 무슨일이 있어도 바로 갈테니. -


-신우강-



지섭은 피식, 웃으며 쪽지를 내려놓았다.


"내 목숨까지 살렸으면서, 고맙다니...."



.

.

.



끼이이이익-



"진짜 혼자 가도 괜찮겠냐?"



인현은 어느 학교 앞에 차를 세운채 뒷자석으로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깁스를 한 우강은 차문을 열고 나가며 덤덤히 말했다.


"괜찮아요. 별거 아닌데요 뭐."


"그래라 그럼. 곧장 본사로 가야하니깐, 너무 오래있진 말고."


"예, 금방 올게요."


우강이 나가고, 차에 남아있는 인현, 현식, 이삭은 교문으로 걸어가는 우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삭은 바람 소리만 들려오는 조용한 학교를 내다보며 물었다.


"근데..... 여긴 갑자기 왜 오자고 한거에요?"


인현은 우강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창문에 팔을 걸쳤다.


그는 사뭇 진지한 투로 답했다.


".......정리하려나 보지. 남아있는 짐을."



뒤숭숭했던 사건으로 학교는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였다.


날아가버린 지붕 부분은 아직도 생생한 그때의 기억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우강은 학교 건물을 올려다보며,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졸린 눈으로 교실로 들어가 북적거리던 친구들을 맞이하던 그때.......


이미 시든 꽃은 다시 필 수 없기에 더욱 아련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강은 잠시 동안 건물을 올려다보며, 땅에 무언가를 놓고 다시 차로 돌아갔다.


우강이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자, 인현이 물었다.


"더 안 있어도 괜찮겠어? 아직은 시간 넉넉한데."


"괜찮아요. 이제....... 그냥 가요."


우강은 뒤로 머리를 기대며 눈을 감았다.


그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보였다.



'더 이상 뒤 돌아볼 일은 없으니깐.'



차는 빠른 속도로 학교와 멀어져갔다.



정적만이 흐르는 학교 건물 아래에는,



조그만한 국화꽃 하나만이 홀로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국화꽃만 놓고 간 후로,




우강이 학교를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1기 完


작가의말

1기까지 같이 달려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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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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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사장 (1) 24.04.07 8 0 10쪽
53 상급 처리원 전원 소집 24.04.06 13 0 11쪽
52 새 시작 24.04.05 8 0 13쪽
» 신우강 (fin) (1기 完) 24.04.04 15 0 13쪽
50 신우강 (3) 24.04.03 10 0 11쪽
49 신우강 (2) 24.04.02 12 0 13쪽
48 신우강 (1) 24.04.01 12 0 13쪽
47 더러운 능력자 24.03.31 11 0 10쪽
46 싸움의 시작 24.03.30 14 0 12쪽
45 악의 구렁텅이 24.03.29 13 0 14쪽
44 선택 24.03.28 11 0 12쪽
43 위화감 24.03.27 11 0 14쪽
42 일망타진 24.03.27 12 0 10쪽
4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fin) 24.03.26 9 0 13쪽
4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2) 24.03.25 9 1 16쪽
3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1) 24.03.25 9 0 13쪽
38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0) 24.03.24 10 0 14쪽
37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9) 24.03.23 13 0 11쪽
36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8) 24.03.22 11 0 10쪽
35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7) 24.03.21 11 0 16쪽
34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6): 전말 24.03.20 10 0 9쪽
33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24.03.19 9 0 13쪽
32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4) 24.03.18 13 0 17쪽
3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3) 24.03.17 14 0 16쪽
3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2) +2 24.03.16 20 1 12쪽
2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 24.03.15 17 0 11쪽
28 먹구름 24.03.14 16 0 17쪽
27 의구심 24.03.13 17 0 14쪽
26 계단 (fin) 24.03.12 23 0 10쪽
25 계단 (3) 24.03.11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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