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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747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4.0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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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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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신우강 (2)

DUMMY

우강은 주위가 고요하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홀로 주저앉아있는 연못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허나 공허하지 않았다. 맑고, 투명했다.


그를 중심으로 물결이 천천히 흐르자,


우강은 손이 그대로 비칠 정도로 투명한 물을 한 움쿰 떠보았다.


차갑게 닿은 물이 우강의 손을 타고 흘러내렸다.


물방울이 떨어지며 비친 우강의 모습이 일렁였다.



"넌 왜 싸우는거지?"



고개를 든 우강의 앞에 누군가가 서있었다.


우강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앞에 서있는 것은, 교복을 입은..... 신우강 자신이었다.


우강은 한 쪽 무릎을 꿇어앉은 채로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



"....왜 살아가고 있는거야, 너는?"



계속되는 자신의 질문에도 우강은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몰라........ 나도."



"아니, 넌 알아."



우강은 고개를 들어보였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너는."



"뭘.... 말하는거야?"



이내 뒤도는 교복을 입은 우강의 말이 머릿속에서 깊게 울려퍼졌다.



".....네 신념."




.

.

.




평범했던 일상에 죽음이 찾아왔다.


그것은 예고되지 않았었고, 바라지 않았었다.


그곳에 나와 함께 있었던 어느 누구도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허나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부여하는 필연적인 죽음 앞에선,


평범한 사람만이라는 이유로 이에 저항 할 순 없었다.


나는 죽을 운명이었다.


살려고 했지만, 죽음의 문턱에 떠밀려졌다.


평범했던 삶, 평범했던 기억들.


나 역시 애석하게도 죽을 운명인 평범한 18살 소년이었다.


그리고 그런 나에게 빛이 한 줄기 뻗어졌다.


'구원'.


죽음 앞에서 부여받은 구원의 손길은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저 안도했었다. 난 선택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나 뒤이어 죽어가는 친구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뒤늦은 절망이 몰려들었다.


왜 저들은 살지 못했지? 나는 저들보다 가치 있어서 산건가?


그게..... 맞나?


왜인지 모르게 분노가 치밀었다.


어떻게든 나도 저 여자를 도와 괴물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공포가 분노에 파묻혀 사라지기 시작했다.



푸욱-



그 구원은 마지막 기회였었나 보다.


피가 입에서 쏟아져 나오며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도 이제 죽는건가.


절망감보단 해탈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대로면....


내 친구들은......


날 살려준 저 여자는......



'결국 여기까지 왔구나.'



별 한점 없는 밤하늘 한 가운데에서 떠도는 나에게 메아리처럼 목소리가 들려왔었다.


목소리와 짧은 대화가 오고갔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건.... 그 질문이었다.



'후회돼?'



그때 내가 느낀 후회는...... 나 자신에 대한 후회가 아니었다.


처음으로 느낀.... 남을 위한 후회였다.



'......살고 싶다.'



내 마지막 바램이었다.


어떻게든, 마지막으로라도 살고 싶었다.


어떻게든..... 나를 구원해준 그 여자만큼이라도 살리고 싶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 내가 죽는건 상관없었다.



'도와주는건, 이번만이다?'



그렇게 나는 살았다.


눈을 뜨고 나서부터는 생각보다 덤덤했다.


정말 그저 만화책 페이지를 넘겨가듯, 모든 상황이 너무나도 덤덤하게 흘러갔다.


인현을 만나고, 하림을 알게되고, 기운이라는 것과 악몽이라는 존재를 알게되고.


그리고, 또 다른 은인인 선아를 만났다.


물론 전만큼 죽기 직전의 상황은 아니었어도, 나를 구해준 두번째 사람이었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었다. 내가 해야하는게 무엇인지.


'나도 다른 이들을 도우며...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게... 내가 살아남으며 짊어지게 된 책임일수도...'


그리고 나는 내가 깨달은 것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


"....이제 알 것 같아요. 다시는 그 후회를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게 저의 책임입니다."


나는 그것이 내 소신이라고 굳게 믿었다.


내가 살아남은 대가로, 평생 안고 가야할 소신이자, 신념이라고.


그때부터 남을 위해 살기로 다짐했다.


못해도 최소한 내 인연이 닫는 이들까지만이라도, 지키면서 살아와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마음 한켠이 가벼워졌다.


열심히 인현에게 훈련을 받고, 첫 현장 실습을 나갔다.


동료들이 위기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이야 말로 내가 다짐한 소신을 지켜야 할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전처럼 두려움에 떠는 일 따윈 없었다.


머리가 시키는대로, 몸이 가는대로 악몽과 싸웠다.


그리고 정말로 동료들을 구하는데 성공했다.


역시, 내 다짐은 틀리지 않았다.


이게 내가 지켜야와야될 소신임이 틀림 없었다.




