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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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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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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DUMMY

지이이잉-





사무실 안에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언갈 열심히 끄적이던 정장 차림의 남자가 펜을 내려놓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시오."


"우빈 선배, 바쁘십니까?"


"바쁩니다."


"......우빈 선배 맞으십니까?"


"맞습니다."


질린다는 듯한 현식의 한숨소리가 전화 너머에서부터 들려왔다.


"하아.... 인현 선배, 장난 그만치시고 우빈 선배 바꿔주십쇼."


"제가 그 왕재수 정우빈입니다."


"우빈 선배 안계십니까? 그럼 이따가 오시면 제가 말하는 것 좀 전달 부탁드립니다."


"말해봐라."


"이번 사안말인데......"


현식의 말을 들던 인현은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띄던 표정이 서서히 굳어갔다.


현식의 전달사항은 꽤나 길게 이어졌고, 그의 말이 끝나자 인현은 전보다는 조금 더 진지해진 목소리로 답했다.


".....확실한건가?"


"피해자들이 일어나봐야 알겠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제 예감상으로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현식은 고민을 하는 듯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보통 일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나도 알아. 최근에 보고 받은 사항이 몇 있으니, 그쪽과 관련된 일이라고 생각이 들긴 하네."


"어쩌시겠습니까? 만약 철수를 해야된다면 지금 하는게 맞습니다."



톡, 톡



인현은 잠시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며 미간을 짚었다.


깊은 고민이 머리속에서 휘몰아치는 것이 보였다.


'....자꾸 생각보다 빨리 튀어나온단 말이지.'


"선배님?"


"....일단 기다려봐. 내가 다시 연락할테니."


"알겠습니다. 그럼 우빈 선배한테 꼭 전달 해주십쇼."


현식이 전화를 끊자마자,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며 우빈이 들어왔다.


우빈은 바쁜 걸음으로 인현에게 손을 휘저으며 다가왔다.


"지금 바쁘니깐, 나와."


"이 의자 참 편해. 나도 하나만 주면 안되냐?"


"개소리 말고 비...."


우빈은 인현을 제치려다 말고 그의 앞에 높인 종이와 펜을 보더니 몸이 굳었다.


"너.... 설마 여기다 낙서했냐?"


"종이가 없더라고."



퍼어어억!



인현의 머리에 혹이 올라오며 그대로 바닥에 엎어졌고, 우빈은 씩씩거리며 종이를 챙겨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미친놈이 이젠 하다하다 계약서에까지..... 김 비서!"


인현은 바닥에 멍하니 드러누운채 중얼거렸다.


"..... 귀찮게 됐네."


그는 핸드폰을 다시 꺼내며 시꺼면 화면을 멍하니 응시했다.


"지금이라도 철수 시키는게 나으려나."


인현은 한동안 멍하니 꺼진 화면만 보며 얼굴을 긁적였다.


".....아니지."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표정에 묘한 미소가 떠오르며 핸드폰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오히려 좋은 발판이 될수도."




◇◇◇




대전의 한 대학 병원.



진료실 앞에서 의자에 앉아 대기중인 현식이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 양반한테만 뭔갈 부탁하면 항상 불안하단 말이지.'


그때, 진료실 문이 열리며 우강이 왼쪽 볼에 거즈를 붙인채 나왔다.


"괜찮은거냐?"


"얼굴만 한대 맞은건데요 뭐. 멀쩡해요."


"용케 잘 싸웠나보네. 어디 한군데는 부러질줄 알았더만."


"운이 좋았죠."


우강은 아직도 손톱을 매섭게 휘둘러대던 악몽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여태 만난 악몽들과는 다른 깊은 살기가 가득 담긴 상대였다.


"...뭐였나요? 그 악몽은."


우강의 질문에 현식의 옆에 앉아 있던 이삭이 서류를 넘기며 답했다.


"아직 제대로 밝혀진건 없어요. 단지 인간형 악몽이라는 점 말고는. 기운의 형태나 전투 방식 부분에서 기록이 없는 악몽이었어요."


"그럼.... 새롭게 나타난 악몽이라는건가요?"


"그럴 가능성이 높죠."


현식은 이삭에게 서류를 넘겨 받으며 말했다.


"너, 악몽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아냐?"


"어..... 보통은 동물의 형태이지 않나요?"


"대다수가 벌레나 짐승의 형태지. 그 이유는 약한 악몽일수록 기운이 강하지 않기에 형태를 복잡하게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야. 그런데 가끔 기운이 강한 놈들은 동물보다 더 진화된 형태를 띄는데...."


"그게 인간형 악몽이군요."


우강은 눈동자 악몽과 하수도 악몽이 떠올랐다.


강한 악몽이었던 그들 역시 일부분은 인간과 유사한 체형을 하고 있었다.


