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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안 님의 서재입니다.

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션안
그림/삽화
션안
작품등록일 :
2024.02.20 21:36
최근연재일 :
2024.05.05 21:10
연재수 :
82 회
조회수 :
2,752
추천수 :
32
글자수 :
450,701

작성
24.04.03 21:00
조회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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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신우강 (3)

DUMMY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이를 악물고 날린 우강의 주먹에 악몽의 얼굴이 짓뭉게지며 저 멀리 날라갔다.


땅을 구르며 날라간 악몽에게서 짙은 기운이 먼지의 형태가 아닌 피처럼 뿜어져나왔다.


"쿠허어어억-"


악몽의 얼굴은 우강에게 맞은 부위만 패여져 검은 액체가 줄줄 세고 있었다.


아직 검은 연기가 남아있는 다른 부위와 달리,


얼굴만 연기로 감싸고 있던 것이 부숴져 안에 얼굴이 드러났다.


"허억......허억...."


우강이 비틀거리며 악몽을 향해 걸어갔다.


피투성이인 손에는 감각이 없었다.


양손 모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부러진 것 같았다.


기운 역시 다시 둘러지지 않는걸로 보아 이미 방금 전 일격으로 바닥난지 오래였다.


하지만 우강은 발을 멈출 수 없었다.


"우강 씨......"


우강은 걱정스러워 하는 이삭을 돌아보았다.


이삭이 다가오려 하자, 그는 고개를 푹 숙인채 손을 들어보였다.


메여버린 그의 목소리는 확고했다.


"이건....... 제가 해야 해요."



뚝- 뚝-



우강의 앞에 악몽의 얼굴을 움켜쥔채 서있었다.


악몽의 얼굴에선 여전히 검은 액체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우강은 부들거리면서도 주먹을 꽉 쥐었다.



'이걸로.... 끝내야한다.'



그의 몸 어디에도 기운은 이제 다시 흘러나오지 않았다.


허나 그의 투명한 눈동자만큼은 그 무엇보다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우강은 스스로 전투불능에 가까운 상태인 것을 알고 있었다.


양팔은 부러졌고, 몸도 군데군데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아까 전처럼 죄책감에 의해 임하는 그런 고집스러운 싸움이 아니었다.


우강 자신의 소신을 진정하게 지키기 위한 싸움이기도 했다.



반드시 자신의 손으로 끝내야했다.



저벅- 저벅-



우강과 악몽은 서로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둘다 이젠 아무런 전략도, 기술도 없었다.


그들은 오직 목숨을 건 마지막 합을 위해 걸어가고 있었다.


질기도록 이어져 온 싸움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



우강과 악몽이 서로 동시에 달려갔다.


이젠 방어나 회피 따위는 없었다.


그저 마지막 남은 목숨을 바치며 내지른 주먹만이 서로 오고 가는 것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우강과 악몽이 동시에 주먹을 뻗으며,


빛나려는 파도와 집어삼키려는 파도가 서로 맞부딫혔다.



빠아아아아아아악!



우강의 주먹이 악몽의 얼굴에, 악몽의 주먹은 우강의 얼굴에 꽂혔다.


검붉은 피들이 한데 섞여 허공에 흩날렸다.


우강은 눈이 또 다시 뒤집히려 했다.


사실상 이제는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는 한계마저도 넘어있었다.



"크으윽........!"



하지만 이젠 그에게 한계 따위는 이미 짚고 올라간 벽에 불과했다.


푸르게 빛나는 그의 눈이 다시 돌아오며 우강은 정신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버틴 것은 악몽 역시 마찬가지였다.


둘다 동시에 비틀거렸으나, 먼저 자세를 다시 잡은 것은 악몽이었다.


뒤이어, 악몽의 회심의 일격이 우강의 얼굴에 날라왔다.



사아아아아아아-



짙은 기운으로 이루어진 악몽의 주먹이 느려지는 것이 보였다.


느려진 것은 악몽의 주먹만이 아니었다.


흩날리는 피,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 흘러내리는 땀까지.


전부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매우 고요하게, 천천히 흘러갔다.



"그래서..... 알게 된거야?"



멈춘 시간 한가운데 마주한 것은 다시 나타난 우강 자신이었다.


교복을 입은 우강은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였다.



"네 신념은..... 사실 처음부터 틀린게 없었다는걸."



우강은 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당연하지."



교복을 입은 우강도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이내 뒤돌며 과거의 우강은 뒤돌아 걸어가며, 모습을 감추었다.




"......안녕."




파아아아아아아앙!




우강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악몽의 주먹을 잡아내었다.