"모르는 소리. 내 능력은 애초에 기운을 몸에 직접 둘러야 되고,

손 말고 다른 곳에 둘렀다간 아-"



콰아아아아아앙!



"선배.......?"



내가 지켜야하는 이가 눈 앞에서 다치고 말았다.


바로 내 눈앞에서. 내 불찰로.


나는 소신을 지켜야 했다.


필사적으로 악몽과 싸웠다.


그러나 이미 감정에 휘둘려버린 나는 몸이 가는대로만 싸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국엔 또 다시 선아의 도움을 받고, 인현의 마무리로 끝났다.


돌이켜보면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았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




"나랑 같이 파견 한번 가요. 악몽 잡으러."



다시는 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훈련에 매진하던 어느날,


빈이 찾아와 갑작스레 손을 내밀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그때부터 무언가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내가 그정도인가?


내가 이렇게 강한 사람들에게 이런 제의를 선뜻 받을 정도로 대단한 놈인가?



'나는 네 안에서의 가능성을 보았다. 아직 꿈틀거릴뿐이지만 날개를 달아줄 만한 가능성.'



'대체 뭐가 보이는걸까..... 나한테서...'



그때부터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가슴에 먹구름이 뜨는 듯한 기분.



....아니, 사실은 뭔지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모른척 했던게 아니었을까.


나는 대단한 놈이 아니다.


훈련때 악몽은 인현이, 처음으로 잡았던 상급 악몽도 하림이 잡은 것이었다.


나는.....죽어가는 사람 하나조차 살리지 못했던 죄인이라는 사실을 자꾸만 망각해오고 있었다.



그래.....



내 마음 속에 깊은 곳에 자리잡은 것은 다름아닌 자괴감이었다.



'하던대로 해. 평소의 너를 생각해봐.'



평소의 나? 그 말에 한번 쭉 되돌아보았다.


죽을 뻔하기 전의 평범했던 나와 지금의 나.


아, 알겠다. 나는... 그 둘중 하나를 고르면 되는거겠지.


내가 지금 혼란스러워 하는건 그거때문이다.


그게 맞다.





거짓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스스로 내심 생각하던건 오직 하나였다.


'이번 임무에서 더 강해진 나를 증명하자.'


그저 이번 임무에 착실하게 임하여 처리원으로서의 나를 증명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번,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었다.


악몽과 싸우고, 지섭을 구해냈다.


역시 이번에도 내가 생각한게 맞았구나.




"전.... 진짜 죽기 싫어요. 부모님도 계시고..... 친구들도 있고.... 하고 싶은 것도 아직 많은데.... 왜 갑자기 이런 일에...."



어?



왜 또 다시 아려올까.


난 이제 괜찮아진게 아니었나?


내가 할일은 그저 내 소신을 따르며 악몽 잡는 것에 매진하면 되는게 아니었나?


흔들리지 말자.


하림 선배가 말해줬던걸 생각해.


평소의 나.


남을 지키게 위해선 거리낌 없이 나서는게.... 바로 내 소신이자, 평소의 나다.


그렇게 나는 무모하게 미끼가 되어 악몽과 필사적으로 맞붙었다.


처음으로 깊은 살의를 가진 상대와 싸우려니 몸이 망가지고 죽음의 문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러나 그 끝에서, 스스로 각성하여 해쳐나오는데 성공했다.


아, 역시 이번에야말로 진짜 맞구나.


역시 이게 내가 놓친게 맞았구나.


이젠 편하겠네.




....근데 왜 아직도 아려오지?




".....항상 반복되어서 지겹던 일상이더라도 깨지고 나서야 알게되는 것 같아요. 그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나는 그 말을 들었을때 왜 아려오는게 더 심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뭐가 어쨌다는거지?


이제 내 인생은 악몽을 죽이는 것, 남을 지키는 것.


그게 다이지 않나? 대체 근데 왜 이러지?



대체..... 왜?



결국 고민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무래도 무리하다보니 악몽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해 그냥 찝찝함에 그런가보다 하고 치부하기로 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그러니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그래, 나는 할만큼 해왔다.


난...... 최선을 다했어.





"지섭 씨가...... 납치된 것 같아요."





X발.





소신이고 뭐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렇게 내가 흔들릴 동안 내가 지키기로 한 이들에게 피해는 계속될 뿐이었다.


더러운 악몽 X끼들.


전부 죽여야겠다는 마음 밖에 들지 않았다.


마침 때 맞춰 인현도 나에게 재생 알약을 보내왔다.


인현도 날 도와주는걸 보니,


역시 지금 내가 해야하는건 악몽들을 소탕하러 가는게 맞았다.


정말 이번에야 말로 꼭 지키고 말 것이다.





....지키지 못했다.



눈앞에서 지켜야 했던 이들이 전부 끌려가고,


나는 이 차가움 어둠 속에서 흐려져 가는 정신만 붙든채 주저 앉아 있었다.



나는 약하다.



나는 한심했다.