"그래, 한마디로 최소 상급 악몽이 걸렸다는거야.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 모든 사건이 이 놈 하나가 한 짓이 아닌 것 같다는거지."


"악몽 혼자 한게 아니라구요?"


현식은 서류를 다시 이삭에게 건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강에게 손짓을 했다.


"따라와봐."


현식이 우강을 데리고 간 곳은 중환자실이었다.


그곳에는 어젯밤 상가에서 데려온 남자와 여자가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몰골도 어째 퀭한 것이 꼭 좀비 같기도 했다.


병실 창문 너머로 둘을 보던 우강이 물었다.


"저분들 왜 저래요?"


"저 사람들, 역시 예상대로 일반 사람 맞아. 남자는 그저 평범한 학원 강사, 여자는 취준생이었더군."


"그럼 어제는 왜......"


"회사 측에서 검사를 해본 결과, 체내에 기운의 잔여가 남아 있었어. 아마 조종당한거겠지."


"지금은 그럼 조종이 끝난건가요?"


"일단은 끝나긴 했지만, 문제는..... 지금 저들의 상태야. 현재 저 둘은 기억을 완전히 잃었어."


"기억을... 잃었다뇨?"


"기운 때문인지는 몰라도, 뇌의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크게 손상되었다고 하더군. 지금 저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모든 일생의 기억을 잃은거야."


우강은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간과하고 있었다. 꼭 죽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었다.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기운에 의해 해를 입는다는 것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럼, 조종은 어제 그 악몽의 짓이었던건가요?"


"현재로서는 아니라고 본다."


"....아니라구요?"


이삭이 앞서 나오며 우강에게 물었다.


"어제, 악몽이 어떤 능력인지 기억 하시나요?"


우강은 어제의 기억을 더듬어보았다.


우선 싸울 당시에는 오직 손톱으로만 공격을 했을뿐, 분명 능력을 사용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렇다면 능력을 사용했던건...... 기습했을때와 도주했을때.


기운의 잔여를 풍기며 그림자처럼 갑자기 나타나고 사라졌었다.


".....확실하진 않지만, 그림자와 관련있는 능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현식이 팔짱을 낀채 벽에 기대며 말했다.


"그래, 뭐가 됐던 일단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은 아니었다는거지. 즉.... 저 사람들은 그 놈이 한 짓이 아니라는거야."


"그럼 아까 말했던 것처럼 설마......"


현식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로 악몽이 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저 두 분의 상태가 저렇기에, 기억에는 손상이 없는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인데...."


우강은 어젯밤 보았던 상처가 깊게 나있던 남학생이 떠올랐다.


현재 목숨을 부지하기라도 한 피해자는 저 두 명과 그 학생이 전부였다.


".....그 학생 지금 어딨어요?"




◇◇◇




삐- 삐-



딱딱한 기계음만이 병실에 울려퍼졌다.


병실에는 남학생 한명이 자는 듯 눈을 감고 있으나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따뜻한 이불과 푹신한 침대.


무엇보다 그에게는 가장 안전한 병실에 있었음에도 가시방석 위에 누운 것처럼 어딘가 매우 불편해보였다.



삐-



'넌 죽는다.....'



그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삐-



'네놈 얼굴 정도는 기억하고 있어.'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고, 몸도 점점 떨려왔다.



삐-



'언제 만날지 모를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어라.'



삐- 삐- 삐-



'다음은.....'




삐이-----------------




'너다.'




"흐아아아아악!"



남학생이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온 몸은 땀으로 젖어있었고, 숨도 매우 가쁘게 쉬고 있었다.


지금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하얀 이불 뿐이었다.


허나 그에게는 아직도 그때 공포스러운 기억이 가시지 않았다.


그림자의 칠흑 같은 손이 자신의 얼굴을 덮치며 피가 솟구치던 기억이 선명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여전히 공포심에 몸이 떨릴 정도의 기억이었다.


남학생은 소리 없이 뺨에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침대에서 내려오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괜찮아요?"


"끄아아아악!"


그 순간,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우강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자,


남학생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휘저었다.


"오....오지 마요!"


덜덜 떨며 손을 마구 휘젓는 애처로운 모습이 꼭 궁지에 몰린 생쥐 같았다.


우강은 일정 거리를 유지한채 침대에 적혀있는 환자정보를 읽었다.


"우지섭.... 지섭 씨? 맞아요?"


"으.....으...."


지섭은 대답 할 여력이 없어보였다.


그는 이젠 아예 온몸을 웅크린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우강은 그런 그를 보며 누군가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허억....허억...'


악몽을 보고 생전 처음 느껴본 공포감에 짓눌려 떨던 자신의 모습.


한없이 나약해보였기에 어떻게든 벗어내려 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우강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게 왜 지금.....'


