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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762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3.27 09:05
조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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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0쪽

일망타진

DUMMY

쾅!




"무슨 소리십니까! 당연히 철수 시켜야 하는거 아닙니까?"


우빈이 수화기를 붙들고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며 소리쳤다.


어딘가와 통화를 하며 열불을 내고 있는 우빈과 달리, 인현은 옆에서 벽에 기댄 채 가만히 우빈의 성화를 보고 있었다.


"이건 보통 사안이 아니라구요. 자칫하면 그쪽 인원들 다 죽을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우빈은 미간까지 찡그려가며 거세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허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화기 너머에 상대의 대답을 들으며 점점 항의적인 태도가 수그려져 갔다.


"하지만..... 정말로 지금 현장에 있는 인원들로는 부족합니다. 그 상태로는 무리라구요. 하다못해 최소한의 지원이라도...."


우빈은 어째 조금 누그러진 투로 말했다.


아무리 열불이 나더라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들은 것처럼.


그러던 중 우빈은 갑자기 인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예? 아니, 그건 좀......"


인현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자신을 가르키며 입모양으로 '나?' 라고 해봤으나,


우빈은 성가시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통화를 이어나갔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뚝-



"하아......."


우빈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말했지? 어차피 지금 상황에선 걔네가 맡아야한다고. 그러게 그냥 놔두라니깐 왜 괜히 철수명령을 때려가지곤....."


"이런 상황에 지원할 인력이 부족하다고? 너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상부에서 그렇다는데 어쩌냐. 그런갑다 해야지."


"후우........"


우빈은 허리춤에 손을 얹은채 심호흡을 반복하며 책상 주위를 맴돌았다.


화가 쉽사리 삭혀지지 않는 것 같아보였다.


우빈은 당장이라도 자신이 직접 다 갈아엎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이럴때일수록 이성적으로 행동해야한다는 생각이 우선적이었기에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거기 팀장이 누구지?"


"강현식 후배님이시겠지."


"그럼 일단 연락해서 철수 명령부터 철회해서 바로 현장으로 팀원들 정비해서 가라고 하고, 그리고 지원은....."


우빈은 눈을 질끈 감은채 미간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네 선에서 해결하란다. 너가 직접 가지 않는 한에서."


"아, 그건 걱정 안해도 될거야."


인현은 슬며시 웃으며 사무실 문으로 향했다.


"이미 선물 하나 보내놨거든. 아무튼 이제 다시 우리 제자님 관할인거지?"


"그래, 그건 알겠는데....."


우빈은 문고리를 잡는 인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건, 잘못되면 그냥 책임지게 하는걸로는 내가 안끝낼거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알겠어?"


여태껏 항상 해오던 친구로서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닌, 같은 책임자의 위치로서의 경고였다.


우빈의 제대로 된 경고에 인현도 사뭇 진지한 투로 돌아보며 답했다.


"옷 벗을 각오하고 있다고. 나도."


인현은 여전히 자신을 노려보는 우빈을 뒤로한채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잠시 손목시계를 보더니 이내 핸드폰을 꺼내며 발을 옮겼다.



"지금쯤이면 슬슬 받았겠지......"




◇◇◇




"예.......그럼 저희가 어떻게든 해결은 해보겠지만....."



현식은 한숨과 함께 담배 연기를 뱉어내었다.


벌써 이미 바닥에는 담배꽁초 여러개가 쌓여있었다.


".....솔직히 장담은 못하겠습니다. 아시잖습니까. 부상자 있는거."


수화기 너머에선 우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알지.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여러번 얘기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똑같은걸."


"하...... 선배님. 솔직히 뭡니까 이게. 초장부터 세 명으로 팀 꾸린 것도 그렇고. 위에선 뭔 생각이랍니까?"


"미안하게 됐다. 근데 지금 당장은 내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게 없어."


"하아......."


현식은 한숨을 연신 내뱉었다.