그 어떤 힘도 기운도 남아있진 않았으나, 그는 잡아낼 수 있었다.


뒤이어 이번엔 우강이 주먹을 쥔 손을 들어올렸다.


악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다급히 주먹을 빼내려 했지만,


우강의 손은 돌처럼 굳어 악몽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내가 알던 이들은, 이미 죽었다. 내가 무엇을 해도 그건 돌아오지 않아. 그렇기에..... 나는 살아남은 대가로, 그들을 위해 신념을 짊어진다.'



우강의 내면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몸 속에서 뜨겁게 타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며,


그의 주먹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다.



'내 신념은........ 남들을 지키는 것. 나를 위해 다가온 이들, 내가 다가간 이들. 그들을 모두 지키는 것.'



'속 끝까지 착한 놈이더라. 너는.'



'......나름 괜찮았어. 너도.'



'자격 따위는..... 내가 충분히 봤어.'



'그렇게 지켜내서..... 과거의 나를 또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게.... 내 신념이다.'



우강의 주먹이 다시 푸르게 불타올랐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기 시작한 심지는 이내 밖까지 이어져갔다.



'그리고 내 신념을 위해......."



화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악몽을 멸한다."




불길이 일며, 악몽의 얼굴 앞에 우강의 주먹이 날라왔다.



악몽은 애처롭게 남은 손으로 얼굴을 감쌌으나, 부질 없는 짓이었다.



'축하한다, 신우강.'



우강의 귀에는 닿지 않는 내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목소리가 나지막이 말했다.



'너는 드디어 남은 걸음을 모두 채웠다. 그러니..... 약속은 지켜야겠지.'



우강은 들리지 않았으나, 목소리의 말이 퍼져나가며 그의 가슴이 울려오기 시작했다.


장엄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곧 한줄기 불씨가 되어 우강의 불꽃에 힘을 더해주었다.



'지금부터, 너의 능력을 알려주마. 네 능력은.....'



불길과 함께 뻗어나간 우강의 주먹은 악몽의 팔에 닿으며,


살이 짓뭉게지고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주먹에 닿은 허공에 금이 가며 유리가 박살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실현(實現)이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허공이 우강의 주먹에 의해 깨지며, 그의 주먹과 악몽 사이에 푸른 균열이 생겼다.


팔 따위로는 공격을 막지 못한 악몽에게선 검은 액체가 마구 터져나오며 머리가 뒤로 넘어가려했다.


우강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주먹을 균열 속으로 깊숙히 뻗어넣자,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하며 균열이 꿈틀거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것이, 자신이 내지를 수 있는 마지막, 즉 최후의 일격인 것을.


악에 받힌 그의 목소리가 울리며, 균열을 통과한 그의 주먹이 악몽에게 끝까지 뻗어나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곧이어 우강의 주먹에서 타오르던 불길이 사방으로 터져나오며,


폭팔하는 굉음과 함께 내지른 주먹에 악몽이 땅에 내리꽂혔다.



'앞으로도 기대하마, 신우강.'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땅이 크게 갈라지며 커다란 파동이 일었다.


돌조각과 함께 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지진에 가까운 진동음은 벙커 전체를 흔들을 정도였다.


폭탄이라도 터트린 것 같은 광경이었다.


"콜록콜록."


이삭은 잔뜩 피어오른 흙먼지에 손을 휘저으며 시야를 밝히려 했다.


우강과 악몽이 살아있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다.


"우강 씨! 우강 씨!"


이삭은 애타게 우강을 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서서히 걷혀가는 먼지 틈 속에서 희미하게 푸른 불꽃이 아른거렸다.


이삭은 황급히 불꽃을 향해 달려갔다.


"우강 씨! 괜찮......"



파스스스스스스스스-



이삭은 굳이 더 이상 말을 이어갈 필요가 없었다.


그녀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검은 액체로 이루어진 웅덩이 위로 몸이 먼지가 되며 사라져가는 악몽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우강이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주먹을 바닥에 내리꽂은 그 자세로 기절해있었다.


마지막까지 타오른 푸른 불길은 악몽이 완전히 소멸되고 나서야 서서히 꺼져갔다.


불길이 완전히 사그라들자, 우강 역시 몸이 기울며 옆으로 넘어갔다.



텁-



힘없이 쓰러지려는 우강을 이삭이 붙잡아주었다.


이삭은 기절한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요."


그렇게 오래도록 지속되어왔던 우강의 목숨을 건 사투는,


드디어 막을 내렸다.