"나....나가주세요. 부탁이에요."


지섭은 목소리조차 떨렸으나 한단어 한단어를 힘겹게 말했다.


우강은 눈을 천천히 다시 뜨며 물었다.


"....무서워요?"


지섭에게 하는 그 질문은 꼭 자신에게 하고 싶었던 질문 같았다.


"예....그러니 제발..."


"나 봐봐요."


우강은 지섭에게 조금 다가가 말했다.


그는 침대에 살짝 기대어 지섭과 똑바로 눈을 마주치려 했다.


"제발....나가 달라구요..."


"그러지 말고. 나 봐봐요."


"제발 그냥 나가달라니-!"



텁-



우강은 얼굴을 필사적으로 가리며 휘저어대는 지섭의 손을 잡아채며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붕대로 인해 한쪽만 들어난 지섭의 눈은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


우강이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냥 사람, 맞죠?"


"허억....허억...."


"이상한 그림자도 없고, 평범한 사람이잖아요. 그쵸?"


"........."


어느 순간 지섭의 가쁜 숨소리가 멈췄다.


"보다시피 저는 사람이고, 그쪽 해칠 생각 없어요. 오히려 지키려고

온거에요."


그는 여전히 눈물은 맺혀있었으나 표정이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안정되어가는 듯 했다.


우강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아요?"


"......잠깐만요."


지섭이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


"잠깐만...... 추스를 시간 좀 주세요."


그러자 우강은 옆에 의자를 가져와 앉아 묵묵히 옆에서 기다려주었다.


병실 밖에선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던 현식이 조용히 말했다.


"저 놈 봐라. 대체 어떻게 진정시킨거지?"


"그러게요.... 도통 진정이 안되던 상태던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며, 오직 훌쩍거리는 소리와 고요만이 병실의 소리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우강은 여전히 지섭이 먼저 말을 할때까지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었다.


그 인내가 통한 것인지, 마침내 지섭이 입을 열었다.


"....뭐하시는 분인가요."


"음......"


우강은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싶은 마음에 슬쩍 뒤를 돌아보아 현식에게 고갯짓을 해보았다.


현식은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믿기 어렵겠지만, 경섭 씨가 봤던 그 괴물들..... 그들을 잡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아까 한 아저씨랑 여성분 만나셨었죠? 그분들도 제 동료입니다."


지섭은 잠시 우강을 바라보더니 말했다.


"영화에서 보던.....퇴마사... 그런건가요."


"뭐.....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지섭이 머리를 쥐어싸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지섭 씨."


우강은 지섭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


"어제.... 무슨 일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요?"


".........."


지섭의 몸이 약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는 또 다시 눈물이 차오르려는걸 필사적으로 참아내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꼭..... 말해야 하나요."


"힘드시겠지만, 꼭 필요합니다. 천천히 말해줘도 괜찮아요."


"후우....."


계속 상기되는 지옥 같았던 기억은 그의 입을 자꾸만 닫히게 했다.


그럼에도 지섭은 몇 번의 심호흡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시작은....2주..... 2주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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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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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사장 (1) 24.04.07 8 0 10쪽
53 상급 처리원 전원 소집 24.04.06 13 0 11쪽
52 새 시작 24.04.05 8 0 13쪽
51 신우강 (fin) (1기 完) 24.04.04 14 0 13쪽
50 신우강 (3) 24.04.03 10 0 11쪽
49 신우강 (2) 24.04.02 12 0 13쪽
48 신우강 (1) 24.04.01 12 0 13쪽
47 더러운 능력자 24.03.31 11 0 10쪽
46 싸움의 시작 24.03.30 13 0 12쪽
45 악의 구렁텅이 24.03.29 13 0 14쪽
44 선택 24.03.28 11 0 12쪽
43 위화감 24.03.27 11 0 14쪽
42 일망타진 24.03.27 12 0 10쪽
4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fin) 24.03.26 9 0 13쪽
4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2) 24.03.25 9 1 16쪽
3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1) 24.03.25 9 0 13쪽
38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0) 24.03.24 10 0 14쪽
37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9) 24.03.23 13 0 11쪽
36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8) 24.03.22 11 0 10쪽
35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7) 24.03.21 11 0 16쪽
34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6): 전말 24.03.20 10 0 9쪽
»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24.03.19 9 0 13쪽
32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4) 24.03.18 13 0 17쪽
3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3) 24.03.17 14 0 16쪽
3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2) +2 24.03.16 20 1 12쪽
2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 24.03.15 17 0 11쪽
28 먹구름 24.03.14 16 0 17쪽
27 의구심 24.03.13 17 0 14쪽
26 계단 (fin) 24.03.12 23 0 10쪽
25 계단 (3) 24.03.11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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