이를 빠득거리던 그는 감정을 추수리려는 듯 잠시 담배를 들이키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럼 끝나는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뚝-



현식은 전화를 끊자마자 눈을 감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가슴이 더없이 턱턱 막혀왔다.


현식의 입에선 담배연기를 피어올라 허공에 휘날렸다.


"X같군......"




벌컥-



베란다 문을 열고 병원 내부로 다시 들어온 현식의 앞에, 이삭이 조마조마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이삭은 현식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나와 물었다.


"어떡하라던가요....?"


현식은 착잡한 심정이었지만, 최대한 덤덤한 투로 답했다.


"지원은 없다. 다시 배정받은 우리끼리 해결해야해."


"아........"


"나도 알아. 개같은 상황이라는거."


이삭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참으로 암담한 심정이었다.


분명히 지섭이 납치당한 것에 대한 책임은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자칫하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마음 한켠에는 책임감 또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여기서 발을 빼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대체 어떡해야.....'


복잡해하는 이삭에게 현식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신우강, 그녀석은 어딨나?"


"그게......"



.

.

.



벌컥-


현식이 우강이 있는 병실의 문을 열었다.


침대에는 병원복과 링거주사가 널부려져 있었고, 우강은 이미 채비를 끝내가고 상황이었다.


그는 현식과 이삭이 들어온걸 알아차렸음에도 묵묵히 가방을 챙겼다.


"같이 갈 생각이냐?"


".........."


우강은 가방 지퍼를 닫으려는 것을 멈추었다.


현식을 등지고 서있었기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냐. 네 몸상태."


"............"


"지금 너가 어떤 심정인지는 나도 잘 알아. 그렇지만 어줍짢게 회복된 상태로 가서 또 걸레짝이 될 바엔 그냥 대기 하는게-"


"상관 없어요."


평소와는 다른 우강의 목소리에 현식은 말을 멈추었다.


우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느때보다 싸늘한 그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웠다.


"걸레짝이 되던, 불구가 되던."


"그게 문제가 아니라..."


"선을 먼저 넘어간건 저쪽이에요."


우강은 가방을 들며 퇴악봉을 집었다.


"그러니...... 저도 뭘 가릴 때가 아니죠."


그의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지금 상황이라면 그는 누가 말리더라도 반드시 갈 기세였기에, 현식은 문 밖으로 나서려는 우강을 막아섰다.


"안돼. 누구 시말서 쓰게 만들일 있냐. 적어도 말려서 살릴 수 있던 팀원 눈앞에서 죽게 만드는 일은 용납 못한다."


"......저도 똑같이 말했다고요."


"뭐?"


"저도....... 그렇게 말했다고요. 그 사람한테 직접."


우강은 입술이 터지도록 깨물었다.


지섭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직후부터, 그의 머릿속에서 그가 지섭에게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았다.


'안 죽어요. 전 적어도...... 제 눈앞에서 사람 죽는건 용납 못하니깐.'


"그런 쉬운 말 하나 못지키고 가만히 누워있으라면..... 차라리 싸우다 죽는게 낫다고요."


"............"


할말을 잃은 현식은 우강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우강을 보는 그의 눈에는 누군가가 비춰져보였다.



'전....... 차라리 싸우다 죽겠습니다. 눈 앞에서 지키지 못할 바엔.'



흑백화면처럼 어렴풋하게 비춰보인 기억 속 누군가의 모습에, 현식은 이내 눈을 찡그렸다.


'제기랄..... 왜 그게 지금......'


현식은 미간을 짚으며 뒤돌아섰다.


우강은 대답 없는 현식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우강은 그런 그에게 더 이상 밀고나갈 생각은 없었기에, 조용히 그의 옆을 지나쳐갔다.


현식은 여전히 생각에 잠겨있었다.


'........하긴, 나도 이럴 처지는 아닌가.'


그는 이내 씁쓸하게 피식, 웃으며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상을 입은 새파랗게 어린 후배를 사지로 내모는 짓이었다.