스스스스스스스스-



벙커 반대편 쪽도 전투가 끝났는지 먼지가 자욱히 일어나고 있었다.


잔뜩 흩날리는 먼지 틈 사이로 라이터 불이 찰칵, 피어올랐다.


흙먼지와 함께 흐릿한 담배연기가 공중에 날아갔다.


".....진 빠지네."


먼지가 걷히며, 한껏 피곤해보이는 현식이 담배를 피며 서있었다.


그의 뒤에는 흩날리는 짙은 기운 아래로 사라져가는 거대한 거미 악몽의 몸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악몽 뒤에는 벙커가 전부 쓸려나가 있었다.


"팀장님!"


뻐근한 어깨를 두드리는 현식에게 이삭이 다가왔다.


그녀는 지섭과 우강을 둘다 홀로 부축한 상태로 땀을 뻘뻘 흘리며 오고 있었다.


"죄송한데..... 저 좀 도와주세요..."


"어휴......"


현식은 한숨을 쉬며 지섭과 우강을 넘겨 받으려 했다.


그때, 온통 피투성이인 우강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얘 상태 왜이래?"


"목숨은 붙어있어요. 다행히도......"


현식은 우강을 넘겨 받으며 찬찬히 살폈다.


말이 목숨이 붙은 것이지, 완전히 반 죽어가는 상태였다.


한번 더 입원해야될 꼴이었다.


"그래도.... 악몽은 처리했습니다. 우강 씨가 직접."


"....참 장하다 그래."


현식은 비꼬는 말투로 답했으나, 이삭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그도 내심 대견해하고 있다는 것을.


".....하여간 젊어도 몸 함부로 쓰지 말라니깐. 요즘 것들이라고 말은 참 안들어."


이삭은 피식, 웃으며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벙커는 온통 금이 가고 부숴진 참으로 처참한 광경이었지만,


그래도 어찌됐던 그들은 살아남았다. 임무까지 완수한채.


"그럼...... 이제 진짜로 끝난거겠죠?"


"그 이코란 놈이 도주했으니, 쫓아야겠지. 이번 모든 사건의 배후도 정말 그놈 하나였는지도 알아보고.


"............"


"뭐, 그래도....."


현식은 핸드폰을 꺼내며 한층 가벼워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임무 자체는 끝났다. 이제 퇴근해야지."


"하아......."


이삭은 긴장이 풀린 듯 주저 앉았다.


정말이지 정보원 인생 중 가장 힘들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았다.


죽을 고비가 몇번이었는지 셀수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우강만큼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그녀는 곧바로 머쓱해졌다.


"선배님? 인질 구했습니다. 남아있던 악몽들도 전부 처리했구요. 곧바로 보조원이랑......"


현식은 이내 우강을 힐끗 보며 말을 덧붙였다.




".....구급차도 하나 보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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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직전 꾼 꿈이 나에게 능력을 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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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공사장 (1) 24.04.07 9 0 10쪽
53 상급 처리원 전원 소집 24.04.06 13 0 11쪽
52 새 시작 24.04.05 8 0 13쪽
51 신우강 (fin) (1기 完) 24.04.04 15 0 13쪽
» 신우강 (3) 24.04.03 11 0 11쪽
49 신우강 (2) 24.04.02 13 0 13쪽
48 신우강 (1) 24.04.01 12 0 13쪽
47 더러운 능력자 24.03.31 11 0 10쪽
46 싸움의 시작 24.03.30 14 0 12쪽
45 악의 구렁텅이 24.03.29 13 0 14쪽
44 선택 24.03.28 11 0 12쪽
43 위화감 24.03.27 11 0 14쪽
42 일망타진 24.03.27 12 0 10쪽
4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fin) 24.03.26 10 0 13쪽
4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2) 24.03.25 9 1 16쪽
3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1) 24.03.25 9 0 13쪽
38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0) 24.03.24 10 0 14쪽
37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9) 24.03.23 13 0 11쪽
36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8) 24.03.22 11 0 10쪽
35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7) 24.03.21 11 0 16쪽
34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6): 전말 24.03.20 10 0 9쪽
33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5) 24.03.19 9 0 13쪽
32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4) 24.03.18 13 0 17쪽
31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3) 24.03.17 14 0 16쪽
30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2) +2 24.03.16 20 1 12쪽
29 대전 상가 악몽 출현 사건 (1) 24.03.15 17 0 11쪽
28 먹구름 24.03.14 16 0 17쪽
27 의구심 24.03.13 18 0 14쪽
26 계단 (fin) 24.03.12 23 0 10쪽
25 계단 (3) 24.03.11 2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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