나는...... 무력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해온 것들은 전부 틀렸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나는 지금 받고 있었다.


난 소신 같은걸 지킬 자격이 없다.


자괴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숨을 막았다.




그만..... 끝내야겠다.




부스럭-




그때, 하림의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아깐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었다.



'전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고 있겠지. 그건 절대 단순하게 뱉은 말이 아니었다는걸 명심해.'



.........아.



나는 X신이었구나.


그저 편지에 적힌 단 두마디.


하림의 그 두마디는,


내가 지금까지 부정해오며 억지로 쌓아오던 벽을 무너트렸다.



알고 있었다.



내 소신이라는 것은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짊어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소의 나라는 것은 단순하게 악몽을 처리하는 나를 말하는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죄책하고 있었다는 것을.



평범하게 학교를 가고 평범하게 친구들을 만나던,


평범하기 그지 없었던 삶.


그것은 돌아올 수 없었다.


지섭과의 만남이 그것을 일깨워주었다.


나는 내가 과거 따윈 훌훌 털어버렸다고 자신했었다.


허나 난 아직도.... 옭아매어 있었다.


나는 나를 내려놓았다.


단순한 자기합리화로 마음 편해지는 짓 따위는 그만두기로 맘먹었다.


동시에, 다시 일어섰다.


하림의 말에 대한 답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는 하던대로.... 악몽을 처리하러 갈 것이다.


그게..... 평소의 내가 되기로 다짐했었던 것이다.



나의 소신.



과거를 반복하지 않도록 남을 지킨다.



남을 지키기 위해 악몽을 잡는다.



그래..... 나는 이제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지키기로 한 소신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

.

.



"우강 씨...."


이삭은 정신을 잃은 듯해 보이는 우강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져의 효과는 끝나갔고, 악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삭은 옆에 기절해있는 지섭을 바라보며 결국 눈물을 머금고 지섭 앞을 가로막아섰다.


악몽은 목을 기괴하게 꺾으며 이삭을 바라보았다.


그의 타겟은 변경되어있었다.


악몽이 손톱에 날을 세우며 이삭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이삭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엄마......'



화르르르르륵-



그 순간, 우강의 손에서 기운이 불타올랐다.


푸른 화염에 가까운 그의 기운이 둘러진 손은 악몽의 팔을 잡아채었다.


악몽은 멈칫하며 우강을 바라보았다.


그는 우강이 일어났다는 사실보다 자신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듯 했다.


".......건들지 마."


우강은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벽에서 다시 일어섰다.


힘 없이 일어서는 그는 한번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아 보였다.



빠아아아아악!



악몽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주먹으로 가볍게 우강의 얼굴을 가격했다.


악몽은 돌아보지도 않고 곧바로 이삭에게 향하려 했다.



화르르르르-



그러나, 푸른 불길은 꺼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피어오른 작은 불씨는 어느덧 불꽃이 되어 악몽의 얼굴 옆까지 다가와 일렁였다.


돌아본 악몽의 앞에 보인 것은, 눈빛이 푸르게 물들여진 우강이었다.


"아직......."


뒤이어 악몽의 얼굴로,


우강의 피와 기운이 섞인 마지막 기운을 끌어와 담은 주먹이 날라왔다.


".....안 끝났다고."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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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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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사장 (1) 24.04.07 8 0 10쪽
53 상급 처리원 전원 소집 24.04.06 13 0 11쪽
52 새 시작 24.04.05 8 0 13쪽
51 신우강 (fin) (1기 完) 24.04.04 15 0 13쪽
50 신우강 (3) 24.04.03 10 0 11쪽
» 신우강 (2) 24.04.02 13 0 13쪽
48 신우강 (1) 24.04.01 12 0 13쪽
47 더러운 능력자 24.03.31 11 0 10쪽
46 싸움의 시작 24.03.30 14 0 12쪽
45 악의 구렁텅이 24.03.29 13 0 14쪽
44 선택 24.03.28 11 0 12쪽
43 위화감 24.03.27 11 0 14쪽
42 일망타진 24.03.27 12 0 10쪽
4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fin) 24.03.26 10 0 13쪽
4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2) 24.03.25 9 1 16쪽
3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1) 24.03.25 9 0 13쪽
38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0) 24.03.24 10 0 14쪽
37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9) 24.03.23 13 0 11쪽
36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8) 24.03.22 11 0 10쪽
35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7) 24.03.21 11 0 16쪽
34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6): 전말 24.03.20 10 0 9쪽
33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24.03.19 9 0 13쪽
32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4) 24.03.18 13 0 17쪽
3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3) 24.03.17 14 0 16쪽
3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2) +2 24.03.16 20 1 12쪽
2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 24.03.15 17 0 11쪽
28 먹구름 24.03.14 16 0 17쪽
27 의구심 24.03.13 17 0 14쪽
26 계단 (fin) 24.03.12 23 0 10쪽
25 계단 (3) 24.03.11 23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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