하지만...... 이젠 그도 말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몸은 어떠냐."


먼저 복도를 걸어나가던 우강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말릴 생각 없으니깐. 솔직하게 말해."


".......문제 없습니다. 베인 곳 몇군데 제외하면."


"이곳저곳 다 베였으면서 문제 없기는..... 더럽게 많구만."


현식은 담배를 꺼내물었다.


그는 처음으로 병원 안에서 라이터를 키며 말했다.


"X발 그래, 뭐. 금연구역이고 나발이고 뭔 상관이냐. 피고 싶으면

피는거지."


현식은 우강에게 다가가 봉투 하나를 던졌다.


"그니깐..... 너도 그냥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


우강은 봉투를 살펴보았다.


봉투에는 큼지막하게 문구가 적혀있었다.



[스승의 은혜]



"이건.....?"


"잘나신 네 스승께서 보내신거다. 위급한 상황일때 쓰라더라."


우강이 봉투를 열자, 메모장과 함께 어떤 작은 상자 하나가 들어있었다.


메모장에는 짧은 글이 적혀있었는데, 휘갈겨 쓴 것이 누가 봐도 인현의 글씨체 같았다.



- 반드시 써야하는 상황이 왔을때만 써라. 내 선에서 도와주는건 여기까지야. -



우강은 메모장과 함께 있던 작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의 내용물을 본 우강의 표정이 조금이지만 밝아지기 시작했다.


"뭘 보내신거냐?"


우강은 상자를 주머니에 넣었다.


괜히 은혜라는 말이 붙은 내용물이 아니었다.


"별거 아니에요."


"뭐, 어찌됐던. 이왕 짬처리 받은거, 한번 해봐야겠지. 피해자 찾고, 배후에 있는 놈 잡고."


앞서 걸어가는 현식의 뒤로 우강과 이삭이 뒤따라갔다.


담배 연기를 휘날리며 걸어가는 현식의 기세 역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일망타진으로 간다."



우강 역시 굳건한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그 역시 힘이 실린 기세였다.



'...반드시 구한다.'



그에 반해 이삭은 잔뜩 움츠린 자세로 억지로 발을 끌며 뒤따라갔다.


툭치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기세였다.





'사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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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사장 (1) 24.04.07 9 0 10쪽
53 상급 처리원 전원 소집 24.04.06 14 0 11쪽
52 새 시작 24.04.05 9 0 13쪽
51 신우강 (fin) (1기 完) 24.04.04 15 0 13쪽
50 신우강 (3) 24.04.03 11 0 11쪽
49 신우강 (2) 24.04.02 13 0 13쪽
48 신우강 (1) 24.04.01 13 0 13쪽
47 더러운 능력자 24.03.31 11 0 10쪽
46 싸움의 시작 24.03.30 14 0 12쪽
45 악의 구렁텅이 24.03.29 14 0 14쪽
44 선택 24.03.28 11 0 12쪽
43 위화감 24.03.27 11 0 14쪽
» 일망타진 24.03.27 13 0 10쪽
4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fin) 24.03.26 10 0 13쪽
4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2) 24.03.25 9 1 16쪽
3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1) 24.03.25 9 0 13쪽
38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0) 24.03.24 10 0 14쪽
37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9) 24.03.23 13 0 11쪽
36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8) 24.03.22 12 0 10쪽
35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7) 24.03.21 12 0 16쪽
34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6): 전말 24.03.20 10 0 9쪽
33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24.03.19 9 0 13쪽
32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4) 24.03.18 14 0 17쪽
3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3) 24.03.17 14 0 16쪽
3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2) +2 24.03.16 21 1 12쪽
2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 24.03.15 17 0 11쪽
28 먹구름 24.03.14 16 0 17쪽
27 의구심 24.03.13 18 0 14쪽
26 계단 (fin) 24.03.12 24 0 10쪽
25 계단 (3) 24.03.11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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